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여수법당
장소의 힘, 도반의 힘. 그래서 새벽마다 법당으로 갑니다
여수법당 새벽기도 이야기

여수법당 새벽기도 하는 정토행자님들. 좌로부터 강윤숙, 김창희, 송홍신, 유남이, 이미순, 신선희 님
▲ 여수법당 새벽기도 하는 정토행자님들. 좌로부터 강윤숙, 김창희, 송홍신, 유남이, 이미순, 신선희 님

오늘은 천일결사 9-2차 21번째 기도일입니다.
새벽마다 법당에서 기도하는 여수법당의 정토행자들이 있어 만나고 왔습니다.

집에서 하면 번거롭지 않고 편할 텐데 왜 굳이 법당까지 나와서 기도할까? 법당에 왔다 갔다 하는 시간 때문이라도 더 일찍 일어나야 하고 여러 가지로 쉽지 않을 텐데, 그런데도 법당에서 기도하는 이유와 계기가 궁금했습니다.

여수법당에는 몇 년 전부터 새벽 5시만 되면 홀로 법당에 와 새벽기도를 하신 분이 있습니다. 100일 기도 하기로 했나 했는데 1,000일이 지나도, 3년이 넘어도, 오늘도 한결같이 나옵니다. 요즘은 그 한 명이 6명이 되었습니다.

다들 출근해야 하는 바쁜 사람들인데, 5시까지 법당에 나오려면 아무리 늦어도 4시 반에는 일어나야 할 텐데 왜 법당까지 와서 기도하는가, 그리고 그렇게 했던 계기는 무엇이었는지 여섯 분께 물었습니다.

송홍신 님 : 그저께부터 오기 시작했다. 오늘로 3일이 되었다.
예전에 정말 열심히 수행한 적도 있었지만, 그보다 더 옛날에 주색잡기에 빠졌던 습관이 되돌아와 한 1년간 완전히 손을 놓았다. 이러면 안 될 것 같아 고향에 돌아오듯 다시 청정한 생활을 하고 싶었다.
그런데 집에서 기도하게 되면 매일매일 술 먹고 늦게 들어오던 사람이 갑자기 새벽부터 108배하고 가부좌하고 명상한답시고 앉아있으면 마누라와 애들이 아빠 미친 것 아니냐고 할까봐 걱정했는데, 다행히 법당에 나오면 기도하는 도반들이 있어 나오게 되었다.
또다시 법당에 나오니 스스로 마음이 정리되고, 복잡하게 들떴던 마음이 차분해짐을 느낀다.

유남이 님 : 올해 1월부터 나오기 시작했다. 법당으로 나오면 매일 안 빠지고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 집에서 새벽기도를 하면 바쁜 일이 있거나 게을러지는 마음이 생길 때 요령을 피우게 된다. 순서 중 몇 가지를 빼먹거나 108배를 전부 안 한다거나 하는 식으로.
법당에서 기도하게 되면 적어도 형식적으로라도 온전하게 한다. 매일 새벽기도를 확실하게 하겠다고 나 자신과 약속했는데 이를 지키고 싶어 법당으로 나온다.

2017년 새해가 되어 가만히 생각해 보니 30세 된 아들이 아직도 취업 준비를 하고 있는데, 다 큰 자녀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스스로 하는 나의 기도밖에 없었다. 새벽마다 하는 기도를 좀 더 정성스럽게 하고 싶었다. 법당으로 가면 그곳에 도반이 있으니 그렇게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김창희 님 : 게으름을 이길 수 있다. 혼자서는 힘들지만, 부처님을 모시고 있는 법당이라는 장소의 힘과 도반들과 어울려서 하는 힘으로 정갈한 기도가 가능하다.

2013년 아내와 천일결사 기도를 처음 시작했다. 천일이 다 되어가는 즈음에 아내가 나의 강요 때문에 억지로 자발적이지 않은 기도를 해 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내를 배려해 그 후 집보다는 법당에서 하게 되었고 편하게 하고 있다.

신선희 님 : 작년 12월 1일부터 법당으로 나와 기도를 시작했다.

2011년 9월쯤 법륜스님이라는 분을 처음 알게 되었다. 유튜브로 <즉문즉설>을 보니 스님께서 108배 하라는 이야기를 자주하셔서 그 때부터 집에서 기도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108배를 했다. 그 후 정토회 불교대학에 다닐 때 ‘수행맛보기’ 수업에서 새벽기도에 형식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집에서 하다 보니 때로는 명상만 하고, 때로는 108배만 하는 식으로 제대로 잘 안되었다. 게을러지고 그냥 형식적으로 하게 되고 대충하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어느 날 문득 법당에서 새벽기도를 한다는데 거기서 하면 내용도 형식도 온전하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그래서 매일 아침 법당에 나간다. 열심히 정진하는 도반의 얼굴을 보는 것만 해도 계속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

강윤숙 님 : 불교대학 담당자 교육을 받을 당시 강사님이 말하기를, 불교대학 담당을 몇 번 맡았는데 학생들이 졸업만 하면 법당과 발을 끊었다. 그런데 새벽기도를 했더니 졸업한 후에도 인연을 계속 이어간 경우가 많았다고 했다.
능력도 없는 내가 소임을 맡아 잘 해내려면, 또 하기 싫은 마음이 자꾸 생기는 것을 없애는 방법으로 새벽기도를 해보고자 결심했다. 그렇게 2016년 가을불교대학 저녁반 담당을 맡으며 새벽기도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법복으로 갈아입고 새벽기도를 했다. 조금 지나니 옷 갈아입는 그 작은 틈에 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막 올라왔다. 이런 식으로 점점 게을러지고 힘들어졌다. 나중에는 자꾸 빼 먹기도 하고, 해도 대충 하게 되었다. 어느 날 법당에서 하면 충실히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해서 법당으로 새벽기도를 나가게 되니 계속된 수행이 가능해지고, 또 이렇게 시간이 지나니 마음이 편해지고 남편과 자식들에 대한 욕심이 사라졌다. 다니기 싫고 힘들었던 직장 생활도 즐거운 마음으로 다닐 수 있게 되었다. 그러니 계속 나오게 된다.

이미순 님 : 6-9차 천일결사부터 새벽기도를 시작했다. 그러다 2014년 가을불교대학 저녁반 입학식 다음 날부터 법당으로 나와 새벽기도를 하기 시작했다. 그 당시 여수법당이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아 예년의 경우에 비춰볼 때 입학생 5~6명을 예상했는데 입학생이 28명이나 되었다. 두 번째 불교대학 담당이었는데 그 입학식 집전을 보면서 예상치 못한 숫자와 입학생의 면면을 보고 몸과 마음이 떨려왔다.

처음 담당일 때 문을 열어 주고 닫는 것 말고 한 것이 없었던 것 같아 스스로 너무 모자란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이번에는 좀 더 잘 해보고 싶었다. 이런 떨리는 마음으로 어떻게 잘 해낼 수 있겠는가, 자신부터 안정이 돼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마음에서 더 열심히 수행해보자는 각오로 법당으로 나와 기도를 시작했다.

이렇게 법당으로 새벽기도를 다녀 벌써 만 3년이 다 되어 가지만 크게 변한 것은 없는 것 같다. 단지 무언가 마음이 굳건해진 느낌이다. 이렇게 법당으로 나오는 것이 지금도 하루하루 힘들지만 같이하는 도반들도 생기고 이젠 어느덧 습관이 되어 그냥 계속해 볼 생각이다.

천일결사 9-2차 21번째 경전 낭독하는 모습.
▲ 천일결사 9-2차 21번째 경전 낭독하는 모습.

새벽기도.
기도하는 마음에 대하여 생각해봅니다.
경건하게 자기를 돌아보며 성찰하는 마음이라고 합니다.
새벽기도 하는 한 분 한 분의 소중한 마음이 느껴집니다.
어떤 행자가 발원했던 대로, 의지하기보다는 의지처가 되어 스스로 서 있는 행복하고 자유로운 사람이 되기를 바라봅니다.

글_신규호 희망리포터(순천정토회 여수법당)
편집_양지원(광주전라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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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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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광

여수의 새벽을 여는 도반님들! 고맙습니다. 아름답습니다.

2017-08-03 11:45:39

고명주

아릅답네요

2017-07-31 22:28:25

이기사

금강 반야바라밀_()()()_

2017-07-28 11:5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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