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토론토법당
전법의 촛불 밝히는 우리는 행복한 수행자!

지난 11월 2일 법륜스님의 행복강연이 가을 단풍이 아름다운 도시, 토론토에서 열렸습니다. 토론토법당 도반들의 행사 준비부터 강연을 마친 후 뿌듯한 마음까지, 정토행자의 하루팀이 생생하게 전해드립니다.

이번 토론토 행복강연은 선물과 같았습니다. 올해 토론토에는 행복강연이 예정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법륜스님께서 세계종교의회에 초청되어 토론토에 오시게 되면서 갑작스레 이루어지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한 달도 남지 않은 때에 강연일이 잡혔고, 토론토법당은 고민할 겨를도 없이 바로 강연 준비에 돌입했습니다.

한인회관 입구에 강연 배너를 달고 있는 모습
▲ 한인회관 입구에 강연 배너를 달고 있는 모습

9월에 열리는 정기 강연 때와는 달리 저녁6시 일몰로 금새 어둑어둑해지는 일기와 강연일 쯔음 계속되는 비 예보와 마주하고 보니 성공적인 강연을 기대하는 것이 욕심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토론토 한인들에게 찾아온 황금 같은 기회를 어떻게든 성공시켜야겠다는 생각에 도반들은 머리를 맞댔습니다. 강연의 성공 여부는 한인 밀집 지역에 얼마나 많은 포스터를 붙이느냐에 달렸다는 판단 하에 포스터 베테랑 도반들이 나섰습니다. 3주 동안 한인 상가 밀집지역을 다섯 차례 이상 돌며 포스터를 붙이고 또 붙였습니다.

단 하루 맑은 날이었던, 강연 3일 전에는 ‘하늘이 주신 기회다!’ 하며 토론토의 중심거리인 YONGE Street을 따라 포스터를 벽과 전봇대에 빼곡히 붙였습니다. 압정으로 포스터를 붙이느라 허현숙 님의 엄지 손가락은 물집이 생겨 부르텄지만 오히려 영광의 상처였습니다. 역대 토론토 강연 중 가장 많은 포스터 250장을 모두 붙인 포스터 베테랑 삼총사의 나누기를 들어 보았습니다.

강연 시작 전에 봉사자들과 (오른쪽에서 세 번째가 허현숙 님)
▲ 강연 시작 전에 봉사자들과 (오른쪽에서 세 번째가 허현숙 님)

나는 법을 전하는 행복한 봉사자!

허현숙 님: 한 명이라도 더 행복해지길 서원하면서 포스터를 붙였습니다. 토론토시 버스 정류장마다 설치되어 있는 무료 광고판에 이미 빼곡히 붙어있는 다른 광고지들 사이에 최대한 공간을 확보해가며 행복강연 포스터를 붙였습니다. 비가 오던 어느 날, 포스터들이 괜찮을까 걱정되어 정연희 총무님과 길을 나섰습니다. 비를 맞아 쭈글쭈글해진 포스터를 봤을 때는 속상하기도 했고, 저희가 직접 붙이지 못하게 하며 포스터를 그냥 두고 가라고 한 가게 앞에 갔을 때 포스터가 아직도 붙어있지 않음을 보았을 때 그 야속함이란… 그럴 때는 내 욕심인 줄 알면서도 분별심이 났습니다. 그러면서 알았습니다. 수행처는 도처에 있음을!

김미셸 님: 포스터 작업은 아무 생각 없이 그냥 했습니다. 그간 경험을 돌이켜보면 강연 준비 중 제일 힘든 일이 포스터 작업이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얼마 뒤에 몇 달간 한국에 다녀올 일이 있었는데, 대뜸 ‘이 일을 하고 한국으로 떠날 수 있게 되어 정말 다행이구나’ 하는 마음이 드는 거예요. 그래서 정말 행복한 마음으로 했어요. 내가 붙인 포스터를 보고 단 한 사람이라도 더 강연에 와서 좋은 법을 만나고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이까짓 땀방울이 대수랴 하면서요.(웃음)

정연희 총무님: 포스터를 붙이기 시작하자 이삼일 만에 문의 전화가 오기 시작했어요. 대부분이 강연에 처음 오시는 분들이었는데, 문의전화가 쇄도하자 ‘혹시 너무 많이 오셔서 자리가 모자라면 어쩌지?’ 하는 행복한 고민도 잠시 해 보곤 했답니다.(웃음) 문의 전화가 한 통도 오지 않는 날은, 이번에는 불안하고 초조한 마음에 허한 속을 채우려 간식거리를 찾아 온 집을 뒤지기도 했고요.(웃음) 감동적인 전화도 있었는데요 어느 날, 노바스코샤 주에 사시는 분께 전화를 받았어요. 그 지역은 한인 인구도 거의 없는 데다 토론토에서는 차로 하루가 꼬박 걸리는 먼 곳이거든요. '스님께서 토론토에서만 강연을 하시냐, 그쪽에도 오셔서 강연을 해주시면 안 되겠느냐'고… 간절한 그분의 마음이 전화기 너머로 전해져 오면서 '해외 전법은 이제 시간문제구나' 확신을 갖게 되었답니다. 문의하신 분께는 현재 국제국에서 시험 운영 중인 온라인 수행법회와 온라인 불교대학으로 인연이 닿을 수 있도록 안내해 드렸습니다. 문득 인연이란 내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했던 문경수련원의 무변심법사님 말씀이 떠올랐습니다.

전법의 소중한 씨앗 토론토에 뿌리내리다!

강연장 전경
▲ 강연장 전경

드디어 강연 날이 되었습니다. 날이 쌀쌀하고 비까지 내렸지만 저녁 7시 시작인 강연장에 오후 5시부터 관객들이 오기 시작했고, 질문하고자 하는 분들도 너무 많아 일찌감치 마감했습니다.

다양한 연령대의 토론토 교민들이 430여 개의 객석을 가득 채우고, 법륜스님이 입장에 모두가 힘찬 박수로 환영했습니다. 예년보다 많은 관객이 왔지만 강연 분위기는 오히려 훨씬 진지했습니다. 2시간 40분에 걸쳐 아홉 분의 질문에 함께 묻고 답하며 질문자가 스스로 답을 찾도록 하는 스님의 즉문즉설은 오늘도 감동이었습니다.

새내기 봉사자 화이팅!

이번 강연에서 처음 봉사의 기쁨을 맛보았다는 경전반 새내기 봉사자들의 나누기, 들어 볼까요?

희망편지 앱 깔아주기 봉사를 하고 있는 서희정 님 (왼쪽)과 도서판매 봉사를 하고 있는 장선아 님
▲ 희망편지 앱 깔아주기 봉사를 하고 있는 서희정 님 (왼쪽)과 도서판매 봉사를 하고 있는 장선아 님

서희정 님: 저는 토론토에 온 지 이제 두 달된 경전반 새내기입니다. 이번 행복강연은 남편의 연수 차 이 낯선 곳에 온 제게는 선물 같은 시간이었습니다. 새로움에 대한 설렘과 두려움으로 지내던 제게 한국에서의 불교대학에 이은 경전반 수업과 행복강연 봉사는 이곳에서도 제 자리가 있음을 일깨워 주었습니다. 이번 봉사를 통해 저는 손님으로 온 이 나라에서 주인 된 마음을 내어 볼 수 있었습니다. 저는 JTS 안내와 ‘희망편지 앱 깔아주기’ 봉사에 참여했는데요, 행사의 주인이 되어보니 행사장 곳곳을 배려하는 마음으로 살피게 되었습니다. 지금 내가 서있는 곳이 내 자리임을 잊지 않고 주인 된 마음으로 어디서든 잘 쓰이겠습니다.

이성 님: 토론토에 강연이 여러 번 있었지만 매번 회사 출장이나 개인적인 사정으로 인연을 맺지 못했습니다. 이번에 경전반 학생으로 강연 봉사도 하고 스님을 직접 뵐 기회를 가지게 되어 행복했습니다. 제가 내부 안내 봉사를 하던 중, 생각지도 못했던 어떤 분과 맞닥뜨리게 되었는데, 몇 년 전에 사업적인 일로 불편한 관계로 마무리 짓게 된 분이었습니다. 이후에 전혀 교류가 없었던 분을 마주치게 되자 잠시 제 마음이 움찔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이내 나는 이 자리에 정토회 자원 봉사자로 참여하고 있다 하고 마음을 다잡고 제가 먼저 그분에게 다가가 강연에 오셔서 감사하고 가능하면 듣기 좋은 앞쪽으로 앉으시라고 안내해 드렸습니다. 오늘 좋은 말씀 듣고 성불하시라는 말도 잊지 않았습니다. 왠지 그동안 쌓여있던 오래된 앙금이 한순간 눈 녹듯 녹아내리는 느낌이었습니다. 내가 이렇게 변했구나! 정토회를 만나 공부하기 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이었습니다. 제가 그분을 아무 거리낌 없이 따뜻이 대하고 마음을 나눌 수 있었던 것도 모두 스승님의 가르침, 부처님의 가르침 덕분입니다. 고맙습니다.

장선아 님: 처음에는 제가 봉사 소임을 잘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부담스러운 마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의 작은 참여로 법륜스님의 큰 뜻을 전하는데 작은 역할이라도 할 수 있기를 소망하며 참여하였습니다. 저는 책 판매 봉사를 하였는데 처음에는 낯선 분들께 책 소개를 하는 것이 막막했는데 그동안 제가 읽어 본 책들 중 좋았던 책을 우선으로 추천하는 식으로 하니 저도 자연스럽게 말을 건넬 수 있었고 들으시는 분들도 편안히 질문하셨습니다. 강연 봉사에 참여하고 보니 즉문즉설 강연이 크고 작은 일 모두 도반님들 한 분 한 분이 모자이크처럼 어우러져 이루어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새삼 감사한 마음이 크게 들었습니다. 모든 크고 작은 봉사 역시 그냥 그 마음 그 자체로 참 귀한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마지막으로 이번 행사의 총괄을 맡은 장호 님의 소감도 들어보았습니다.

장호 님: 총괄 소임을 맡으면서 짧은 준비기간이 부담이 되었지만, 2012년 강연 때는 대 여섯 명이 행사를 잘 치러 냈다는 기억을 떠올리며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정작 소임을 맡은 직후에는 집안의 애사로 역할을 전혀 하지 못했습니다. 제가 집안일을 마무리하고 다시 돌아왔을 때는 총무님을 중심으로 모든 도반들이 각자 맡은 일을 200% 이상 해 내고 있어 제가 오히려 방해가 되지 않을까 조심스러운 마음이 들 정도였습니다. 예상대로 모든 준비가 순조롭게 끝났고, 행사 당일의 진행도 물 흐르듯 잘 끝나서 한 일 없이 총괄로서 칭찬만 들어 민망했습니다. 수고하신 토론토법당 도반님들! 덕분입니다. 감사합니다.

강연을 마치고 스님과 함께
▲ 강연을 마치고 스님과 함께

전법의 씨앗 캐나다 곳곳에 싹트다!

질문자 중 이번 행복강연에 참석하기 위해 캐나다 동부 끝에 위치한 PEI(Prince Edward Island) 섬에서 온 분이 기억에 남습니다. 소설 ‘빨간 머리 앤’의 배경이 된 이 섬은 토론토에서 차로 20시간이나 걸리는 먼 곳입니다. 2년 전, 토론토법당에 한 번 다녀간 후, 그 인연의 끈을 놓지 않고 온라인 수행법회를 하면서 내년에는 온라인 불교대학에 도전하는 정토행자입니다. 지난 해에는 상해 강연에 참석하고, 올해 초에는 백악관 평화청원 서명운동을 함께 하였습니다. 올여름에는 <깨달음의 장>을 다녀온 분입니다. 이 분이 이번 토론토 강연에서 스님께 직접 질문하는 행운을 가졌습니다. 이미 비행기로 전날부터 와 있었으니, 선착순으로 해도 1번이지요. 돌아가는 먼 길에 스님과의 대화했던 행복한 기억을 안고 갔습니다. 이번 강연을 취재하면서 민들레 홀씨 같은 전법의 씨앗이 이 넓은 캐나다 땅 곳곳에  싹트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이번에 처음 희망리포터 소임을 맡은 토론토법당 이현정입니다. 한국을 떠난 지 20년 만에 한글로 글을 쓰려니 어색하고 서툽니다. 그래도 “잘하려는 마음 내려놓고 그냥 하겠습니다”를 명심문으로 삼고 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습니다. 2년 전에 일반 청중으로 스님의 강연에 참석하고 작년에는 불교대학 학생으로 처음 봉사에 참여했습니다. 올해는 희망리포터로서 강연 소식을 전하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첫 기사로 열정 가득한 토론토법당 도반님들을 인터뷰하며 도반의 소중함을 다시금 느끼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글_이현정 희망리포터 (토론토법당)
편집_박승희(해외지부)

전체댓글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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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안

갑작스레 잡힌 강연일정도 거뜬히 성공적으로 치루어내는 토론토의 힘!^^
여러 반가운 분들 얼굴이 보이네요.
질문하신 온라인 도반님 이야기도 감동이고요~

이현정 리포터님~
첫소식 감동입니다.
토론토 소식 기대되네요. 화이팅 보냅니다!

2019-01-01 16:37:09

청정

수고 많으셨습니다.

2018-12-28 06:26:00

무량덕

정말 일체유심조임을 깨닫게 되는 나누기 감사합니다. 거리와 장소를 떠나 잘 쓰이는 모습이 너무 아름답습니다.

2018-12-27 14:4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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