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언양법당
언제나 낮은 곳에서 손 내밀 수 있는 삶. 감사합니다 -8년째 수행.보시.봉사 이현숙 님 이야기

언양법당 가을불교대 담당자인 이현숙 님은 2017년 봄불교대 담당을 겸하고 있습니다. 공양간과 7대 행사 법주 소임 등 작은 법당이라 봉사자가 많지 않으니 주어진 일은 물론 네 일, 내 일 가리지 않고 솔선수범하며 홍보지로 홍보할 때 ‘교차로’ ‘벼룩신문’ 등 지역 정보지 속에 끼워 넣는 방식을 시도해 ‘교차로보살’로 불리는데요. 번뜩이는 아이디어에 분위기도 곧잘 띄워 주위를 즐겁게 만드는 이현숙 님을 함께 봉사하는 활동가들은 한결같이 ‘보살’이라고 합니다.

가을불교대생 맞이 준비
▲ 가을불교대생 맞이 준비

저도 언젠가 이현숙 님과 봉사 중 길을 건널 때 어린 자식 손 잡듯 제 손에 깍지 끼고 사방을 살피며 안내할 때 잡아주던 손이 따뜻하고 포근해 “꼭 엄마 같다”라고 생각한 적 있습니다.
함께 이야기하다 보면 엄마 같은 따뜻함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이현숙 님 정토회와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되었고, 8년이라는 시간 동안 봉사하는 삶을 통해 행복하고 자유로워진 수행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지역정보지 속에 홍보지 끼우기
▲ 지역정보지 속에 홍보지 끼우기

정토회와의 인연 법륜스님이 손잡아 주다.
2009년 생활비를 벌기 위해 하던 조카 돌보는 일이 반복되는 육아로 지쳐 있을 즘 우연히 찾은 서초법당에서 법륜스님과 악수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정토회를 알게 되었고, 어릴 적부터 엄마는 사회봉사를 적극적으로 하셨고, 아버지도 늘 주위에 베푸시는 걸 보고 자라서 일까요? 처음 찾은 서초법당에서 주말 공양간 봉사자를 찾는걸 보고 정토회 식구가 되어 6년간 여러 봉사소임을 했습니다.
스님과 악수로 정토회와 인연이 시작된 거죠~

“내 문제는 스스로 해결한다.” 불교대 입학해서 3년 공부
천일결사 송수신기 봉사를 비롯해 경전반 출석체크, 명상수련 영상담당, 연등 꼬리표 달기, 탈북자 아이 돌보기, 환경실천 모임 등 6년 내내 다양한 봉사활동을 끊임없이 했어요.
천일결사 입재하여 수행은 시작했지만 봉사자 간의 불협화음과 갈등, 분별심으로 힘들어지면서 내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려면 ‘불교공부를 해야겠구나!’ 생각이 절실했습니다. 수행.보시.봉사의 의미에 대해 더 깊이 배우고도 싶었고요.
불교대에 들어가 경전반 재수강까지 3년 동안 부처님 법 배우고 깨우쳐가며 제 문제도 조금씩 알아가는 기쁨으로 정말 행복했습니다.

법주로 천도재 봉행
▲ 법주로 천도재 봉행

봉사는 내 업식을 알아차리고 극복해 나가는 연습
봉사를 통해 저는 앞장서거나 눈앞에 보이는 일보다 뒤에서 받쳐주고 옆에서 보조하는 일이 적성에 맞고 재미있음을 알았습니다. 일을 추진하는 사람을 도와 더 잘되게 하는 일이 보람 있고 신났어요. 업식을 알아차리고 이겨나가는 것을 연습하다 보니 사람 관계에서도 설 자리 앉을 자리가 한 눈에 보이더라고요. 또 “어른이 어린아이에게 하듯 베푸는 게 봉사이고 베푸는 자가 어른이다”라는 스님의 말씀처럼 인격을 키워 어른 되는 공부가 봉사에 있음도 깨우쳤습니다.

‘서포트’보고 ‘리더’ 하라니 물러나는 마음을 보다
2년 전, 서울을 떠나 고향인 언양으로 돌아오면 쉬고 싶었는데 뜻대로 되지 않더군요. 언양은 신생 법당이고 봉사자가 적어 일을 가릴 형편이 아니었지만, 저녁 아르바이트에다 병든 아버지를 돌보는 일도 만만찮은데 불교대 담당까지 맡으니 순간 물러나는 제 마음을 보았습니다. 그 마음속에는 ‘서포트 전문’에게 ‘리더’하라니 불안하고 두렵고 ‘수행자’라는 부담감과 책임감 때문에 더 괴로웠습니다.

지금 되돌아보면 그때 피하지 않고 받아드릴 수 있었던 것이 수행자이기 때문에 주어진 일을 ‘예’하고 받아 잘 쓰이는 연습을 한 셈이고, 봉사 소임을 통해 학생들의 안내자로서 모범을 보이려고 수행을 더 부지런히 하게 되어 참 잘했구나 싶습니다. 봉사는 언제나 제 성장에 도움이 되었음을 새삼 깨닫습니다.

불대생들과 마음나누기
▲ 불대생들과 마음나누기

마음 한 번 돌이키는 것이 수행의 힘. 큰 빚을 졌을 때 절망 속에서 저를 건져준 것은 ‘마음 한 번 돌이키기’였습니다. 이것이 수행의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은행 돈 보듯 보라“하신 스님 말씀을 따라 한 생각을 탁 바꾸니 눈앞이 환해지는 이치가 보였습니다. 남편 탓만 하고 그의 고통과 마음은 보지 못했던 자신을 돌아보며 큰 참회를 하였고 비로소 괴로움에서 벗어나 자유로워졌습니다.

딸과 남편, 도반의 지지와 격려 속에 수행자로 사는 삶에 감사
“내가 수행자로 잘 가고 있구나.” 자부심 느끼게 하는 최고의 응원은 가족의 인정과 도반의 격려인 것 같습니다. “사춘기 땐 경전공부와 법당 일에 빠진 엄마가 서운하기도 했으나 정진을 통해 자성하며 소통하는 어른으로, 멘토로, 친구 같은 최고의 엄마가 되어가는 게 감동이다.”라는 딸의 문자를 받고 울컥했습니다. 남편도 “정말 대단하다. 무조건 고맙다.”라는 말을 스스럼없이 하는 걸 보며 제가 수행자인 것이 행복하고 자랑스럽습니다. 가을불대생 정소라 님이 “이현숙 님은 진로문제와 아버지와의 갈등으로 방황하고 있을 때 스님의 법문을 토대로 조언해주고 자상하게 이끌어 주어서 포기하지 않고 올 수 있었습니다. 이현숙 님이 제게는 길을 비춰주는 등대 같은 존재입니다. 다른 불대생들도 공감하고 있습니다.” 라며 마음을 표현해주었을 때 저 역시 여기까지 올 수 있게 해준 모든 인연에 감사했습니다.

아집을 버리고 소통하는 지혜로운 어른이 되기를
저는 지혜로운 어른으로 나이 들기를 발원합니다. 아집을 버리고 끊임없이 돌이키며 누구와도 소통할 수 있는 삶을 살겠습니다. 부모님을 더 많이 이해하고 말씀에 귀 기울이며 정성껏 돌보아 은혜를 갚겠습니다. 죽을 때 자식에게 짐 되지 않는 삶을 바랍니다. 배고프고 몸 아프고 외로운 사람들과 더 나누고 베푸는 삶을 살기를 서원합니다. ‘낮은 곳’이란 ‘받아들이고 온전히 비운다’, ‘흠뻑 준다’는 뜻이라는 어느 시인의 시구처럼 이현숙 님의 삶의 자세가 그렇듯 수행자의 삶이 저런 모습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인터뷰하는 동안 저 역시 나 자신의 수행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어서 감사했습니다.

글_문영진희망리포터(울산정토회 언양법당)
편집_유진영(부산울산지부)

전체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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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경

딸로서, 친구로서 늘 응원합니다..^^

2017-03-13 12:55:40

혜향

서초법당에서 경전반 공부를 함께했던 도반이네요.
반갑습니다.
이현숙보살님^^
언양법당에 계셨군요!!!
저도 열심히 수행정진하는 도반이 계시니 감사합니다.

2017-03-11 21:52:45

이수향

저희 할머니 고향이네요. 어렸을 때 외증조할아버지 계실 때 놀러갔던. 반갑습니다.^^

2017-03-09 09: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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