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구로법당
김승회! 너 힘들었지! 이젠 괜찮아...

수행 담 취재를 받았을 때, 많이 망설여졌다. 스스로 생각하기에 불교대학과 경전반을 다니면서 알음 알이는 늘었지만, 과연 내가 부처님 법에 따라 잘 살아가고 있는가 라는 물음에 자신 있게 대답하기는 어렵기 때문이고, 이제는 치유 받았다고 생각하지만 힘들었던 과거를 회상한다는 것이 내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에게 작은 희망이 될 수 있었으면 하는 생각에 용기를 내어보기로 했다.

아내

어린 시절 동생친구로 알고 지냈던 아내는 20대에 발병한 조현증 치료를 받고 있었는데, 첫사랑에 대한 연민과 병에 대한 무지도 있어, 잘 간호해주면 낫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생각으로 결혼하게 됐는데, 마음의 병이라고 생각했던 그 병은, 뇌와 관련된 병이었고, 점점 만성으로 진행되어, 처음엔 3개월, 다음엔 6개월, 그리고 10개월씩 병원에 입원하곤 했다. 이런 상황에서 나도 정상적인 직장생활이 어려워져서, 부산으로 내려와 아내와 함께 처가로 들어가게 되었다.

JTS 와의 만남

이때는 정말 내 피를 뽑아서라도 아내만 나았으면 하는 절박한 심정을 가지고 있었는데, 큰돈만 생기면 어떻게 해서라도 아내를 치료할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위험하긴 했지만, 아프가니스탄에 중고차를 보내면 큰돈이 될 거라는 이야기를 듣고, 헤랏에 거처를 마련하고 중고차 컨테이너가 도착하길 기다리고 있었는데, 하루는 일행 중 한 분이 길에서 한국 사람을 만났다고 함께 오셨는데, 전달하는 명함에 JTS 유정길이라고 소개되어 있었다, 이곳에 온 목적은 위험한 지역에 있는 한국인의 신상을 파악하기 위해서라고 하셨다. 정부에서 하지 않는 일을 민간에서 하는 분들도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었고 이후 2차례 정도 더 뵈었던 것 같다. 이후 꽤 오랫동안 JTS와 정토회의 관계는 몰랐지만 JTS 라는 이름은 기억에 계속 남아 있었다. 정해진 운명은 없다고 믿지만, 인연을 이야기한다면 법륜스님을 알기 꽤 오래전부터 정토회와의 만남이 준비되어 있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천일결자 입재식에서 도반들과 함께한 김승회 거사님
▲ 천일결자 입재식에서 도반들과 함께한 김승회 거사님

사업실패

이곳에서 사업은 처음부터 난관의 연속이었다. 수출업자가 차량은 보내지 않고, 그 돈을 들고 잠적을 해 버린 상태였다. 겨우 한국으로 귀국할 여비만 마련해서 돌아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설상가상

2005년쯤 어머니께서 유방암 진단을 받으시게 되었는데, 거기다 함께 계시던 외할머니도 설암 판정을 받으셨다. 누나는 이미 알코올중독 상태에 와 있었다. 졸지에 내 주위의 모든 사람이 환자인 상황이 되어 버렸다. 수술비용도 걱정이지만 간호를 하는 것도 문제였다.

첫 번째 이별

먼저 처가의 허락을 얻어 아내와는 이혼하기로 했다. 당시 매달 100만 원이 넘는 아내의 입원비에다 더해서 어머니 할머니 병원비, 그리고 부대 경비 까지를 나와 동생 두 사람이 해결하기는 힘들었다.

두 번째 이별

할머니는 설암 수술과 방사선치료를 다 받으셨는데, 1년 후엔 아예 거동을 못 하셨다. 활동이 없고 섬유질이 부족한 식사를 드시다 보니, 변이 굳어 관장을 자주 해야 했다. 너무 굳어 있으면 비닐장갑을 끼고 손가락으로 파내야 했다. 그렇게 3년 후 직장생활을 하는 어머니를 대신해 우리를 키워주신 할머니는 별세하셨다.

세 번째 이별

방사선 치료를 받으며 암을 잘 견디시던 어머니도 2년 후 돌아가셨다.

네 번째 이별

원만하지 못한 가정생활과 사업실패로 동생과 나에게 급여 가압류와 명도소송까지 들어오게 한 누나는 알코올중독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알코올중독을 치료하기 위해 병원에 입퇴원을 반복했지만, 본인이 치료를 거부하여 손쓸 방법이 없었다. 술을 과음하지 못하게 용돈도 일주일 단위로 부쳐주기도 했다. 누나는 결국 간암 판정을 받았고, 결국 2013년 세상을 떠났다.

법륜스님 카톡플러스 친구맺기 활동도 열심히!
▲ 법륜스님 카톡플러스 친구맺기 활동도 열심히!

즉문즉설을 접함

병원에서 누나를 간호하던 동안 유튜브에서 우연히 즉문즉설을 보게 되었다. 불법은 맞고 틀리는 것을 가르쳐 주는 것이 아니라, 세계를 있는 그대로 보고 알아차리는 마음공부를 하라는 것이다. 세상에 옳고 그름이 없다. 자신을 바꾸기 어려운데, 남을 바꾸긴 불가능하다 는 말씀을 들으면서, 누나의 처지에서 생각해 보게 되었다. 누나에게 술은 외로움을 덜어주는 친구요, 사람들과의 만남을 주선하는 매개체고 때론 약이기도 했을 것이다. 내 생각만 옳다고 상을 짓고, 누나를 이해하려 하지 않고 미워하기만 했구나. 그런 생각이 미치게 되자 한없이 미안해졌다. 전에는 내게 술 이야기를 하지 않았는데, 왜 술을 먹는지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하면서 누나와 화해하게 되었다.

정토회와 만남

누나 장례를 치르고, 근처 법당에서 매일 300배씩 일주일 동안 참회기도를 올렸다. 법륜스님 덕분에 평생 마음에 안고 갈뻔한 짐을 내려놓게 되어 너무도 감사했다. 이때 내 인생의 문제를 해결해줄 답이 깨달음의 장에 가면 있으리라고 생각을 하게 되었고, 이 기회가 더 특별하게 생각되었다. 그래서 그냥 갈 것이 아니라 자전거를 타고 가기로 했다. 스스로의 각오도 좀 달랐기 때문이었다. 부산을 출발해서 3일만에 문경 정토수련원에 도착했다.

신도림역앞 JTS 모금행사에서 모금 활동 후 한 컷
▲ 신도림역앞 JTS 모금행사에서 모금 활동 후 한 컷

깨달음의 장을 다녀온 후 본격적으로 스님 저서를 읽기 시작했고, 정토회 홈페이지에서 자바개발자 자원봉사자를 구한다는 광고를 보고, 서울로 올라와서 정토회 학사관리 시스템 개발 자원봉사를 했다. 2014년도 봄불교대학 입학을 하고 본격적으로 불법을 배우기 시작해 경전반까지 진학했다. 나름대로는 열심히 배우고 활동에 참여하려고 했는데, 한편으로 생각해 보면 불법의 뜻에 따르는 것 보다, 배운다는 행위에만 집착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뒤돌아본다. 몇 달 전쯤 “아, 이제서야 내 마음을 치유 받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모든 것이 편안했다. 그동안 나는 불법을 배운 것이 아니라 내 마음을 치유 받는 시간을 가졌었다. 그동안 갈라지고 메말랐던 마음이 불법을 만나 행복감으로 촉촉이 젖어 든 것 같다. 이제 여기에 어떤 씨앗을 뿌려 열매를 맺게 할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나에게 스스로 말을 건네본다 ‘김승회! 너 힘들었지! 이젠 괜찮아...’

불법을 만나 감사한 마음이다. 지금 여기서 행복하다.

글_김은주 희망리포터 (서울정토회 구로법당)
편집_권지연 (서울제주지부)

전체댓글 5

0/200

고명주

애 많이 쓰셨습니다?
어려운 가운데서도 끈을 놓지 않고 인생의 주인공이 되어가고 있음에 큰 박수 드립니다

2017-01-04 20:56:18

이기사

나무 관세음보살_()()()_

2017-01-04 11:35:49

최솔미

감동적인 수행담 잘 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_()_

2017-01-04 08:5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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