정토행자의 하루

멜번법당
밀어주고, 끌어주고! 단둘밖에 없는 도반 이야기

2018년 멜번법당의 봄불교대학에는 말 그대로 둘밖에 없는 도반이 있었습니다. 세 명으로 시작해 한 명이 사정상 그만두게 되니 두명의 도반이 서로를 의지해 올해 졸업을 하였습니다. 지난 일 년 동안 열심히 불법의 씨앗을 심고 싹 틔우려 애쓴 조진아, 정보경 님을 만나보았습니다.

불교대학 입학을 축하합니다! (앞줄 왼쪽에서 첫 번째 정보경 님, 뒷줄 오른쪽에서 두 번째 조진아 님)
▲ 불교대학 입학을 축하합니다! (앞줄 왼쪽에서 첫 번째 정보경 님, 뒷줄 오른쪽에서 두 번째 조진아 님)

시드니에서 열린 〈깨달음의 장〉그 감동의 여운

조진아: 기대, 걱정, 그리고 미심쩍은(?) 마음으로 출발했었습니다. 약간은 불안한 마음도 있었고 비행기까지 지연되기도 했지만, 결론은 무사히 잘 다녀왔습니다. 제가 불교대학 당시에는 허리를 다쳐 한동안 앉아있기도 힘들었고, 천일결사 입재를 했을 때는 발목을 다쳐 절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깨달음의 장〉에 가려고 하니 비행기가 연착되는 걸 보면서 ‘아! 나는 뭘 하려고 마음을 내면 일이 생기는구나!’ 하며 웃음이 났습니다.

〈깨달음의 장〉은 참 많은 것을 얻은 값진 시간이었습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화와 미움, 짜증스러웠던 마음이 예전에는 늘 관념적으로만 이해되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내 마음이 일으키는 거구나!’ 하고 마음으로 알게 되었습니다. 사실 표면적으로는 아무것도 달라진 것이 없습니다. 하지만 제 관점이 바뀌어서 그런지 요즘 마음이 참 편안합니다. 제가 잠을 잘 못 이루는 편인데 요즘은 잠도 잘 자고, 아이에게 화도 많이 줄었습니다.

정보경: 〈깨달음의 장〉은 제가 그동안 알음알이로 알던 것들을 마음으로 이해하게 해주었습니다. ‘나는 못 한다.’, ‘나는 다른 사람들하고 상황이 다르다.’ 하는 생각으로 저를 가둬 두었는데, 그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되어서 참 좋았습니다. 네 아이의 엄마로, 일하는 가장으로 책임감과 중압감이 커 부담스러운 마음이었거든요. 그런 나를 남들이 이해해 주지 못한다는 생각에 뭔가 억울하고 힘이 들었습니다. 돈을 많이 벌어서 아이들에게 쾌적한 환경과 교육을 마련해주는 게 잘하는 거라 여겨 열심히 했던 게 오히려 저를 힘들게 했습니다.

그런데 수련을 다녀오고 나서 제가 하려던 그것을 힘들이지 않고도 할 수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재미있는 걸 볼 마음의 여유도 없었고, 남들을 돌아볼 여유는 당연히 없이 그렇게 살았었는데, 실은 내가 여러 사람의 도움을 받으며 이렇게 잘살고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덕분에 감사합니다.

햇살 때문에 눈감은 이가 많았던 그 날의 사진. (아랫줄 왼쪽 첫 번째 정보경 님)
▲ 햇살 때문에 눈감은 이가 많았던 그 날의 사진. (아랫줄 왼쪽 첫 번째 정보경 님)

불교대학을 졸업하며

조진아: 불교에 대해 전혀 몰랐기에 조금이라도 알고 싶어서 시작한 불교대학이었습니다. 이걸 해서 내 인생이 달라지겠다는 기대는 딱히 없었습니다. (웃음) 저는 언제나 뭔가를 하면 거기에 대한 기대감에 실망이 컸기에, 이번에는 기대 없이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저는 금속공예 작가인데 불교대학이 제 작품을 대하는 관점을 변하게 해주었습니다. 덕분에 작가로서의 어려운 시기를 극복해 가는 중이고 제가 서서히 변해가는 과정에 있는 것 같아 좋습니다.

저는 친정을 대할 때 늘 짜증스럽고 화가 났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그 화가 다 내가 만든 것이구나 하고 돌이켜집니다. 미워하기보다는 해결하는 방향으로 관점을 바꾸었습니다. 전에 즐겨보던 미국 드라마에 나오는 소비주의 문화가, 지금은 조금 거부감이 드는 걸 보면 저도 모르는 사이에 생활적인 면에서나, 일 적인 면에서 불법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아요. 성인이 된 후에는 사느라 바빠 뭔가 한 가지를 꾸준히 하는 게 어렵잖아요, 제가 일 년 동안 꾸준히 불교대학을 하고 <깨달음의 장>을 다녀온 게 알게 모르게 저에게 힘이 된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수행정진 하겠습니다.

정보경: 처음에는 외로운 이민 생활에 소속감을 느끼고 싶은 마음에 불교대학을 시작했습니다. 그저 막연히 ‘내 마음을 닦아야지’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넷째를 임신 중이던 저는 남편을 먼저 불교대학에 보냈고, 출산 후에는 남편도 했으니 저도 당연히 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자연스레 오게 되었습니다. 직장인이자 네 아이의 엄마로, 처음에는 두세 시간 법문을 듣기 위해 하루 일을 전부 빼야 한다는 것이 많이 부담스러웠어요. 생활을 위해, 아이들을 위해 열심히 살아야 하는데, 일 년 동안이나 일주일에 하루 돈을 덜 번다는 사실에 자책하고 그로 인해 힘들기를 반복했습니다.

어느 날, 그 생각을 완전히 내려놓고 나니 그렇게 마음이 편할 수 없었습니다. 그때부터 재미있고 좋았습니다. 불교대학을 마친 후로는 마음이 아주 편합니다. 불교에 대한 궁금증도 많이 해소됐지만, 반면 그만큼 궁금한 것들이 더 생겼기에 경전반에 대한 욕심을 내어 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간 환경문제에 대해서는 나는 늘 바쁘고 여유가 없다는 핑계로 애써 외면하고 살았는데, 새삼 눈을 뜬 기분입니다. 저는 아이가 네 명이니, 제가 좋은 본을 보이면 아이들이 함께할테니 오히려 네 배의 든든한 지원군을 얻은 마음입니다.

JTS 모금 후 법당 앞마당에서, 다 함께, ‘좋습니다!’를 외치며 (맨 뒷줄 오른쪽에서 두 번째 조진아 님)
▲ JTS 모금 후 법당 앞마당에서, 다 함께, ‘좋습니다!’를 외치며 (맨 뒷줄 오른쪽에서 두 번째 조진아 님)

두분은 서로에게 어떤 존재인가요?

(함께 입을 모아) ‘챙겨주고 싶은 도반’, ‘하나밖에 없는 도반’ 입니다!


호주인 남편분을 둔 조진아 님은 남편분이 등 떠밀어 <깨달음에 장>에 갈 수 있었다고 합니다. 정진을 놓치는 날에는 아내를 한심한(?) 눈으로 바라본다며 조진아 님은 농담처럼 얘기합니다. 아침 정진하는 아내의 모습을 가장 좋아한다는 남편분을 둔 조진아 님이 살짝 부러워집니다.

‘나와 사느라 저 사람은 얼마나 고생스럽고 힘들까?’ 하며 남편을 향한 마음을 털어놓는 정보경 님. 조만간 멜번법당에서 먼 곳으로 이사를 할 예정이라 법당에 나가기 어려울 것 같다 걱정했더니 이사하는 곳에서 열린 법회를 열면 어떨까 하고 마음을 내신 남편의 모습에 놀랍기도 하고 감동받았다 이야기합니다.

가까운 곳에 최고의 조력자를 두신 두 분, 귀한 인연으로 불법의 씨앗을 마음에 심었으니 앞으로도 잘 가꾸어 크게 키워 가시길 응원 드립니다. 지구촌 곳곳에서 불법의 씨앗이 단단히 뿌리 내려가고 있습니다. 전 세계 정토행자 여러분! 화이팅입니다.

글_김구슬래 희망리포터 (멜번법당)
편집_박승희 (해외지부)

전체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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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지심

해외 먼 땅에서도 이렇게 불법의 씨앗을 열심히 심고계신 두분. 매우 장하다 느껴집니다.
직장생활과 같이 겸한다하니 더 대단하게 느껴지네요. 두분 화이팅~~^^

2019-05-01 06:55:04

보리안

두 분 귀한 졸업 축하드립니다~
아침 정진하는 아내의 모습을 가장 좋아한다는 남편,
이사하는 곳에서 열린 법회를 제의하는 남편 분을 두셨다니 참 든든해보이네요.

2019-04-29 20:4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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