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일산지회
JTS 에 10년째 진심인 어느 머스마를 소개합니다

여건이 안 되어 〈깨달음의 장〉은 가지 못했지만, 다녀온 사람 못지않은 열정으로 다양한 봉사를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일산지회 화정모둠 2 그룹장을 맡은 오수현 님입니다. 오수현 님은 본인의 지난 얘기를 하는 게 부끄럽지만 설렌다고 하면서 ‘남이 귀찮아하는 걸 내가 함으로써 누군가가 도움을 받는다’라는 확고한 봉사 정신을 말합니다. 평범하지만 작은 깨달음 속에서 인생을 변화시키고 있는 그를 소개합니다.

거리 모금 활동이 재취업의 밑거름으로

저는 2015년 경기 광주 법당에서 불교대학을 입학하고, JTS 거리 모금 봉사를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부끄럽고 창피해 입이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문득 ‘이걸 함으로써 다른 사람이 혜택을 볼 수 있겠다’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후 매달 셋째 주말 오후 2시에는 항상 그 자리에서 모금 운동을 했습니다. 제가 그렇게 하니까 거리 홍보를 싫어하던 도반들도 함께 해주었고, 아무도 없을 때는 혼자라도 나가서 거리 모금을 했습니다.

2017년 혼자 진행한 경기 광주에서의 JTS 거리 모금
▲ 2017년 혼자 진행한 경기 광주에서의 JTS 거리 모금

지금은 이 이야기를 쉽게 하지만 그때는 두근거림이 굉장히 심했습니다. 횡단보도 앞에 서 있으면 반대쪽에서 건너 오는 사람들이 저를 피해 가는 게 보였습니다. 젊은 친구들은 이상한 단체인가 검색하면서 오는 것도 보였습니다. 초등학생이 주는 동전과 사람들이 넣어준 몇천 원에 제 돈을 보태도 만원이 겨우 넘는 날이 많았습니다. 사람들이 지원해 주지 않아도 ‘나는 내 할 일을 한다’라는 생각으로 계속 거리 모금을 했습니다.

저는 말수가 적고 부끄러움이 많은 편인데, JTS 거리 모금 경험이 퇴직 후 새로운 일자리를 구하는 데 도움을 주었습니다. 사람들이 마트에서 산 물건을 배달하는 회사에 임시직으로 출근했습니다. 그런데 첫날 저도 모르게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라고 자신 있게 큰소리로 인사하니, 동행했던 분이 당장 시작해도 잘하겠다고 칭찬했습니다. 그리고 정직원이 됐습니다. 정토회가 저를 그렇게 바꾸었습니다.

2024.7월 영양꾸러미 봉사 중(맨 왼쪽이 오수현 님)
▲ 2024.7월 영양꾸러미 봉사 중(맨 왼쪽이 오수현 님)

현재 영양 꾸러미 봉사를 하고 있습니다. 영양 꾸러미 하나에 15만 원 정도로 지원하는데 그걸 받고 기뻐하는 부모님이나 아이들 모습을 보면 뿌듯합니다. 한 명이라도 도움을 줄 수 있는 아이를 찾아야 한다는 사명감도 있습니다.

매달 100만 원으로 4식구가 어렵게 사는 집도 있고, 한겨울에 난방이 안 되어 차가운 바닥에서 생활하는 가구도 있습니다. 그분들에게 “제가 전공이 전기라서 전기 문제는 다 해결해 드리겠습니다. 연락하세요”라고 해도 그분들은 전화를 안 합니다. 이처럼 드러나지 않는 가구와 대상자를 적극적으로 찾는 것도 우리의 역할이라 생각합니다.

‘이게 뭐지? 어디 한번 해보자!

저에게 불교는 등산 하면서 절 구경하는 게 전부였습니다. 오히려 이집트로 파견 나갔을 때 그곳 성당에 오신 한국인 신부님께 세례받은 카톨릭 신자였습니다. 2015년경에 치매기가 있는 아버지로부터 첫째 여동생이 재산을 가로챘습니다. 이로 인해 가족 간의 불화가 있었습니다. 그때 힘들어하는 저에게 둘째 여동생이 정토회를 권유했습니다.

2018. 1월 강릉법당 경전대학 졸업식
▲ 2018. 1월 강릉법당 경전대학 졸업식

처음 불교대학 수업은 충격이었습니다. 이런저런 생소한 의식을 하고, 몇 명이 둘러앉아 얘기하는데, 제 기준으로는 남에게 하면 안 되는 자신들의 치부를 다 드러내는 겁니다. ‘이게 뭐지?’라는 생각이 들면서 ‘어디 한번 해보자!’라며 불교대학 수업을 계속 들었습니다.

여태껏 안 해봤던 생활이 즐거웠고 마음속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시간이 너무 소중했습니다. 그해 9월에 퇴직했고 법당을 7월부터 다녔으니 정토회에서 제2의 인생을 시작했습니다. 여동생과의 갈등은 그대로 남아 있었지만 제가 스트레스를 안 받으니, 문제가 저절로 사라졌습니다.

과거로부터의 자유

장남 장손인 저를 의사나 판사를 만들고 싶어 했던 아버지는 본인 뜻을 따르지 않았던 저를 무자비로 폭행하곤 했습니다. 귀가 찢어진 적도 있었습니다. 아버지는 저에게 항상 불만이 있었습니다. 저는 아버지 목소리만 들어도 가슴이 철렁했습니다. 이러한 스트레스로 위장에 천공이 생기고, 그것이 복막염을 일으켜 수술까지 했습니다. 그때 병원에 오신 아버지는 “다른 부모 같았으면 너 벌써 죽었다. 내가 병원비를 얼마든지 댈 수 있으니까 산 거다” 했습니다. 대학 졸업하고 포항으로 취직하면서 아버지랑 떨어져 살게 되니, 너무 행복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래도 아버지에 대한 원망은 없습니다. ‘아버지가 자식에 대한 기대만 있지 어떻게 해야 할지 너무 몰랐구나’라고 생각합니다. "행복하게 자기 할 일 하고 수행하라" 스님 말씀을 따르다 보니 과거에 얽매이지 않습니다.

2024. 5월 화정역 광 분수대 앞 JTS 홍보활동
▲ 2024. 5월 화정역 광 분수대 앞 JTS 홍보활동

나로부터의 자유

언젠가 무변심 법사님에게 제가 퇴직하고 집에 있는데 왜 아내와 자꾸 다투게 되는지 질문했습니다. 법사님이 “거사님이 욕심이 많네” 그러는데 심장에서 뭔가 뜨거운 기운이 온몸에 막 번졌습니다. 제가 뭐 조금 할 줄 안다고 아내한테 ‘이것밖에 못 해!’라고 했던 제 모습이 보였습니다. “부인에게 밥 차려 달라고 깨우지 말고 먹고 싶으면 조용히 본인이 차려 먹어라.”라고 하던 스님 말씀이 생각났습니다.

이제는 조용히 제가 밥을 합니다. 시키지 않아도 세탁기에서 빨래 꺼내서 널기도 합니다. 하루아침은 아니지만 이렇게 서서히 변화가 찾아왔습니다. “욕심이 많네” 그 한마디에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저의 이런 변화는 아내의 변화로 이어졌습니다. 어느 날 아내가 서초법당을 다니더니 경전대학도 졸업하고 콜센터 봉사도 했습니다. 정토회 다니라는 소리를 한 번도 한 적이 없었는데…

아내와 자주 여행을 다니다 보니 가끔 언성이 높아질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면 아내가 "아직 수행이 덜 됐네~" 라고 합니다. 이 말 한마디면 바로 상황이 종료됩니다. 바로 고개를 숙입니다. 부부가 정토회 다니면 싸울 일 없어서 정말 좋다고 친구들한테 말합니다. 결혼한 딸 사위 부부에게도 한 번씩 얘기는 하는데 대답만 ‘네’ 하고 있습니다.

2017년 전쟁 반대 집회
▲ 2017년 전쟁 반대 집회

우리 나이에는 생각을 바꾸기가 참 힘듭니다. 오늘은 인터뷰이기 때문에 부담 없이 막 이야기할 수 있는데 평소에 친구들한테 말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시간 날 때 한번 봐라’ ‘재밌다. 보탬이 될 거다’ 하면서 보내는데 전법이 쉽지는 않습니다.

친구나 직장동료들에게 제가 봉사하는 거 보여 주는 게 전법 활동이라 생각합니다. 준비하느라 전화하고 JTS 물건들 사무실 가져다 놓고 하는 걸 보면서 주변 사람들이 조금씩 변화되기도 합니다.

정토회에서 봉사하면서 저 자신이 변하고 사고의 변화까지 생겼으니, 봉사는 저를 위한 것임을 알고 있습니다. ‘나 잘났다’ ‘내가 최고이다’ ‘넌 그것밖에 못 해’ 이런 생각들이 많이 없어졌어도 아직 무의식에는 남아 있습니다. 그래서 저도 모르게 소리가 막 올라오는데 옛날과 다른 점은 끝까지 가지 않는다는 겁니다.

당장 업식을 따라갔어도 ‘내가 소리 지르고 있네’라며 금방 알아차리니 일이 크게 확대되지는 않습니다. 과거에는 제 성질대로 해버리다가 끝까지 가서 주먹이 왔다 갔다 할 정도의 일도 있었는데 정토회 덕분에 정말 다행입니다.

주저하는 나이 먹는 이들을 위해

현재 서초법당 규모의 건물 관리소장을 하고 있습니다. 나중에 보리수 봉사 억수로 잘할 수 있을 것 같고, 해외 봉사하려고 영어 공부도 틈틈이 하고 있는데 재미있습니다.

항상 웃으면서 통화하니까 사람들이 저를 사오십 대인 줄 아는데 60대 중반이 넘었습니다. 본인이 꾸준히 수행 정진하면 부정적인 사고가 없어지니 다른 일도 원활합니다. 나이 그만 먹고 싶은 사람은 정토회에 오십시오.

“저는 지금 정말 행복하게 살고 있습니다. 성질낼 일이 없거든요.”

2024년 7월 줌 인터뷰 때 갈무리
▲ 2024년 7월 줌 인터뷰 때 갈무리


기사 작성을 위해 인터뷰 내용을 다시 한번 보니 유쾌했던 시간이 떠올랐습니다. 끈끈하고 무더운 날씨에 내리는 한줄기 소나기처럼 시원한 대화였습니다. 유쾌한 웃음 속에, 잔잔한 깨달음을 그대로 실천하는 멋진 정토행자입니다.

글_채영지 희망리포터(서울제주지부 서초지회)
편집_윤정환(인천경기서부지부 안양지회)

전체댓글 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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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오

퇴직후에 보리수봉사와 영어공부를 하면서 준비하시는 모습 감동입니다.
일산다문화센터 개원 준비할 때도 많이 수고해주셨습니다. 늘 감사드립니다^^🙏

2024-08-26 11:03:37

견오행

선배도반님 말씀 잘 들었습니다.늘함께합니다.감사합니다.()()()

2024-08-12 10:27:27

무구의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2024-08-11 20: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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