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부천법당
안녕하세요! JTS에서 나왔습니다!

엄마와 아이들이 영양꾸러미 박스를 열어보며 너무도 좋아하는 모습에 큰 보람을 느낍니다. JTS 영양꾸러미 소임을 통해 아이에게 못 해준 마음의 빚을 갚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진심을 다하고 있는 김지우 님의 이야기를 만나보겠습니다.

불교대학 홍보하는 모습의 김지우 님
▲ 불교대학 홍보하는 모습의 김지우 님

결혼과 이혼, 그리고 아이 둘...

저는 어려서부터 남들에게 부러움을 살 정도로 경제적인 부분에서나 다른 모든 면에서 안정적인 삶을 살았습니다. 그렇게 결혼을 하고 아들 둘을 낳았는데 남편과의 불화로 30대에 이혼을 하고 싱글맘이 되었습니다. 제 삶이 이혼과 동시에 한 가정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가장이 되었습니다.

전업주부였던 저는 이전에는 직업을 한번도 가져본 적 없었습니다. 경제적으로 어려워져 요가 강사를 비롯해 여러 가지 일을 했습니다. 당시에 굉장히 고통스럽고 힘들어서 매일 죽음을 생각할 정도로 지옥과 같은 나날들을 보냈습니다.

아이 아빠는 재혼하면서 양육비 지원도 중단해버렸습니다. 홀로 두 아이의 양육을 감당하기엔 경제적으로 더욱더 어려운 상황에 부닥치게 되었습니다. 경제적인 부분만큼이나 저를 힘들게 하고 괴롭혔던 것은 주변 사람들이 무심하게 내뱉는 말들이었습니다. 그런 말들이 제게는 씻을 수 없는 상처가 되었고, 많은 사람을 원망하는 마음을 품게 되었습니다.

아직도 가야할 길

마음이 너무도 힘들어서 명상원이나 기도원, 여기저기 절에 다녀 봤지만,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천일결사 수행문에 '이 종교 저 종교, 이 절, 저 절, 이 사람 저 사람을 찾아다니며 행복과 자유를 구하지만 끝내 얻지 못한다.'가 있습니다. 이 부분이 당시 저의 상황과 같았습니다. 여기저기 돈도 많이 내기도 하고 사기도 여러 번 당하면서 아무 데서나 수행을 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던 중에 정토회를 다니던 친언니가 (법륜스님의 스승이신) 불심도문 큰스님과 인연이 닿아 큰 스님을 모시게 되었습니다. 그때 언니를 잠깐 보러 갔다가 열흘 동안 머무르면서 큰 스님을 가까이서 뵐 수 있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큰스님의 말과 행동 하나하나가 굉장히 인상 깊었습니다.

‘그분을 닮아가고 싶다.’라는 생각을 가지던 중, 스캇 펙 박사의 《아직도 가야 할 길》이라는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앞으로의 내 삶에 수행을 중심에 두어야겠다고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이후 정토회 다니는 선배의 소개로 정토회에 오게 되었습니다.

나에게 상처를 줬던 사람들에게 미움이 올라올 때...

2017년 봄불교대학에 입학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불교 공부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고, 오로지 수행에만 관심이 있었습니다. 입학하자마자 바로 천일결사에 입재 하였고, <깨달음의 장>이나 법당 행사, 정토회에서 하는 프로그램에는 거의 다 참여를 했습니다.

처음 천일결사 입재한 후 108배로는 요동치는 마음을 잠재우기 어려웠습니다. 매일 300배를 하고 종종 1000배도 했었습니다. 당시에 제 마음이 너무 힘들어서 그냥 아무 생각 없이 계속 절을 하다가 나에게 상처를 줬던 사람들에 대한 미움이 올라올 때 ‘참회합니다.’라며 절을 했습니다.

그렇게 1000배를 하고 나면 번뇌 망상으로 들끓었던 마음이 말끔히 씻어 내려가 정말 맑아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지금도 법당에서 한 달에 한 번 있는 1000배 정진에 꾸준히 참여하고 있습니다.

저금통 모금 홍보(오른쪽에서 두번째)
▲ 저금통 모금 홍보(오른쪽에서 두번째)

나 스스로 만든 것

<깨달음의 장>을 다녀온 후에는 아이들 아빠에 대한 원망을 내려놓았습니다. 경전반에서 금강경 법문을 듣고 평생 놓을 수 없었던 엄마에 대한 미움도 내려놓을 수 있었습니다. 엄마가 잘못한 게 아니었습니다.

‘엄마는 어떠해야 한다는 이미지’를 나 스스로 만들고 거기에 비추어 엄마가 잘못했다고 붙잡고 있었음을 한순간에 탁 깨닫고, 엄마를 있는 그대로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엄마에 대한 감정이 내 인생에 큰 부분을 차지했는데 그 이후 엄마에게 감사한 마음을 갖게 되면서 잘 지내게 되었습니다.

아이들에 대한 마음의 빚을 갚다

작년부터 JTS 부담당과 영양꾸러미 담당을 맡고 있습니다. 2016년 12월 JTS에서 시작한 영양꾸러미 사업은 1년에 두 번, 여름방학과 겨울방학 동안에 결식 아동이나 영양 공급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는 복지 사각지대의 아이들에게 반찬과 간식을 넣은 박스를 제공해 주는 지원 사업입니다. 준비 및 간담회, 지역자치센터에서 요건에 해당하는 아이들을 선별하고 JTS 심사과정을 거치는 등등 과정이 복잡합니다. 거의 1년 내내 준비 과정이 이루어지고 중간중간 힘든 상황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정토회 활동을 한 것 중에 가장 열정적으로 임한 소임이었습니다. 그 이유는 자치센터에서 선별된 아이들의 사연과 현재 상태에 대한 내용을 읽을 때면 제 마음이 너무도 아팠기 때문입니다. 대부분 한부모 가정의 아이들이고 지적장애나 우울증, 공황장애가 있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런 사연들을 읽으면서 저의 젊은 시절이 생각났습니다.

선하고 해맑은 미소

이혼 후 먹고 살기 바빠 아이들을 제대로 돌보지 못하고 끼니도 제대로 챙겨주지 못했습니다. 아이들이 키도 체격도 많이 못 큰 것 같아 항상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 소임을 맡으면서 우리 아이에게 못 해준 마음의 빚을 갚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진심을 다했습니다.

20여가지가 넘는 반찬과 간식이 들어 있는 영양 꾸러미 박스를 준비하여 아이들의 집을 방문할 때 다짐하는 것이 있습니다. 누군가의 선하고 해맑은 미소가 삶의 긍정적인 힘을 줄 수 있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잘 알고 있기에 그동안 수행으로 닦은 맑은 마음으로 웃으며 밝고 씩씩하게 인사하곤 합니다. “안녕하세요! JTS에서 나왔습니다!”라고요.

엄마와 아이들이 박스를 열어보며 너무도 좋아하는 모습에 큰 보람을 느낍니다. 이 영양꾸러미 한 박스가 가격으로 따지면 얼마 되지 않지만 아이들과 엄마가 힘든 현실 속에서 조금이나마 힘이 되고 꿈과 희망을 가질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입니다.

2018년 영양꾸러미 전달식(오른쪽에서 두번째)
▲ 2018년 영양꾸러미 전달식(오른쪽에서 두번째)

기적같은 변화

영양꾸러미 사업을 진행 하던 중 저와 경전반 수업을 함께 들었던 도반님 한 분이 한의사이십니다. 제가 단체 카톡 방에 올린 사연을 보시고 안타까운 마음에 두 명 정도 보약을 지원해 주시겠다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지역자치센터 직원에게 두 명의 아이를 추천 받았습니다.

둘 다 한부모 가정인데 한 아이는 지적 장애가 있어 초등학교 고학년인데도 불구하고 대소변을 가리지 못 했습니다. 또 한 명은 공황장애와 우울증을 앓고 있는 엄마와 함께 사는 지적장애 2급에 우울증과 불안함이 많은 아이였습니다.

아이들의 심리적인 문제가 커서 치료가 잘 될지 걱정 했었는데 한의원을 방문한지 한 달이 지나 한 아이는 더 이상 변을 지리지 않게 되었습니다. 다른 아이는 화를 내지 않고 우울과 불안감도 많이 감소한 모습을 보였다는 기쁜 소식을 전해 들었습니다.

기적 같은 변화에 아이들의 엄마도 정말 고마워했습니다. 이후에 한의사께서 아예 자치 센터 담당자와 협약을 맺어서 한 달에 5명 정도의 아이를 돌보고 계십니다. 정토회에서 배운 따뜻한 마음과 스승님을 통해 배운 의술을 통해 치료를 했다고 말씀하시는 한의사 도반의 모습을 보면서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우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부천법당 도반들과 함께(왼쪽에서 두번째)
▲ 부천법당 도반들과 함께(왼쪽에서 두번째)

이제는 북한 어린이를 위해서

앞으로의 바람이 있다면, 북한과 민간 교류라도 열린다면 굶주리고 있는 북한 어린이를 위한 JTS 영양꾸러미 지원사업과 봉사를 하고 싶습니다. 영양꾸러미 상자가 열리면 환호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한데, 만약 북한에 가서 영양꾸러미를 보고 기뻐하는 북한 어린이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면 너무 좋을 것 같습니다.


엄마와 같은 마음으로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아이들에게 영양꾸러미를 전달해주시는 김지우 님의 수행담을 들으며 가슴이 따뜻해지는 시간이었습니다. 앞으로 통일이 되어 북한 아이들을 위해 봉사하시는 김지우 님의 모습을 뵐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글_김지혜 희망리포터(부천정토회 부천법당)
편집_고영훈(인천경기서부)

전체댓글 16

0/200

해탈광 김희숙

김지우보살님
함께해서 감사합니다 ~^^

2020-03-06 07:54:32

감로상

감사합니다.
감동적이네요~

2019-04-18 20:36:37

손아름

봉사를 실천하시는 모습에 감동 받았습니다

2019-04-18 18:5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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