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워싱턴법당
정토회 자원활동가로 유학생활하기, 생각보다 어렵지 않아요

[미주동남부지구 워싱턴정토회 워싱턴법당]

정토회 자원활동가로 유학생활하기, 생각보다 어렵지 않아요

해외지부 지원팀장 김지현 법우 이야기

 

때 아닌 여름 날씨가 계속 되는 여기 워싱턴에서 소식 전합니다이번 희망리포트는 집안일로 잠시 한국에서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는 김지현 법우의 이야기로 보내드립니다. 이어서 워싱턴정토회 이모저모도 함께 전합니다.

 

▲ 2014년 해외 백강 중 프린스턴 대학교 강연준비 하러 가던 중 김지현 법우

 

현재 하는 일

정토회 해외지부사무국에서 지원팀장 소임과 좋은벗들 미국지부 간사 소임을 맡고 있습니다. 지난 8월 교육학 박사학위 과정을 마치고 직장을 구하고 있는 취업준비생이기도 합니다.

 

정토회와의 만남

20061, 유학생 선배를 따라 간 한 시민단체에서 김순영, 민덕홍 님 부부를 만났습니다. 기독교가 우세한 미국 한인사회에서 불교인을 만나게 되어 서로 엄청 반가워했답니다. 그 주부터 바로 워싱턴정토회 수행법회에 나갔습니다. 몇 달 뒤 불교대학을 수강하며 특히 제가 공부하고 있던 미국사회의 인종차별문제와 다문화사회에서 조화롭게 살아가는 법 등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고 깨달음의장에 다녀오면서 불교 공부와 수행에 큰 매력을 느꼈습니다.

 


벚꽃으로 유명한 위싱턴 디씨 봄날, 김순영, 김지현, 민덕홍 님

 

백일출가

개인정진과 정토회 활동이 제 삶의 중심이 되기 시작한 계기는 휴학 중 한국에 머물다 참가하게 된 2009년 봄 6기 백일출가였습니다. 행자로 지낸 백일은 제게 너무나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못하는 것투성이에다 빡빡하게 꽉 짜인 일정이었지만, 놀랍게도 제 인생에서 가장 자유로운 시간이 되었습니다. 엉엉 울며 엄마를 찾던 만 배를 마치고 그렇게 하기 싫어하던 500배를 매일 하며 어느새 몸이 가벼워지고 그 전엔 상상도 하지 못했던 아침형 인간이 되어있었습니다. 무엇보다 나에게 오롯이 집중할 수 있었던 100일 동안 정말 마음껏 분별하고 마음껏 참회하고 마음껏 일하고 마음껏 웃었습니다. 다른 사람 눈을 의식하고 모든 이에게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 하는 나에게 도반들은 인기관리 그만이라는 별명 선물을 주었습니다. 나를 알아가고 돌이키는 맛이 참 좋았습니다. 수행을 통해 덜 괴롭고 더 자유로운 사람이 되어 세상에 보탬이 되는 일을 하는 이런 생활을 계속 하고 싶다는 생각이 이 때부터 들었던 것 같습니다.

 


백일출가 중 오체투지 마치고 (앞줄 왼쪽에서 세번째가 김지현 님)

 

미국에서 공동체 생활

백일출가를 마치고 복학을 위해 미국으로 돌아갈 때쯤, 우연한 기회에 워싱턴 지역에서 공동체를 만들 계획이 있다는 소문을 들었고 행자생활과 공동체생활을 계속 하고 싶었던 차에 얼씨구나! 하고 김순영 님, 최희나 님과 셋이서 20098월 미국 첫 공동체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몇 년이 지난 뒤 알게 되었지만 이상이 높고 문경과 서초동 정토회관에서의 공동체를 만들어 보고 싶었던 저는 비록 세 명이지만 청소당번 만들자, 도량석 하자, 포살법회 하자, 이것저것 요구가 많았고 나머지 두 분은 참 부담스러웠다고 하더라구요.

 

활동하게 된 계기, 활동하면서 좋았던 점과 어려웠던 점

미국에 돌아와서 자연스럽게 워싱턴정토회와 좋은벗들 미국지부에서 활동하게 되었고 몇 년 뒤 해외지부사무국 회계를 맡게 되면서 사무국 자원활동도 시작했습니다. 당연히 해야 할 일로 생각했고 활동하는 것이 즐거웠기 때문에 큰 고민이나 부담감 없이 일했습니다.

 

풀이 죽고 답답한 유학생활 중에 정토회 활동은 가뭄의 단비 같은 시간이었습니다. 토론 위주 수업시간에서 꿀먹은 벙어리처럼 앉아 있다 집에 오기 일쑤였고 내가 잘 모르는 미국 사회와 역사에 대한 내용들을 이해하기 바빴습니다. 내가 너무 바보 같고 속상해서 기도 마치고 나누기 시간에 많이 울었습니다.

 

하지만 각종 정토회 행사와 강연 준비, 좋은벗들 활동을 통해 내가 잘 쓰이는 경험을 하니 뿌듯하고 보람이 느껴졌습니다. 학교에선 움츠러들어있었지만 정토회 활동을 통해 에너지를 보충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함께 생활하는 도반들과 꾸준히 나누기를 하면서 내 모습을 더 알아가게 되었고 꾸준히 수련에 참가하면서 평소에 놓치고 있던 수행의 관점을 바로잡을 수 있었습니다. 서서히 나에 대해 더 알아가게 되면서 미국 학생들과 함께 일하고 공부하며 실수할까봐 두려워하는 마음, 내 마음과 생각을 충분히 표현하지 못하는 답답함이 보였고, 그 너머에 있는 잘 하고 싶고 이기고 싶은 마음, 나에 대한 실망감, 무시당할까 경계하는 마음들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 밑바탕에는 내가 남보다 잘나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고 나에 대해 참 높은 아상을 갖고 있었습니다. 내 존재 자체로 완전하고 충분한 줄 모르고 남자가 되고 싶고 아들이 되고 싶었던 어린 시절처럼, 나보다 더 나은 걸 가진 사람들을 부러워하고 그렇지 못한 나를 무시하고 불만스러워했습니다.

 

몇 년 전 더 이상 나를 괴롭게 하는 세 가지를 하지 말아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피해자인 척 하기, 착한 척 하기, 비련의 주인공인 척 하기. 잘 살펴보니 내가 내 인생의 주인이라는 생각과 나의 행복은 내가 책임지겠다는 생각이 부족해서 생기는 마음들이었습니다. 어려움에 닥칠 때 피해버리고 누군가가 대신 내 문제를 해결해줬으면 하는 마음을 갖고 있었다는 것을 여실히 보게 되었을 때, 참 당황스럽고 창피했습니다. 그런 내 모습을 외면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돌아보니 나는 그리 특별하고 잘난 존재도, 그렇다고 형편없고 못난 존재도 아닌, 그냥 그저 나 한 사람이었습니다. 주어진 일을 할 수 있는 만큼 하고, 할 수 없는 것은 더 노력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부탁하면 되는 일이었습니다. 부족한 나를 온전히 받아들일 때, 오히려 한 발짝 앞으로 더 나아갈 수 있었습니다. 부모님께 의지하는 마음, 내가 하기 싫고 힘든 것을 놓고 부모님 탓을 하는 아이 같은 마음도 몇 년에 걸쳐 서서히 줄어드는 게 느껴졌습니다. 마음을 닫고 있었던 건 미국인 친구들이 아니라 나였다는 걸 알게 되었고 그들에게 좀 더 편안한 마음으로 다가갈 수 있었습니다. 내가 원어민으로 태어나지 않았으니 영어할 때 부족하고 실수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라는 게 점점 받아들여졌고 덜 긴장하게 되니 덜 실수하고 더 편안하게 이야기할 수 있었습니다. 내가 있는 그대로도 괜찮다는 것을 머리에서 마음으로 점점 더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정토회 활동과 유학생활 병행하기

유학생활 중에 정토회 활동 하느라 시간 많이 뺏기지 않느냐고 걱정하시는 분들도 계셨고 실제로 지도법사님 순회강연과 워싱턴 디씨 일정이 있는 매년 가을이 되면 학생으로서의 생활은 잠시 뒷전이 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전 오히려 두 가지를 함께 했기 때문에 학위를 마칠 수 있었다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유학생활의 외로움과 힘겨움으로 이미 휴학을 한 적이 있었기에 마음과 정신의 건강은 제게 최우선 순위였습니다. 꾸준히 법문 듣고 정진하고 사람들과 일하고 나누기하면서 언제부턴가 그전보다 마음이 가벼워지고 편안해진 내 모습을 보게 되었습니다. 불안은 점점 줄어들고 자신감이 더 생겼습니다.

 


2012년 메릴랜드대학 청춘콘서트 봉사자들과 함께 (가운데 김제동씨 왼쪽 김지현 법우)

 

부족한 나를 인정하니 두려움과 물러서는 마음이 줄어들고 한 번 해보자는 가벼운 마음과 책임지는 자세가 늘어났습니다. 이렇게 떡고물(?)이 많이 떨어지다보니 제게는 학위과정을 마치는 것만큼이나 개인수행과 정토회 활동이 중요해졌고, 또한 수행과 활동을 통해 얻은 에너지로 학위과정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처음엔 모든 걸 다 완벽하게 하고 싶은 욕심으로 마구마구 일을 하다 보니 어느 것 하나도 제 마음에 들게 하지 못해 불만이었고 버겁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시간 관리하는 법도 배우고, 일을 분담하고 나눠서 하는 요령도 생기고, 일이나 부탁을 잘 거절하지 못하던 제가 거절하는 법도 배웠습니다. 이렇게 얻은 지혜는 바로 바로 학교 업무에 적용이 되었고 무엇보다도 싫증을 잘 내는 제가 박사학위를 마칠 수 있었던 것은 싫증날 틈 없이 돌아가는 여러 가지 일들 덕분이었습니다. 학교 일도 해야 하고 정토회 일도 해야 하니 힘이 들었다고 볼 수도 있지만, 학교 일 하다가 싫증나면 정토회 일하고, 정토회 일하다 지겨우면 학교 일을 한다고 생각하면 제 성격에는 딱이었습니다.

 

우리는 소중한 도반입니다

지난 8월 드디어 박사학위과정을 마쳤습니다. 주위 많은 분들께 감사한 마음이 참 많이 들었습니다. 특히, 함께 생활하며 업무나 생활 면에서 많이 배우고 나를 비춰볼 수 있는 거울이 되어주신 김순영 님과 민덕홍 님은 제게 참으로 소중한 도반들입니다. 남의 눈을 많이 의식하는 제가 상대에게 잘 보이려고 애쓰지 않아도 될 정도로 신뢰가 바탕이 된 인간관계를, 그것도 가족이 아닌 사람들과 만들어냈다는 것이 참 놀랍고 감사합니다. 수많은 나누기를 통해 내 마음과 상대의 마음을 이해하니 자잘한 것들은 크게 문제되지 않는 소중한 경험을 하며 가족이나 가까운 사람들과의 인간관계에 좀 더 자신감을 갖게 되었구요.

 

어느새 함께 법담을 나누고 마음 나누기를 하고 있는 우리 가족들이 참 소중합니다. 불교대학 수행맛보기를 계기로 하루도 빠지지 않고 천일결사 기도를 하는 엄마의 초발심 덕분에 덩달아 재발심을 했습니다. 정토회로 안내해준 것만으로 효도할 것 다 했다는 말씀에 제가 더 감사합니다. 천일결사 입재식마다 해외에 있는 딸 소개를 하시고 여러 행사 사회를 봐주시는 아버지 덕분에 정토회 내에서도 유명인사가 되고, 부모님과 함께 길벗활동을 하는 동생과 얼마 전 깨달음의장에 다녀온 올케까지, 모두 참으로 소중한 도반들입니다.

 


길벗 JTS 거리모금에서 함께 사회를 보는 아버지(김병조)와 남동생(김형주)

 


부모님, 남동생 부부와 함께 (오른쪽 두 번째가 김지현 님)

 

_김지현(워싱턴정토회 

 

        워싱턴정토회 이모저모  

버지니아법회 기획강좌

워싱턴정토회 버지니아법회에서는 일요법회에 참석 못하시는 분들을 위해 매달 한 번씩 기획강좌를 진행하고 있습니다지난 토요일에는 직장인을 위해 오후 7시에 법회를 열었는데 예상보다 새로운 분들이 많이 참석해서 뜻 깊은 주말 저녁을 보냈습니다모두가 정토행자라는 사명감으로 봉사를 하니 날로 충만된 법회가 이뤄지는 듯합니다

 


▲ 버지니아법회
 일요일 저녁 기획법회

 

워싱턴정토회 송년 삼천배 정진

또한 워싱턴정토회에서는 매년 연말에 삼천배 정진을 해오고 있습니다. 올해는 9분이 함께 했는데요, 12월 26일 오전 5시에 워싱턴법당 및 버지니아법회 도반들이 워싱턴법당에 모여 천일결사기도를 마친 후 6시 30분부터 오후 3시 30분까지 삼천배 정진을 하고 나누기를 하며 한해를 돌아보고 2016년 새해를 맞는 각오를 하였답니다.

 


 

글_윤신정 희망리포터 

전체댓글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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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을

공감요~ 정토일이 지겨워지면 집안일, 집안일이 지겨워지면 정토일^^ 딱이야딱요~~~ 정말 부자집안이십니당

2015-12-31 09:54:41

선명화

지현님~~
참 멋지십니다
광주정토회 오셔서도 밀걸레 챙겨드는 모습에
참 감동이었습니다
자랑스런 우리도반임
사랑합니다~~♡

2015-12-31 01:04:06

김순영

윤신정보살님 좋은기사 나눠주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김지현법우님 그래도 학위과정하면서 자원활동하느라 고생많았어요. 함께 열심히 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하고요. 보고싶다요. 얼릉오면 좋겠소... 남은 시간 한국에서 즐겁고 행복한 시간 보내시길...

2015-12-30 01:2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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