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해운대지회
다시 만일을 준비합니다!

새로운 만일을 준비하기 위해 잠시 휴식기를 가지는 동안, 때마침 기사 순번이 돌아왔습니다. 지회장으로부터 인터뷰 대상자 추천을 받고, 인터뷰하고, 글을 정리하면서 잠시 되돌아봅니다. 희망리포터 활동을 한지도 벌써 10여 년이 다 되어가니, 이 또한 참으로 보람 있는 소임이었음을 깨달았습니다. 새로운 소임을 부여받고 새 마음, 새 뜻으로 활동하는 것도 좋지만, 한 자리에서 묵묵히 지속할 수 있음에 자부심과 감사함으로 또다시 기사를 준비합니다.
이번에 추천 받은 해운대지회 신봉금 님(현재소임: 모둠장 대행,경전대학 진행자,해운대지회 환경꼭지,지장팀 법주)은 2014년부터 정토회와 인연이 되어, 어떠한 소임이 주어지더라도 가벼운 마음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수행해 오시면서 어떠한 이야기가 있었는지 한번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고집 센 나, 제대로 나를 바라보다

아이들이 다 커서 대학에 다니고, 10여 년 동안 다니던 기체조 명상센터도 그만두고, 고심하던 중 2014년 정토회를 접했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잔병치레도 많이 하고, 커서도 성격이 예민하여 쉽게 체하고, 스트레스를 잘 받았습니다. 친가, 외가를 통틀어 첫 아이라 관심과 사랑을 많이 받았지만, 그로 인해 사회성은 많이 떨어져 있었습니다. 결혼해서는 저만의 고정관념으로 남편은 일찍 들어와야 하고, 아이들과도 자주 놀아줘야 하는데, 제 맘대로 되지 않는 남편을 보며 잦은 분별심을 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남편이 술을 마시고 늦게 들어오기라도 하면, 문도 열어주지 않고 며칠 또는 길게는 1달씩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왜 그것도 못 하냐며 몰아세우고, 돈 쓰는 것도 간섭하고 잔소리했습니다. 그렇게 남편을 남들과 비교하며, 미워하고 원망했습니다. 그때는 그것이 제 가정을 챙기기 위한 것이었고, 옳은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법당에서 사시 예불 후
▲ 법당에서 사시 예불 후

그러던 중 불교대학을 만나 수업을 들으니, 남편의 문제가 아니라 제가 바라는 마음이 문제였고, 제 마음대로 하려는 것 때문에 남편을 괴롭히고 저도 괴롭게 살고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불교대학 과정은 지식적인 갈증을 풀어줄 뿐만 아니라, 저를 돌아보게 하고 깨달음을 알아가는 신세계였습니다. 일상생활에 적용이 되니, 점점 더 재미있고, 자꾸 듣고 싶어져서인지 불교대학과 경전대학 개근했습니다. 빨리 변하고 싶은 욕심도 있고, 수행하면 좋을 것 같은 느낌에 바로 8-1차에 입재하고 매일 기도 했습니다.

불교대학 때, 〈깨달음의 장1〉을 다녀오고 나니 눈앞이 환해지고 밝아졌습니다. 몸은 가벼워져 날아다닐 것 같았습니다. 법문도 귀에 쏙쏙 잘 들리고 이해가 잘 되었습니다. 모든 수련과 교육은 저를 깨어나게 하고 새롭게 세상을 볼 수 있게 해줬습니다. 경전대학을 졸업하고 수행법회를 듣던 어느 날 화장실 문고리를 여는데, 문을 여는 제 모습이 보였습니다. 소리가 나지 않게 살짝 닫았는데 "어! 내 모습이 보이네!" 하며 신기했습니다. 스님께서 "100일을 기도하면 내 모습이 보이고, 3년을 기도하면 내가 변한다."고 하셨는데, '나는 언제쯤 변하려나.' 하는 차에 드디어 제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제가 보이니 다른 사람을 시비하고 분별하는 마음이 점점 줄어들었습니다. 제가 하는 모든 행동이 이해되었고, 다른 사람의 마음도 더 잘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자 어느새 제 마음은 편안해지고 가벼워졌습니다.

남편과 함께
▲ 남편과 함께

〈정일사2〉를 하던 어느 날, "남편이 술을 좋아해서 술 마시고, 주로 새벽에 하는 유럽축구를 보느라 소파에서 잠을 자는 경우가 많습니다. 잘 때는 잠만 자야 하는데, 건강도 걱정되고 그 꼴이 보기 싫습니다."라는 저의 이야기에 법사님은 "남편이 축구를 좋아하니 같이 보고, 같이 옆에 있어 주세요."라는 말에 '아니! 무슨 엉뚱한 말씀을 하시지.' 하며 실망하는 마음이 일었습니다.

시간이 지나고 느꼈습니다. '아~ 내가 내 입장만 보고 있구나!' 혼자서 TV를 보고 있을 남편을 생각하니 남편의 외로움이 느껴졌고, 법사님의 말이 무슨 뜻인지 알 것 같았습니다.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하염없이 눈물이 흘렀습니다. 1시간 내내 그러고 나니 마음이 슬픈 게 아니고, 오히려 가볍고 개운한 느낌이었습니다. 다음 날 기도하니, 그렇게 싫어하던 남편에 대한 원망과 미움이 눈 녹듯 사라져 버리고, 고마운 마음만 가득 채워졌습니다. 심지어 베란다 물 내리는 일로 다툼이 잦았던 윗집 사람에 대한 미움도, 그 사람 입장에서는 그럴 수도 있겠다는 마음이 들면서 스르륵 녹았습니다. 제 마음속에 있던 미움과 원망이 녹아나고, 세상을 향해 고마운 마음만 생기며, 모든 사람이 행복해지기를 바라는 마음만 가득했습니다. 참으로 신기한 체험이었습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라 수행정진을 꾸준히 했더니, 이런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나는구나! 이것이 진정 부처님의 가피이고, 신통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미워하는 마음이 사라지니 그렇게 편안하고 좋을 수가 없었습니다.

이후로도 더욱 법문을 듣고, 매일 기도하고, 돌이키며 일상생활에 적용하니 마음은 점점 더 편안해졌습니다. 제가 편안해지고 바뀌니 남편과 아이들과도 문제가 없어지고, 집안이 화평해졌습니다. 여전히 한 번씩 넘어지고는 하지만, 주저앉아 울지 않고, 벌떡 일어나 걸어가는 힘이 생겼습니다. 그러니 좋고 싫음에 메이지 않고,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은 삶을 살 수 있어 참으로 행복합니다.
"부처님 법 만난 것에 감사합니다!"

한 생각 돌이키니 아무 걱정이 아니구나

남편은 자영업을 하면서 일을 꾸준히 하지만, 실컷 공사를 다 해주고도 수금을 못 받는 일이 비일비재 했습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쉼 없이 일하고, 성실하고 착한데, 돈을 제때 못 받으니 빚이 늘고 이자 갚느라 힘들었습니다. 너무 답답해서 착한 사람 병에 걸린 게 아니냐고 짜증 내고 잔소리도 해 보지만 그것이 해결 방법이 아님을 압니다.

2022 봄불교대생과 역사탐방 중
▲ 2022 봄불교대생과 역사탐방 중

그 사람들도 돈이 없어서 못 주는 건데 어쩌라는 말에도 일리가 있지만, 제 마음은 답답하기만 합니다. 그러나 다시 돌이켜보면 아무 문제도 없습니다. 가족 모두 건강하고 일 잘하고 있습니다. 부처님은 걸식하며 분소의를 입고 나무 밑에서 주무셨는데도 항상 행복하셨다는 스님의 말씀대로 적어도 불평, 불만은 가지지 말아야 한다는 말씀을 되새기며 지금 이대로 충분하고 감사함을 압니다. 은행원처럼 돈이 들어오면 넣어두고, 청구하면 내어줄 뿐, 제 것이 아님을 깨달아 주어진 상황에 맞게 적절하게 잘 쓰일 뿐임을 알고, 편안한 마음으로 기도하며 수행해 봅니다.

잘하려는 마음을 내려놓으니 마음이 편안합니다

불교대학 담당을 맡아 활동하며 학생들의 변화하는 모습을 보면서 보람도 느끼고 재미있었습니다. 중간에 그만두는 학생들이 한, 두 명 생기면서 졸업률이 30%에 이루자, 제가 잘못해서 생긴 것 같아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을 만큼 부끄러웠습니다. 그러나 스님의 법문을 찾아 듣고 돌이키며 도반들의 이야기를 들으니, 잘났다! 잘한다!는 소리를 듣고 싶어 한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그 시간을 공부하는 계기로 삼아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봉사했습니다. 잘하려는 마음을 내려놓고, 지장팀의 일원이 되어 목탁을 치고 염불을 했습니다. 시타림을 하고, 천도재를 지내면서, 슬픔에 겨워 있던 사람들의 얼굴이 밝아지고 가벼워지는 모습을 볼 때면, 소임의 보람을 느끼고 고마운 마음이 듭니다.

2020 인도 델리에서 스님의 즉문즉설 중
▲ 2020 인도 델리에서 스님의 즉문즉설 중

저에게 가장 큰 위안이 되는 것은 수행과 법문입니다. 법문을 알아들었다고 하더라도 제 삶에 변화를 가져오기는 어려운데, 기도하고 보시, 봉사하면서 때로는 도반들과 부딪힘으로 인해서 제 삶이 조금씩 바뀌어 감을 느낍니다. 그리고 정일사를 할 때마다 절하느라 몸이 힘들지만, 힘들 만큼 집착하던 마음을 내려놓아 쉽게 깨닫게 됨을 느낍니다. '언제 변화가 올까?' 하며 조급한 마음이 있었지만, 하루하루 지나다 보니, 어느새 10년의 세월이 지났습니다. 처음 들어올 때를 되돌아보면 지금과는 많은 변화가 있었고,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도 원만해졌습니다. 예민하던 성격은 두리뭉실해졌고, 무슨 일이 생기면 긴장되고 걱정되기도 하지만, 바로 알아차리고 평상심으로 돌아올 수 있어서 참 좋습니다. 요즘은 편안하다는 나누기를 자주 하는 저를 알아차립니다.

이제는 수행 없이 살 수 없어요!

불교대학을 입학하고 바로 8-1차 〈천일결사3〉에 입재하여, 매일같이 기도하고 수련과 교육은 빠지지 않고 참여했습니다. 불교대학 담당 때 새물 정진 프로그램에 참여하여 100일 동안 300배를 했습니다. 2주가 지날 무렵, 입 안은 헐고, 온몸에 힘이 빠지면서 더 이상 다리가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꾸역꾸역 겨우 한배, 한배를 하는데, 어느 순간 무거운 기운들이 쑥 빠져나가면서 제 마음을 짓누르고 있던 과거의 일들이 쑥 빠져나가면서 몸과 마음이 새털처럼 가벼웠습니다. 강아지를 데리고 은행에 갔다가 일어버리고 죄책감에 시달리던 일, 투자에 실패해서 지인에게 손해를 끼친 일 등을 가지고 힘들어했는데, 이미 다 지나간 과거에 지나지 않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죄라고 할 것이 없는 것을 보물처럼 제 마음 속 같이 묻어두고 어리석게 괴로워하며 살아왔음을 깨달았습니다.

꾸준히 수행하면서 그렇게 작은 깨달음들로 제 삶은 가벼워지고 충만해졌습니다. 이 어리석음을 깨우치기 위해 새벽 5시에 매일 기도를 하고, 자기 전 40분간 명상하며 하루를 마무리합니다. 저에게 맡겨진 소임도 최선을 다하며, 문제에 부딪힐 때는 공부 거리가 되어 생각을 멈추고 알아차림을 통해 저를 바뀌어 가고 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기 싫어도 오늘 하루만 한다는 마음으로 일단 일어나서 그냥 합니다. 10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도 일어나기 싫은 마음이 일어나지만, 습관적으로 그냥 일어나서 합니다. 꾸준히 하다 보니 습관이 되었고, 나이가 들어감에도 불구하고 더 쉽고, 가볍고, 체력도 좋아지니 알아차림도 잘 되어 저에게 수행임을 알아 꾸준히 합니다. 온라인 법당으로 전환된 지금도 개인 법당에서 지회 온라인 공동 정진에 참여하여 매일 5시에 기도를 하고 명상을 합니다.

천일결사 회향식(문경에서)
▲ 천일결사 회향식(문경에서)

2019년도에는 남편도 불교대학을 입학해, 경전대학을 졸업하고, 천일결사도 입재하고, 일반 회원이 되어 함께 수행하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좋은 일만 일어나기를 바라며 집착하여 괴로움을 자초했는데, 이제는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 알 수도 없고, 그저 모를 뿐임을 알아 일희일비하지 않고 평정심을 유지하는 편안한 삶을 살게 되어 감사하고 고마운 마음입니다. 제가 부처님 법을 만나 이렇게 좋아졌으니 주변에도 널리 알려서 그들도 편안해지기를 바라는 마음 가득합니다. 이제는 나도 좋고 남도 좋은 삶을 살며 성불하겠습니다.
부처님 법이 잘 설해져 있고 스승님이 계시고 함께 하는 도반이 있으니 그저 이 바른길을 꾸준히 낙숫물이 바위를 뚫듯이 가기만 하겠습니다. 부처님과 보살의 삶을 본받아, 매일 바른길을 몸소 보여주시며 우리 곁에 계시는 법륜 스님의 삶을 본받아 그 길에 동참하며 모자이크 붓다의 한 조각이 되겠습니다.

불편했던 도반, 이제는 스승이 되었습니다

그동안 수행하면서 관계가 불편했던 도반이 오히려 저에게 부처님이었음을 알았습니다. 그 도반으로 인하여 문제를 해결하려고 법문 듣고 “그래 일어난 일은 다 잘된 일이다.” “지금 좋은 일이 나중에도 좋다고 할 수 없다” “집착에서 오는 일이 아닌가” “나를 깨우치려고 도반이 그랬구나 참 고마운 사람입니다” 돌이키며 저에게 적용하여 오면서 삶이 바뀌어 왔습니다. 무엇보다 정토회를 만난 인연이 가장 소중하고 감사합니다. 그리고 불교대학, 경전대학을 졸업하고 도반으로 함께하는 남편에게 고마운 마음입니다. 소임이 복이라는 말도 항상 체험하고 있습니다. 소임을 하면서 여러 가지 복잡한 마음과 분별을 일으키면서 다 내 마음이 일으킴을 알아차리게 되었고 법문을 삶에서 체험하면서 저를 알게 되고 남도 더 잘 이해하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오늘 잘 된다고 좋아하다가도 내일이면 또 잘 안돼서 실망하고 하지만 이 또한 소중한 경험임을 알아 어떤 일이 일어나더라도 출렁이는 마음을 지켜보고 평정심을 유지하며 조금씩 앞으로 정진해가겠습니다.


매번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깨닫는 것은 시련이 클수록 깨달음의 울림이 더 크고 강렬하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어떠한 시련이 있어도 실패는 없다는 책의 제목처럼 수행자는 실수하고 또 실수해도 좌절하지 않고 기어코 바른길을 살아 갈 수 있는 힘이 있는 것을 배웁니다. 3년마다 회향하는 시기가 오면 희망리포터 소임을 내려놓고 다른 소임으로 옮겨 가시는 분들이 많지만, 필자도 가끔은 내려놓고 싶은 마음도 들기도 하지만 기사를 준비하면서 생기는 다양한 또 다른 체험들이 나에게는 큰 공부로 다가와서 너무나 큰 법문입니다. 한분 한분의 기사의 주인공을 대하면서 느끼는 감정과 그분들로부터 얻는 많은 법문들이 일반 회원으로써 특혜를 받는 것은 아닌가하고 으쓱해지기도 합니다. 언젠가 후임자가 자연스럽게 나타난다면 또 그분의 공부를 위해서도 가볍게 내려놓아야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글_이태기 희망리포터(부산울산지부 해운대지회)
편집_김세영(인천경기서부지부 일산지회)


  1. 깨달음의 장 4박 5일 기간의 정토회 수련 프로그램. 평생에 한 번만 참여할 수 있음. 

  2. 정일사정토회를 일구는 사람들의 준말로 정토회 활동가들을 위한 수행 프로그램. 

  3. 천일결사 정토회는 개인의 행복과 정토세상 실현을 위해 1993년 3월 만일결사를 시작. 3년을 정진하면 개인의 의식 흐름이 바뀌고, 30년(만일)을 정진하면 한 사회가 바뀔 수 있다는 믿음으로 3년(천일) 단위로 천일결사 정진을 이어오고 있음.  

전체댓글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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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오

신봉금님 반갑습니다^^. 수행담 감사합니다._()_

2023-02-15 07:34:42

최미경

감사합니다 🙏

2023-02-14 11:25:54

현광 변상용

십년 동안 겪으신 것들이 정토회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 거의 모두 다 겪으신 것 같아요.
어쩜 그리 잘 돌아보고 돌이키고 앞으로 나아가셨는지 대단하십니다.
리포터님의 머릿글과 맺음말에서도 많이 배웠습니다.
단단하고 개운한 수행담 잘 들었습니다~

2023-02-09 13:3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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