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마닐라법당
일감을 놀이 삼는 즐거운 봉사

필리핀 마닐라법당에는 불교대학 입학과 동시에 대외적인 행사에 모두 참석해 일감을 놀이 삼아 즐겁게 봉사하고 있는 남항주, 권태영 님이 계십니다. 민다나오 JTS센터에도 여러 번 다녀와 일손을 돕고, 최근에는 필리핀 태풍 피해 지역에 구호 물품을 전달하는 일에도 참여했습니다. 마닐라법당의 큰 일꾼, 두 도반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봉사 활동 중에 삽을 들고 맑은 미소를 보이는 권태영 (왼쪽), 남항주 님
▲ 봉사 활동 중에 삽을 들고 맑은 미소를 보이는 권태영 (왼쪽), 남항주 님

남항주 님 : 지난 3월 불교대학에 입학하여 공부하면서 봉사와 보시하는 삶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고, 우연한 기회에 필리핀 JTS 봉사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지난 6월 필리핀 JTS 이원주 대표님께서 민다나오 JTS센터 농장에 일손이 부족해 새로 심어야 할 커피나무 300그루 중 150그루를 못 심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오가며 필리핀 JTS 활동에 대해서 들은 이야기도 있었고 이전에도 한 번 방문한 적이 있어서 가볍게 마음을 내어 불교대학 도반과 함께 민다나오 JTS센터에 봉사를 하러 갔습니다.

처음 왔을 때는 덥기도 하고 막막한 마음이 많이 들었는데 3박 4일간 150그루의 커피나무를 다 심고 나니 뿌듯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 후 3개월이 지난 뒤 열심히 심어 놓은 나무가 또 일손 부족으로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다시 민다나오 JTS센터를 방문했습니다.

다시 마주한 커피밭은 관리를 하고는 있었지만, 주변 풀들이 자라는 속도가 엄청나고 아직 적응 단계인 작은 묘목은 말라죽기도 하고 풀에 뒤덮여있기도 해서 기대와는 다른 모습에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안타까움은 잠시 접어두고 보시에 전념하였습니다. 새벽6시에 시작하여 9시에 아침을 먹고 다시 일하고, 점심을 먹고 다시 일하며 4박 5일간 알차게 봉사했습니다. '나의 작은 노력이 커피나무에게는 잘 자랄 수 있는 밑거름이 되겠구나! 힘들더라도 끝까지 해보자! 이것이 무주상보시다!'라는 생각이 저를 4번째 농장 방문으로 이끌었습니다. 오히려 한 삽 한 삽 뜰 때마다 나의 힘이 어딘가에 보탬이 될 수 있다는 데에 감사함을 느꼈습니다.

이번 아시아태평양 행자 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문경 <깨달음의장>도 다녀오면서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갖고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대학 후배인 이규초 님의 끊임없는 전법을 통해서 법륜스님 말씀에 귀 기울이게 되었습니다. 스님의 말씀은 저를 정토회로 이끌었고, 올해 봄 불교대학에 입학하게 되었습니다. 이 모든 게 우연은 아닌 듯 합니다.

불교대학 1학기 수련 특강에 참여한 권태영 (아랫줄 제일 왼쪽), 남항주 (아랫줄 왼쪽에서 두 번째) 님
▲ 불교대학 1학기 수련 특강에 참여한 권태영 (아랫줄 제일 왼쪽), 남항주 (아랫줄 왼쪽에서 두 번째) 님

권태영 님 : 지난 날에는 내가 먹고 살기 위해서 일을 했는데, 이제는 봉사로 일을 하니 날씨이든 상황이든 어떤 것도 관계없이 짜증나거나 싫다거나 하는 것이 없어요. 전에는 사소한 것에도 짜증이 나고 싫은 마음이 많이 들었는데 지금은 즐거운 마음으로 일을 하니까 마음이 가볍고 노동 강도는 훨씬 세도 후유증이 없어요. 아무리 좋아도 혼자는 힘들었을 텐데 같이 해주는 도반이 있어서 일이 더 즐겁고 능률도 오르고요. 상황이 허락한다면 정기적으로 이런 봉사활동을 하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일하면서 잘 자란 커피를 쳐다보면 '우와~ 잘 자란다' 싶고 못 자란 아이들을 보면 '무엇이 문제일까. 거름을 더 준건가 덜 준건가'하며 가슴이 아파요. 그런 걸 느끼니까 제가 자꾸 오게 되는 거겠죠 (웃음). 오면 올수록 책임감과 애정이 많이 생기는 거 같아요. 그런 느낌이 없으면 이 나이에 평생 안 하던 삽질을 하겠어요? 저는 어릴 적 농사가 싫고 삽질하는 게 싫어서 시골을 탈출해서 살았는데 지금은 제 발로 와서 그 일을 하고 있으니… (웃음)

아침에 기도하고 나와서 맑고 청정한 JTS센터를 둘러보면 '와~ 정말 좋구나' 하고 느껴요. 봉사도 좋지만 여기 와서 좋은 공기 마시고 아름다운 풍경을 보는 것도 큰 즐거움입니다. 저 스스로가 이렇게 변해 간다는 것이 정말 신기해요. 일을 마치고 돌아와서도 가볍고 좋은 마음에 ‘내가 어쩌다 이렇게 되었지?’ 돌아보고 웃음이 납니다. 봉사에 대해서는 살면서 크게 해봐야겠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는데 불교대학을 다니면서는 봉사도 하고 저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좋은 시간인 것 같아요.

두 분의 소감을 들으며 제2의 인생에 커피 맛과 같은 오묘한 맛을 알아 가시나보다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렇게 두 도반의 손길로 심어진 커피나무가 앞으로 몇 년 뒤에는 ‘필리핀의 커피는 민다나오에서 나온 커피 맛이 으뜸’ 이란 얘기를 듣게 되지 않을까 즐거운 상상을 하며 두분의 노고에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글_남주현 희망리포터 (마닐라법당)
편집_이진선 (해외지부)

전체댓글 5

0/200

김지은

커피 나무를 심고 돌보는 두 분 거사님의 마음이 따뜻하게 느껴집니다. 감사합니다~~

2018-11-01 17:04:39

월광명

내가 어쩌다 이렇게 되었지?^^ 재미있게 이야기 들려주셔서 고맙습니다~

2018-10-29 19:15:46

황소연

두분 참 멋지네요^^
아태행자 대회에서 만나뵙고 참 선하시다 생각했는데 꾸준히 행하시는 모습에 감동이고 함께 하시는 도반님의 나누기가 팍팍!! 와 닿습니다^^

2018-10-29 13:40:00

전체 댓글 보기

정토행자의 하루 ‘마닐라법당’의 다른 게시글

목록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