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제주법당
한라산에서 키운 통일 불씨 1년, 한라에서 백두까지

2016년 8월 20일은 제주법당에서 ‘4·3평화공원 통일염원 정진’을 해온 지 1년째 되는 날입니다.
제주 한라산 중턱에 자리 잡은 ‘4·3평화공원’은 제주 4·3사건 희생자들의 위패가 모셔져 있는 곳입니다. 제주 4·3 사건은 식민 통치와 해방, 전쟁과 분단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발생한 우리 근대사의 비극입니다. 지금의 분단 상황의 가장 큰 원인인 분열과 반목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당시에 3만여명의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은 우리의 아픈 역사입니다.
임진각에서 시작된 통일 염원 기도가 대구지역까지 이어지고 더 나아가 서울 서초법당에서의 릴레이 정진으로까지 열기가 더해질 즈음, 작년 8월 15일 제주의 ‘4·3 평화공원’에서 12명의 제주법당 도반들이 새벽예불과 300배 정진으로 첫 통일염원 기도를 했습니다. 처음의 계획은 1년에 한 번 8월 15일에 모여서 기도를 하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정진 후, 한 번으로 끝내기 아쉽다는 의견들이 모였고, 1년이 지난 지금까지 정기적으로 매달 셋째 주 토요일에 통일염원 기도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보름달을 보고 시작한 정진, 떠오른 태양을 보며 마무리하다.

평화공원으로 향하는 길의 새벽 공기는 무더위가 극성을 부린 올해 여름의 한복판에서도 선선합니다. 도심을 가로지르며 달리는 차의 열린 창을 통해 들어오는 한라산의 시원한 공기가 정진에 활력을 불어 넣어줍니다. 해가 긴 여름이라도 새벽 5시 무렵의 평화공원은 컴컴하기만 했는데 이번 8월 정진일에는 보름달이 둥실 떠 있어서 통일염원기도 1주년을 맞이하여 기도 준비를 하는 제주 도반들을 환하게 비추었습니다.

커다란 돔형의 위패보관소 밖 영단에 준비해 간 향과 초를 켜고, 간단히 준비한 과일과 빵을 올려 5시 정각에 예불을 시작했습니다. 야외의 새벽공기를 마시며 도반들과 함께 목탁소리에 따라 예불문을 읽어 내려갑니다. 이어지는 300배 정진 동안 등 뒤에서는 해가 떠오르기 시작하여 300배를 마칠 즈음에는 해가 제법 올라와 노랗고 맑은 햇살에 눈이 부십니다. 축축하게 젖은 옷의 땀과 몸의 열기를 식혀주는 시원한 아침 공기와 기도하는 도반들의 등 뒤로 떠오르는 태양은 아픈 역사로 인해 희생된 영령들을 위로하고 이 땅에 진정한 평화가 정착되기를 바라며 한배 한배 정성스럽게 기도하는 도반들의 마음에 스며들어 다음 정진도 기약하게 합니다.

새벽 4·3 평화공원에서 기도를 시작할 때 맞이해준 보름달, 기도를 마치고 난 후 떠오른 태양
▲ 새벽 4·3 평화공원에서 기도를 시작할 때 맞이해준 보름달, 기도를 마치고 난 후 떠오른 태양

지난 1년 동안 눈이 오나 비가 오나 꾸준히 통일 염원을 위해 정진해 온 법당의 두 도반의 얘기를 들어보았습니다. 다음은 제주법당의 총무 소임을 맡은 강선미 님이 들려주시는 이야기입니다.

‘한라에서 백두까지, 우리나라 영토 전역에서 통일을 위한 염원이 싹트고 쌓이기를 바랐습니다. 그러려면 우선 제주에서는 가장 고통과 애환이 쌓여있는 곳인 4·3 평화공원에서 희생자들의 영령을 달래주는 기도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1년에 한 번 하자고 시작한 것이 한 달에 한 번으로 굳어지게 되었네요. 늦가을과 겨울에는 추위 때문에 야외에서 할 수가 없어, 위패 봉안소 안에서 정진했어요. 4·3희생자들의 위패가 모셔진 곳에서 드리는 정진은 더욱 엄숙합니다. 지난 4월 3일에는 영가들을 위한 천도재를 지냈었는데, 이른 아침 4·3 공식 추모행사 전에 참배하러 오신 유족분들이 너무나 고마워하시던 모습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그때 함께 절을 하고 천도재를 마무리했을 때 참 많은 보람을 느꼈습니다.

한 번은 우리 법당의 불대생 도반 중에서 70이 훌쩍 넘으신 윤기홍 님께서 어두컴컴한 새벽이라 위패봉안소를 찾지 못하셔서 헤매시다가 공원 안 다른 건물 맨바닥에서 혼자 정진을 마치시고 난 후 우리 일행을 발견하셨는데, 그때 윤기홍 님이 일행을 향해 청년처럼 가볍게 뛰어오시던 모습을 잊을 수가 없네요. 시간과 장소의 구애 없이 몸과 마음을 내어 정진하는 도반의 모습을 보고 가슴이 뭉클했었습니다.


해가 뜨기 시작해서 어느덧 환해진 후 기도를 마무리 하며 나누기 하는 모습
▲ 해가 뜨기 시작해서 어느덧 환해진 후 기도를 마무리 하며 나누기 하는 모습

강선미 님과 함께 한 번도 빠지지 않고 통일 기도에 참석해온 정연심 님께서도 평화통일염원기도 1주년 소감을 나눠주셨습니다.

1년 동안 평화통일 기도를 다니면서 추운 날도 있었지만, 단 한 번도 가고 싶지 않다거나 힘들다는 생각이 든 적이 없어요. 통일의 정기를 한라에서 백두까지 이어낸다는 것의 의미가 제 마음속에 와 닿았습니다. 무엇보다도 한 번도 빠짐 없이 정진한 공덕으로 나 스스로가 가벼워지는 경험을 이미 했고요. 정진의 힘이 갈수록 더 커지고 좋아지는 것 같아요.
이번에는 다른 도반들과 함께 이동하면서 조금 천천히 집을 나섰지만, 평소에는 아주 일찍 출발해서 항상 새벽 4시 10분에는 도착해 차 안에서 혼자 예불 시간을 기다리곤 했어요. 어두운 산속에 혼자 있을 때 약간의 두려움도 있었지만, 모든 것이 연기법이라는 부처님 법을 떠올리자 두려움이 사라졌어요. 4·3 희생자들을 위한 천도재를 지낼 때도 내 마음이 더 정화되는 듯한 신비한 경험도 했습니다.

1년간 정진해 오면서 4·3 평화공원 직원분들의 친절함에 크게 감동했습니다. 특히 지난 4·3 당일에 새벽 4시에 위패가 모셔진 본관에서 제를 지낼 수 있게 해주신 것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다른 단체에서는 전날에 의식을 치르는 것만 허용했다고 합니다. 아마도 매달 꾸준히 4·3 희생자들을 위한 기도를 해 온 것을 인상 깊게 보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하신 두 도반이 생각납니다. 지금은 광주법당으로 가신 김진희 님, 제천 법당으로 가신 김옥 님, 두 분이 제주에 계시는 동안 늘 함께 정진에 동참하며 힘과 원을 모아주었던 것이 이번 1주년을 기념하면서 더욱 고마운 마음으로 남습니다. 앞으로도 더욱 많은 도반이 통일 기도에 동참해서 통일을 위한 힘을 더 키울 수 있으면 좋겠어요.

처음 통일 기원 정진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을 때 그 새벽에 한라산 중턱에 모여 기도를 한다는 것은 상상이 안 되는 일이었습니다. 나와는 관계없는 일이라는 생각했지요. 그런데 지난달 처음 정진에 참석하게 되었고, 그때의 그 마음과 느낌을 잊을 수가 없어 8월 20일 1주년 정진에도 참여했습니다. 이제는 한 달에 한 번 4·3 평화공원에 가는 것이 당연하게 느껴지고 마음에 부담도 사라졌어요.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되었지만, 이제는 누구라도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위패 봉안실 앞에서 정진을 마치고 기념사진. 짐을 챙겨 집으로 향하는 모습
▲ 위패 봉안실 앞에서 정진을 마치고 기념사진. 짐을 챙겨 집으로 향하는 모습

가벼운 마음과 통일염원이 있으면, 새벽이라도 훌훌 털고 집을 나서서 다른 도반과 힘을 모아 더 큰 힘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이번 경험을 통해 깨달았습니다. 평화 통일이 아득해 보이는 현실인 것 같지만, '밤이 깊다는 것은 새벽이 가까워졌다는 것이다’라는 스님의 말씀을 떠올리며 희망의 고삐를 더욱 바짝 조여 봅니다. 한라에서 백두까지 평화 통일의 기운이 널리 퍼지는 그 날까지 제주법당 도반들의 통일염원 정진은 쉬지 않고 계속될 것입니다.

글_김문정 희망리포터 (제주정토회 제주법당)
편집_권지연(서울제주지부)

전체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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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홍

고맙습니다. 통일염원합니다.

2020-08-01 12:26:08

월광

제주도반님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든든합니다.

2020-01-29 15:04:02

수선덕

통일정진하시는 제주법당 도반님들
너무나 훌륭하십니다!
그것도 4.3평화공원에서!
고맙습니다.
평화통일, 머잖아 성취되리라 믿습니다!

2016-09-01 21:3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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