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실천

복지
순수한 사람들의 향기에 스며들다
2024 애광원 가을 나들이

JTS는 매년 애광원 생활인들과 함께 나들이를 합니다. 지난 10월 15일에는 경주로 가을 나들이를 다녀왔습니다.

생활인과 짝지가 되어 그들의 순수한 향기에 스며들었던 시간이었습니다.

애광원 생활인을 기다리며

지적장애인 거주시설 애광원 생활인 가을 나들이 날짜가 2024년 10월 15일로 정해졌습니다. 담당자들은 미리 나들이 장소 선정과 답사, 봉사자 교육을 했습니다. 애광원이 거제에 있기 때문에 JTS의 거제 지역 회원들이 나들이 자원봉사에 나섰습니다.

이번 나들이는 경주 대왕암에서 기림사, 천년의 숲 등을 순례하는 일정입니다. 거제에서 경주까지는 세 시간이 넘는 거리이지만 네 번이나 답사를 다녀왔습니다. 몸이 불편한 분들의 나들이이기 때문에 식당이나 유적지를 드나들 때 계단이 없는지, 계단이 있다면 돌아가는 길이 있는지를 세심하게 살펴야 합니다.

문무대왕릉 앞 바다를 거닐다

봉사자 40여 명은 새벽에 출발해서 오전 9시에 대왕암에 도착했습니다. 하늘이 심상치 않습니다. 어젯밤에는 장대비가 내리더니 아침에는 이슬비가 오락가락합니다. 애광원 식구들이 도착하기 전에 봉사자들은 옷차림을 단정히 하고, 조별로 사진도 찍었습니다. JTS 이사장 법륜 스님도 도착했습니다. 함께 인사를 나누고 설레는 마음으로 애광원 식구들을 기다렸습니다.

비는 멈췄습니다. 애광원에서는 10시 즈음에 송우정 대표이사와 함께 생활인 서른두 명, 선생님 열 명이 도착했습니다. 법륜 스님은 버스에 내리는 생활인 한 명 한 명에게 눈을 맞추고 손을 잡으며 인사했습니다. 봉사자들도 각자 짝지를 찾아 인사하고 이름표를 걸어주었습니다. 대부분 작년에도 참여한 봉사자였고 생활인이었습니다. 서로 알아보고 껴안고 인사를 나누기도 합니다.

가까이 있는 화장실을 다녀오면서 일정이 시작되었습니다. 스님은 대왕암에 대해 설명합니다. 짧고 간결합니다. 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설명이었습니다.

“지금 이곳은 경주시에 있는 ‘문무대왕릉’입니다. 왕이 뭔지 알지요? 왕의 무덤을 땅에다 쓰지 않고 바다에 썼습니다. 저기 바다 위에 바위가 보이죠. 저 바위에 문무대왕의 무덤을 썼기 때문에 저 바위를 ‘대왕암’이라고 부릅니다.”

애광원 생활인들은 봉사자들과 함께 고개를 끄덕이며 설명을 들었습니다. 법륜 스님은 간단한 설명을 마치며 문무대왕릉을 바라보며 바닷가에서 노는 것이 목적이라고 했습니다.

“바닷가로 가서 연도 날리고 잘 놀다 갑시다.”

봉사자와 생활인은 서로 손을 꼭 잡고 바닷가를 거닐었습니다. 대왕암을 배경으로 조별로 사진도 찍고 연도 날리면서 거닐었습니다. 연이 쉽게 날아오르지 못했습니다. 답사를 올 때에는 바람이 있어 연이 잘 날아올랐지만, 당일은 바람이 거의 없었습니다. 줄을 잡고 달려야 했습니다. 연을 띄우는 사람이나, 줄을 잡고 달리는 사람이나, 이들을 바라보는 사람들이나 모두 즐거웠습니다.

감은사지 삼층석탑에 오르다

처음 계획할 때는 버스에 탄 채로 지나가며 감은사지를 보려고 했습니다. 시간 여유가 있어 감은사지 주차장에 모두 내렸습니다. 사진으로만 보던 감은사지 삼층석탑을 직접 보았을 때는 웅장하고 고요했습니다. 오랜 세월을 거쳐 신라에 불법이 도달한 그때를 상상해봅니다.

법륜 스님은 감은사지 삼층석탑으로 오르기 전에 설명을 했습니다.

“은혜에 감사한다고 해서 감은사에요. 삼국을 통일하여 신라가 그 중심이 되도록 한 문무대왕의 은혜에 감사한다는 의미로 감은사를 지었습니다. 용이 된 문무대왕은 아까 본 바위 속에 있다가 파도가 칠 때 물길을 따라 이 법당 밑에 와서 법문을 들었다고 합니다.”

지금 설명하는 곳에서 더 산 쪽으로 물길이 있지만 그 예전에는 감은사지 바로 앞으로 물길이 흘렀다고 합니다. 계단을 오르니 삼층석탑이 양쪽에 있고, 가운데 법당 터가 있습니다. 스님이 설명한 대로 용이 된 왕이 물길을 따라 도착했다는 법당의 바닥이 보였습니다.

“여기는 법당 바닥을 물로 채웠어요. 왜 그랬을까요? 용이 올라오도록 하기 위해 물을 채웠어요. 물 위에 돌을 깔아 징검다리처럼 만들고, 그 위에 다시 돌로 바닥을 만들면 용이 이 밑에서 법문을 들을 수 있다고 생각한 거예요. 이렇게 만든 법당은 감은사 한 곳밖에 없습니다. 물이 들어오고 나갈 수 있도록 해놨어요. 그리고 돌 위에 다시 주춧돌을 세운 후 법당을 지었습니다.”

스님의 설명을 듣고, 봉사자들과 애광원 생활인들은 고요히 손을 잡고 걸었습니다.

기림사의 국화에 젖다

하늘은 서서히 맑아졌습니다. 기림사 주차장에서 내리니 곧바로 일주문입니다. ‘함월산含月山 기림사祗林寺’라고 쓰인 일주문 앞에서 사진을 찍었습니다. 일주문을 지나 사천왕문 앞에서 잠시 멈췄습니다.

법륜 스님은 기림사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기림사의 ‘기림’은 인도에 있는 기원정사의 기(祇) 자와 수풀 림(林) 자를 씁니다. 이곳은 신라 선덕여왕 때 지은 절입니다. 일제강점기에는 이 절이 본사였는데, 지금은 불국사가 본사가 되었습니다. 본래 기림사는 굉장히 큰 절이었고, 임진왜란 때는 이곳에 승군이 주둔했습니다. 임진왜란 때 우리나라의 관군으로는 힘이 부족해지자 각지에서 의병이 일어났는데 그때 스님들까지 나서서 싸웠습니다. 원래 스님들은 싸우면 안 되는데 나라가 위태로우니까 승군을 조직해서 나라를 지켰던 거예요. 이 절에는 보물이 많습니다. 보물이 다섯 개나 있어요. 가을이라 국화꽃도 진열을 해놓았다고 해요. 국화꽃 앞에서 사진도 찍고, 기림사를 둘러보겠습니다.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구경하고 가겠습니다.”

또 지나온 일주문과 들어가는 사천왕문에 대해서도 설명했습니다.

“사천왕을 보니까 무서워요, 안 무서워요? 무서워할 필요가 없어요. 사천왕은 나쁜 사람을 잡아가지 좋은 사람은 보호합니다. 이제 사천왕문을 지나면 절로 들어가게 되는 거예요.”

이어서 이곳 기림사의 비로자나 부처님의 손 모양을 다시 설명했습니다. 봉사자들과 생활인은 스님의 설명에 따라 각자 손가락을 맞대며 설명을 들었습니다.

“손 모양을 보면 왼손 검지 끝과 오른손 엄지 끝이 서로 닿도록 한 다음에 왼손 검지를 오른손이 감싸는 모양을 하고 있어요. 이것을 ‘지권인’이라고 합니다. 이런 손 모양을 하면 비로자나불입니다.”

대적광전 앞에는 여러 색깔과 모양으로 국화를 장엄했습니다. 생활인과 봉사자들은 서로 짝이 되어 국화 앞에서 사진을 찍습니다. 스님도 직접 사진을 찍어주며 함께했습니다.

경북 수목원, 천년의 숲 정원으로

점심 공양 후 오후에는 ‘경북천년숲정원’으로 갔습니다. 입구에 들어서자 메타세콰이어 나무가 늘어선 숲길이 나왔습니다. 곧게 뻗은 숲길을 천천히 걸어봅니다. 온통 초록 세상입니다. 여기 저기 사진 찍기 좋은 곳에서 혼자서, 짝지와 둘이서, 혹은 조별로 사진을 찍었습니다.

즐거운 장기자랑의 시간으로

월정교를 건너 최부자아카데미 마당으로 이동했습니다. 경주 놀이와답사연구소 이수진 대표가 신명나게 사회를 진행하며 노래자랑 시간을 가졌습니다.

노래자랑 시간에는 지체되는 시간 없이 누구나 뒤이어 노래를 불렀습니다. 뛰어나온 사람이 앞에서 불렀던 노래를 다시 부르는 바람에 이를 보는 사람들은 배를 잡고 웃었습니다. 춤추는 시간에는 음악과 상관없이 각자의 흥으로 춤사위를 펼칩니다.

스님은 애광원 선생님들에게 친필 사인 책을 선물했습니다. 애광원에서도 봉사자들을 위해 애광원에서 직접 만든 구름빵을 선물했습니다.

송우정 대표이사가 마지막 인사말을 할 때 모두 뭉클했습니다.

“하루를 몽땅 우리 친구들을 위해 좋은 짝지가 되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우리 친구들이 어느 때보다 행복해하는 모습을 봤습니다. 평소에는 말을 안 하는 친구들이 노래도 하고, 짝지와 입을 벌리고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보니까 정말 제 가슴이 찡했어요. 우리가 서로 믿는 종교는 다르지만 이런 활동을 통해 하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배웁니다. 법륜스님과 정토회 회원들이 우리 친구들을 위해 항상 마음 써주시는 것에 대해 감사드립니다.”

최부자아카데미를 나와 다시 월정교를 건넜습니다. 버스를 타고 식당으로 이동했습니다. 저녁 식사 후에는 휴식 시간을 많이 가지지 못하고 곧바로 작별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봉사자들은 버스가 사라질 때까지 손을 흔들었습니다.

봉사자들도 아침에 타고 온 버스에 올라 나누기를 하며 아쉬운 마음들을 드러냅니다. 저마다 즐거운 소풍이었고 행복했다고 합니다. 봉사자들은 대부분 나누기 말미에 “내년에도 꼭 참여하겠습니다”라고 합니다.

“가을 소풍 잘 마치고 갑니다. 보람찬 하루였습니다.”
“나누기 들으면서도 감동입니다. 특히 마지막에 원장님 말씀에도 울컥했습니다. 쓰일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진행 총괄을 맡았던 분이 애광원 책임 선생님의 말을 전했습니다.

“애광원에는 생활인이 80명, 선생님이 60명 계신다고 합니다. JTS 나들이 프로그램이 결정되면 서로 오려고 한다고 해요. 그만큼 봉사자들 덕분에 편안하고 즐거웠다고 합니다. 여러분 감사합니다.”


거제지회장 정금도 님은 가을 하늘에 살랑이는 코스모스만큼 봉사자들이 아름다웠다고 인사했습니다. 나누기를 마칠 때는 이미 어두웠습니다. 새벽에 집을 나섰다가 어두워져서야 집으로 돌아가지만 다들 기쁨과 뿌듯함이 충만합니다. 생활인이나 봉사자들 모두에게 즐거운 나들이였습니다.

글과 사진_조둘이(경남지부 거제지회)

전체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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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명

가을 하늘보다 더 아름다운 사람들
언젠간 기회되면 동참해보고 싶네요

2024-11-16 08:15:26

최상훈

고맙습니다 ^^

2024-11-15 14:51:26

현광 변상용

스님의 하루에서 읽은 것과는 또다르게 잔잔한 감동이 느껴집니다.
나들이에 서로 가려고 한다니 얼마나 귀한 시간인 줄 아시나 봅니다.
일년에 두번씩 이런 자리를 마련해 주시는 분들이 진정 모자이크 붓다십니다. 최고!

2024-11-15 10:4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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