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샌프란시스코법당
샌프란시스코 경전반 도반들, 불법의 바다를 헤엄치다

2018년 4월 14일 입학식 이후 매주 토요일 오전 여덟 시 반부터 샌프란시스코 산호세 법당에서는 경전반 수업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총 다섯 명의 학생이 주말 단잠을 마다하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배우고자 매주 한자리에 모입니다. 딱딱하고 지루할 것 같은 경전을 직접 마주하고 매주 조금씩 배워나가는 기쁨을 누리는 우리 샌프란시스코 경전반 도반들을 취재했습니다.

경전반 입학식: 왼쪽부터 이예정, 김남훈, 김성희, 최경선 님
▲ 경전반 입학식: 왼쪽부터 이예정, 김남훈, 김성희, 최경선 님

머리로는 알겠는데 마음은 불편해요

김성희 님: 한 8년 전 불교방송에서 법륜스님의 즉문즉설 강의를 처음 봤습니다. 등교를 잘 안 하는 아이를 둔 부모의 질문에 제가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답을 하시는 스님의 신선한 관점이 너무 일리 있다는 생각이 들어 정토회에 관심을 두게 됐습니다. 오래전부터 기독교 문화가 제 정서에 맞지 않고 고민을 해결하는데 답이 되지 않는다고 느꼈고 딱히 종교에 관심도 없었습니다.

그러다 이민 와서 결혼하고 출산하면서 맘이 불편한 일들이 생기고 2012년 불교대학에 입학하게 됐습니다. 그 후 스님의 산호세 강연에서 질문을 하게 됐습니다. 남편이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사업을 시작해서 금전적으로나 심적으로 아주 힘든데 어떻게 하면 좋을지 여쭸습니다. 스님께서는 제가 생각지 못했던 관점을 제시해 주셨는데 머리로는 이해가 되지만 막상 집에 돌아와 남편을 보면 이 모든 일이 그의 탓이란 생각을 놓을 수 없었습니다. 그런 가운데 법회도 나가고 경전반에도 등록했습니다. 이 괴로움의 원인을 나에게서 찾아야 한다는 건 알겠는데 여전히 그것을 부인하고 있는 저 자신을 보게 됩니다. 내 안을 들여다보는 것이 아직은 낯설고 불편합니다. 경전반에서 공부하는 동안 제 맘속의 이 거부감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지켜볼 생각입니다. 경전반이 끝날 때쯤 수행을 생활화 할 수 있기를 발원합니다.

금문교에서 한 평화 피켓 시위에 참석한 김성희 님(왼쪽)과 김남훈 님(가운데)
▲ 금문교에서 한 평화 피켓 시위에 참석한 김성희 님(왼쪽)과 김남훈 님(가운데)

내가 옳다는 고집을 깨쳐라

최경선 님: 삶의 회의와 우울증으로 하루하루가 무기력했던 어느 날, 우연히 TV를 켰더니 행복 강의를 하시는 스님이 나오더군요. 내가 옳다는 고집을 깨우치는 말씀에 스님의 모든 것이 궁금해졌습니다. 인터넷 검색으로 정토회가 무엇을 하는 곳인지 알게 되어 제 발로 봉사하러 서초법당을 찾아갔습니다.

불교 공부를 아주 오래전부터 하고 싶었지만, 여건을 핑계 대고 못 하다가 시절 인연이 닿아 2016년 불교대학에 입학하고, 이제 경전반에서 즐거운 마음으로 남편과 함께 공부하고 있습니다. 경전반을 담당하고 있고 또 이렇게 희망리포터도 맡게 되어 난생 처음 해보는 일들을 긴장 반 재미 반으로 가벼이 해보자 마음을 내는데, 그러지 못할 때는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로 삼고 있습니다. 경전을 공부할수록 내가 스스로를 대단한 존재, 남에게 베푸는 사람이라는 마음이 있었구나 알게 됐습니다. 추상같은 스님의 법문이 매번 가슴을 뜨끔거리게 하지만 좋은 약이 입에 쓰다고 믿습니다.

저는 어떤 경우에도 포기하지 않는 용기 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삼 년여 동안 천일 결사 기도를 하고 있습니다. 워낙 아침잠이 없던 저에게 아침 시간을 알차게 보낼 수 있는 수행이 참 좋습니다. 그러나 해를 거듭할수록 이렇게 수행을 하면서도 습관대로 먹고 말하고 행동할 때마다 회의가 왔습니다. 하지만 법사님과의 수련을 통해 그런 저의 마음 또한 욕심인 줄 알고 서두르거나 주저앉지 않고 꿋꿋이 하루하루 살아가는 힘이 생겼습니다.

2018년 선주법사님과 함께한 불교대학, 경전반 수련: 아랫줄 맨 왼쪽에 이예정 님, 가운데에 최경선 님
▲ 2018년 선주법사님과 함께한 불교대학, 경전반 수련: 아랫줄 맨 왼쪽에 이예정 님, 가운데에 최경선 님

우리의 소원은 통일

이예정 님 : 오래전 아침마당에서 처음 법륜스님의 행복 강의를 보고 스님이 쓰신 책들을 읽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정토회를 알게 됐습니다. 부처님께 복을 비는 게 불교라고 생각했는데 참 불교를 알고 싶어서 불교대학을 시작으로 현재 경전반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현재 경전반에서 영상과 죽비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저의 소망은 우리나라가 통일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TV나 그림으로만 보았던 아름다운 백두산을 등산하고 싶습니다. 한 발 한 발 걸어가며 보는 산의 풍경은 차나 헬리콥터를 타고 보는 것과는 다릅니다. 꼭 제 발로 백두산을 또박또박 걸어 오르고 싶습니다.

스님 강연 후 묘덕법사님과 한 컷: 이예정 님
▲ 스님 강연 후 묘덕법사님과 한 컷: 이예정 님

법문을 통해 나를 찾아가는 여정

김남훈 님: 2010년쯤인가 아내를 통해서 법륜스님의 법문을 듣게 됐습니다. 평소 종교에 관심이 없던터라 별생각 없이 운전 중에 스님의 즉문즉설 CD 를 틀었는데 ‘이게 뭐지?’ 하는 낯섦과 뭔가에 끌리듯 귀 기울이게 되는 울림이 있었습니다.
친구 따라 강남 간다고 아내랑 2016년 불교대학을 입학해서 경전반까지 하고 있습니다. 성실한지는 모르겠지만, 공부할수록 새록새록 신선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불교대학에서는 기본적인 불교의 원리와 부처님의 삶에 관해 접하면서 조금 충격을 받았습니다. 뜬구름 잡는 허황한 이야기가 아닌 깊은 사고의 철학과 평범한 삶 속에서 얻을 수 있는 참된 진리를 맛보게 되었습니다. 부처님의 인생을 들으면서는 경외감에 떨기도 했습니다.
법륜스님의 법문을 통해 나를 찾아가는 여행을 시작한 느낌입니다. 꾸준히 노력해서 진솔한 저를 만나고 싶습니다. 법회는 자주 참석하지만 수행은 등지고 있는데, 앞으로는 개선하고 꾸준히 자신을 돌아보며 살고자 합니다.

수영을 배우기 위해선 먼저 머리를 물속에 푹 담그고 몸에 힘을 빼야 합니다. 초보자한테는 정말 쉽지 않은 일입니다. 물에 대한 공포와 두려움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몸에 힘을 빼는 순간 몸이 뜨게 되고 수영을 하게 되면 비로소 자유로움을 느끼게 됩니다. 우리 경전반 도반들도 몸과 마음을 가볍게 갖고 부처님 법에 흠뻑 빠져 자신을 돌아보고 꾸준히 수행을 이어간다면 언젠가 사바세계에서도 자유자재한 마음으로 살아가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글_최경선 희망리포터 (샌프란시스코법당)
편집_이진선 (해외지부)

전체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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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le

물에 먼저 편안하게 날 맞길때 수영을 배울수 있듯이 수행도 부처님의 자비에 날 맞기면 더 잘 될까요?

2018-07-10 06:49:29

부동심

불법의 바다에 흠뻑 젖은 도반님들의 나누기가 참 진솔하게 다가옵니다. 최경선 희망리포터님의 수영 비유도 넘 멋지네요. 함께 하는 느낌. 우리 모두 홧팅입니다!!!

2018-07-09 15:01:39

무량덕

몸과 마음에 힘을 빼고...두려움으로 아직도 수영을 못 하는데 비유가 마음에 딱 와닿네요. 도반이 진정 수행의 전부입니다.

2018-07-09 14:3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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