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동래법당
멋진 도반을 찾습니다!

'배려심이 많습니다' '말씨가 예뻐서 후배지만 존경합니다' '법당행사에 솔선수범하며 늘 도반들과 함께하려 노력합니다' '회계일뿐만 아니라 다른 소임까지 맡아서 끊임없이 연구하고 도전하는 모습이 멋집니다' '남 탓하지 않고 늘 자신을 돌아보는 진정한 수행자입니다' 아니, 대체 어디 계신가요? 이런 멋진 도반이!
햇빛 비치는 창가 컴퓨터 앞에 앉아 단아한 미소를 보내는 칭찬의 주인공. 동래정토회 동래법당 회계팀장 전은경 님의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법당 컴퓨터 앞에서 환한 미소의 전은경 님
▲ 법당 컴퓨터 앞에서 환한 미소의 전은경 님

태어나기 전부터 20대까지 늘 괴로웠습니다

제가 태어나기도 전부터 아버지는 술, 도박, 여자, 폭력과 폭언을 일삼았고 어머니와 온 가족은 하루하루 불안한 시간을 보내야 했습니다. 집에 전화가 울리는 날이면 어김없이 아버지가 싸움을 벌여 경찰서에 있었습니다. 제 어릴 적 기억은 늘 불안했고 분노를 안고 살았습니다. 제가 고등학생이 되었을 때 아버지가 전라도로 전근을 가셨고 비로소 그때부터 저는 조금씩 마음의 안정을 찾았습니다. 하지만 혼자 계시던 아버지는 가족에게 경제적 지원도 하지 않았고, 자신도 모든 것을 잃고 신용불량자가 되어 자살을 기도했습니다. 다행히도 아버지는 구조되었지만 그 뒤로 부모님은 이혼을 하였습니다. 그 후로 저는 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을 다니면서 조금씩 불안한 마음이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도반들과 불교대학 홍보 중인 전은경 님(맨 왼쪽)
▲ 도반들과 불교대학 홍보 중인 전은경 님(맨 왼쪽)

사랑이 많은 남편과 정토회를 만나 행복을 꿈꾸다

아버지 때문에 힘들었던 딸들은 아버지 같은 남자를 만나지 않겠다고 꿈꾸지만, 결국 자기 아버지 같은 사람을 만난다고들 합니다. 하지만 스님 말씀처럼, 요행히 힘든 시간을 잊을 만큼 이해심 많고 착한 남편을 만나 10년을 연애하다 결혼을 했습니다. 행복한 삶에 대한 기억은 없던 제게 이렇게 행운이 찾아온 것입니다. 어느 날은 우연히 스님이 나오시는 방송 프로그램을 보게 되었습니다. 행복에 대한 스님의 말씀을 듣는 순간, 어쩌면 나도 행복하게 살 수 있고 더 행복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불교대학 홍보 현수막을 보고 동생과 함께 불교대학에 입학했습니다. 입학을 하니 선배 도반들은 친동생처럼 사랑을 주었고 저는 그 마음에 감동했습니다. 부처님, 스님의 사랑은 아직 잘 모를 시기였지만 그저 선배 도반들에게 감사함을 돌려주고 싶었습니다.

사랑하는 남편과 함께
▲ 사랑하는 남편과 함께

은혜 갚는 마음으로 시작한 봉사, 무엇이든 합니다

저는 경전반에 입학하고 불교대학 모둠장을 맡았습니다. 선배 도반들처럼 다른 도반들을 돕고 봉사를 함께 하는 시간이 마냥 행복했습니다. 그러다 법당의 회계팀장 자리가 비게 되면서 회계담당 소임을 맡았습니다. 그동안 행복한 마음으로 봉사를 했지만, 회계를 맡고부터는 모르고 답답한데 가르쳐주는 사람은 없고, 힘들어서 많이 울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혼자 터득하고 배우고 익히며 힘들게 1년을 보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내가 왜 이렇게 힘든지 알게 되었습니다. 완벽한 성격과 강한 책임감, 그리고 욕먹기 싫어하는 성격 때문에 늘 무리하게 일을 했던 것입니다. 몸도 허약체질이라 늘 지쳐서 더 힘들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때부터 에너지가 없는 나를 인정하고, 못하거나 느려도 괜찮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자신을 위한 건강관리도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도반과 함께 법당 행사 맞이하는 전은경 님(오른쪽)
▲ 도반과 함께 법당 행사 맞이하는 전은경 님(오른쪽)

지금이 행복이고 소임이 복입니다

회계일에 익숙해질 즈음 정토회 회계팀장 소임을 맡게 되었습니다. 누군가를 위해서 봉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봉사하니 내가 좋았고 내게 많은 기회를 주고 싶었습니다. 특히 회계일 특성상 내가 아프다고 해서 누군가에게 맡길 수도 없으니 더욱 책임감을 갖게 되었습니다. 내가 대충 처리하는 순간 누군가는 고생을 해야 한다는 것을 알기에 더욱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정토회 회계팀장 소임으로 바쁜 나날이지만, 주 1일 봉사 담당자 소임을 스스로 맡았습니다. 주 1일 봉사 업무 분장표를 만들고 회의발표자료 제작을 공부해서 직접 만들면서 내 안에 많은 능력이 있음을 발견하고 있습니다. 이 소임 역시 늘 새로운 것을 거부하는 나를 뛰어넘기 위한 것이기에 당당히 해나가고 있습니다. 봉사를 통해 나를 발견하고 내 능력을 발견하는 지금이 행복이고, 소임이 복임을 깨닫습니다.

주 1일 봉사 간담회에서 도반들과 함께 전은경 님(첫째 줄 맨 왼쪽)
▲ 주 1일 봉사 간담회에서 도반들과 함께 전은경 님(첫째 줄 맨 왼쪽)

법당이 나의 수행처이자 나를 보는 거울

남편은 멀리서 근무하고 있고 언제나 저를 응원합니다. 저희 부부는 아직 아이도 없어서 집에서는 무엇이든 내 맘대로입니다. 걸림도 없고 내 업식도 볼 수 없습니다. 그러나 법당에 오면 내가 걸리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어 좋습니다. 봉사를 하면서 고집과 욕심, 완벽주의 성격도 거울처럼 잘 보입니다. 나의 부족한 부분을 인정하게 되니 나를 사랑하게 되고, 안되는 상대를 이해하는 마음도 생겼습니다.

지금도 정토회에서 하라는 것이 모두 하기 싫을 때도 있습니다. 그런데도 이렇게 열심히 하고 있는 것을 보면서 제가 고집이 참 세다는 것을 알아차립니다. ‘하기 싫은 걸 하는 게 수행이다’라는 말씀처럼 지금도 몇 가지 소임이 오면 저는 가장 힘든 일을 선택해서 합니다. 보이지 않지만 잘 가고 있고, 안되는 것 같지만 되고 있음을 압니다. 앞으로도 힘든 일만 골라서 하면서 수행의 힘으로 열심히 하고 싶습니다.

남편은 늘 제게 이렇게 말합니다. 약한 듯하지만 타고난 저력이 있다고. 나의 저력을 믿어주고 응원해주는 조력자인 남편이 고맙습니다. 수행을 통해 행복은 이미 내 안에 가득 차 있다는 것도 압니다. 하루하루 그 행복을 지키고 가꾸기 위해 오늘도 법당으로 갑니다.

법당에서 도반과 함께 소임 중인 전은경 님(왼쪽)
▲ 법당에서 도반과 함께 소임 중인 전은경 님(왼쪽)

무엇이든 긍정의 힘으로! 행복을 스스로 찾아가는 지혜가 가득한 전은경 님을 만나고 나오는 길. 차가운 겨울바람이 따스하게 느껴졌습니다. 행복은 아마도 전염되나 봅니다.

글_최인정 희망리포터 (동래 정토회 동래법당)
편집_방현주 (부산울산지부)

전체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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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 데오

\" ‘하기 싫은 걸 하는 게 수행이다’라는 말씀처럼 지금도 몇 가지 소임이 오면 저는 가장 힘든 일을 선택해서 합니다. 보이지 않지만 잘 가고 있고, 안되는 것 같지만 되고 있음을 압니다.\" 감사합니다.~~^^

2019-02-15 17:53:47

세명

마치 제 일을 대신 맡아주시는 분을 만난듯한 마음입니다. 고맙습니다^^

2019-02-15 04:45:51

월광명

마음의 평안이 얼굴에 그대로 보입니다~ 멋진 도반님들이 많은 정토회가 늘 자랑스럽습니다~~~♡

2019-02-14 19:5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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