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수정법당
봉사는 타인이 아닌 나를 위한 것

수정법당에는 매주 금요일마다 도반들에게 전화하는 채한승 님이 있습니다. 천일결사 300배 정진을 함께 하고자 함인데요, 덕분에 법당에는 정진 열기가 뜨겁습니다. 소임이 복인 줄 알고 몸소 실천하는 수정법당의 행복 엔돌핀 채한승 님의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300배 정진 후 도반들과 활~~~짝 웃는 채한승 님 맨 오른쪽에 계십니다^^
▲ 300배 정진 후 도반들과 활~~~짝 웃는 채한승 님 맨 오른쪽에 계십니다^^

고부갈등, 수행의 시작

저에게는 늘 커다란 마음의 짐이 하나 있었습니다. 그것은 흔히 말하는 고부갈등, 아내와 제 어머니와의 관계가 좋지 않은 것이었습니다. 이 문제를 풀어보려고 이것저것 해 보았지만 얽히고 설켜서 점점 꼬여만 갔습니다. 그러다 듣게 된 법륜 스님의 <즉문즉설>은 큰 위안이 되었습니다. '그냥 듣는 것만으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2016년 가을불교대학에 들어갔습니다.

불교 대학을 계기로 아침 기도를 하면서 머리로만 이해했던 것을 머리와 몸을 숙여 확실히 체득하니 마음이 조금씩 가라앉기 시작했습니다. 또 아내와 어머니의 갈등에 '왜 내가 화날까?'를 생각해 보니 화낼 일이 아님도 알게 되었습니다. 아내와 어머니의 관계가 좋지 않은 것이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다시 말해보고, 그래도 안 되면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받아들이고자 하니 아내의 처지가 이해되었습니다.

지금도 아내와 어머니의 관계는 좋지 않습니다. 그러나 제가 한 생각 돌이키니 제 마음은 편안합니다. 아내의 마음이 바뀌면 좋겠지만 바뀌지 않더라도 그 상태 그대로 인정하니 싸울 일은 없습니다. '내가 옳다'는 생각과 바라는 마음을 놓으니 제 스스로가 좋아졌습니다. 제가 좋으면 상대도 좋아질 확률이 높아지고 상대가 바뀌지 않아도 그것에 구애받지 않으니 저는 행복합니다.

가을 불교 대학 졸업 갈무리 후 도반들과 함께(뒷줄 왼쪽 첫번째가 채한승 님)
▲ 가을 불교 대학 졸업 갈무리 후 도반들과 함께(뒷줄 왼쪽 첫번째가 채한승 님)

색시 부처님, 저와 살아줘서 고맙습니다

요즘 저의 새벽 수행 기도문은 “색시 부처님, 저와 살아줘서 고맙습니다” 입니다. 이제 아내가 짜증을 내도, 잔소리를 해도, 화를 내도 저는 편안합니다. 저와 살아주는 것만으로도 고맙습니다. 저를 때리는 것도 아니고 저에게 욕하는 것도 아닌데 이 정도는 가볍게 넘길 수 있습니다. 물론 분별심이 날 때도 있지만 알아차림이 조금씩 빨라지니 다행입니다.

며칠 전이었습니다. 출근하기 전에 아내 먹으라고 고구마를 구웠더니 아내는 어제도 먹었다며 짜증을 부렸습니다. 저는 “아이고, 죄송합니다. 그러면 아침을 거른 직원들에게 나눠주면 되겠네요.” 하였습니다. 직원들이 고구마가 맛있다고 난리 났습니다. 제가 한 생각을 바꾸니 저도 좋고 아내도 좋고 덕분에 직원들까지 모두 좋습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 관점을 놓치고 '내가 옳다는 생각'에 사로잡히면 다시 옛날로 돌아가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다시 돌아가더라도 자책하지 않으며 알아차리고 또 알아차리겠습니다.

사랑하는 나의 가족
▲ 사랑하는 나의 가족

아들에게 참회하는 눈물

공부하지 않는 아들 때문에 갈등도 많았습니다. 어느 때는 다그치고, 어느 때는 포기하고, 마음이 왔다 갔다 했습니다. 불교 대학 공부도, 경전반 공부도, 스님 말씀도, 아들의 문제에 있어서만은 뚜렷한 해결책을 주지 못했습니다. 분별심은 멈추지 않고 올라오고 관점이 잡히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문득 새벽기도 중에, 공부만 하지 않을 뿐이지 착하고, 동생과도 잘 놀고, 친구들과도 좋아 문제없는 아들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단지 공부를 못 한다고 잔소리하고, 말과 행동으로 아들을 무시했던 저의 모습이 돌아봐져 끊임없이 눈물이 흘렀습니다. 눈물, 콧물, 침 온갖 것들이 다 나오며 몇십 분을 통곡했습니다. 나중에는 가슴이 꽉 막혀서 숨을 쉴 수 없는 상태까지 갔습니다. 이렇게 울다가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참회기도 하면서 아들에 대한 못마땅함이 줄었습니다. 아내에 대한 저의 분별심이 아들에게 투사된 것임을 깨달았기에 지금은 아들에게 감사기도를 하고 있습니다.

따르릉 따르릉, 전화 콜 ~~

매주 토요일 300배 정진은 담당하는 분이 안 계신 것 같아 날름 챙긴 소임이어서 그런지 특히 애정이 많습니다. 매주 금요일마다 천일결사 도반들에게 300배 정진을 함께 하자고 전화를 걸었습니다. 그동안 잘 몰랐던 도반들에게 조금 더 다가갈 수 있는 시간이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도반들에게는 매주 전화 하면서 어머니나 동생들에게는 전화를 얼마나 하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머니께도 틈나면 전화를 드렸더니 요즘 전화를 자주 한다고 합니다. 동생은 “오빠, 요즘 무슨 일 있어? 왜 이리 전화를 자주 해?” 합니다. 제가 그동안 도반들에게 전화하며 알게 모르게 가족들에게도 전화를 많이 했나 봅니다. 봉사와 소임은 누구를 위해 하는 것이 아니라 다 저에게 좋은 일임을 알고, 소임이 복인 줄 알게 되었습니다. 그 덕분에 있는 그대로의 '나'를 보게 되고, 알아차리며 지켜보는 힘이 생겼습니다.

저녁 불교 대학 팀장으로 가을남산순례 도반들과 함께(오른쪽 채한승 님)
▲ 저녁 불교 대학 팀장으로 가을남산순례 도반들과 함께(오른쪽 채한승 님)

주는 대로 다 받은 무한도전, 소임은 복

정토회에서 하라는 것을 그냥 다 받았습니다. 토요일 아침 천배정진 담당, 9-6차 천일결사자 예비입재자 모둠장, 가을 불교 대학 부담당과 저녁 불교 대학 팀장 소임을 거쳐 작년에는 봄경전반 담당을 했습니다. 소임을 하면서 저의 부족한 부분과 장점을 발견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올해는 법당 지원 담당을 맡아 저의 능력에 맞게 작은 부분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합니다.

JTS 거리모금
▲ JTS 거리모금

감사의 힘으로...

제가 지금 수행자로서 살아가는 것이
저의 노력이나 힘 덕분만이 아님을 압니다.
건강을 주신 부모님,
함께 수행한 수정법당 도반님들, 송파법당 도반님들
아내의 이해와 사랑
아들과 딸의 밝고 건강함
좋은 친구들
그동안 인연이 된 많은 사람
그리고 이 길을 열어 주신 부처님과
많은 가르침을 주신 스승님이 계셨기에 가능했습니다.

정일사 입재 후 도반들과 함께 (맨 앞줄 오른쪽 첫번째가 채한승 님)
▲ 정일사 입재 후 도반들과 함께 (맨 앞줄 오른쪽 첫번째가 채한승 님)

비굴하지 않고 당당하게 교만하지 않고 겸손하게 사는 삶을 살겠습니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행복한 수행자가 되어 괴로움이 없고 자유로운 사람이 되어 이웃과 세상에 잘 쓰이겠습니다.

글_채한승(분당정토회 수정법당)
정리_구민경 희망리포터(분당정토회 수정법당)
현재 편집_권영숙 (홍보국 홈페이지 운영팀)
이전 편집_한영옥 (강원경기동부지부)

전체댓글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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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주

멋지십니다. 부러워요^^

2020-04-19 07:10:28

하지연

아들에 대한 집착을 놓지 못했다는 부분에서 저와 같은 모습을 봅니다. 아이들은 그냥 두면, 놀기만 하는데 어디까지 엄마가 개입해야하는지..
관심과 방치 사이에서 오락가락 합니다.

2020-04-09 16:26:50

자재왕

거사님,내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많은 이들에게 용기를 주고 도움이 될 것입니다. 제가 정토행자가 된 것이 큰 복입니다.

2020-04-08 22:2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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