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영주법당
너거 아부지 뭐 하시노? 통일기도 하시는데예!

경북 최북단 영주법당엔 수상한 도반님이 한 분 있습니다. 요즘 들어 음식은 잘 안 드시려하고, 옷 스타일이 확 바뀌셨습니다. 지난 9-4차 백일기도 입재식, 정토행자상 통일상 후보에 오른 신광섭 님이 바로 그 분 입니다.

우리 아버지 정토회에서 통일기도 하시는데예!

대구법당의 한 도반님이 중앙로 대백 앞에서 지나가는 한 청년에게 ‘백악관 평화협정 체결을 청원’하는 거리서명을 권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청년이 대뜸 “저는 벌써 했는데요!” 라고 당돌하게 말하더라고 합니다.
“어떻게 벌써 하셨어요?” 하고 되묻자,
“우리 아버지가 정토회원이세요. 우리 아버지는요, 새벽마다 기도하시고, 또 오랫동안 통일기도를 하고 계세요.”라고 말했답니다.
“아버님이 어디 계시는데요?”
"영주요. 영주법당요."
그 순간 도반님은 "아! 신광섭 님이시구나!"라고 반겼다고 하네요.
"어떻게 아세요?" 하고 되묻는 청년의 온몸에서 아버지에 대한 자부심과 뿌듯함이 감출래야 감출 수 없는 햇살 같았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이 청년에게 자부심을 심어준 아버지인 신광섭 님의 이야기를 들려드릴까 합니다.

한 청년의 자랑스러운 아버지, 신광섭 님
▲ 한 청년의 자랑스러운 아버지, 신광섭 님

“도반님, 요즘 무슨 일 있으세요? 왜 이렇게 갑자기 변하세요?”
“예, 제가 좋은 일이 많이 있습니다. 직업도 바꾸고, 법당 저녁책임자 소임도 맡게 되고, 1000일 통일기도 회향 할 때가 되어가고, 요즘 아주 정신없기도 하지만 신광섭 인생에 신바람이 납니다. 근데 몸 쓰는 일을 하다가 활동량이 확 줄어드니 가만있어도 살이 쪄서 그게 고민입니다.”

그렇습니다. 신광섭 님은 14년 동안 해오던 택배업을 정리하고, 현재는 틈틈이 주경야독하여 사회복지사로 일하며 어르신들을 매일 만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법당에서는 얼마 전부터 저녁책임자 소임을 맡게 되면서 주 4일 출근하게 되어 화요일 봄불교대학 담당, 수요일 수행법회 담당, 목요일 경전반 지원, 금요일 천일 통일기도 등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경전반 도반들과 함께 죽림정사에서. 맨 왼쪽이 신광섭 님
▲ 경전반 도반들과 함께 죽림정사에서. 맨 왼쪽이 신광섭 님

100일의 프로세서 때 도반들과 함께. 맨 오른쪽이 신광섭 님.
▲ 100일의 프로세서 때 도반들과 함께. 맨 오른쪽이 신광섭 님.

그러나 신광섭 님을 대구경북지부에서 유명하게 한 분야는 따로 있었으니, 바로 3년간 법당 통일기도 담당 소임입니다. 2015년 8월 27일 시작된 천일 통일기도가 시작될 때 신광섭 님은 불교대학생이었습니다. 부총무님의 안내로 참석하게 된 통일기도에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꾸준히 참석하였더니 부총무님께서 통일기도담당 소임을 해보라며 권유하셨는데, 흔쾌히 가볍게 받아들였던 게 지금까지 이어졌습니다.

“조금 일찍 나와서 그냥 기도만 하면 되는 거였으니까 별 부담 없이 시작했습니다. 목탁 치는 것도 배우면서 한다는 마음으로 시작하게 되었지요.”

그렇게 시작된 통일기도가 이제 한 달 후면 천일 회향을 앞두고 있습니다.
대구경북지부는 매주 금요일 5시부터 토요일 5시까지 대구경북지부 20개 법당과 지부팀, 청년팀이 한 시간씩 릴레이 기도를 합니다. 영주는 소법당이라는 점과 신광섭 님의 직업을 고려하여 대구경북지부에서 배려해 준 시간이 금요일 05시- 06시입니다. 지난 3년간 혼자 할 때도, 도반들과 함께 할 때도 있었지만 빠짐없이 그 시간을 든든하고 묵묵히 지켜가는 모습을 보면서 영주법당 도반들 뿐만 아니라 대구경북지부 도반들도 감동하였다고 하네요. 도대체 신광섭 님이 누구냐며 궁금해 하는 분들이 한 분 두 분 생겨나게 되었습니다.

삼천배 정진을 기념하여 도반들과 함께
▲ 삼천배 정진을 기념하여 도반들과 함께

400일째 도반들과 함께. '400일'을 들고 있는 신광섭 님
▲ 400일째 도반들과 함께. '400일'을 들고 있는 신광섭 님

그렇다면 신광섭 님은 당연히 어린 시절부터 이렇게 성실하고 책임감 있는 분이셨을까요? 그러면 글의 재미도 없거니와 저 같은 불성실파 도반들의 수행 의지가 떨어질 것이니 지금부터 그 반전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하겠습니다.

아무런 준비 없이 갑작스럽게 부모님을 떠나보내며

“초등학교 때까지는 평범하고 부모님 말씀 잘 듣는 개구쟁이 막내아들이었어요. 늦둥이로 태어나서 귀여움을 많이 받고 자랐으니까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중, 고등학교 시절 공부가 그렇게 하기 싫더라구요. 학교 짱으로 군림하면서 복도에 지나가는 후배들의 표정이 마음에 안 든다고 시비를 걸고 괴롭혔다면 더 이상 얘기 안 해도 아시겠죠?
저는 가난이 무척 싫었어요. 말단 공무원이셨던 아버님, 넉넉하지 못한 살림을 힘들게 꾸려가시는 어머님의 모습에 공무원이 되면 항상 가난하게 살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머리에 박혔고, 사춘기 시절의 방황으로 공부는 제 관심 밖의 일이었지요. 지방 전문대학에 입학했지만 공부에는 뜻이 없어 술, 담배, 당구 등을 전공, 부전공으로 삼아 2년제를 7년 만에 졸업했어요. 그러다 뒤늦게 정신 차리고 자그마한 회사에 입사해서 일 하던 중 아버지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어요.

"야야, 광섭아, 의사가 내 보고 간암이란다. 한 달 남았단다."

망치로 한 대 얻어맞은 듯 한 충격을 느낀 지 얼마 후, 아버지는 허망하게도 그렇게 세상을 떠나셨어요. 저는 그 때 비로소 아버님의 큰 그늘을 실감하게 되었고, 아버님의 갑작스런 죽음이 큰 죄책감으로 다가왔지요. 오랜 기간 정신 못 차리고 사고만 치고 다니는 귀여운 막내아들을 스스로 깨닫게 하려고 싫은 소리 한 마디도 안 하시며 참다보니 크나큰 스트레스가 된 게 아닌가 싶은 괴로움이 생겼습니다.

아버님께서 돌아가시고 몇 년 뒤, 맞벌이 하는 저의 집에 아이들을 돌봐주고 집으로 돌아가시던 어머니마저 교통사고로 돌아가셨어요. 저에게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자 매일 출퇴근 하시며 아이들을 돌봐주시던 어머니셨는데, 저는 아버님 사후에도 그런 어머님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고 내 마음대로 행동하며 속을 썩이고 지냈지요. 두 분을 아무런 준비 없이 갑작스럽게 보내게 되자 마음에 큰 구멍이 난 듯 허전하고 괴로워서 방황하게 되어 여기 저기 선지식을 찾아 헤매다가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을 우연한 기회에 접하게 되었지요.”

법륜스님의 수행법회를 홍보하며
▲ 법륜스님의 수행법회를 홍보하며

불교대학에 입학한 신광섭 님은 <수행맛보기>를 시작으로 새벽기도를 하게 되었고, 그 후로 천일결사에 입재하여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수행하고 경전반도 입학하게 되었습니다. 택배업을 하다 보니 시간내기가 어려웠지만 그래도 마음먹고 가게 된 <깨달음의장>에서 스님과 함께 이번 만일결사를 함께하겠다고 발심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렇게 꾸준히 정진하며 통일기도를 담당하게 되었는데요, 요즘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이 이루어지는 일이 현실로 다가오게 되자 기도의 힘을 더욱 느끼게 되었다고 합니다.

“요즘 제일 어려운 것은 불교대학 담당과 행정업무지요. 갑자기 저녁책임자 소임을 맡게 되면서 가입해야하는 소통방이 늘어나고 익숙하지 않은 프로그램들을 배워야 해서 아직 뭐가 뭔지 적응이 안 되지만, 밥 먹듯이 숨 쉬듯이 꾸준히 해서 차차 익혀나가겠습니다. 영주법당은 소법당이라 회원이 많지 않은데, 그 중에도 남자 도반님들이 많이 오셔서 함께 활동했으면 좋겠습니다.”

마음을 다해 통일기도 중인 신광섭 님
▲ 마음을 다해 통일기도 중인 신광섭 님

부총무 소임을 맡고 있는 이가현 님과 함께 지난 3년간 통일기도 뿐 아니라 JTS, 수행법회, 주례회의 등 법당 주요활동에 거의 빠지지 않고 참석하는 영주법당의 큰 기둥이 되었습니다. 이 정진의 힘이 작은 법당을 키우고, 마음이 흔들리는 도반님들이 발심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봅니다.

글_임경희(달서정토회 영주법당)

전체댓글 13

0/200

맑은혜안보명

거사님 마음으로 많이 배웠습니다 고맙습니다~^^
부처님 말씀_'주변에 좋은 도반, 좋은 벗, 좋은 스승이 있는 것은 깨달음의 전부다'

2018-04-30 08:33:27

지연

그야말로 감동입니다~~

2018-04-29 22:17:31

이판사판

불쌍한지고....하루빨리
내인생의 주인이되시길...

2018-04-29 15:17:24

전체 댓글 보기

정토행자의 하루 ‘영주법당’의 다른 게시글

목록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