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노원법당
지렁이 엄마, 수행의 날개를 달다!

노원법당에는 환경 실천에 앞장서서 지렁이 엄마로 불리는 박금실 님이 있습니다. 장마 직전 무더위가 시작되는 여름날에 박금실 님을 만났습니다. 노원법당의 환경 마스코트답게 수행과 봉사 모두 씩씩하고 즐겁게 활동하고 있었는데요. 큰 키에 서글서글한 미소가 정겨운 분이었습니다.

1월 1일 불암산 등산로에서  새해 첫 JTS 거리모금, 
왼쪽에서 세 번째 박금실 님, 네 번째가 딸 하늘이, 오른쪽에서 첫 번째가 아들 초록이
▲ 1월 1일 불암산 등산로에서 새해 첫 JTS 거리모금, 왼쪽에서 세 번째 박금실 님, 네 번째가 딸 하늘이, 오른쪽에서 첫 번째가 아들 초록이

정토회 수행이 궁금하다

부모님은 제가 일곱 살 때 돌아가셨습니다. 결혼 후 아기를 낳자마자 뭔가를 해야겠다 싶어 대학원에서 상담 공부를 시작했는데 아들과 딸을 연년생으로 낳으면서 힘든 공부를 했어요. 아이가 일곱 살이 되었을 때 나도 부모님처럼 죽으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이 엄습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아이들이 엄마 없이도 꿋꿋하게 살도록 엄하게 훈육했습니다. 말을 듣지 않으면 소리를 지르고 매를 들었습니다. 용암 분출하듯 솟아오르는 화를 다스려보려고 무척 애를 썼습니다. 아이가 아홉 살이 되었을 때 비로소 ‘아, 나는 죽지 않겠구나’하고 안심했습니다. 그즈음 법륜스님의 즉문즉설 유튜브를 접하게 되었어요. 저는 궁금해졌습니다.

‘법륜스님은 어떻게 저렇게 한 방으로 상담을 잘하실까? 그 노하우는 뭘까?’

그런 비법을 배워 보고 싶은 마음에 먼저 정토회 노원법당의 수요법회에 다니게 되었고 천일결사도 참가했습니다. 스님께서 "고치기 어려운 습관은 천 배 정진을 해보라"고 하시는 말씀을 듣고 천 배 정진 수행도 했습니다.
아이들 교육 방법에도 변화가 생겼습니다. 스님 말씀처럼 가만히 내버려 두면 알아서 잘 크는 아이들이었는데 말입니다.

수행을 하다 보니 보는 관점이 달라지고 사람에 대해서도 자유로워지고 많이 편안해졌습니다. 제 2의 화살을 맞지 않으니 심리 공부한 것보다는 훨씬 낫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수행 중, 절을 하면서 기운이 생기고 봉사도 쉽게 하게 되었습니다.
지렁이 엄마는 수많은 봉사 중 제가 마음 두고 돌볼 일이 생긴 귀한 봉사입니다.

지렁이 엄마가 되다

제가 맡고 있는 봉사는 경전반 집전과 지렁이 엄마 활동입니다. 노원법당에 지렁이가 없다는 이야길 듣고 자진해서 환경실천 교육을 받고 지렁이 엄마가 되었습니다. 예전에는 지렁이 밥을 많이 줘서 문제였는데 요즘은 노원법당이 환경실천과 빈그릇 운동을 너무 잘해 지렁이가 먹을 식량 부족이 문제입니다.

과일은 껍질째 먹으니 토마토 꼭지 정도만 나오는데 그건 지렁이가 못 먹어요. 예전에는 지렁이가 새끼도 낳고 통통했는데 요즘은 못 먹어서 좀 말랐어요. 그렇다고 집에서 음식을 가져올 수는 없어요. 원래는 음식물 찌꺼기를 처리하려고 데려왔는데 이 아이들을 위해 따로 덜어 놔야 할 지가 고민입니다. 너무 많이 주면 음식물이 썩어 냄새가 나더군요. 또한, 지렁이는 두부를 좋아하지 않는 것도 알게 되었어요. 지렁이도 아이 키우듯 관심을 줘야만 잘 크더라고요. 꼬물꼬물 거리며 잘 지내는 걸 보면 기특하고 고마운 마음이 듭니다.

노원법당 랑이(지렁이 이름)의 집
▲ 노원법당 랑이(지렁이 이름)의 집

랑이 (지렁이 이름)를 돌보는 박금실 님
▲ 랑이 (지렁이 이름)를 돌보는 박금실 님

지렁이 오는 날, 환경교육을 마치고. 오른쪽부터 뒷줄 두 번째가 박금실 님
▲ 지렁이 오는 날, 환경교육을 마치고. 오른쪽부터 뒷줄 두 번째가 박금실 님

기도는 나의 힘

통일 기도를 할 때는 서초법당에 한 두 달에 한 번 정도는 직접 가서 참가했습니다. 그 후 전국 법당에서 100일 통일정진을 하게 되었을 때 제가 우리 법당 꼭지를 맡겠다고 하였습니다. 여러 도반과 함께 매일 새벽 6시에 통일 기도를 하는 시간은 참으로 뿌듯했습니다. 통일기도 회향식 이후 북미회담 진행 전 21일 연장 기도는 제가 앞서서 기도를 하겠다고 진행하니 참으로 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기초 목탁 집전교육을 수료한 후 경전반 수업에서 목탁집전을 하고 있습니다. 목탁집전을 하니 차분하고 여법해지는 느낌이 듭니다. 그리고 수업 할 때 맨 앞자리에 앉으니 바르게 앉아야겠다는 생각이 들고 깨어 있으려고 노력하게 됩니다.

얼마 전에는 명상수련을 다녀왔어요. 습관화 된 저의 부족한 부분을 극복하고, 진짜 나를 찾아가는 과정을 시작했습니다. 불편한 과정이 끝나고 나니 “참 좋다”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명상을 다녀온 후에는 50분씩 명상을 하고 있습니다. 저는 지루한 시간을 견디기 힘들어 하던 사람이어서 나를 바라보는 그 시간이 어렵긴 하지만 계속 호흡으로 알아차리는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매일 이른 시간 법당에 나와 새벽 예불과 명상을 하고 나서 집에 가면 아침에 아이들 학교 보내는 시간에 맞출 수 있어서 좋습니다.

법당에서 통일기도 회향 후 21일 연장 기도 중. 맨 앞 집전하는 분이 박금실 님
▲ 법당에서 통일기도 회향 후 21일 연장 기도 중. 맨 앞 집전하는 분이 박금실 님

예전에는 아이들과 함께 108배를 했습니다. 저희 아이들 다리가 얼마나 튼튼한지 모릅니다. JTS 거리모금도 아이들과 함께 나가고 제가 못 나갈 땐 아이들만 보낸 적도 있습니다. 작년 광화문 평화집회도 함께 했습니다. 어떤 분들은 아이들에게 강요하지 말라는 분들도 있지만 저는 아이들에게 수행하는 삶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추후 커서 혼란을 겪는 시기가 오면 엄마의 된장찌개 맛을 보고 위안을 얻듯이 힘든 시기에 수행의 힘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듭니다.

<깨달음의장>이나 명상수련, 통일기도 할 땐 힘들었지만 지나고 나니 좋았습니다. 정회원 발대식도 하고 마지막 통일의병에 참가했습니다. 갔다 오니 모든 활동이 두루두루 좋았다는 느낌이 듭니다. 도반들을 보면 새로운 소임을 맡을 때 너무 힘들어하지만 나중엔 다들 편안하고 즐겁게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힘듦이 즐김으로 바뀌는 것을 보니 그것이 바로 정토회의 힘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예전에는 남을 위해 무언가를 하고 싶은 마음으로 상담공부를 했다면 지금은 ‘나부터 회복하고 나부터 행복해야지.’라는 마음입니다. 자유로운 사람, 편안한 사람이 되어 수행하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JTS 거리모금 노원문화의 거리에서, 앞쪽 어린이 두 명이 박금실 님 아들과 딸
▲ JTS 거리모금 노원문화의 거리에서, 앞쪽 어린이 두 명이 박금실 님 아들과 딸

박금실 님을 만난 날, 밖은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여름날이었지만 수행 후기를 들으니 바닷가 바람을 맞은 듯 상쾌한 느낌이었습니다. 초록이, 하늘이 이름처럼 예쁜 아이들도 만나 떡볶이를 먹은 일도 제게는 힐링 타임이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수행담 들려주신 박금실님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글_최은주 희망리포터(노원정토회 노원법당)
편집_권지연(서울제주지부)

전체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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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화

덕분입니다 감사합니다

2018-07-19 08:59:22

고경희

초록이~ 하늘이~랑이~!^^ 세상의 모든아이들이 보살님 계셔서 든든합니다~♡

2018-07-17 15:48:21

무량덕

나부터 수행하고 나부터 행복해야지 부분에서 찐한 감동이 옵니다. 감사합니다.

2018-07-17 15:2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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