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은평법당
조정숙 님의 20년의 수행

[서대문정토회 은평법당]

조정숙 님의 20년의 수행

 

서대문정토회에서 오랜 수행으로 우리들에게 모범을 보여주시는 조정숙 님의 글을 올립니다. 올해 85세 되신 조정숙 님을 제가 처음 뵌 것은 제가 2014년 봄불교대에 입학하던 날이었습니다. 꽤 연세 있어 뵈는 분이 의자에 다소곳이 앉아 입학식을 바라보고 계시던 모습이 굉장히 인상적이었습니다. 그 후 8-1차 천일결사 입재식을 끝내고 버스 안에서 나누기 때 피천득 시인의 시를 읊어주셨는데 그 음성과 모습에 반해버렸던 기억이 납니다. 그 때 모습처럼 조정숙 님의 수행은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게 언제나 그 자리에 있는 것 같습니다.

 

서대문정토회에 행사가 있을 때마다 꼭 참석하여 정토행자로서 본분을 다하려 애쓰며 매주 수요법회에 오셔서 스님 말씀을 경청하고 매일 새벽정진을 놓지 않고 계십니다. 조정숙 님의 글을 그대로 올립니다. 온화하고 따스한 마음으로 젊은 도반들을 격려해 주시는 조정숙 님께 감사드립니다.

 


봄불교대생 입학식을 축하해 주시는 모습

 

20년의 수행 - 조 정 숙

199812월 교사들의 인도 성지 순례에 큰사위의 권유로 가게 되었습니다. 남편이 당신 병명을 알고 가족이며 친지들에게 병명을 나에게는 알리지 말라고 간곡하게 부탁하는 바람에 나는 영문도 모르고 남편을 보내야 했습니다. 그에 한이 맺혀 1년간을 두문불출 식음을 전폐하다시피 해온 나에게 사위는 어머님께서 꼭 경험해 볼 만한 기회입니다.”라고 강권해서 떠밀리다시피 갔었습니다.

 

처음에는 적응이 힘들었으나 차차 법륜 스님의 법문에 내 마음이 움직였습니다. 이 스님 밑에서 공부하고 싶다고 생각하여 돌아와 1월부터 정토회에서 법문에 집중하여 열심히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그전에는 절에 다니긴 했으나 불자라고 말을 못했습니다. 불교에 대해 아는 바가 없어 입 다물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다 차츰 누가 물으면 깨달음을 추구하는 종교로 알고 있습니다.”라고 대답하게 되었습니다. 얼마나 고마웠는지 하나하나 내 것으로 담으며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그런데 정토회에 오기 전 그 동안 내가 했었던 일들남편이 나를 사랑해준 만큼 나도 언제까지나 그 분을 잊지 않겠노라고 했던 행동들이 내 발목을 잡고 있었습니다.

 

그해 3월 유수스님께 내 어려움을 말씀 드렸더니 나를 서울 절의 대표로 각해보살님 친견에 가게 했다. 거기서 생전 들어본 적이 없던 말씀을 들었습니다시가 부모님들께 불효를 했다’라는 겁니다. 부끄럽고 창피해 그 충격으로 저녁 먹은 것이 걸려 화장실만 들락거렸습니다. 이런 내 꼴을 하고 젊은 도반들을 어떻게 볼까 싶었는데 오히려 도반들은 안쓰럽다고만 했습니다. 한참 듣다보니 더 험한 말씀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이 시간이 뭣인지도 모르고 있는 나입니다.

 

그러나 기도를 열심히 하고 100일이 지난 후 기도 점검이 있는 날 문학강의 가기 위해 첫 번째로 신청을 하고 새 기도문을 받으려고 있는데 "그 기도문 극락왕생 하십시오를 그대로 하세요." 하십니다. 의외의 말씀이라 당황했고 울먹이며 아직도 그분이 지옥에 있어요?” 했습니다. 도반들은 킥킥대며 웃고 스님께서는 어이가 없으셔서 그런지 빤히 보고만 계십니다. 강의시간이 늦어 허둥지둥 전철을 타고 가는데 출입문 창문에 기대어 흐르는 눈물을 훔치며 갔습니다. 도착해선 숨 돌리고 강의실에 들어갔습니다. 그날 강의시간에도 말이 제대로 들어오지 않고 지쳐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다음 백일, 그 다음, 계속 시간을 어기지 않고 기도했습니다. 3년이 지나니 꾀가 생겨 게을러져서 시간도 어기고 안 할 때도 있고 뒤죽박죽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기도 점검이 2시부터 2층에서 있다고 합니다. 마음 조이며 공양도 못하고 앉아 있는데 앞의 도반님들이 심하게 꾸중 듣는 것을 보자 나는 이젠 죽은 목숨이다, 하고 고개도 못 들고 엎드린 채 그동안 일을 다 말씀드리고 앞으로는 어기지 않고 착실히 기도하겠습니다, 했습니다. 꾸중들을 각오를 하며 기다리고 있는데 그냥 다음 분으로 옮겨가 한참을 그대로 있다가 고개 들고 제정신을 차렸습니다. 그 뒤로는 상 중에서도, 지방, 해외, 여행 가서도 시간 어기지 않고 기도드려서 상도 받았습니다. 6차 천일결사 때는 척추 수술 때문에 못했고 그 다음 무릎 수술 때는, 108배만 기도냐, 하고 수술 하는 날도 병원에서 엎어져 있을 수도 없는 상황인데 관음정근, 경전 독송, 입정을 했었습니다. 그 후 계속 정진 하면서 7차 천일기도를 마쳤습니다. 스님 곁으로 올라간 나를 본 김병조 사회자가 혀를 내두르면서 놀랐습니다. 내가 움직일 수 있는 한 기도도 놓치지 않고 백일입재 회향에 빠지지 않으려고 합니다.

 

스님께서 말씀하시기를 기도하면 다른 가피는 몰라도 건강의 가피는 얻는다고 하셨습니다. 정말로 그렇습니다. 내 나이 85. 아직도 움직여 자손들 힘 안 빌리고 맛있는 반찬 만들어주면서 행복하게 살고 있습니다. 꾹 참고 천 일을 해보는 게 좋습니다. 300일이 지나면 그 뒤론 하루 빠지면 천 일이 깨지는 게 아까워 못 빠집니다. 아마 그때는 제 말이 떠오를 겁니다. 열심히 정진 하십시오.

 


은평희망강연에 오신 법륜스님과 도반들과 함께

 

_정은영 희망리포터  

전체댓글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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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배

2014년 봄뿔대 입학식날 개근을 하시면 얻는 지혜른 감당 못할것입니다 "하셨습니다"
2년 개근상을 받았습니다..
선배님 극락왕생기원합니다 -(♥)-

2020-07-08 22:16:25

이영주

감동적인 글이네요...오늘 노보살님의 부음을 들었습니다.극락왕생 비옵니다. 멈추지 않는 수행정진의 훌륭한 본보기 되어주신 노보살님 감사드립니다

2020-07-08 14:37:01

임경애

우와~~~
자랑스럽고 존경합니다!! 보살님~~~♥♥♥
연세도 있으신데다 척추와 무릎수술 후에도 절 수행을 꾸준히 해오셨다니 얼마나 신심과 의지가 대단하신지요~ 응원하겠습니다~!!!

2015-11-29 22:4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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