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은평법당
불교대학, 내 인생의 터닝포인트!

은평법당에는 사시사철 주황색 티셔츠와 검정 바지를 교복처럼 입고 다니는 분이 있습니다. 한두 번은 같은 옷을 입을 수 있지만, 계절이 바뀌어도 같은 옷을 입고 다니는 것을 보며 다들 ‘저분은 저 옷이 과연 몇 벌이 있을까? 설마 한 벌로 입고 다니시는 것은 아니겠지?’ 이런 의문이 들기 시작하는데요. 여러모로 궁금증을 자아내는 이분이 바로 이번 수행담의 주인공 은평법당 배옥순님입니다. 2년 반 전 불교대학교 수업을 들을 때부터 수행의 관점을 잡고 흐트러짐 없이 단정하게 수행을 해 오고 있어 참 대단하다 싶기도 하고 어쩌면 사람이 이렇게 틈이 없을까 싶기도 합니다. 주변의 추천도 있었지만 바른 생활 배옥순님은 어떤 수행담이 있으실지 궁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늘 기도하는 배옥순 님
▲ 늘 기도하는 배옥순 님

은평법당 희망리포터로서 기사 작성을 위해 인터뷰를 한참 만에 하게 되니 기사를 쓸 엄두가 나지 않습니다. 시간이 될 때 할 수 있는 봉사라서 마음은 냈지만, 순서가 다가올 때마다 하기 싫은 마음은 올라옵니다. 이번에도 기사 마감 목전에서 배옥순님께 저의 일정을 쏟아내며 이중에서 시간 되는 날 인터뷰를 해달라 부탁을 드렸습니다. 갑자기 인터뷰 날짜를 정하라고 하니 당황하실 법도 한데 오히려 차분하게 오늘(수행법회가 있던 수요일) 인터뷰하자고 하십니다. 이날 배옥순님과 나눈 이야기를 여러분께 들려드립니다.

희망리포터 : 안녕하세요. 오랜만입니다. 잘 지내셨지요? 하반기가 되면서 배옥순님 봉사소임이 달라지신 것 같아요.

배옥순님 : 정말 한참 만이네요. 잘 지냈어요? 지금은 가을불교대학 저녁반담당과 전법담당 소임을 맡고 있어요.

희망리포터 : 갑자기 인터뷰 요청을 했는데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배옥순님 : 나는 특별한 게 없어요. 그래서 수행담이라고 내놓을 것이 없는데 인터뷰하자고 하니 망설였었는데, 스님이 방긋 웃으며 ‘네! 하고 합니다’하는 마음을 내라고 하신 기억이 나서 하겠다 했어요.

희망리포터 : 저도 어떤 주제로 인터뷰해야 할지 생각하다가 직접 만나고 주제를 정해야겠다 싶어서 일단 뵙기를 청했습니다. 잘 모르지만 하다 보면 저도 답을 좀 얻을 것 같습니다. 배옥순 님 제가 알기로 원래 불교는 아니셨던 것 같은데요. 어떻게 하다가 정토회와 인연이 되셨나요?

배옥순님 : 여러 종교를 다 다녀봤어요. 원래 성향이 신의 존재를 알고 싶어 하고 나는 무엇인가에 대해서 관심이 많았어요. 어렸을 때부터도 초등학교 가기 전에 교회 열심히 갔어요. 새벽기도를 갈 정도로 열성적이었는데 교회 다니는 것을 그만두고 고등학교 때는 성당에 다녔어요. 성당이랑 교회에서 늘 주여! 주여! 그렇게 말을 해서 어느 날은 ‘주’가 누구인지 궁금해서 한자를 확인해 봤더니 주인이라는 의미의 주(主)였어요. 나는 내 인생의 주인은 내가 되고 싶었는데 나는 다른 주인을 부르고 있었다는 생각에 그날부터 성당에 안 갔어요.

그 후, 대학을 동국대로 가게 되어서 학교에 교양강좌로 불교 관련 수업이 있었어요. 그때 들었던 불교 관련 수업은 좋았지만, 지금 정토회에서 배우는 불교와는 관점이 달랐어요. 그래서 불교수업은 그냥 수업으로 듣고 나를 찾는 수행법에 관심을 많이 두었어요. 수행과 관련된 책도 많이 읽고, 저는 정말 궁금해서 여기저기 많이 다녀봤어요. 다니면서 재미는 있었지만, 지속하지는 못했어요. 늘 궁금했죠. ‘참된 나는 누구인가? 이유는 모르겠지만 어렸을 때부터 ‘참된 나’를 찾아야 할 것 같아서 방황했어요. 참나(眞我)를 찾는 수행법이 정말 궁금했어요.

어느 날, 법륜스님이 나온 SBS 힐링캠프 방송 프로그램을 봤어요. 그 방송을 보며 ‘아! 저렇게 생각할 수 있구나!’ 스님의 말씀이 뇌리에 딱 남았어요. 그래서 스님의 말씀대로라면 그 수행법을 알기 위해 불교기초부터 다시 배워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집 근처에 등산을 갔다가 내려오면서 정토회 불교대학 홍보를 보고 불교대학에 입학해서 공부해 지금 여기까지 오게 되었어요.

희망리포터 : 그렇게 오셨군요. 그렇게 입학한 불교대학은 어떠셨나요?

배옥순님 : 불교대학교 첫 수업부터 감동적이었어요. ‘바로 이것이구나!’ 탁 마음이 열리며 스님 말씀을 두꺼운 노트에 한 글자 한 글자 다 적어 내려가면서 수업에 정말 열심히 참여했어요. 그동안 찾아 헤매던 모든 것이, 모든 궁금했던 모든 것이 다 있었어요. 스님이 ‘참나’라는 것은 없다고 하시며 무아사상을 알려주셨는데 처음에는 이해가 잘 안 되었지만 2년 정도 공부를 하니 그게 무슨 말씀인지 조금씩 이해가 되기 시작해요. 늘 앞자리에 앉아 스님의 말씀을 정리하며 수업에 열중했어요. 50여 년 동안 찾아 헤매던 진리를 깨닫는 희열로 불교대학 가는 날만 손꼽아 기다렸어요.

그렇게 불같은 의욕으로 수업을 들었더니 많은 변화가 있었어요. 저는 ‘깨달음의장’보다도 더 불교대학 수업이 좋았어요. 지금 불교대학 담당을 하면서도 학생들에게 ‘내가 몰랐던 것을 불교대학에서 다 배웠다’ 라고 얘기를 해줍니다. 그만큼 불교대학수업이 중요하다고요.

희망리포터 : 불교대학 수업 중에 어떤 부분이 가장 기억에 남으세요?

배옥순님 : 바로 ‘수행 맛보기’이지요.
수행 맛보기를 한 이후로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서 기도해요. 사실 아침에 일어나기 싫잖아요. 그래서 싫다는 생각을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너무 갖고 싶은 게 있으면 갖고 싶은 마음을 버려버리는 것 그런 게 호불호를 가리지 않는 마음이 아닐까 싶은데요. 그동안 늘 아침에 일어나기 좋은 것만은 아니었어요. 하지만 싫다는 생각이 드는 동시에 일어나버려요. 어렸을 때부터 의지가 좀 강하긴 했지만 지금도 아침에 일어나는 게 마냥 쉬운 건 아니에요. 그런 마음이 중간중간 일어날 때가 있어요. 그때마다 그냥 했어요. 그렇게 그냥 기도를 꾸준히 하니까 지금까지 온 것 같고 생각해 보니 그 덕분에 이렇게 인터뷰 추천을 받았나 싶기도 하네요.

희망리포터 : 네. 맞아요. 그리고 봉사도 꾸준히 늘려가시는 모습이 보기 좋아 그런 신 것 같아요.

배옥순님 : 불교대학에서 공부할 때에는 무서워서 봉사를 못 했어요. 그때는 뭘 한다는 게 무겁게만 느껴지고 내가 할 수 있을까에 대해 의심이 많이 들었던 것 같아요. 지금은 불교대학 저녁반담당 소임도 하고 있고 전법팀장도 하고 있어요.

봉사를 맡으면서 엄청난 분별심이 일어나고 수행 거리가 되었어요. 처음에는 왜 이렇게 성질 나는 일을 해야 하나 봉사하면서도 그만둬야겠다는 그런 생각을 많이 했어요. 봉사를 무겁게 받아들일수록 화를 많이 냈는데 기도하며 돌이키고 돌이키는 것에서 공부가 많이 되었어요. 지금은 가볍게 받아들여지는데 못하면 못하는 대로 그게 바로 나구나 싶어요. ‘참된 나’를 어디서 얻을 게 아니었어요.

불교대학 학생들에게도 얘기합니다. ‘수행하고 봉사하다 보면 안 되는 것이 된다. 어느 날 된다. 그냥 여기 붙어 있으면 된다.’ 라고요. 스님이 주인이 되라고 하는데 일이 있으면 주인이 해야지 어쩌겠는가, 가볍게 받아들이니 봉사하는 것이 무겁지 않고 이제는 마음에 부담도 없어요.

희망리포터 : 듣고 보니 저도 내가 누구인가에 대한 답을 조금 알게 된 것 같아요. 그래서 봉사가 참 매력이 있어요. 봉사도 일도 노는 것에도 우리는 많은 것을 배우는 것 같습니다. 그중에서도 나를 돌아보는 시간, 기도를 통해서 많은 것을 내려놓고 비우게 되는데요. 이렇게 기도를 하기 전보다 기도 후 달라진 점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는지 말씀부탁 드릴게요.

배옥순님 : 3년을 기도하면 업식이 바뀐다고 하잖아요. 3년 다 되어 가는데 6개월 안에 더 바뀌어야 해요. 이렇게 알아차림이 좀 되는 것 같아서 화가 덜 나요. 말을 하더라도 예전에는 짜증이 났는데 지금은 짜증 나는 감정을 빼고 말을 하게 돼요.

한번은 이런 일이 있어요. 한 달에 한 번 친정에 다녀오는데 운전을 안 하는 저는 그날도 기차를 타고 친정에서 돌아왔어요. 농사를 짓는 친정 부모님과 식구들이 사위, 손주 주라며 배낭에 가득, 양손에 가득 그렇게 챙겨주셨어요. 무거웠지만 저는 주면 주는 대로 감사합니다 하고 다 받아왔어요. 집에 있던 남편에게 기차역으로 데리러 오라고 했어요. 짐이 너무 많아서 화장실도 못 가고 발을 구르며 무거운 짐을 들고 30분을 넘게 기다렸어요. 남편은 낮잠을 자다가 어슬렁거리고 나타났어요. 예전 같으면 짜증이 났을 텐데 ‘아 졸다가 좀 늦을 수도 있지.’ 이렇게 생각하니 화가 삭~ 녹아서 사라졌어요.

그렇게 남편을 만났는데 남편이 나를 보자마자 제가 한 손에 들고 있던 포도즙박스를 보고 “그건 뭐 하는 물건인데 들고 왔노?” 그렇게 말하는 거 아니겠어요? 친정이 포도 농사를 짓고 있는데 포도즙을 왜 줬겠어요. 사위 먹으라고 정성껏 농사지어서 주신 거죠. 그렇게 말하는 남편의 그 말을 듣는데 또 화가 올라오는 거예요. 이번에도 화가 올라오는 게 보였어요. 그래서 ‘사위 주라고 주는 거 그냥 가져왔지~’라고 감정을 빼고 담백하게 말했어요. 예전 같으면 싸움이 나서 며칠을 말을 안 할만한 일이었는데 그렇게 말할 수 있구나! 생각이 드니까 화가 올라오다가 사라진 것 같아요.

7시쯤 집에 도착하니까 남편이 “주차하고 올 테니까 시장을 봐서 저녁밥 지어놔, 오늘은 저녁 먹을 거 뭐 준비했어?” 하고 물어보는 거예요. 시골에서 짐을 갖고 올라오느라 이미 지칠 대로 지쳐있는 사람한테 오늘 저녁은 무엇을 먹을 것이냐고 물어보는 남편의 말을 들으니 정말로 마음속의 울화가 치밀어 올랐어요. 그 순간 올라오는 화가 보였고, ‘아, 저 사람은 배가 고프니까 그렇게 말을 하나보다.’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여보, 당신이 보다시피 내가 지금 들어왔는데 언제 장을 봐서 저녁을 하겠어요.”라고 감정을 빼고 담담하게 말을 했어요. 그랬더니 남편이 그럼 라면을 먹자고 하더라고요.

희망리포터 : 아이고, 저 같으면 정말 몇 날 며칠을 두고두고 싸웠을 것 같아요. 그래서 라면을 끓여 주셨나요?

배옥순님 : 라면 끓여 주겠다 했더니 남편이 특별한 라면을 원하더라고요. 평소에는 라면만 딱 끓여 먹는데 그날은 집에 있던 채소, 버섯 찾고 이러는 거예요. 그래서 남편에게 하나하나 물어봤어요. 버섯 넣을까, 달걀 넣을까 이러면서 부추도 넣고 맛있게 끓여서 먹었어요.

희망리포터 : 와... 수행 점검 제대로 해 주시네요.

배옥순님 : 그러게요. 수행할 때 남편들이 옆에서 현장 지도해 준다고 하던데 제 남편이 현장지도를 제대로 해 주는구나 싶었어요. 다행히 기도하다 보니 알아차림이 되니까 화는 올라왔다가도 사라지는 거구나 싶었어요.
희망리포터 : 대단하세요.

배옥순님 : 그게 뭐 대단해요. 3년 가까이 되니까 이제 알아차림이 되어서 그렇게 넘길 수 있었어요. 수행을 안 하던 때는 그 정도 되면 한바탕 했고 화를 안 내면 속에서 울화통이 터져서 하루 이틀 말을 안 하고 그랬는데 이제는 불편한 게 싫어요. 수행하다 보니 알아차림이 되고 감정이 뺀 말을 하니까, 대화가 되고 선순환이 되는 것 같아요.

불교대학 수업에서 내 인생에서 갈 길을 배우고 알았어요. 내 인생의 전환점은 불교대학이었어요.

수행 맛보기 수행문에서 ‘내 생각이 옳다는 것을 내려놓으라’는 말씀이 감동적이었어요. 정토회는 내가 옳다는 잣대를 내려놓는 곳이라 하셨는데 내 괴로움이 거기서 온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내가 가진 잣대를 없애 버리면 상대방의 처지에서 생각할 수 있으니까 그게 진짜 좋았어요. 그렇게 생각하니까 가족들과도 너무 편안해졌어요. 시집살이가 참 고됐는데 내 잣대를 내려놓으니까 고될 일도 아니었어요.

서대문 정토회에서 하는 JTS모급 활동 후 (가운데 분홍색 모자)
▲ 서대문 정토회에서 하는 JTS모급 활동 후 (가운데 분홍색 모자)

희망리포터 : ‘나 옳다는 생각을 내려놓아라!’ 늘 듣는 말인데 오늘은 다르게 느껴지네요. 저를 돌아보게 됩니다. 아... 한 달에 한 번 친정을 가시죠? 이번에 부군과의 일화도 그렇고 친정 다녀오시면서 있었던 일이신데요. 친정에 특별한 일이 있어서 가시나요?

배옥순님 : 내 앞길만 보고 사느라 친정 부모님을 나 몰라라 했어요. 늘 내년부턴 효도해야지 마음먹었는데 얼마 전 친정어머니가 노환으로 사경을 헤매시기 시작했어요. 저는 갑자기 눈앞이 캄캄해지고 이러다 정말 큰일이 나면 어쩌나 싶어 주말마다 울산대 병원으로 찾아가 울며 난리를 쳤어요. 이대로 돌아가시면 효도 못 한 나는 평생 한이 되어 어찌 사느냐고 매달리고 또 매달렸어요.

그때 스님 법문이 갑자기 떠오르며 엄마를 위한 게 아니라 결국 내 한을 풀기 위해 엄마를 잡고 있구나! 그때 제 모습이 알아 차려지더라고요. 울던 것을 멈추고, 울고 매달리던 마음에서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겠다는 마음을 먹자 며칠 뒤 어머니가 3개월 만에 깨어나셨어요. 그렇게 어머니는 1년간 침상에서 대소변 받아내며 누워지내시다가 요즘은 호전되어 잘 걸어 다니시니 주변에서는 기적이라고 해요.

그런 일이 있고 난 뒤우리 6남매는 한 달에 한 번 정기 모임을 해요. 친정 큰오빠네 집에서요. 엄마 아프기 전엔 나도 맏며느리라 명절에도 친정에 가지 않았는데 이제는 한 달에 한 번씩 꼭 갑니다. 친정에 모이면 즉문즉설을 제 핸드폰으로 보기도 하고 스님의 말씀을 어머니와 가족들에게 전달하면서 가족의 화합을 다지고 있어요. 우리는 모두 불교이긴 하지만 저만 정토회에 다닙니다. 하지만 정토회 회원인가 아닌가는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희망리포터: 전법 담당자답게 온몸으로 전법하고 계시네요. 가족들에게 전법 하는 것이 제일 어려운데 그 일을 하고 있으세요. 들을수록 배옥순님 소임을 정말 잘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 그런데 보살님 맏며느리신데 친정집에 한 달에 한 번씩 가셔도 돼요? 시부모님은 안 모시고 사세요?

배옥순님: 시부모님은 두 분 다 돌아가셨어요. 결혼하며 같이 살다가 아파트 아래층과 위층으로 분가해서 살았어요. 시아버님 몇 년 전에 돌아가시고 시어머님께서 작년에 작고하실 때까지 늘 고된 시집살이를 했어요. 그때는 왜 그렇게 힘들었는지… 저는 대학교 졸업하기 전에 결혼했어요. 아무런 사회경험 없이 맏며느리가 되어 죽도록 시집살이를 했죠. 시부모님 남편이 너무 싫고 밉고 멀리 도망치고만 싶어서 친정에도 가지 않았어요. 결혼하면서부터 저의 목표는 이혼이었어요. 그런 마음으로 결혼 생활을 하니 마음을 지옥이고 물질적인 풍요도 소용이 없었어요.

내가 왜 태어났는지 그 이유가 알고 싶어서 여기저기 수행단체 많이 돌아다녔는데 결국은 망상을 피우는 쓸데없는 짓이었다는 것을 정토회에 와서 알게 되었고, 시부모님이 시집살이 독하게 시킨 것이 아니라 내가 문제였음을 깨달음의장 수련을 통해 깨닫게 되었어요. 하지만 현실에서는 깨달은 바대로 실천하지 못했어요. 저는 요즘 아침 수행 중에 돌아가신 시부모님께 용서를 빌어요. 인제야 참회가 조금씩 되나 봐요. 참 업장을 녹이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네요.

희망리포터 : 누구나 사는 모습을 들여다보면 사연이 많아요. 보살님도 역경 속에서 결국은 깨달음을 얻으셨네요. 나눠주신 마음 감사합니다. 앞으로 어떤 인연을 지으며 살고 싶은 생각이 있으세요?

배옥순님 : 가끔 정토회를 10년만 일찍 알았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상상해 보기도 해요. 아마 내 인생이 완전히 달라졌을 텐데.. 10년 전부터 지금의 행복한 생활을 누렸더라면 먼 길을 고달프게 돌지 않고 바로 지름길로 왔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어요. 하지만 그런 마음들 때마다 지금이라도 죽기 전에 부처님의 가르침을 통해 이렇게 사는 것이 참 행운이라고 생각해요.

시집살이가 힘들고 남편이 미워서 아이들이 대학에 들어가면 이혼하겠다는 목표를 잡고 평생을 달려왔어요. 지금 생각하면 내가 너무 어리석어서 웃음이 나요. 행복할 수 있는데 왜 괴로워하면서 살았을까 그런 마음이 들어요. 이제는 주어진 인연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회향하는 삶을 살고 싶어요. 그게 저의 새로운 목표랍니다.

희망리포터 : 그 새로운 목표를 위해 한 걸음씩 묵묵히 걸어가는 배옥순님의 모습이 보이는 듯합니다. 주어진 인연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회향하는 삶… 오늘 주어진 인연으로 반성과 성찰의 시간을 갖게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인터뷰를 마치며 나에게 주어진 것은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갖지 못한 것을 갈망하며 살아가는 제 모습을 보게 되었습니다. 일할 수 있음에 감사하지 않았고 지은 인연에 감사하지 못했습니다. 쫓기며 사는 제 모습을 ‘니 뭐꼬?’ 하고 다시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오늘 이렇게 인터뷰를 할 기회를 준 저와 인연 맺은 모든 분께 두 손 모아 감사드립니다.

글_김회정희망리포터 (서대문정토회 은평법당)
편집_권지연 (서울제주지부)

전체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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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호

긴 글인데도 짧게 읽었습니다.
이 재미있는 글이 끝나면 안되는데, 안 되는데 하면서
읽었습니다.
마음을 있는 그대로 세세하게 구체적으로 써 주셔서
이해하기 쉬었습니다.
감사합니다.

2018-07-31 11:08:02

박미라

2년 가까이 뵙고 있지만 배옥순 보살님을 닮아가고 싶습니다
매일 아침 수행하시고 마음나누시는 글 보며 마니 배우고 깨달고 있습니다
연꽃처럼 진흙속에 물들지 않고 연꽃을 피워 내시고 계십니다 ^^

2016-10-23 20:39:42

조영재

보살님의 재미있고 감동적인 수행담 잘 읽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기 싫은 마음이 들면 바로 일어나 버린다는 보살님 말씀에 많이 반성이 됩니다. 그 강인한 의지가 놀랍습니다. (엄지 척!)

2016-10-21 16:4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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