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광명법당
환경지킴이 김희선 님의 수행 이야기

노란 개나리가 피고 팝콘 같은 벚꽃도 피었으나 갑자기 쌀쌀해지니 따뜻한 차 한 잔 생각이 저절로 떠오릅니다. 느긋한 어느 일요일 오후, 따뜻한 찻집에서 부천정토회 대표와 행정처 환경담당 소임을 맡아 일과 수행의 통일을 실천하고 있는 김희선 님을 만나보았습니다.

광명 녹색장터 마무리 정리 중
▲ 광명 녹색장터 마무리 정리 중

Q. 정토회와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되었나요?

2000년부터 전북 군산에서 아이를 낳고 키우며 살았는데 별로 행복하지 않았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세상과 떨어져 혼자 뒤처지는 느낌도 들고 우울했던 것 같아요. 자유롭게 활동하고 싶었는데 아이가 발목을 잡는다는 느낌도 있었고요. 그러다 보니 아이를 대할 때 웃어야 한다는 건 머리로는 아는데, 억지로 웃게 되었고 말수도 없었지요.
아이는 종일 혼자서 놀다가 그냥 자곤 했어요. '내가 엄마 자질이 없는 게 아닌가?' 자책감이 밀려오곤 했는데 그 무렵, 언니의 소개로 《월간정토》와 정토회를 알게 되었어요. 매달마다 꾸준히 받아보면서 ‘이런 공부 해보고 싶다’ 생각했던 차에 2005년 가을에 남편이 인천으로 직장을 옮기면서 서초법당을 찾게 되었지요. 그 후 불교대학 근본불교 과정을 청강하게 되고 2006년에 정토불교대학에 입학을 했어요. 그때에는 법문 하나하나가 마음에 와닿았고, 천일결사, <깨달음의장> 프로그램 등 안내해 주는 대로 전부 다 했어요. <깨달음의 장> 가려고 설날에 시댁 양해를 구하고 다섯 살 아이를 맡기면서 참여했던 기억이 나네요. 내가 필요하면 무슨 수를 내서라도 하더라고요. 그때는 시부모님도 우려를 많이 하셨지요.

정토불교대학 다니면서 통일팀에서 봉사하게 되었는데, 특히 좋은벗들에서 발행하는 북한 식량난 소식은 충격이었어요. 2008년 북한에서 큰 홍수가 나면서 북한 주민들이 굶어 죽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지금 21세기에 이게 무슨 일인가 싶기도 하고 너무도 참혹한 소식들이 연일 전해져서 마음이 아팠지요. 그때 기도도 많이 하고 백만인 서명운동도 같이 하면서 날마다 울었던 기억이 나요.

정토회에서 사회활동을 하다 보니 일반 사회단체와 다르더군요. 목소리 높여서 사회를 비판하기보다는 대안을 제시하는 쪽으로 무게 중심을 두고 있어서 참 평화적인 방식이다 느껴졌어요. 그동안 다른 사회단체에서 봤던, 옳고 그름을 따지면서 서로 대립하던 모습에 염증이 나서이기도 했지만, 대안을 함께 만들어나갈 수 있는 부분을 찾아서 함께 해나가는 방식이 새롭게 와 닿더라고요.
왜 사회활동만 하게 되었냐고요? 제가 무신론자라 그때만 해도 불교 의식의 의미도 잘 모르고 부담감이 있어서 법회팀이나 불교대학팀보다는 사회활동팀이 편했어요. (웃음) "부처님을 찬탄하고 공경합니다..." 삼귀의 할 때도 신격화하는 느낌이 들었고, 법복도 어색했고요. (웃음) 지금은 부처님의 존재와 법을 조금씩 알게 되니 자연스럽게 고개가 숙여지지만요.

문경수련원에서 서원행자대회 마치고 같은 동네 도반들과 함께(가운데 김희선 님)
▲ 문경수련원에서 서원행자대회 마치고 같은 동네 도반들과 함께(가운데 김희선 님)

Q. 부천정토회 대표와 행정처 환경담당 소임을 같이 하고 있는데, 여러 소임 하면서 느끼는 점이 있다면?

재미있어요. 처음에는 대표라는 소임을 형식적인 역할로 생각했는데 하다 보니 그렇지 않더라고요. 한 달에 한 번 3개 법당 총무단 간담회를 하면서 사업을 공유하고 점검하면서 이야기하다 보면 현장 상황을 구체적으로 알 수 있고, 그래서 대책도 더 제시할 수 있겠다고 생각이 들더군요. 1개의 정토회지만 그 움직임을 보면 전국 상황이 짐작되기도 해요. 대표 소임을 같이 하니까 행정처 환경담당 소임에도 도움이 많이 되는 것 같아요. 근데 저 개인적으로 대표 소임은 처음이라 부담스럽고 하기 싫었어요. 여러 사람 앞에 서야 할 경우는 특히. 왜 부담스러울까, 살펴보니까 소임에 집중해서 정성을 다하기보다 대표라는 상에 사로잡혀 있다는 걸 알게 되었지요. 도반에게 이야기 건네듯이 그냥 이야기하면 되는 건데… 내 못난 모습 보이고 싶지 않아서 사람들 앞에 설 때마다 긴장되고 떨렸구나…알게 된 후로 좀 가벼워졌어요.

Q. 환경 관련 활동을 많이 하는 것 같은데 혹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어렸을 때부터 엄마 영향을 받은 것 같아요. 엄마 따라 밭일할 때 늘 만나던 벌레들이나 곡식, 채소들을 보면서 아기를 다루듯 이야기하시던 게 지금도 생각나요. 그때 생명에 대한 감수성이 키워진 것 같아요. 내가 일상 속에서 행동하는 이 모든 것들이 다른 생명체들과 연결되어 있다는 걸 알게 되니까, 우선은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실천하고 싶고 도반들과 함께 하는 환경 담당 소임에 애착이 가더라고요. 우리가 자연을 오염시켜서, 인간의 언어로 말은 못 하지만 많은 생명체가 아파하고 지구상에서 사라지고 있는 현실을 보면 마음이 아프죠. 적어도 타인의 불행 위에 내 행복을 쌓지는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내가 할 수 있는 것, 하나라도 해보면 마음이 편해지고 자긍심이 들더라고요. 처음에는 나 한 사람 실천한다고 해서 사회가 바뀌겠나? 하는 의구심이 들었어요. 우리만 변한다고 되나? 정부 정책이 변해야지 하며 불평만 하다 보니 무력감도 들었고요. 그런데, 정토회에서는 우리가 해 볼 수 있는 것들을 해보고 그 경험을 가지고 지역사회나 정부에 정책을 대안으로 제안하더라고요. 빈 그릇 운동 같은 개인실천들이 모여서 현재를 변화시켜가는, 그런 힘이 느껴져요. 하면서 이것 하나하나가 결코 작은 일이 아니고 어찌 보면 쉽지 않은 일이다고 생각되지요. 이런 방식은 우리가 해볼 수 있겠다 싶고 우리에게 맞다 싶어요.

작년 초 여행 중 푸른 들판에 앉아서.
▲ 작년 초 여행 중 푸른 들판에 앉아서.

집에서 귤껍질을 말려 화분의 흙과 함께 퇴비화하는 모습.
▲ 집에서 귤껍질을 말려 화분의 흙과 함께 퇴비화하는 모습.

Q. 평소에 수행은 어떻게 해나가고 있는지요?

저는 꾸준히 새벽 정진하는 게 잘 안 되더라고요. 어느 정도 잘하게 되기까지 얼마 되지 않았어요. 중간에 자책도 많이 했고요. 그러면서 잘 안되고 힘들다는 도반들을 이해하게 되더군요. 잘되든 안 되든 배움이 있구나! 알게 되더군요. 그리고 늘 도반들과 봉사하면서 마음 나누기를 연습하다 보니 깨어있게 되고 나도 모르게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걸 알아차리게 되더라고요. 내 생각에 집착하는구나, 다른 사람의 말을 듣기보다 내가 옳다는 걸 내세우는구나…소임을 나로 삼아 집착하기도 하고요. 상대방의 말을 편안하게 받아들이기보다 내 잣대로 옳고 그름을 따지고 있는 제 업식도 들여다보게 되었어요. 그러면서 이 모든 것들이 내가 일으키는 거구나…확연히 보게 되면서 도반들에게 고마움을 많이 느껴요. 혼자이면 몰랐을 텐데 일하면서 수행하는 도반들 덕분이구나 하죠.
저는 일을 싫어하고, 해보지 않은 것에 대해 두려움도 있어요. 그런데 도반들과 억지로라도 10년 정도 수행을 하다 보니 불안감이 차츰 줄어들고 편안해지더군요.

JTS송년거리모금캠페인 중(오른쪽에서 첫번째 김희선 님)
▲ JTS송년거리모금캠페인 중(오른쪽에서 첫번째 김희선 님)

Q. 앞으로 원이 있다면?

얻을 것이 없다는 걸 알고 있지만, 마음속에서는 끊임없이 얻으려는 마음이 있더군요. 순간순간 알아주길 바라고 계산하고 있는 나를 볼 때, 이게 괴로움이구나 알게 되죠. 매 순간은 안 되겠지만 내가 잘 쓰이고 내게 오는 인연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인정할 수 있는 상태가 되면 참 좋겠어요. 지금은 다만 알아차리고 내 업식을 멈추어보는 연습을 부지런히 하는 것이 제 숙제겠지요. 길가의 한 포기 풀처럼 살되 평정심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정토불교대학 입학식(첫째줄 왼쪽에서 네번째 김희선 님)
▲ 정토불교대학 입학식(첫째줄 왼쪽에서 네번째 김희선 님)

Q. 추가로 더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소임이 복이라고 하지요. 처음에는 일을 시키려고 저런 말을 하나? 하고 생각했는데, 소임을 맡고 억지로라도 하다 보니 그게 실제로 큰 도움이 되더라고요. 수행의 깊이도 알게 모르게 깊어지고 남편과 아이도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되었어요. 정토회 도반들과 일과 수행을 함께 하면서 매번 느끼는 거지만 여기 붙어만 있으면 내가 변화된다는 것은 분명해 보여요. 분별심 내고 이러니저러니 불편한 가운데에서도 돌아보면 나도 모르게 조금씩 변해 있더라고요. 지금 생각해보면 수행에서 도반이 전부라는 걸 다시 알게 되더라고요. 도반님들 고맙습니다.

동북아역사기행 때 백두산 천지에서(오른쪽 김희선 님)
▲ 동북아역사기행 때 백두산 천지에서(오른쪽 김희선 님)

환경과 생명에 대한 김희선 님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환경실천을 당연히 해야 하는 일상적인 과제로 여겼던 제 마음이 보였습니다. 앞으로 어떤 마음으로 환경과 생명을 대해야 할지 자각하는 계기가 되어 감사한 마음입니다.

글_이수향 희망리포터(부천정토회 광명법당)
편집_한명수(인천경기서부지부)

전체댓글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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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수

정리가 잘 되어 있어 저까지 정리가 잘 될라 그래요.
김희선 님의 여러 스토리를 들을 수 있어 더 이해가 되고 알게 되어 좋으네요^^

2018-04-21 14:28:03

정기성

희선도반님
글로 만나니 더 반갑네요. 대표소임으로 함께 해주시니 많이 힘이 됩니다. 고맙습니다.

2018-04-20 06:37:03

이기사

감사합니다

2018-04-20 05: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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