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영통법당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아요!

법당을 오가며 만나는 도반 중에 유난히 씩씩하고 밝은 표정의 유미자 님을 보면 그 비결이 항상 궁금했습니다. 적지 않은 나이임에도 휴대폰으로 다양한 강의 동영상을 보면서 열심히 공부하시는 모습이 특히 인상적이었는데, 오늘은 그 밝은 에너지의 비결을 많은 분들과 나누고자 합니다.

불대학생들을 맞이하고 있는 모습
▲ 불대학생들을 맞이하고 있는 모습

Q 오랫동안 성당을 다니시다가 어떻게 정토불교대학에 들어오게 되신 건가요?

남편은 저보다 1살 연하입니다. 매너도 좋고, 어딜 가도 인기가 많았어요. 철이 없고 화려하게 자신을 드러내는 걸 좋아하는데, 그걸 억압하니 저는 모르게 주기적으로 사고를 쳤지요. 그러다 2002년에는 2억이라는 아주 큰 금액의 사고를 터뜨리게 되었는데, 그때 저는 의외로 좋았습니다. 도장만 찍어주면 아이들은 어떻게든 키우겠다고 하고는 기회를 잡아 이혼했습니다. 그동안 남편과의 삶은 내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산 것과 같아서 너무 불편했는데, 남편에게서 벗어난 것이 무척 행복하고 신이 나서 정말 씩씩하게 살았어요.

그런데 2008년에 남편이 나아졌을 거라는 기대와 아들들을 생각하는 마음으로 남편과 재결합을 했습니다. 남편은 밖에서는 인기가 참 많았어요. 하지만 집에선 예민하고 직선적이며 성격이 급해 저에겐 뭐하나 그냥 넘어가는 일이 없었죠. 마음에 안 들면 폭력을 휘두르기까지 해서 늘 주눅 들고 숨이 막혔었는데 그때를 제가 그만 잊었던 거지요. 아마 그때가 제 인생의 최악이었을 거예요. 제가 만들어 놓은 환경 속으로 자기 몸만 들어와서는 여전한 지적과 휘두름, 금전사고를 되풀이하는 남편을 저는 저대로 용납이 안 되어 전보다 더 힘들었었습니다. 가톨릭 신앙에 의지해 ‘하느님만 알아주시면 돼!’ 하는 마음으로 견디면서, ‘내가 좋은 행동을 하다 보면 나아지겠지!’ 하는 마음으로 봉사활동도 많이 했지요.

어느 날은 반찬 투정하는 남편에게 감사함으로 먹으면 다 맛있는 거라고 했더니 그릇을 집어 던져, ‘저 버릇 좀 고쳐보자’는 마음에 제가 한 동안 말대꾸를 안 했어요. 며칠 뒤, 저녁에 들어온 남편이 그 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 소파에서 자고 있던 저에게 느닷없는 폭력을 가했고, 저는 ‘이렇게 죽을 수도 있겠구나!’ 하는 느낌으로 당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방에서 자고 있던 큰아들이 소리를 듣고 뛰쳐나와 “저도 아버지 칩니다.” 하는 말을 듣고 정신이 번쩍 났어요. 사건 사고가 이렇게 나는구나. 아들들에게 해 준 것도 없는데 폭력을 물려줄 수도 있는 이런 상황을 만들었다는 게 부끄럽고 미안했어요. ‘정신 차릴 수 있는 사람이 먼저 정신 차리자!’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큰아들을 붙들고 “엄마가 정신 차리마, 엄마가 잘못 생각했다.” 말하고는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당시 스님의 즉문즉설을 2년 정도 들으며 가르침에 대한 믿음이 생겼던 때여서, ‘막연한 대상에 의지할 게 아니라 스님 가르침에 따라보자’는 결심이 섰고, 그렇게 불교대학에 입학했습니다.
막상 법당에 가보니 처음에는 거부감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믿었기에 빨리 익히겠다는 마음으로 법요집도 빌려 법회 순서도 외우는 등 적극적으로 했더니 법회가 익숙해졌습니다. 불교대학 다니면서 하라는 건 다 해 봤습니다. 해보라는 것에는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으로요.

불교대학 졸업식에서 첫째 줄 가운데가 유미자 님
▲ 불교대학 졸업식에서 첫째 줄 가운데가 유미자 님

Q 수행하고 법문을 들으면서 달라진 점이 있으신지요?

2002년 아들 둘을 데리고 혼자 나와 살면서 깨닫게 된 게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였어요. 밝고 긍정적으로 살아가는 제 모습에 많은 분이 격려를 해주었고 도움을 주려 했지요. 긍정적인 에너지가 주는 힘을 그때 알게 되었습니다.

즉문즉설을 듣다 보면 절을 하라는 스님의 말씀이 자주 나왔는데, 2016년 가을불교대학에 입학하기 전부터 108배를 시작해 보았습니다. 요양보호사 일을 하다 연골판이 파열되어 과연 내가 절을 할 수 있을까 겁이 났지만 ’다리가 부러지려면 부러져라’ 하는 마음이 아니면 넘어설 수 없다는 말씀에 힘을 얻어 해봤는데 오히려 아팠던 몸의 증세들이 호전되었습니다. 축구선수들이 닳아진 무릎연골에도 불구하고 연골 주변 근육의 힘으로 대신한다는 얘기를 떠올리며 계속하다 보면 '근육의 힘으로 버텨지겠지' 하는 마음으로 지금까지 꾸준히 해오고 있답니다.

그리고 저는 잠이 많았어요. 잠을 못 자면 눈이 앞으로 쏟아지는 것 같이 힘들어서 잠 못 자는 것을 겁냈었습니다. 그런데 수행하고부터는 잠이 없어졌어요. 잠을 못 자도 괴롭지는 않게 되었습니다.

법당에서 도반들과 천배정진 후, 왼쪽에서 두번째
▲ 법당에서 도반들과 천배정진 후, 왼쪽에서 두번째

나누기를 처음 할 때는 남의 이야기가 귀에 하나도 안 들어오고, 잘 말하려는 마음에 긴장해서 다리도 떨렸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다른 사람의 말이 다 들립니다. 안 들리면 들으려는 노력도 하고요. 지금은 나누기하는 게 어렵지 않은데, 그냥 당시 들었던 마음을 얘기하면 되더라고요. 중요한 건 제 마음에 거짓만 없으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못하는 건 못한다 하고, 할 수 있는 건 한다고 해요. 할 수 있는데 할까 말까 할 때는 말을 먼저 합니다. 안 하기로 했으면 더 생각을 안 하고, 하기로 했으면 안 할 이유를 찾지 않고 끝까지 해보는 거지요.

저는 지금 감사할 일밖에 없습니다.
한때 잘 살고자 애썼지만, 그 방법을 몰랐는데 스님이 그걸 알려주셨어요. 알고 있어도 실천이 안 되었던 제가 추구하는 바른 삶을 위해 수행과 스님의 법문을 놓치지 않으려고 합니다. 수행으로 조금씩 중심이 잡히고 있고, 어떤 일이든 모르면 묻고 틀리면 고치고 잘못하면 뉘우친다는 마음으로 임하고 있습니다.

연습밖에 없는 것 같아요. 자꾸 반복하다 보면 그게 습이 되더라고요. 습이 된다는 것은 자연스럽다는 거잖아요. 그렇게 습을 만들어 가다 보니 이제는 겁이 없어졌습니다. 저에게 닥치는 모든 일을 ‘경험’해 본다는 마음으로 받아들이며 살아요. 제가 스님을 알지 못했다면 아직도 머릿속에서 생각으로만 이층집을 짓고 보여지는 것도 없는 보잘것없는 삶을 살았을 것이라는 생각에 지금 참 감사합니다.

JTS 거리모금 도반들과 함께, 첫째 줄 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유미자 님
▲ JTS 거리모금 도반들과 함께, 첫째 줄 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유미자 님

Q 이렇게 열심히 노력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남편분도 많이 달라지셨을 것 같은데요?

남편은 여전히 금전사고를 일으켰고 상황이 크게 바뀌지는 않았어요.
작년 3월 늦은 밤, 술에 취해 들어와 저에게 밥 차려달라 하고는 다른 여자들과 주고받았던 카톡을 단속 못 해 들키게 되었던 적이 있었죠. 돈 버는 거 집에 가져오지 않아도 되니 스스로 관리하라 했습니다. 남한테 쓰는 돈 일부로 가족들에게 베풀면서 위해주지 않아도 괜찮으니까 자신을 초라하게는 만들지 말라 했더니 집을 나가 공장숙소에서 지내더군요. 가끔 빨랫거리 가지고 오면 빨래해주고 아이들 아버지로 존중해주면서, 밥 안 먹었다 하면 밥 차려주고 있는데 괴롭지는 않더라고요. 얼마 전 또 한 번의 거짓말을 들켜 남편의 정신 차림은 아직 멀었다는 생각이지만 그래도 변화하고 있다는 건 느껴지고 있답니다.

오는 사람 안 막고, 가는 사람 안 붙들며 살게 되니 사람 관계가 편해졌어요. 시댁과의 관계, 가톨릭 교우 분들과의 관계들도 전혀 불편하지 않고 제가 편안하니까 상대를 볼 때 좋은 점들을 볼 수 있게 되더라고요.
지금은 남편에게 감사합니다. 남편으로 인해 정토회를 만나게 되어 괴롭지 않게 되었으니까요.

법륜스님의 말씀대로 제가 관점을 바꾸니 삶이 달라진 거죠. 남편도, 자식도, 일도, 모두 일어나는 상황에 대해서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살게 되니 아이들도 안정적으로 직장을 다니더라고요.
많이는 못 가졌지만 이만큼이라도 가질 수 있다는 것이 어디예요?
힘들 것이 없고, 걸릴 것이 없어 "나는 행복한 수행자입니다"라는 명심문이 저절로 나온답니다.

정초법회에서 숫자 8을 들고 있는 유미자 님
▲ 정초법회에서 숫자 8을 들고 있는 유미자 님

지금까지의 인생은 보잘것없이 살았지만 앞으로 남은 반의 인생은 ‘명륜행’이라는 법명처럼 밝게 바퀴를 끌면서 부지런히 활동하고 싶다는 유미자 님은 내년에 백일출가를 준비하고 있다 합니다. 아침마다 일어나서 거울을 보면서 씨익 웃는 연습을 하신다는 말씀에 함께 미소 짓게 됩니다.

글_차미나 희망리포터(수원정토회 영통법당)
편집_양지원(광주전라지부)

전체댓글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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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le

걸릴것이 없고 막힐것이 없는 우리는 모두 행복한 수행자입니더

2018-07-06 09:53:24

민명숙 명륜행

백일 출가 꼭 이루시고
다시금 글올려주세요
도전 받을 분들을 위해서

2018-07-02 07:07:21

최상륜

깨장때와는 너무나 많이 달라지신 모습이 존경스럽습니다
행으로 보여주신 수행담 너무 감동이여서 눈물이 나네요
도반으로 함께 할 수 있어 행복합니다 ?
감사합니다 ~~~()()()

2018-06-23 08: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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