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파주법당
토끼와 거북이, 파주법당 6인 6색 느린 정진 이야기

2018년 3월 파주법당에는 함께 모여 새벽 정진하는 여섯 명의 도반들이 있습니다. 새벗정진 회향 때 선광법사님께서 절 하기가 싫거나 5시 제시간에 수행하는 것이 어려운 정토행자 6명을 묶어 법당에서 정진해보라고 권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를 위해 법당을 찾은 이른 새벽, 법당 창문이 이미 밝습니다.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토끼가 거북이와의 경주에서 진 이유는 낮잠을 잤기 때문이 아니라, 얼마만큼 왔는지 자꾸 뒤를 돌아보는 마음 때문이라는 묘수법사님의 법문을 새기며, 한 발 한 발 각자의 발걸음에 집중하는 파주법당 거북이 도반들의 느린 정진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파주법당 셰프 조정애 님

나를 돌아보고 나를 찾고 싶어서 정토회에 오게 되었어요. 그런데 첫 마음은 다 잊어버리고, 다니는 것에 급급하다 보니 내가 왜 다니는지를 잊고 있더라고요. 법당에서 정진한 지 얼마 되지는 않았지만 나를 돌아보는 계기가 된 것 같아요. 내 인생을 돌아보면, 나 자신은 없고 나를 학대한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힘들게 남을 위해서만 살아왔거든요. 나는 하나도 안 돌아보고 뭐든지 남이 우선이었죠. 얘기를 하려니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네요. 내가 마음속에 피해의식을 가지고 살았거든요. ‘왜 나만 시부모님을 모시고 이렇게 힘들게 살아야 하나?, 왜 나의 힘든 부분을 몰라주나?’ 원망하는 마음이 많았어요. 사람들을 만나도 원망하는 말들로 시간을 보내곤 했는데요. 지금은 그런 마음이 거의 없어졌어요. 정토회에 나오고 나서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좋아졌어요. 가족이나 부모 형제에 대한 원망이 신기하게 해소되어서 참 좋고, 활기차고 행복해요. 요즘에는 나를 다독이고, 힘들면 힘들었구나 하고 알아주려고 노력도 하거든요. 그러다 보니 주위 가족들에게는 많이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하고요.
법당에서는 주간 수행법회를 담당하는데, 행사 때 공양을 챙기는 일도 자주 맡게 되요. 나 먹는 것으로 즐거움을 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남을 먹이는 것으로 즐거움을 삼는 사람이 있잖아요. 저는 저 먹는 것은 거의 신경을 안 써요. 내 입에 들어가는 것보다 남의 입에 들어가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삶을 살았거든요. 그래서 공양준비하는 것이 힘든 줄 몰라요. 그저 업식대로 하는 것 같아요.
법당에서 정진하다 보니, 여러 가지 꽃들이 모여서 화단을 이룬다는 말처럼, 다양한 도반들이 이렇게 함께 모여서 간다는 것이 너무나 마음에 와 닿아요. 여러 도반들과 법당이 꽉 차도록 모여서 새벽정진하는 날이 왔으면 좋겠네요.

나를 위해 꽃을 선물하게 된 성다연 님

너무 외로워서 정토회에 오게 되었어요. 남편 직장 때문에 파주로 이사를 왔거든요. 환경이 바뀌고, 남편은 회사 가고, 아이들도 학교가고 나면, 만날 사람도 없고 할 일도 없어서, 집에만 있으니 외로움이 커졌어요. 결혼하고 몇십 년을 누구누구 엄마, 누구누구 아내로 살다보니, 내 이름을 불러주는 곳에서 생활하고 싶더라고요. 이제 경전반 졸업하는데, 최근까지도 외롭고 마음이 왔다 갔다 하곤 해요. 들어보면 정토회 오시는 분들 중에 힘든 분들이 많던데 저는 살면서 힘든 일도 별로 없었거든요. 주위에 형제도 많고, 사랑도 많이 받으면서 컸고요, 남편도 잘해 주고 아이도 있고 행복하고 다 있는데 그래도 항상 혼자라는 생각이 많이 들어서 외로웠어요. 내가 내 자신을 챙겨주면 되는데, 남이 나를 챙겨주고 먼저 다가와서 아는 척 해주길 바라니 외로울 수 밖에요. 정토회 와서 내가 나 자신을 사랑하고 아껴주는 법을 배운 것 같아요.
내가 꽃을 참 좋아하는데 아무도 꽃을 안 사주더라고요. 사달라고 하면 옆구리 찔러 절 받기로 남편이 사주긴 하는데요. 그런 건 또 내 마음에 안들고요. 얼마 전에 내가 나에게 후리지아를 선물했어요. 꽃병에 꽂아두고 냄새도 맡고 하는데 너무 기분이 좋더라고요.
정토회 활동을 하게 되면서 누군가에게 의지하지 않고 내 스스로 내 인생을 책임져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나를 찾고 싶어 정토회에 왔는데 저는 정말로 제 자신을 사랑하게 된 것 같아요.
아침에 절하는 것이 참 힘들었는데 도반들과 함께 하니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요즘처럼 이렇게 수행하면서 인생을 살아간다면 괴로울 일이 없을 것 같아요. 수행자로 살아가면서 막 행복하다는 느낌은 잘 모르겠어요. 그래도 내려놓을 수 있으니 괴롭지는 않은 것 같아요. 자유롭고요.
예전에는 ‘어머니 감사합니다’ 라는 기도문으로 기도했어요. 내가 감수성이 예민해서 마음의 굴곡이 심하거든요. 왜 나를 이렇게 예민한 성격으로 낳았냐며 엄마 원망을 많이 했어요. 엄마가 나를 유산시키려고 했다는 얘기를 들은 후부터, ‘나는 뱃속에서부터 엄마가 나를 거부해서 사랑을 못받았구나, 그래서 예민하구나’ 싶더라고요.
요즘은 ‘나는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라는 기도문으로 기도해요. 기도하다보니 정말로 나는 아무 문제없는 사람인데 내가 없는 문제를 만들어서 키우고 괴롭게 지낸 것 같아요. 생각해 보면 막내라 다른 사람보다 사랑도 많이 받고 컸거든요. 그런데도 더 많이 사랑받고 더 많이 행복하고 싶어서, 만족을 못해서 힘들어했죠. 만족하거나 내려놓거나 할 수 있다면 정말로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 같아요

수행은 내가 살 길! 강미경 님

나는 내가 아무 문제없이 살고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그저 아침마다 절이 하고 싶어서 정토회에 왔어요. 오히려 정토회에 오고 나서 내 안에 괴로움이 많은데, 괴로운 줄도 모르고 나를 무시하며 살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심리치료 관련 책들을 찾아다니며 나를 찾아보려고 애를 썼는데요. 지금 정토회에서 수행이라는 이름으로 심리치료를 받고 있는 것 같아요. 최근에 <나눔의장>을 다녀왔는데, 내가 왜 이렇게 무기력한지, 왜 스스로를 자책하면서 사는지 알겠더라고요. 머릿속으로는 법문을 다 이해한다고 생각했는데, 머리로만 알았지 실제로는 나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지 않았어요. 그러니 아무리 심리학 책을 들여다봐도 내가 나를 사랑할 수가 없었겠구나 싶었어요.
새벽수행하면서 어린 시절 생각이 나서 나도 모르게 눈물까지 흘렸거든요. 엄마가 동생을 업고 있는데, 나도 그 따뜻한 엄마 품이 너무 그리운 거예요. 그래서 나도 업어달라고 했다가 혼이 났어요. 어린 마음에 따뜻한 엄마 품에 한 번만 더 업혀 봤으면 싶었는데 안 업어주셨어요. 동생이 있는데 엄마도 힘드셨겠죠. 다 아는데 그래도 너무나 엄마 품이 그리운 거예요.
세상을 살면서 힘든 일이 얼마나 많아요? 엄마 품에 업히고 싶은데 못 업힌 게 뭐 그리 대수라고요. 그런 건 힘든 축에도 못드는 일이죠.
사람마다 느끼는 감정은 다르니까 내가 눈물이 날만큼 힘들다고 느꼈으면 힘든건데, 그런 것쯤은 힘들어하면 안된다고 힘든 일이 아니라고 내가 내 감정을 무시하고 살았어요. 사소하지만 내가 나를 인정하는 것이 나를 사랑하는 시작이구나 싶으니, 진짜 업히고 싶었는데...하면서 눈물이 시원하게 나더라고요.
수행은 내가 살 길이다 싶어요. 내가 행복해지니, 나로 인해 불행한 사람이 적어지니, 다른 사람도 행복하게 하는 길이고요. 나는 발목이 아파서 절이 하고 싶어도 못하거든요. 대신 주력을 하는데 제 시간에 매일 뭔가를 한다는 것이 잘 안되더라고요. 천일결사 입재한 지 3년 차가 되어 가는데, 절을 쉰 적도 있고, 안하고 싶었을 때는 안한 적도 있고 그래요. 지금 와서 생각하니 그것도 다 거쳐야할 과정이었구나 싶어요. 되면 되는대로, 안되면 또 안 되는대로 하다보면 저절로 될 때가 있구나 싶고, 이번 기회에 5시 정진을 연습해 보고 싶어요.

도반들과 함께 하니 애쓰지 않아도 된다는 김영순 님

심심하기도 하고, 동북아를 가고 싶어서 정토회에 왔어요. 불교대학 졸업하고, <깨달음의장>도 다녀오고, 얼마 전에는 발심행자 교육도 다녀왔어요. 이제 통일의병이 되기 위해 교육을 기다리는 중이에요.
정토회를 다니면서 확연하게 달라진 것은 참을성이 많이 생겼고, 매사가 나 중심이었는데 상대를 배려하게 된 것 같아요. 그리고 새벽에 일어난다는 것은 내 인생에서 상상도 못할 일인데, 지금 이렇게 법당에서 정진하고 있네요.
새벗정진 회향 때 사람들이 은연중에 새벽정진을 너무 하고 싶어 하는데, 여럿이 같이 물밀듯이 하다보면 되겠다 싶어서 가볍게 꺼내보았어요. 저 역시도 혼자는 힘든데 누군가와 같이 하다 보니 벌써 5일이 지났네요. 내 성격이 목표를 세우고 해내는 이런 성격이 아니예요. 계획하고 약속하는 것도 안좋아하거든요. 그런데 정토회는 규칙적이고 질서정연한 단체잖아요. 2년간 경전반 졸업 때까지는 출석해보자, 뭐라도 따라가 보자 하는 마음으로 하고 있어요. 동북아 가고 싶어서요. 그리고 다니다 보니 도반들이 참 좋더라고요. 도반들 만나러 오는 김에 덤으로 수행도 하게 되고요. 정토회 와서 단박에 깨치고 이런 건 모르겠어요. 그냥 하루하루 몸에 스며들듯이 조금씩 변화하는 자신이 좋아요.
아침수행은 1년 정도 했어요. 매일 하기는 했는데 5시 제 시간에 한 건 3일 정도밖에 안되거든요. 법당에서 정진하면서는 알람도 안 맞춰놓고 긴장도 안하는데 저절로 제시간에 일어나지는 게 신기한 일이죠. 못가면 말지 뭐 그런 류의 사람이라 내일 못 일어나면 어떡하지 그런 걱정도 안하는 데도요. 도반들이 같이 하자고 하니 부담없이 가볍게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자등명 법등명 장철환 님

수행문처럼 이 사람, 저 사람, 이 절, 저 절, 돌고 돌다가, 괴로워서 오게 됐어요. 불교대학 입학 당시 홀로서기 연습중이었거든요. 술을 일주일에 열흘은 마신 것 같아요. 점심에도 먹고, 저녁에도 먹고요. 정토회 와서 죽을 고비를 넘겼다고 봐야지요. 지금은 일주일에 한 번 마시거나 안 마시거나 하거든요. 지인이 보내준 정토불교대학 카톡을 보고, 입학 전날 신청했어요. 현실이 괴로우니 멋모르고 와서 다른 건 잊어버리고 여기에만 정신을 집중하자 하고 매달렸던 것 같아요. 그런데 며칠 공부하다 보니, 자등명 법등명이라고, 스스로에게 의지하라고 해서 조금 괴로웠어요. 그래도 열심히 한 덕분에 봄불대 개근해서 졸업식 때 법륜스님과 악수도 하고, 얼마 전에는 발심행자 가입도 했답니다.
처음에는 5시에 정확히 일어나서 죽어라 했지요. 못한 날은 다음날 2배로 하기도 하고요. 그런데 하루 빠지고 이틀 빠지고 하다 보니 어느 순간 안되더라고요. 법사님에게 귀찮고 안하고 싶다, 하려고 해도 안 된다고 말씀드렸더니, 법당에 나와서 정진하라고 하셨어요. 그래도 안 나오려고 했는데, 도반들이 같이 하니 어떻게 오게 됐어요. 하루 나오니 오늘까지 꾸준히 오게 됐고요. 다 도반 덕, 정토회 덕분인 것 같아요. 깨장에서 많은 것을 깨우치고, 도반들의 도움을 많이 받아서 지금까지 오게 된 것 같아요. 정토인으로서 법비를 흠뻑 맞아서 가볍게 살아가고 있네요.

가볍게 가볍게 한인오 님

강미경 님이 법당 정진을 권유해주셨을 때, “저는 집에서 수행 잘 하고 있습니다.” 했다가, 5시에 시간 지켜 해보자 싶어 마음을 내게 되었어요. 정토회 오기 전에 법륜스님 즉문즉설을 먼저 들었는데, 처음 들었을 때도 듣고 나니 마음이 많이 밝아졌어요. 즉문즉설을 찾아 들으면서 어떤 때는 짧은 법문에도 눈물 콧물 범벅일 정도로 눈물이 나기도 했어요. 어느 날 우연히 지나가다가 노래방 옆에 정토회가 눈에 들어왔어요. 정토회 오기 전부터 집안문제, 아이, 남편 문제가 컸어요. 사람들도 나만 보면 무겁다고 하더라고요. 스스로 느끼기에는 죽을 것 같았어요. 미쳐버리거나 죽어버릴 수도 있겠구나 싶을 정도였거든요. 악다구니를 쓰기 시작하면 멈춰지지가 않았어요. 즉문즉설을 듣고 그렇구나 해도, 막상 직장 가면 또 힘들고, 집에 와도 힘들고 그랬거든요. 애들 키우면서 직장 다니면서, 누군가를 돌볼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고, 나 자신도 병원 다니면서 약을 먹는 상황이라 지칠대로 지쳐 있던 때 정토회에 오게 됐어요. 정토회 와서도 직장 다니고, 남편이나 애들 문제가 변한 건 없는데, 마음은 조금씩 여유가 생기는 것 같더라고요. 봉사를 하게 되면서는 봉사하는 시간과 봉사 일감이 늘어나긴 했는데, 그래도 직장 다니면서 해내게 되더라고요.
기도문은, 경전반 특강수련 때, 가볍게 생각하라는 말씀을 듣고, ‘가볍게 삽니다’ 하고 기도를 했어요. 그런데 그 당시를 돌아보면, 사람들은 나를 보면 내가 무겁다는 것을 아는 것 같은데, 정작 나는 가벼운 건 뭐고 무거운 건 뭔지도 잘 몰랐던 것 같아요.
법사님에게 남편이 1년 6개월 전 과거 얘기를 꺼냈을 때를 질문 했더니, ‘남편에게 숙이라’는 명심문을 받았어요. 그런데 명심문을 받은 이후에 내 마음이 무겁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내가 한 행동들을 생각해 보면 남편에게 숙이고도 남을 지경인데 왜 남편에게 못 숙이지?’라는 생각에 사로잡혀서 마음이 자꾸 가라앉았어요. 그런데 ‘가볍게 삽니다’ 라는 명심문 덕분에 알게 되었어요. ‘내가 지금 무겁구나, 그것도 내가 만든 생각인데, 그 문제에 내가 무겁게 다가가고 있구나’ 알아졌어요. 그저 지금 나는 남편에게 안 숙여지고, 내 행동이 편하지가 않구나, 그렇구나 하고 있는 중입니다. 그래서 명심문이 소중하고 감사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인터뷰를 하고 며칠이 지난 요즘도, 새벽 5시 파주법당 창문은 어김없이 환하게 밝혀져 있습니다. 혼자서는 어렵던 일, 파주법당 여섯 도반들의 6인 6색 멈추지 않는 정진을 응원합니다.

글_ 박상미 희망리포터 (일산정토회 파주법당)
편집_ 한명수 (인천경기서부지부)

[삶을 바꾸는 공부, 정토불교대학]
원서접수 기간 : 2018. 3. 25 (일)까지

문의 : 02-587-8990
▶정토불교대학 홈페이지

전체댓글 9

0/200

유하민

다른 사람에 똣을 이해해는 것

2021-05-22 22:51:07

선광

다른 한면을 보고 많이 느끼고
배워 갑니다.
고맙습니다.

2018-03-25 23:56:33

이기사

6인6색의 정진을 응원합니다_()_

2018-03-24 13: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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