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거제법당
봉사는 나의 힘

우리가 편안하고 당연하게 생각하는 일들 뒤에는 언제나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일해주는 분들이 있습니다. 오늘은 정토회 거제법당에서 처음 공부를 시작하는 불교대학생들의 든든한 안내자로서 오랫동안 늘 같은 자리를 지켜주고 있는 윤득규 님을 만나보았습니다. 특별히 불교대학 담당자로서 봉사하는 일에 큰 자부심과 보람을 느낀다는 윤득규 님의 이야기를 통해 봉사의 참된 의미와 기쁨이 전해졌으면 좋겠습니다.

머리로만 알던 이론에서 마음으로 깨치는 수행으로

희망리포터 : 정토회와 처음 인연을 맺게 된 계기는 무엇인지요?

윤득규 님 : 정토회와 인연을 맺기 전부터 불교 수행을 했었습니다. 제가 오랫동안 떡집을 운영했는데 사찰에 떡을 많이 납품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불교와 인연 맺게 되었어요. 원래 울산에 살다가 제주도로 이사를 했는데, 그곳에서 조계종이 운영하는 불교대학을 졸업하고 포교사로 계속 활동했습니다. 그러던 중 총무원과 스님들이 충돌했던 관음사 사태를 겪고 불교에 대해 심한 회의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5-6년 정도 활동을 접고 쉬다가 거제도로 이주한 후 계속 마음 둘 곳을 찾아 거제도의 모든 사찰을 다 찾아 다녔지만 딱 마음에 와 닿는 사찰이 없었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법륜스님 불교대학 플래카드를 보게 되었지요. 제주에서도 즉문즉설은 들어서 알고 있었기에 이런 곳이면 다시 불교 공부를 시작할 수 있겠다 싶어서 정토회에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아차! 내가 머리로만 불교 공부를 했구나

희망리포터 : 이전에 다른 곳에서 이미 불교 공부를 많이 했는데 정토회에서 하는 공부는 어떤 점이 달랐나요?

윤득규 님 : 정토회 오기 전에는 불교 이론을 머리로만 알고 있었을 뿐 실생활에서 수행하며 깨달아 가는 과정을 알지 못했습니다. 일상생활 속에서는 주로 복을 비는 기복신앙이었고, 포교사를 하면서도 졸업한 학생들이 상을 당하면 가서 염불해주고 시타림만 해주었을 뿐 실질적으로 내가 수행해서 스스로 깨달아가며 삶이 바뀌는 체험은 할 수 없었지요.

2017년 2월 졸업식에서 담당자 격려하시는 법륜스님과 악수하고 있는 윤득규 님
▲ 2017년 2월 졸업식에서 담당자 격려하시는 법륜스님과 악수하고 있는 윤득규 님

희망리포터 : 생활 속에서 실천하며 깨달았다고 하셨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요?

윤득규 님 : 내가 10여 년 전에 심장이 안 좋아 스텐트를 시술했어요. 그게 뭐냐면 화를 많이 내니까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생기는 겁니다. 남보다 가족과의 관계에서 화를 더 많이 냈어요. 같이 일을 하면서도 작은 일에도 성질 내고 소리 지르곤 했지요. 하루에도 몇 번씩 맘이 안 맞으면 화내고 소리 질렀는데요, 수행을 하면서 차츰차츰 ‘아차, 내가 화낼 일이 아닌데 화를 내고 있구나’ 하고 깨닫게 되면서 화가 올라오면 ‘아, 화가 올라오는구나’ 스스로 자각하게 되었지요. 그러다 보니 화내는 횟수가 하루에 10번 8번... 이렇게 계속 줄어들게 되었어요. 매일 아침 수행을 하니까 하루를 어떻게 살아야 할지 일과에 대한 계획을 세울 수 있고 화를 내지 않고 깨어서 생활하자는 다짐을 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빨리빨리 해야 된다는 급한 마음도 많이 없어지고 마음이 가라앉고 차분해졌다는 걸 느끼겠습니다.
예전엔 욕심도 많고 죽음에 대한 두려움도 많아서 진짜 뭐 하나라도 손에서 놓지 않으려고 애를 썼는데, 심장 때문에 한 번 죽었다 살아나서 이제 덤으로 사는 인생이라고 생각하니까 두려움도 많이 없어졌고 돈이나 명예 권력 같은 것에 대한 욕심도 많이 내려놓았어요. 공부를 하다 보니까 그게 제일 많이 변했어요.

2016년 8-10차 입재식 (제일 뒷줄 왼쪽에서 두 번째가 윤득규 님)
▲ 2016년 8-10차 입재식 (제일 뒷줄 왼쪽에서 두 번째가 윤득규 님)

봉사는 내가 즐거워서 하는 것

희망리포터 : 정토회에서 불교대학 봉사를 많이 하고 있는데요, 봉사 활동을 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지요?

윤득규 님 : 옛 포교사 시절에 목탁 치는 법이라든가 집전해 본 경험이 있어서 2012년 불교대학 입학 후 바로 학생 때부터 집전 봉사를 시작했어요. 그 이듬해 경전반 입학 후 경전반 집전과 가을불교대학 담당 및 집전까지 같이 하게 되었지요. 2015-2016년에는 불교대학 저녁반 담당, 청년불교대학 집전, 주말에는 사시 예불까지 해서 거의 매일 법당에 왔어요. 지금은 경전반과 불교대학 팀 전체를 담당하며 필요한 곳에 지원해주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희망리포터 : 매일 나오다니 참 대단하네요. 저는 일주일에 한 번 수행법회 때 봉사하는 것도 시간을 잘 못 맞추고 힘들어 할 때가 많은데, 부끄럽습니다. 그렇게 자주 오다 보면 힘들 때도 있을 것 같은데요?

윤득규 님 : 그래도 그게 재밌었어요. 어떨 때는 힘들어서 집에서 나올 때는 오늘은 좀 쉬었으면 싶다가도 막상 나와서 학생들을 대면하면 힘이 나고 나 자신이 업그레이드 되는 느낌이 들어요. 낮에 일할 때 축 처져 있다가도 막상 나와서 학생들하고 부딪치고 스님 법문 듣고 저녁에 집에 들어갈 때는 에너지를 얻어가니 자동적으로 나오게 되지요.
봉사를 하면 내가 남에게 베풀어 준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은 주는 것보다 받는 게 훨씬 많지요. 봉사하는 분들이 다 그런 마음일 거예요. 법당에 왔다 가면 자기를 돌아볼 수 있고 에너지를 충전하게 되니까 계속 봉사를 하지요. 그래서 저는 학생들에게도 적극 봉사를 권장합니다. 봉사를 하면 우선 자신이 즐겁고 혼자서만 수행하는 것보다 깨우치는 게 많아요.
저도 불교대학 들어가서 집전하고 담당하며 공부한 것이 저의 수행에 굉장히 도움이 됐습니다. 내가 괴롭고 하기 싫은 마음이 일어날 때 초발심하는 학생들을 보면서 다시 일어나서 시작할 수 있는 힘을 얻었어요.

2018년 봄불교대학 입학식 (첫째 줄 제일 오른쪽이 윤득규 님)
▲ 2018년 봄불교대학 입학식 (첫째 줄 제일 오른쪽이 윤득규 님)

희망리포터 : 5년 넘게 불교대학을 담당하면서 많은 분을 만나고 여러 가지 일을 경험하셨을 것 같은데요, 특별히 기억에 남는 분들이 계신가요?

윤득규 님 : 처음에는 가을불교대학 입학생이 8명이었는데 그 중 2명밖에 졸업을 못했어요. 저는 잘 해보려고 직접 불교대학생들을 문경수련원에 차로 모시고 갔다 오기도 하고 나름 열심히 한다고 했는데, 많은 분이 졸업을 못하니까 그게 저 자신의 부족함 때문인 것 같아 자괴감도 들고 마음이 많이 힘들었습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문경 1박 2일 수련을 모시고 갔다 왔던 분은 남편분이 반대가 심해 결국 졸업을 못했는데 '내가 정토회를 잘 소개했다면 더 좋은 결과를 얻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많이 남았습니다. 그런 제 마음을 법사님께 말씀드렸더니 "그것은 내 책임이 아니다. 열심히 하면 그걸로 됐다"는 법사님의 말씀에 다시 시작할 힘을 얻었습니다.

또 한 분은 봄불교대학에 입학한 분이었는데 수업이 끝나고 나누기를 할 때마다 왜 그게 내 잘못이냐고 펑펑 우셨어요. 그런데 <깨달음의장>을 갔다 와서 사람이 완전히 180도 바뀐 거예요. 한 사람이 이렇게 행복해지고 달라질 수 있는지를 실감하는 정말 놀라운 경험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불교대학생들에게 <깨달음의장>을 적극 권합니다. <깨달음의장>의 문호를 좀 더 넓혀 불교대학생들은 모두 <깨달음의장>에 갈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지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법당에 담당자가 있어서 불교대학생들을 <깨달음의장>에 보냈는데 요즘은 개인적으로 신청하다 보니 컴퓨터에 익숙하지 못해서 신청을 못하는 분들도 있고 직장인들은 시간상 금방 마감이 되니 신청 못하기도 해서 많이 안타까워요.

2018년 2월 봄불교대학 졸업식장에서. 여광법사님과 주간 담당자와 함께한 윤득규 님
▲ 2018년 2월 봄불교대학 졸업식장에서. 여광법사님과 주간 담당자와 함께한 윤득규 님

봉사의 꽃, 불교대학 담당을 하며

희망리포터 : 많은 봉사활동 중에서도 특히 불교대학 담당을 오랫동안 했는데, 언제 가장 보람을 느꼈는지요?

윤득규 님 : 학생들이 입학해서 공부를 해가면서 괴로움에서 벗어나 행복해지는 모습을 보면 가장 큰 보람을 느끼지요. 초심자들의 그런 변화를 보며, ‘맞아, 나도 저럴 때가 있었지’ 하며 새롭게 마음을 되새기고 다잡게 됩니다. 내가 힘들고 넘어지려고 할 때마다 새롭게 시작하는 초심자들을 보며 다시 시작할 힘을 낼 수 있었던 것이 정말 좋았습니다. 그래서 봉사는 놓고 싶지 않아요. 제 경험상 불교대학 봉사가 제일 느끼는 것도 많고 재미도 있고 봉사하면서 본인이 변화하기 쉬운 길인 것 같아요. 저는 불교대학 집전과 담당을 꼭 해보시라고 권하고 싶어요.

희망리포터 : 말씀을 듣고 보니 불교대학 담당이 봉사의 꽃인 것 같고 굉장히 매력적으로 느껴지는데요, 그래도 막상 담당을 한다고 하면 어느 정도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윤득규 님: 그렇지요. 보통 봉사하라고 하면 많이 부담을 느끼면서 그걸 내가 어떻게 하느냐고 생각하지요. 그런데 잘하지 못해도 일단 시작해야 합니다. 처음부터 잘하려고 하면 누가 하겠어요. 한두 가지씩 배워 나가다 보면 재미있고, 봉사를 하다 보면 나 자신에 대한 알아차림이 빨리빨리 이루어집니다. ‘아차, 여기서 틀렸구나’ 하고 금방 알게 되고 ‘여기서는 이렇게 해야 되겠구나’ 금방 알아차리게 됩니다. 봉사가 결국 자기 수행에도 도움이 되지요. 그래서 정토회에서 수행, 보시, 봉사를 하라고 하는구나 알게 됩니다. 저도 처음에는 남 앞에서 얘기하는 게 무척 힘들었어요. 그냥 뒤에서 지원하는 일이나 하지 앞에 나서서 일한다는 건 많이 부담스러워 피하고 싶었는데 여기 와서 자꾸 하다 보니까 하게 되고 저 자신이 변하게 됩니다. 사람들의 변화하는 모습을 보며 내가 변화하니 정말 좋은 봉사이지요.

2016년 봄불교대학 문경 특강 수련에서 (뒷줄 제일 왼쪽이 윤득규 님)
▲ 2016년 봄불교대학 문경 특강 수련에서 (뒷줄 제일 왼쪽이 윤득규 님)

희망리포터 : 봉사에 대해 다른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게 해주는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앞으로의 원은 무엇인지요?

윤득규 님 : 무슨 일이든지 제가 필요한 곳에서 잘 쓰이고 싶습니다. 욕심으로는 불교대학 담당을 할 수 있을 때까지 계속 하고 싶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도 기회를 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어디에서든 제가 필요하다면 기꺼이 잘 쓰이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윤득규 님과 대화를 나누면서 봉사에서 오는 진정한 기쁨이 전해져 오는 듯이 느껴졌습니다. 봉사를 무거운 부담으로 생각하지 말고 가벼운 마음으로 즐겁게 하면 나도 좋고 다른 이들에게도 좋은 행복한 수행자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글_김형옥 희망리포터 (마산정토회 거제법당)
편집_목인숙 (경남지부)

전체댓글 3

0/200

윤득규

야. 내이름을이용하지마. 다른사람을 속이지마. 다른사람의 이름사용 하는게 재미서 다른사람권리를 침해하고 명예를 훼손하는 죄는 너가알게지

2020-02-14 20:51:15

선광

참된 수행담 감사히 받아 드립니다.

2018-06-11 04:07:21

박성희(감로안)

실천하는 삶! 그것이 진정한 앎이죠^^ 좋은 수행담 감사합니다!!

2018-06-01 11:53:18

전체 댓글 보기

정토행자의 하루 ‘거제법당’의 다른 게시글

목록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