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일산법당
일산 청년부 불교대학 담당들과 바삭바삭한 인터뷰

일산법당 청년 불교대학과 경전반에서 담당과 부담당 소임을 맡고 있는 청년도반 네 분을 인터뷰했습니다. 오영주 님은 가을불교대학 담당이며 IT스타트업 회사에서 마케팅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송연경 님은 영어영문학과 3학년 재학 중이며 가을불교대학 부담당과 가을 경전반 담당입니다. 김수빈 님은 저녁 봄불교대학 담당이면서 요양병원 물리치료사입니다. 마지막으로 김효은 님은 가을 경전반 부담당이면서 중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일러스트’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누군가 담당을 맡지 않으면 청년불교대학이 없어진대요". ‘없어진다’는 단어가 저에게 충격적으로 다가왔어요. 불교대학을 다니면서 좋았고, 약간의 변화도 있었던 것 같은데... 다른 청년들이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없어진다고 하니까. 그렇다면 내가 담당을 맡아보자. 처음 시작할 때부터 열심히 하겠다는 생각은 없었어요. 그냥 해야지, 해야 되니까 덤덤하게 하고 있어요.”

가을 청년 불교대학 담당을 맡고 있는 오영주 님이 소임을 맡기로 발심한 계기였습니다.

정토회와 인연은 어떻게 시작되었나요? _“심심하기도 하고 사람들도 볼 겸 겸사겸사해서요.”

오영주 : 네덜란드에서 회사를 다니다가 그만두고 한국에 돌아와 잠시 쉬고 있었어요. 엄마의 권유도 있긴 했지만, 심심하기도 하고 사람들도 볼겸 겸사겸사해서요. 뭐하는지 모르고 그냥 오게 되었네요(웃음). 불교 집안이라 반발심은 크게 없었어요. 처음에는 법륜스님이 지역별 법당을 돌아다니면서 출강을 하는 줄 알았어요. 수업 시작하기 전에 노래를 불러서 이상한 곳이 아닌가하고 의심했어요(웃음). 수업을 처음 들었을 때는 ‘이게 뭐야?’했다가 두 번째 수업부터 ‘어, 괜찮네’하고 느껴졌어요. 저는 생각이 많은 사람인데 불교대학을 다니면서 ‘그냥 가볍게 하자’로 바뀐 것 같아요. 스님 법문 듣고 일상생활 속에서 변화되면 좋고 아니어도 좋고 그냥 가볍게 하고 있어요.

송연경 : 엄마가 정토회에 다니세요. 고3때 엄마랑 법당에 명상하러 가끔씩 따라온 것이 인연이 되었어요. 불교대학을 설렁설렁 다닌 것 같은데 생활하는데 은근히 도움이 많이 되었어요. 그 당시 많이 힘들었거든요. 제 감정표현을 많이 안하면서 살았어요. 수업 후 마음 나누기를 했는데 내 마음이 어떤지 하고 들여다보기도 하고 가족한테 내 마음이 어떻다라고 전달할 수 있게 된 것이 좋았어요.

김수빈 : 어머니는 정토회가 아닌 일반 절에 다니셨는데, 어느 날 엄청나게 재미있는 방송이 있다고 들어보라고 권하셨어요.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이였는데요, 대학교 1학년 때니 8년 정도 된 것 같네요. 내용은 기억이 잘 안나지만 관점을 다르게 보게 만들어준 것 같아요. 그때 긍정적인 충격을 받았어요. 정토회에 좋은 느낌을 가지고 있었는데, 법륜스님이 대구에 오셨어요. 즉문즉설을 듣고 평화재단에서 운영하는 청년학교를 대학 다닐 때 가입했어요. 대학 졸업 후 부평법당 청년 경전반 부담당을 맡았는데 소임을 다 마치지 못하고 중도에 그만두게 되었어요.
일산으로 직장을 옮기면서 이사 오게 되었어요. 봄불교대학 담당을 맡아달라는 부탁을 받았는데 부담이 되더군요. 내가 끝까지 잘해낼 수 있을까 하고요. 수업이 있는 날은 긴장되고 도반님들에게 봉사활동 같은 전달사항을 말할 땐 어떻게 생각할까하고 부담스럽기도 해요.

김효은 : 어머니가 불교 인연이 있어 절에 가끔 가봐서 익숙했어요. 어머니와 언니가 정토회에 다니고 있어 저도 자연스럽게 인연을 맺게 되었어요, 언니는 법당에서 봉사활동을 많이 했어요. 가을 청년불교대학이 11명으로 출발했지만 주말에 시간이 맞지 않아 이탈하고, 일부는 대중부로 옮기게 되면서 4명만 졸업하게 되었어요. 그래도 청년 경전반 3명은 유지될 수 있어 다행이에요.

수행은 어떻게 하는지요? 소임을 맡으면서 어떤 도움이 되는지요? _ “아, 또 왔어, 또 왔어! 또 뭐야!” 한 순간 돌이켜 생각해보니...

오영주 : 저는 불교대학 다닐 때도 수행을 하지 않았고 지금 경전반 다니면서도 수행은 하지 않고 있어요(웃음). 담당은 수행을 해야 한다고 해서, 이틀은 해봤는데 그날의 개운함도 없고 아무것도 없더라고요(웃음) ‘이것을 해야지’하는 마음도 없어서인지 ‘수행을 해야 하는데...’라는 괴로움도 없어요.
불교대학 담당이다 보니 단톡방에 초대가 되어있고 수시로 연락이 와요. 특히 회사에 있을 때 연락이 오면 굉장히 예민해져요. 회사일도 봐야하고 불교대학 담당도 해야 되고요. 이런 인터뷰 섭외도 마찬가지예요(웃음). 그럴 땐 스스로 ‘그냥 해야지’하면서 덤덤하게 하는 것이 수행인 것 같아요. 카톡이나 문자가 오면 ‘아, 또 왔어, 또 왔어! 또 뭐야!’ 하면서도 마음으로 진정하면서 보죠. ‘그래 내가 할 수 있는 것인가?’하고 생각해봐요. 할 수 있는 일이면 ‘해볼께요’해요. 하기 싫은 것들, 하고 있는 것을 방해하고 있는 것들, 갑자기 튀어나오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많고 짜증도 올라오지만 덤덤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저에게 좋은 수행거리예요.

송연경 : 천일결사하면서 열심히 기도를 하다가 다리 수술을 받게 되었어요. 그 핑계로 안하고 있다가 다시 시작했어요. 담당을 맡으면서 정말 실수를 많이 했어요. 수업 날짜도 착각하고 수업 내용도 착각하고 실수를 많이 했지요. 그러면서 ‘나무만 볼 줄 알지 숲 전체는 보지 못하는구나’를 알게 되었어요. 고등학교 때는 일처리를 철저하게 하고 모범적이라서 칭찬을 많이 받았거든요. 그런데 여기서는 ‘나는 덤벙거리고 일을 잘 못하는 구나’하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어요. 한 생각 돌이켜 보니까 ‘모범적인게 아니라 덤벙거리고 실수를 하는 것도 내 모습이구나’를 자각하면서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졌어요. 게으른 성격인데 토요일마다 나와서 봉사하니까 성실해진 것 같고요, 일상생활에서 제 감정이 일어날 때 알아차리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김효은 : 불교대학 입학하고 바로 천일결사를 했어요. 수행도 하루도 빠지지 않고 열심히 했는데 불교대학 수업내용들이 정말 많이 받아지더라고요. 졸업 후 경전반 부담당을 맡았어요. 제가 생각하는 방식대로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줄 착각했어요. 소임을 맡으면서 리드를 해야하는 상황이 생기잖아요. 내 뜻대로 되지 않으니 속상했어요. 남도 나와 같다고 생각해서 내 마음을 다 알아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더라고요. 그 상황의 일이 하루 종일 남더라고요. ‘내가 이야기를 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들이 모를 수도 있겠구나.’라는 자각을 하게 되었어요. 원래 내 이야기를 잘 안하는 편인데, ‘마음 나누기’시간에는 적극적으로 내 마음을 표현하려고 노력했어요. 지금도 사회친구들과는 내 이야기를 많이 안하는 편이지만 도반들과는 허물없이 제 이야기를 많이 해요.
예전 수행은 나를 위하는 것이었다면 지금은 참회하는 마음이 조금 더 생기는 것 같아요. 가족끼리 나누기를 하면서 힌트를 얻었어요. 참회를 하면 다음에 실수를 줄일 수 있고, 실수를 하더라도 빨리 돌이키는 힘이 생겼어요. 이것이 수행의 힘이 아닌가 해요.

김수빈 : 지금 도반님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소임 맡은 것을 끝까지 해봐야겠다는 발심이 생기네요. 1년 동안 지속적으로 해보자, 담당이 어떻게 하는지에 따라 반의 분위기가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해요. 불교대학 수업을 받으러 오는 도반님에게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수행으로 삼아야겠습니다.

원이 있다면 어떤 원이 있으신 가요? 마지막으로 하시고 싶은 말씀은 없으신가요?_“마음 나누기를 한 것이 지금 일에 도움이 많이 되어요.”

김효은 : 대학졸업 후 직장생활을 하면서 앞날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했어요. 직장선배로부터 ‘나이 서른에 자기가 좋아하는 일이나 앞으로 이런 일을 할 거야라는 생각이 든다면 성공한 인생이야. 그러니 지금은 할 수 있는 일을 하거나 한 가지 일이라도 꾸준히 해보라’는 말이 격려가 되었어요. 지금은 중학교에서 아이들에게 일러스트를 가르치는데 지금까지의 사회 경험들이 밑바탕이 된 것 같아요. 사실 남을 가르치는 일은 해본 적이 없거든요. 불교대학 다니면서 ‘마음 나누기’한 것이 지금 일에 도움이 많이 된 것 같아요. 제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할 수 있게 되었고 다른 사람들의 의견도 마음으로 경청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오영주 : 계획되지 않았거나, 원하지 않는, 좋아하지 않는 것에 대해서 하라고 할 때 거부감이 많아요. 회사 안에서 답답하게 일을 하는 사람들을 볼 때 까칠해져요. 수용하는 폭이 적죠. 그 사람을 기다려주고 잘 설명해주는 그런 수용하는 마음을 기를 필요가 있어요. 내가 싫어하는 일도 덤덤하게 하는 것이 지금 필요한 과제인 것 같아요. 좋아하는 일만 하면서 살다보니까 뜻하지 않게 싫어하는 것을 할 때 올라오는 짜증, 예민함, 이런 것들을 둥글둥글하게 원만하게 만드는 것, 이것이 제 원이예요.

송연경 : 제 자신에 대해서 알아가고, 제 자신에 대해서 인정해주고 자신을 발전시켜 주는 것.제가 좋아하는 일이 뭔지 정확히 찾고, 그 일을 하는 것이 원이예요.

김수빈 : 잘 모르더라도 질문하지 않고, 적극적이지도, 능동적이진 않아요. 근데 저 다혈질이예요(웃음). 칭찬이나 비난에 감정이 휘둘리거나 자책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부석부석’하지않고 ‘바삭바삭’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청년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말들이 도리어 부담감을 안겨 줄 수 있겠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조언, 충고, 훈수보다 단지 잘 들어주고 공감만 해주면 되는데 말이죠. 누구나 자신이 처한 입장에서 보면 ‘고민의 무게’는 같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다정도 병’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잘 들어주고 공감하면서 청년들의 미래를 위해 우리 도반님들도 청년들에게 ‘쿨’했으면 좋겠습니다.

글_ 고영훈 희망리포터 (일산정토회 일산법당)
편집_ 한명수 (인천경기서부)

전체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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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향

청년도반님들은 보기만 해도 싱그럽습니다.
이야기 나누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2018-05-03 13:40:37

이다솜

즐겁고 바삭한 이야기 들어서 저도 돌아봐지고 재밌었어요~ 고영훈 리포터님과 청년도반님들께 감사합니다♥

2018-05-03 13: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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