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특집] 대중법사님 이야기
모태 불교 신자가 '깨달음의 불교'를 만나다
향왕법사님 첫 번째 이야기

법사님들의 인터뷰는 한 권의 비법서 같은 느낌입니다. 이번 법사님 인터뷰의 주인공, 향왕법사님의 원(願)은 숨이 끊어지는 순간까지 수행자로서 살기라고 합니다. 그리고 태어나서 제일 잘한 일이 바로 불법을 만난 것이라고 힘있게 말합니다. 이토록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뿌리는 무엇일까요? “앞으로 어떤 일이 있을지 모르지만, 정토회에서 내 마음의 닻을 내려보자!”라는 결심으로 시작된 향왕법사님의 비법 수행 이야기. 지금부터 그 첫 번째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어린 시절 가족들과(이 중에 누가 커서 향왕 법사님이 될까요?)
▲ 어린 시절 가족들과(이 중에 누가 커서 향왕 법사님이 될까요?)

모태 불교 신자

어릴 적부터 보아온 부모님의 모습은 독실한 불교 신자로서의 모습이었습니다. 특히 아버지는 불교에 심취했고 매일 한 시간 이상 경전을 읽고 사경했습니다. 새벽기도를 가실 때는 한겨울에도 찬물로 목욕했습니다. 정성을 다하는 부모님의 모습을 어린 시절부터 쭉 보았기 때문에 저희 형제는 모두 자연스럽게 불교에 입문했습니다.

저도 불교를 굉장히 좋아했습니다. 불교 관련 서적도 많이 읽었고, 그 내용에 감동하여 부처님을 존경하며 살았습니다. 그렇지만 절에 다닌다거나 불교 단체에 속하지는 않았고 혼자서 불교를 믿었습니다. 가끔 부모님의 원찰에 가거나 유명한 절을 방문하는 정도였습니다. 결혼하고 나서 어느 날 문득, ‘내가 오랫동안 불교를 믿는 불교 신자라면서 절에도 안 가고, 기도도 안 해도 되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새로 지은 가까운 사찰의 사시 예불을 일주일에 한 번 참석했습니다. 처음 법륜스님 법문을 전해준 것은, 큰아들의 친구 엄마였습니다. 그 엄마가 정토회에 다니고 있었다는 걸 나중에 알았습니다. 들을 때는 ‘스님이 굉장히 좋은 말씀을 하시네, 누구실까?’라는 궁금증만 일어났습니다.

2년 동안 그 절에 다니고 있었을 때, 큰아들이 고 3이 되었습니다. 정성 들여 불공을 올리자는 생각으로, 1년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사시 예불에 갔습니다. 그러면서 ‘기도라는 게 다른 누구를 위해서 하는 게 아니구나. 내 마음이 편해서 너무 좋구나. 사람들이 왜 불교를 믿는지 이제야 알겠구나.’라고 알아차렸습니다.

아버지가 사경하신 경전 일부 1
▲ 아버지가 사경하신 경전 일부 1

아버지가 사경하신 경전 일부 2
▲ 아버지가 사경하신 경전 일부 2

신비롭기만 하던 불교, 밖으로 나오다

그 당시 같이 고3 기도를 다니던 큰아들 친구의 엄마 중 다른 한 엄마도 정토회에 다녔는데, 저에게 법륜스님의 법문 카세트테이프를 빌려주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번에는 기도해 온 공덕인지 스님 법문이 다르게 들렸습니다. 귀가 열리고 눈이 밝아지면서 ‘아, 내가 여태 알고 있던 불교가 사실은 이런 거였구나, 이게 진정한 불교구나!’라는 생각에 마음이 환희로 차올랐습니다.

그 이전의 불교는 그저 신비한 믿음으로서의 불교였습니다. 목숨도 버리면서까지 깨달음을 얻은 선지식들의 숭고한 전법 이야기를 들을 때면, 깨달음이란 저는 도저히 할 수 없는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법륜스님의 법문을 들으니 너무 쉬웠습니다.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모두 이해할 수 있었고, ‘나도 이렇게 수행하다 보면 깨달음의 길을 갈 수 있겠구나. 고행한다고 해서 깨닫는 것이 아니구나!’라고 명확히 알았습니다. 너무 기쁘고 좋아서 스님의 법문 카세트테이프를 놓을 수가 없었습니다. 집에 있을 때 화장실을 갈 때나 밥을 할 때도 계속 들었습니다.

수자타 아카데미 환영식
▲ 수자타 아카데미 환영식

법륜스님의 법문 카세트테이프를 빌려줬던 엄마가 이번에는 정토불교대학 입학을 권유했습니다. ‘나는 어떤 조직에도 안 들어가. 정토회도 하나의 조직이잖아?’라는 쓸데없는 고집이 올라왔습니다. 그런데 문득 ‘참 바보 같다. 그게 뭐가 중요하지? 이 좋은 공부에 그게 무슨 상관이야?’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 고집과 주장에 매여서 불법 공부를 하지 않는다면 그거야말로 정말 바보짓이다 싶어서 바로 정토불교대학에 입학했습니다.

나를 미워하는 시어머니

저는 부모님 덕분에 하고 싶은 건 다 하고 살았습니다. 공부도 하고 싶을 만큼 했고 의식주에도 큰 부족함 없이 살았습니다. 집안에 대체로 모든 게 갖추어 있어서 혼자서도 재미있게 지냈습니다. 책 읽고 영화 보며 저만의 세계에서 충만함을 느꼈습니다. 또래의 여자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것들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사회성이 부족했습니다.

그래서 결혼하고 다른 가족들과 얽혀 살 때 부딪히는 일이 많았습니다. 특히 시어머니와의 부딪힘은 정말 힘들고 무서웠습니다. 결혼하고 바로 남편과 함께 독일로 유학을 떠나 십 년 넘게 살다 돌아오니, 한국은 전혀 다른 세상이 되어 있었습니다. 저는 십년 전 그대로인데 한국 사회와 사람들은 너무나 많이 달라져 있었습니다.

법사 수계식을 마치고
▲ 법사 수계식을 마치고

시어머니의 눈에 며느리인 저는 뭐 하나 제대로 아는 것도 없고, 뭘 시키면 제대로 할 줄도 모르고, 어른을 섬길 줄도 몰랐습니다. 그런 저에 대한 시어머니의 불만이 폭발했습니다. 시어머니는 저녁부터 다음 날 새벽까지 저와 남편을 앉혀놓고 알아들을 수 없는 말로 욕까지 하면서 저를 혼냈습니다. 그 당시 저는 시어머님만 생각하면 온몸이 떨렸습니다. 극심한 분노에 차서 평생을 못 풀고 살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제가 잘못한 것도 없는데 이렇게까지 저를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 그저 놀라웠습니다. 너무 당혹스럽고 어찌해야 할지 몰랐습니다. 시어머니 앞에만 서면 계속 실수하고 주눅들었습니다. 그런 바보 같은 저의 모습이 너무나도 싫었습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제가 어떤 사람인지를 가장 잘 알 수 있게 도와준 사람은 바로 시어머니였습니다. 법륜스님의 법문을 만나고〈 깨달음의 장〉1에 다녀오면서 저 자신을 더욱 잘 알 수 있었습니다. 제가 잘못하고 나쁜 사람이 아닌 것처럼, 시어머니 또한 나쁜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서로가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지 못하고, 상대가 틀렸고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하니 서로 힘들 수밖에 없었습니다. 속 고집에 부드럽거나 사교적이지도 않고 세상 물정도 모르는 철부지 같은 저와 정반대 성향의 시어머니가 만났으니 서로를 이해할 수가 없었던 것은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우물 안 개구리처럼 내가 나를 너무 몰랐구나.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고집스럽고 고마운 줄도 모르고 꽉 막혀 고지식하게만 보였겠구나. 고분고분한 것처럼 보이지만 속은 모르겠고, 당신 뜻대로 따라주지 않는 것 같으니, 그 시원시원하고 사교적인 성격의 시어머니는 나를 못마땅해할 수밖에 없었겠구나!’ 어른들 앞에서 웃기도 하고 고맙다는 말도 하면서 부드러운 태도를 보이면 좋은데 저는 그렇게 하지 못했습니다. 시어머니를 비롯한 어른들 눈을 통해 저를 좀 더 알 수 있었습니다.

또한, 사람들과 다른 저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그게 다른 사람들에게는 잘난 체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음을 인정했습니다. 저를 제대로 알게 되니 상대를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상대방과 저는 틀리고 옳은 것이 아니라 다를 뿐이라는 것을 깨달으니 시어머니와의 관계도 서서히 풀려갔습니다. 그렇게 저를 알아가는 시간이 더해질수록 시어머니에 대한 미움은 사라지기 시작했고, 제 마음도 편안해졌습니다.


향왕법사님의 수행이야기는 총 3회로 발행 예정입니다. 다음 편도 기대해 주세요.

글_김세영(인천경기서부지부 일산지회)
편집_성지연(강원경기동부지부 경기광주지회)


  1. 깨달음의 장 4박 5일 기간의 정토회 수련 프로그램. 평생에 한 번만 참여할 수 있음. 

전체댓글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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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경

법사님 감사합니다.

2024-01-21 12:28:36

김학연

다름을 이해하는데 저도 시간이 많이 걸렸습니다. 그런데도 아직도 다 알지는 못합니다.
부지런히 꾸준히 수행하는 것 밖에는 길이 없을것 같습니다.

2023-02-26 11:08:04

장서윤

다만 서로 다를뿐이라는 것을 자각하기까지
많이 힘드셨겠어요.

2023-01-23 15:0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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