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관악지회
아무 문제 없습니다. 다를 뿐!

예정된 희망리포터 순서가 바뀌었지만, 저는 “네, 알겠습니다”하고 응했습니다. 인터뷰는 토요일 오후 줌에서 만나,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이야기를 나누며 진행되었습니다. 김은경 님은 서제지부 관악지회 소속으로 불교대학 진행자, 전법 활동가로 활동 중입니다. 직장과 가정생활을 함께하면서 수행을 놓치지 않고, 모둠활동 및 영양 꾸러미 봉사 활동도 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이야기를 인터뷰하고 기사로 작성하니 감사한 마음이라는 김은경 님의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2023년 6월 거리모금 전
▲ 2023년 6월 거리모금 전

정토회 첫 인연, 두부김치

정토불교대학은 알고 있었지만, 직장생활과 아이들 양육으로 시간을 낼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코로나로 인해 온라인으로 개편되어 2021년 봄 불교대학에 입학하고, 이어 가을 경전대학을 졸업했습니다. 그 후 전법 활동가 교육을 받고, 불교대학도 진행했습니다.

2007년 직장 동료를 통해 정토회를 처음 알았습니다. 그러다 2010년 새로 옮긴 직장에서 그분을 다시 만났습니다. 그분은 직장 동료들에게 따뜻하게 대했고, 일 처리도 체계적이었습니다. 점심은 도시락을 싸 와 두부와 김치로 간소하게 식사했습니다. 저는 새로 옮긴 직장에서 힘들고 어려울 때, 그분을 찾아가 조언도 얻고 힘을 얻었습니다. 그것이 너무 좋아 두부와 김치로 함께 점심을 먹었습니다. 그 시간이 저 나름의 힐링의 점심시간이었습니다.

그 후로도 직장에서 정토회 활동을 하는 두 분을 만났습니다. 한 분은 동료들에게 정신적 멘토 역할을 하여 다른 분들과 느낌이 달랐습니다. 또 한 분은 친환경 실천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예를 들면, 쓰레기 만들지 않기, 주먹밥 도시락 먹기, 일회용품 쓰지 않기, 가래떡에 김을 싸주는 등 쓰레기 발생에 별생각이 없었던 제게 큰 귀감이 되었습니다.

그분들로 인해 저는 정토회에 호의적이고, 유튜브로 즉문즉설을 들었습니다. 당시 저는 육아와 직장생활을 병행하고 있었습니다. 한 분이 ‘스님의 주례사’ 책을 선물하며, “결혼하고 아이 키우면서 큰 도움이 될 거다”라고 했습니다. 실제로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책 내용을 머리로 이해하는 것과 삶으로 실천하는 것은 큰 괴리감이 있었습니다. 이 간극은 불교대학과 경전대학 때 수행 연습과 기도정진으로 조금씩 나아졌습니다. 전에는 글자로 읽었지만, 이제는 마음으로 와닿습니다.

2023년 9월 직장동료와 함께(왼쪽 김은경 님)
▲ 2023년 9월 직장동료와 함께(왼쪽 김은경 님)

엄마와 닮은 나

저는 1남 1녀로 농부의 딸입니다. 어릴 때는 엄마 말을 잘 듣는 수동적인 아이였고, 의존적이었습니다. 동생은 저보다 2살 어리지만, 어른스러워 대화를 많이 했습니다. 결혼해서도 서로 신뢰하고 가까운 사이였습니다.

제가 어릴 때, 부모님은 아버지의 음주로 많이 다투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니, 제가 어리고 심리가 불안정하여 부모님의 다툼이 기억에 크게 남아 있습니다. 제 무의식에 ‘술 마시는 남편은 안 된다’라고 생각했는데, 아이러니하게 술 좋아하는 사람을 만났습니다. 아이 셋 키우며 보기 싫은 제 모습은 엄마를 닮은 점이었습니다. 저녁이면 아이들에게 밥 먹고 씻으라고 할 때, 엄마처럼 아이들에게 소리 질렀습니다. 제가 그걸 어떻게 멈춰야 하는지, 어디서도 배울 수 없었습니다.

저녁 시간이면 직장 다녀와 아이와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하루를 마무리해야 하는데, 아이에게 화내는 날이 많았습니다. ‘나의 가정은 평화로워야 한다’라는 생각에 집착했습니다. 그래서 퇴근 후에 집안일과 육아에 점점 지쳐갔습니다. 특히 첫째 아이를 힘들게 했습니다. 저는 ‘엄마가 내게 엄했다’라고 여겼는데, ‘내가 그런 엄마가 됐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엄마도 외할머니가 했던 대로 나를 키웠고, 나도 그러고 있구나’라고 돌아봤습니다.

2023년 10월 환경실천운동(왼쪽 세번째 김은경 님)
▲ 2023년 10월 환경실천운동(왼쪽 세번째 김은경 님)

나와 다른 남편

남편은 외향적이고 술을 좋아하여 사람 만나 술 마시고 이야기하는 것을 즐깁니다. 남편의 이런 면을 결혼 후에 알았습니다. 친한 동료 소개로 세 번 만나고 결혼했습니다. 우리 부부는 서로에게 잘 맞추었고, 부탁에 흔쾌히 응하는 부분들이 좋았습니다.

주변에서 “한 계절은 만나고 결혼 결정을 해라”라고 만류했습니다. 친정 부모님은 남편을 보고 “성격이 그 정도면 괜찮다”라며 허락했습니다. 둘 다 산을 좋아하고, 불교에 친근한 정서가 있었습니다. 저는 어렸을 때 어머니와 절에 다녔습니다. 남편은 어릴 적부터 동네에 있는 절을 다녔습니다. 서로 정서가 비슷하고 산이나 사찰에서 만나면 즐거웠습니다. 남편은 유쾌하고 목소리가 커 나와 다른 모습에 매력을 느꼈습니다.

그러나 근검절약한 시어머니 밑에서 자란 남편은 저와 일상에서 습관과 말투, 관점, 문제 해결 방식 등이 서로 달랐습니다. 저는 마음을 명확하게 표현하지 않고 상대가 알아주기를 바랐습니다. 또한 상대가 한 행동이나 상처 준 말들을 가슴에 담아 두며 부정적인 일상을 살았습니다.

불교대학 다니기 전에는 남편이 정말 미웠습니다. ‘정말 내가 이 사람과 같이 살 수 있을까?’라고 생각했습니다. ‘내가 추구하는 가치와 너무 다르다’라는 생각과 ‘다르다’라는 것을 인정하지 못했습니다. 남편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며 '이렇게 사는 게 너무 싫다'라는 마음이었습니다. 여행을 가고 산에 가는 것은 괜찮은데, 일상생활의 관점이 달랐습니다.

방향을 찾다. 정토불교대학

불교대학 입학 후 수업 내용을 다 소화하지 못했지만, 그 내용은 감동적이었습니다. 삶의 방향이 생겼습니다. 별 추구하는 것 없이 세상 살다가 ‘어떻게 살아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괴로워할 일이 아닌데 괴로워했고, 무지했던 것을 지혜로운 부처님 말씀을 듣고 깨달아 좋았습니다. 그래서 ‘이 가르침을 놓지 말아야겠다. 이것이 진정한 배움이다’라고 생각했습니다.

법문 듣는 것이 좋고, ‘이 법을 다른 사람들과 함께하면 좋겠다’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전법 활동가 신청에 주저함이 없었습니다. 전법 활동은 나의 수행도 할 수 있고, 도반과 함께 수행할 수 있는 길입니다. 저는 정토회 활동이 고맙습니다. 그 이유는, ‘활동 자체가 지혜로운 등불이고, 세상을 밝히는 길이다’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2023년 불교대학 진행(뒷줄 맨 왼쪽 김은경 님)
▲ 2023년 불교대학 진행(뒷줄 맨 왼쪽 김은경 님)

2024년 불교대학 진행(뒷줄 맨 왼쪽 김은경 님)
▲ 2024년 불교대학 진행(뒷줄 맨 왼쪽 김은경 님)

아무 문제 없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남편은 친환경적이고 효자입니다. 부정적인 부분만 보던 눈에서 긍정적인 부분을 보고 감사하는 눈이 생겼습니다. 이제는 아이들에게도 “식사 시간이다. 양치하자”라고 알립니다. 그리고 ‘이렇게 해야 한다’라는 강박을 내려놓았습니다. ‘아이들의 마음이 편안한지?’에 관심을 두니 잔소리가 줄었습니다. 일상에서 깨어있는 연습은 수행을 통해 알아차릴 수 있었습니다. 전법 활동가 교육을 통해 크게 깨달은 점은 ‘화낼 일이 아니니 화낼 일이 없다. 아무 문제 없다’라는 것입니다. 남편이 늦게 와도 아무렇지 않습니다. 남편의 습관이고 악의가 있어 그런 것이 아님을 알았습니다.

저의 명심문은 ‘내 인생의 주인임을 알고 꾸준히 수행 정진하겠습니다. 웃음을 전하는 향기로운 전법을 펼치겠습니다’입니다. ‘살던 대로 살아서는 안 된다. 습관을 멈추려면 알아차려야 한다’라고 생각합니다. 그 알아차림은 매일 참회 기도로 할 수 있습니다. ‘수많은 생각과 요동치는 감정에 끄달리지 않으려면 수행밖에 없구나’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2023년 12월 jts거리모금
▲ 2023년 12월 jts거리모금

처음 수행 기도할 때 의무적으로 그냥 했는데, 하다 보니 ‘안 할 수 없구나. 꼭 해야 하는구나’라고 생각합니다. 수행 기도하며 '아이들에게 화내는 것을 멈추고, 다른 사람의 말과 행동에 끌려가지 않고 주인 된 삶을 살 수 있다’라는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수행은 살아있으면 하고, 살아있는 감사함으로 한다”라는 말의 의미를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인터뷰를 마치며 드는 생각은 ‘한사람이 불교대학, 경전대학을 거쳐 수행하며 발심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리는구나’ 였습니다. 김은경 님이 전법 활동가가 되기까지 16년이 걸렸습니다. 그래서 모두 소중한 인연입니다. ‘작은 홍보는 없다’, ‘오늘 뿌린 씨앗이 언제 발아 될 지 아무도 모른다’라는 것을 이번 인터뷰를 통해 깨닫습니다.

글_이지우(서울제주지부 서초지회)
편집_김윤희(강원경기동부지부 용인지회)

전체댓글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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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화심

긴 세월을 거쳐 전법활동가가 되셨네요. 감동적인 수행담 잘 들었습니다

2024-07-11 16:26:12

김은주

잘 읽었습니다. 항상 평온해보였었는데, 수행담을 읽으니 더 깊게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나누어주셔서 감사합니다.

2024-03-31 20:48:29

최영미

수행담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살아 있음을 감사하며 놓치더라도 또 일어나 나아가겠습니다

2024-03-08 16: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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