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뉴저지법당
뉴저지정토회 간판 달던 날!
선주법사님과 함께한 이전법회 이야기

법당을 새로 열면 제일 처음 준비하는 것이 아마도 정토회 세 글자가 새겨진 ‘간판’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뉴저지정토회는 지금까지 간판도 없이 지냈단 얘기일까? 많은 분이 의아해 하실텐데요, 예! 그렇습니다. 뉴욕정토회에서 분가해 나온 지난 2008년부터 거의 10년 가까운 시간 동안 뉴저지정토회는 간판이 없었답니다. 어째서? 궁금해하실 분들께 지금부터 그 사연을 소개해 드립니다.

뉴욕정토회 둥지에서 자라 독립의 날개짓을 하다

뉴저지정토회를 소개하자면 먼저 뉴욕정토회 얘기부터 해야 할 것 같습니다. 1994년 최초의 해외 정토회로 설립된 뉴욕정토회는 2017년 현재 30여 개의 해외 정토법회의 시초가 되었습니다. 20여 년 전, 지금처럼 인터넷이나 유튜브도 없던 시절 오직 부처님 법 만남의 기쁨으로 발판을 닦아오신 선배 도반들께 절로 고개가 숙여지는 대목입니다.
뉴저지 선배들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뉴욕정토회 소문을 들은 한 명이 두 명이 되고, 두 명이 세네 명이 되고…. 요즘도 막혔다 하면 2시간이 넘게 걸리는 조지 워싱턴 브릿지(GWB)를 건너 뉴욕으로 뉴욕으로 길을 닦았습니다. 30불(2017년 현재 기준)에 가까운 왕복 통행료와 서너 시간씩 걸리는 교통상황도 수업료 역할을 톡톡히 했습니다. 그러던 중 2008년 뉴저지 몇몇 분들의 발심으로 강희승 님 댁에서 처음으로 가정법회가 열리게 됩니다. 이 가정법회가 뉴저지정토회의 시작이 되었고 그 후, 2년여의 시간을 연습해 2010년 8월 1일 비로소 포트리 지역에 뉴저지정토회가 개원하게 됩니다.

2016년 1월 눈 폭풍 불어닥친 다음 날, 법당 제설 중인 모습
▲ 2016년 1월 눈 폭풍 불어닥친 다음 날, 법당 제설 중인 모습

사진으로 보시는 것처럼 지난 7년간 뉴저지정토회는 일반 주택가에 있는 단독주택을 빌려 사용하였습니다. 방음에 취약한 미국 주택의 특징도 있었지만, 조용한 주택가에서 목탁은 엄두도 못 낼 일이었고, 협소한 주차공간으로 인해 길가에 주차라도 할라치면 이웃집에서 문을 두드리며 차를 옮겨달라고 하기가 일쑤였습니다.
이런 상황에 간판은 감히 상상도 못 할 꿈이었지요.

욕심이 아닌, 원을 세우다

2010년 도반들은 뉴저지에 우리의 수행공간이 생긴 기쁨을 누리는 동시에, 법당이 제대로 된 상업용 건물에 자리했으면 하는 원을 세우기 시작했습니다.

‘빅뱅마트’와 ‘나비장터’
▲ ‘빅뱅마트’와 ‘나비장터’

일은 사람이 하고, 뜻은 하늘이 이룬다는 평소 스님의 말씀대로 뉴저지정토회 회원들은 다음 해인 2011년부터 불사를 향한 원을 세우고 하나하나 준비해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회원들의 기부 물품들로 시작한 ‘재활용 상설장터’인 빅뱅마트와 이후 조금 더 발전해 지역 주민들과 함께한 나비장터가 그 대표적인 예입니다.
그렇게 지난 6년간 수많은 건물을 물색하던 중 드디어 우리와 인연이 되겠구나 싶은 곳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중요한 몇 가지 조건들이 맞아 떨어지니, 그때부터 한국에 불사 기획안을 제출하고 불사위원회를 발족하는 등 모든 일이 일사천리로 진행되었습니다.

뉴저지정토회 새 법당
▲ 뉴저지정토회 새 법당

드디어 그 날이 왔습니다. 정토회 세 글자가 단정히 쓰인 한글 간판을 건물 외벽에 자랑스럽게 달았습니다. 여러분들이 남몰래 눈물을 훔치셨습니다. 어찌 안 그럴 수 있을까요.

<펠리사이드 파크 Broad Ave.> 한인 거리답게 거리 무인 주차기에도 한글로 표시됩니다.
▲ <펠리사이드 파크 Broad Ave.> 한인 거리답게 거리 무인 주차기에도 한글로 표시됩니다.

새 법당이 위치한 곳은 뉴저지의 가장 큰 한인타운인 펠리사이드 파크입니다. 도로 양쪽으로 한글 간판들이 즐비한, 말 그대로 없는 것 빼고는 다 있는 미국 속 한국이지요. 법당은 그 도로의 끝 상가들이 끝나는 지점에 있어 도로의 분주함과 소음을 피하고, 길 건너로는 주택가가 이어져 법당으로서는 최적의 자리에 위치해 있습니다.

불사 과정을 설명 중인 백은주 님
▲ 불사 과정을 설명 중인 백은주 님

법문중이신 선주법사님
▲ 법문중이신 선주법사님

오늘을 축하하러 멀리 한국에서 선주법사님께서 오셨습니다.
선주법사님께서는 ‘뉴저지법당에는 그동안 다녀가신 한 분 한 분의 역사가 함께 있다’고 하시면서 모 법당인 뉴욕정토회에서부터 지켜온 투명한 재정 원칙을 잘 지키고, 법당의 주인 된 마음으로 일을 하다보면 생길 수 밖에 없는 갈등을 수행을 통해 극복하면서 청정과 화합의 공동체를 만들어갈 것을 당부하셨습니다. 다음은 법사님의 법문을 요약한 내용입니다.

“불사는 수행이다. 실컷 법당을 세워놓고 지쳐서 안 나오는 경우도 있다. 이전개원을 하면서 수행자로서 자기점검을 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법당에 나와서 백일기도를 하며, 청정과 화합의 공동체, 이 두 가지를 뉴저지법당은 완성해 나가야 한다. 화합은 수행의 완성이고 무아, 무소유, 무아집의 완성이다.”

오늘을 축하하기 위해 자리해 주신 뉴욕, 뉴저지 정토회원들
▲ 오늘을 축하하기 위해 자리해 주신 뉴욕, 뉴저지 정토회원들

부처님께 공양을 올리는 마음으로 직접 만들어 오신 정성 가득한 음식들
▲ 부처님께 공양을 올리는 마음으로 직접 만들어 오신 정성 가득한 음식들

사진에는 나와 있지 않지만, 법회 후 돌아가시는 분들 손에는 잔칫집 기념품(?)인 떡이 들려 있었습니다. 우리는 그 떡을 일회용품이 아닌, 집에 돌아가서도 계속 사용할 수 있는 ‘용기’에 담아 드렸다는 사실! 물론 용기 구입비용이 추가로 들긴 했지만, 명색이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는 정토회 환경지킴이들인데 이 정도 센스는 기본이겠죠?

<불사추진위원회> 좌로부터 이영숙 총무, 백은주 님, 이정인 님, 문희경 님, 한혜진 님
▲ <불사추진위원회> 좌로부터 이영숙 총무, 백은주 님, 이정인 님, 문희경 님, 한혜진 님

감회가 남다를 불사추진 위원 다섯 분께 오늘의 소회를 들어 보았습니다.

이영숙 님 : 그동안 뉴저지 법당을 거쳐 간 많은 분의 마음이 모여 드디어 불사를 이루게 되었습니다. 뉴욕정토회에서 분가하여 늘 주위의 눈치(?)를 보며 살다가 이제 이렇게 당당히 간판을 걸고 내 집을 마련했다 생각하니 감개무량합니다. 그동안 후원해 주시고 관심 가져 주신 많은 분을 일일이 호명해 드리지 못하여 죄송합니다. 그 마음들에 다시 한번 머리 숙여 감사드리며 새 법당이 청정과 화합의 수행도량으로 거듭나도록 하겠습니다.

백은주 님 : 불사가 한창 진행 중이던 때에 불사위원회 멤버 5명 중 4명이 이사를 하고 공적인 소임도 상당히 바쁜 상황이었음에도 특별한 불협화음 없이 각자의 상황에서 최선을 다했습니다, 불사를 통해 도반 간의 신뢰가 깊어지고 멀리서 혹은 가까이에서 마음을 내어주시는 분들을 보며 감동스런 순간들이 많았습니다. 도반과 인연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었던 귀한 경험이었습니다.

이정인 님 : 뉴저지법당의 오늘이 있기까지 정말 많은 분의 은혜와 후원이 있었습니다. 모 법당인 뉴욕법당 회원들과 현재 뉴저지 법당 회원들은 물론이려니와 법당에 나오다가 한국으로, 타지역으로, 개인적인 이유로 못 나오는 분들이 있습니다. 모두들 각자의 방식으로 뉴저지법당의 오늘에 기여해 주었습니다. 그분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뉴저지법당이 오시는 어느 분이나 편하게 수행정진하는 장소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문희경 님 : 불사를 하다 보면 잘하려는 마음이 앞서 서로 마음 상하는 일이 있을 수 있다 하여 ‘불사 원만 성취 발원기도’로 마음을 모으며 시작한 불사! 생업과 바쁜 생활 속에서도 궂은일 마다 않고 서로 앞장서서 온 마음을 다하는 도반들과 함께하며 어려운 일들도 가볍게 넘을 수 있었습니다. 함께한 그 과정이 모두 감사합니다.

한혜진 님 : 정토 불교대학의 인연으로 함께한 세월이 어느덧 6년이 되었습니다. 큰일이 있을 때마다 일어나는 분별심을 보며 수행의 길이 아직 멀구나 느꼈는데, 오늘 이렇게 새로운 법당에서 ‘행복한 수행자의 길’을 함께 걸어가는 도반들을 보니 감사하고 또 행복합니다.

오늘 자리하신 모든 분의 바람대로 뉴저지 새 법당이 ‘청정과 화합의 공동체’로 번창하기를 두 손 모아 빕니다.
▲ 오늘 자리하신 모든 분의 바람대로 뉴저지 새 법당이 ‘청정과 화합의 공동체’로 번창하기를 두 손 모아 빕니다.

“이곳은 “행복”을 좀 아는 분들이 “수행” 할 곳입니다.
이곳은 “수행” 좀 아는 분들이 “행복” 할 곳입니다.”

문의 뉴저지정토회
주소 545 Broad Ave. #2Fl. Palisades Park, NJ 07650
전화번호 201-944-3834

글_박승희 희망리포터 (뉴저지법당)
편집_이진선 (해외지구)

전체댓글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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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선주

와~ 팔팍에 자랑스럽게 걸린 정토회 간판. 얼른 가보고 싶네요. 뉴저지 도반님들 축하드립니다!!

2017-12-21 14:36:07

묘명행

와 축하드립니다!! 저도 팰팍 브로드애비뉴 근처에 2년 정도 살았던지라 다시 꼭 가보고 싶네요. 애쓰신 분들 부처님 가피 감사합니다.

2017-12-14 06:29:11

김정란

정말 수고 많으셨네요. 축하드립니다.

2017-12-14 02: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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