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검색
원하시는 검색어를 입력해 주세요
양달과 응달 온도는 크게 10도까지 차이가 난다고 합니다. 볕이 들지 않는 응달을 찾아 온기를 전하는 일이 '영양꾸러미'사업 아닐까요.
세상을 1도 더 따뜻하게 만들기 위해 의정부, 포천, 남양주 곳곳을 누빈 남양주지회 정토행자들의 발자취를 전합니다.
지난 1월 4일, '영양꾸러미'사업으로 남양주지회에서 28명의 어린이들을 지원한다는 소식을 듣고 의정부로 달려갔습니다. 목적지는 정토회와 관련 없어 보이는 의정부 장암종합사회복지관이었습니다. 남양주지회 복지꼭지인 황연정 님께 여쭤보니, 복지와 연관된 활동이라면 복지관에서 무료로 공간을 대여해 준다고 합니다. 지난 여름에는 1층을 대여할 수 있었지만, 이번엔 다른 봉사단체가 먼저 예약을 한 상태라 2층 강당을 쓰도록 허가받았습니다.
리포터가 막 도착했을 때 마트 배송차량이 복지관 앞에 주문한 식료품들을 내리고 있었습니다. 60여 개의 종이상자를 2층으로 옮기는 일이 막막해 보이던 참에 선발대 봉사자들이 하나둘 합류합니다. 또 복지관에 수레형 카트와 장보기형 카트가 구비되어있어 비교적 수월하게 옮길 수 있었습니다.
상자마다 1번, 2번 번호가 매겨져 있습니다. 무슨 번호일까 꼭지에게 물었습니다. 1가구에 1번 한 상자, 2번 한 상자, 이렇게 두 상자를 배분하면 된다고 합니다. 상자에 번호가 매겨진 데에 따뜻함이 묻어나는 일화가 있습니다.
지난 여름 영양꾸러미 사업 때, 황연정 꼭지가 마트에서 장을 보며 이 식료품들을 JTS가 방학동안 끼니를 챙기기 어려운 어린이들의 가정에 전한다는 걸 마트 사장님께 설명드렸습니다. 그러자 마트 사장님이 배분하기 편하도록 직접 식료품들을 상자에 나누어 담아 배송해 주셨습니다. 배송받은 물품들을 강당 바닥에 전부 펼쳐 놓고 하나하나 분류하고 검수하는 것도 봉사자들의 일이라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한 가구에 맞추어 물품을 분류해 배송해주신 마트 사장님의 배려로 수월하게 검수를 마쳤습니다.
이번 겨울 영양꾸러미는 14가구가 새롭게 발굴되면서 총 28가구로 늘어나 물품 검수 및 가구별 분류에 1시간 이상 봉사가 필요하고 넓은 공간이 필요했습니다. 그러나 온기를 전하는 일에 마트 사장님의 온기가 더해져 봉사자들이 배송된 물품을 검수하는 데 시간도, 공간도 아낄 수 있었습니다.
60여 개의 상자가 2층으로 모두 이동되었습니다. 선발대가 물품 검수를 어떻게 진행할지 논의합니다.
조별 명단, 진행멘트, 조 이름표 등등 꼭지가 꼼꼼하게 준비한 흔적이 여기저기 보입니다.
'영양꾸러미'사업 물꼬를 튼 지역은 황연정 님이 복지 공무원으로 근무하는 의정부입니다. 처음에는 황연정 님이 접근하기 좋은 의정부에서 6가구로 지원을 시작했습니다. 황연정님의 보이지 않는 노력과 정성으로 인근 포천, 남양주까지 확대하여 현재는 28가구까지 지원할 수 있었습니다.
조별로 물품 검수를 용이하게 할 수 있도록 책상을 배치하고 책상 옆에 지원 물품들을 두었습니다. 또 책상마다 조 이름표를 붙이고 설문지와 리플렛을 올려두었습니다. 꼭지의 설명을 집중해서 듣고 착오없이 빠릿빠릿하게 움직이는 선발대는 정예요원 같았습니다. 덕분에 예상시간보다 빠르게 선발대 작업을 마쳤습니다.
'영양꾸러미'를 어린이들에게 전달할 산타들이 속속들이 도착합니다. 오랜만에 보는 회원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다른 봉사자들을 기다리며 담소를 나눕니다.
10시 30분이 되어 강당 한쪽 공간에 둥그렇게 둘러서 소감 나누기를 시작합니다. 지원 가구가 늘어난 만큼 봉사자들도 많아서 자기소개와 짧은 소감만 나누어도 시간이 훌쩍 흘러갑니다.
꼭지가 검수할 물품목록을 텔레그램으로 미리 전달해 두었습니다. 2인 1조로 한 명은 메시지를 보며 물품명을 부르고, 한 명은 물품명과 개수를 확인합니다. 출력물을 아끼고 디지털에 익숙해진 정토회원들의 모습에 잔잔한 뿌듯함이 일었습니다. 물가가 비싼 요즘에 풍성하게 식료품을 구성하고 알뜰하게 귤과 밑반찬까지 챙긴 장보기팀을 칭찬하는 탄성이 여기저기서 들려옵니다.
검수를 마치고 영양꾸러미 안에 잘 들어간 지원물품들이 한 곳에 모입니다. 손이 많으니 검수도 뚝딱입니다. 단체사진 촬영 후 가정 방문시 주의 사항을 안내받고 조별로 출발합니다.
리포터는 11조인 의정부모둠 송경미 님과 퇴계원모둠 윤종호 님과 동행했습니다. 대상 가구로 향하는 길에 조장인 송경미 님이 방문하는 가정에 대한 상황들을 공유합니다. 경제적 상황이 여의치 않음에 더해 다자녀인 가구가 많았습니다. 또 부모님이 암과 같은 큰 질병을 앓고 있거나, 아이가 아픈 경우여서 방문하는 길에 마음이 착잡해졌습니다.
초인종을 누르고 양손 가득 영양꾸러미를 들고 집안에 들어섭니다. 봉사자들도 대상가구 보호자도 처음 접하는 낯선 상황에 분위기는 어색하기만 합니다. 어색함 속에서도 보호자들의 감사함이 느껴지고 또 아이들이 밝아 보여서 안심했습니다. 내년에는 사정이 좋아져서 대상자 목록에서 보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작은 소망이 일기도 했습니다.
두 가구 방문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소감을 나누었습니다.
먼저 11조 조장인 송경미 님의 나누기 입니다.
"방문 전에 가구에 대한 상황을 알고 가니 도움이 되었습니다. 요즘 아이가 귀한 시대인데 두 가구 모두 아이가 많아서 좋았습니다. 어머님들 건강이 많이 안좋으셔서 걱정이 됩니다. 빨리 건강이 좋아지시길 바랍니다. 영양꾸러미로 아이들이 이번 겨울을 든든하게 보낼 수 있겠다는 생각에 기쁘고, 그리고 저도 잘 쓰여서 뿌듯합니다."
윤종호 님도 운전하면서 소감을 나누어 주었습니다.
"지난 번보다 수월하다는 느낌이었습니다. 2가구만 방문해서인지 대상 가구에서 밝게 맞아주셔서 인지 모르겠습니다. 지난 번에는 '반기지 않는다'는 느낌이 조금 있었거든요. 제가 도와주었지만 오히려 제가 도움을 받은 것 같습니다. 제 마음까지 밝아졌습니다. 다음 여름 방학 영양꾸러미도 꼭 참여하겠습니다."
저녁 8시에는 온라인 평가회의가 있었습니다. 꼭지와 조장 등 12명이 참석하여 진솔한 나누기와 함께 대상자의 반응, 제안사항 등을 공유했습니다. 평가회의도 '영양꾸러미 사업'에서 매우 중요한 과정 중 하나입니다. 꼭지가 세세하게 알지 못했던 가정 상황을 듣고 지원 지속 여부를 결정할 수 있습니다.
봉사자들의 진솔한 나누기에 공감도 하고, '저런 경우도 있구나'하며 내 마음도 관찰합니다.
평가회의를 마치고 황연정 님과 인터뷰를 했습니다. 황연정 님은 오늘 영양꾸러미 지원 사업을 돌아보고 향후 사업 방향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이번 겨울 '영양꾸러미'로 남양주지회 지원 가구는 28가구입니다. 이제는 지원 대상을 늘리기 보다는 꼼꼼한 검토와 조사로 꼭 필요한 가구에 지원하며 내실을 다지는 방향으로 구상하고 있다고 합니다. 황연정 님이 방금 평가회의에서 다음 번 지원 사업 때는 방문 가정 대상 아동에게 손편지를 써보자는 제안을 하기도 했습니다.
인터뷰를 마치며 황연정 님의 소회를 들었습니다.
" '수행은 스스로 살핌으로 정진하면 되지만, 좋은 세상을 만드는 활동은 함께함으로 일정한 기여를 할 수 있다'는 법륜 스님의 말씀이 와 닿은 날입니다. 30명이 넘는 봉사자들이 강당에 꽉 차서 나누기하는 모습을 보면서 뭉클했어요. 많은 사람들이 움직일수록 더 많은 아이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겠다 싶어서요. '함께'하는 것이 참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복지 꼭지로 활동하면서 혼자서 하는 게 아니라 항상 회원들과 소통하면서 보완하고 확장하고 발전해 나아가는 과정을 배우고 있어요. 시간 내어서 함께 해주신 회원들에게 감사하고, 또 저는 개인적으로 복지 꼭지로서 잘 쓰여서 감사합니다."
인터뷰까지 마치고 정리를 하면서 평소 내 삶 속 부대낌에만 치중하던 스스로를 반성했습니다.
끼니를 굶는 아이가 없기를,
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 없기를,
응달이 없는 따뜻한 세상이 오기를.
글_김난희(강원경기동부지부 원주지회)
사진_남양주지회, 김난희
전체댓글 5
전체 댓글 보기정토행자의 실천 ‘복지’의 다른 게시글
다음 글이 없습니다.
이전글너도 좋고, 나도 좋고_원주지회 강릉 연탄 지원 봉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