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실천

복지
가을 단풍보다 고운
2024 두북 어르신 가을 잔치

지난 11월 7일, 스님 고향인 두북에서 ‘두북 어르신 가을 잔치’가 열렸습니다.
봄에는 기림사로 나들이했고, 이번에는 잔치를 준비했습니다. 가을 단풍보다 곱게 물든 어르신들을 만나러 가볼까요?

이른 아침 가을걷이가 끝난 두북 들판은 서리가 하얗게 내렸습니다. 조금 쌀쌀했지만 해가 뜨면서 따뜻해졌습니다. 아침 7시가 조금 넘은 시간, 봉사자들은 수련원에서 여는 나누기를 했습니다. 변동된 인원에 맞추어 차량을 다시 배치했고 일정과 역할을 의논했습니다. 두북 13개 마을 주민을 훤히 아는 화광 법사님이 가장 먼 마을로 가는 차량을 맡았습니다. 법사님은 마을 입구마다 내려서 어른들께 반갑게 인사하고 부축했습니다.

잔치에 참석한 어르신들과 화광법사님
▲ 잔치에 참석한 어르신들과 화광법사님

마을마다 다니며 어르신들을 태운 버스 세 대와 승용차가 수련원 운동장에 도착했습니다. 그날 참석한 어르신은 128명, 봉사자는 20여 명이었습니다. 스태프들은 인원과 물품을 꼼꼼히 점검하고 경주로 출발했습니다.

식당 입구에서 스님이 어르신들을 기다렸고, 봉사자들은 활짝 웃는 얼굴로 인사했습니다.

“어서 오세요! 반갑습니다!”

잔치에 참석한 어르신들
▲ 잔치에 참석한 어르신들

어르신을 맞이하는 스님
▲ 어르신을 맞이하는 스님

마을 어르신들이 자리를 잡자, 행사를 축하하는 하활천 노인회 회장과 이재욱 어르신, 화광 법사님이 인사말을 했습니다. 뒤이어 스님이 “오시느라 고생했습니다. 궁금한 것은 무엇이라도 질문하십시오”라며 즉문즉설을 시작했습니다. 어르신들은 평소 하고 싶던 이야기와 마음 깊은 곳에 있는 고민을 질문했습니다. 스님 법문을 듣는 어르신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맞다, 맞아!’ 했습니다. 표정이 밝아지며 마음도 더 가벼워졌다고 했습니다.

즉문즉설
▲ 즉문즉설

법문이 끝나고 점심을 먹었습니다. 스님은 어르신들이 불편함이 없는지 찬찬히 살폈습니다. 봉사자들은 뜨거운 국은 식탁으로 바로 올리고, 식사 중 불편함이 없도록 세심하게 챙겼습니다. 맛난 반찬이 풍성했고, 들통에는 노란 호박죽이 보글보글 끓었습니다. 접시에 닿는 수저 소리와 어르신들의 웃음소리가 맑고 경쾌했습니다.

점심 식사하는 어르신한테 인사하는 스님
▲ 점심 식사하는 어르신한테 인사하는 스님

식사가 끝나고 다시 강연장으로 모였습니다. 오후 시간은 <가야금 병창> 공연으로 문을 열었습니다. 멋스러운 연주와 노래에 어르신들이 크게 손뼉을 쳤습니다. 그다음은 어르신들 노래자랑을 했습니다. 노래가 구성지게 흐르고, 봉사자 김영웅 님 노래가 이어지자, 강연장 분위기가 후끈 달아올랐습니다.

어르신 노래 자랑
▲ 어르신 노래 자랑

공연은 ‘발랄한 언니들’이 추는 각설이 춤으로 이어졌습니다. 공연팀 9명은 바쁜 시간을 쪼개어 대구에서 경주를 오가며 연습했습니다. 생동감 넘치는 각설이 공연과 부채춤에 어르신들 어깨가 들썩들썩했습니다. 공연 사이사이에 이어진 어르신들의 노래도 흥을 한껏 올렸습니다. 공연을 마친 가야금 병창팀과 ‘발랄한 언니들’과 봉사자들이 어르신들 자리를 다니면서 잔치 분위기를 만들었습니다.

'발랄한 언니들'의 각설이 공연
▲ '발랄한 언니들'의 각설이 공연

마지막은 경주 설장구팀 공연이었습니다. 우렁찬 징 소리가 심장을 울리고, 고깔모자에 달린 긴 끈이 살아있는 것처럼 힘찬 원을 그렸습니다. 사물놀이패 공연에 흥이 난 어르신이 징을 잡고 함께 연주했습니다. 어르신은 젊은 시절 농악놀이를 했다고 합니다. 한바탕 어우러지는 사물놀이에 시간을 잊고 푹 빠졌습니다.

장보민 외 5명 설장구팀
▲ 장보민 외 5명 설장구팀

스님이 마무리 말을 한 뒤 기념사진을 찍고 행사를 마무리했습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어르신들의 구부러진 허리와 손마디에서 농사일의 고단함이 보였습니다. 오늘 밤도, 올해 겨울도 편안하시기를 기도합니다.

‘어르신들! 내년에 또 만나서 어깨춤 추어요.’

봉사자들 단체 사진
▲ 봉사자들 단체 사진

실무 담당 이미자 님 나누기입니다.

행사 중 ‘혹시 어른들이 다치면 어쩌나, 음식이 부족하면 어쩌나’하는 조바심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무사히 끝나서 정말 좋았습니다. 어르신들이 봉사자들 손을 잡고 “고맙다” 하실 때는 코끝이 찡했습니다. 부모님과 우리 미래가 생각났습니다. 짧은 시간이지만 어르신들을 대접할 수 있어서 보람찼습니다.

각설이 공연을 한 이순화 님 나누기입니다.

3주 동안 매주 한 번씩 만나서 연습하고, 집에서도 매일 연습했습니다. 대구에서 경주까지 두 번이나 가는 바쁜 일정이었습니다. 춤동작이 안 되면 민망한 마음에 ‘이거 괜히 했다.’라는 생각도 살짝 들었습니다. 하지만 도반들과 친해지면서 연습은 즐거운 놀이시간이 되었습니다. 공연할 때는 조금 떨리기도 했지만, 도반들과 손발이 착착 맞았습니다. 어르신들이 즐거워해서 참 뿌듯했고 도반들과 정이 듬뿍 드는 시간을 가져 고맙습니다.

운동장에서 짐을 내리고 수련원에서 닫는 나누기와 평가를 했습니다. 좋았던 점과 부족한 점을 나누고 다음 행사에 반영하기로 했습니다. 마무리하고 스태프들은 아쉬움을 접고 내년을 기약했습니다.


잔치를 준비하면서 어르신들께 정성을 다하는 도반들을 보면서 가슴 뭉클했습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정성을 다하고 사랑을 나누는 도반들에게 많은 걸 배운 하루였습니다. 고맙습니다.

글, 사진_박언희 희망리포터(대구경북지부 경주지회)
편집_도경화(대구경북지부 동대구지회)

전체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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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명

자식도 잘 안해주는 잔치를
스님과 정토행자가 정성껏 해주었으니
어르신들이 얼마나 좋으셨을까요

2024-11-22 23:23:41

최상훈

고맙습니다 ^^

2024-11-22 18:49:27

대정진

감사합니다.

2024-11-22 12: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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