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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가까운 산으로 등산을 가는 길에 아들 친구 엄마를 아파트 단지에서 우연히 만났습니다. 자기 집에서 영상으로 법회를 하는데, 스님 법문이 참 좋다고 들어 보라고 했습니다. 보통 저는 계획을 잘 바꾸는 편이 아닌데 그날은 뭐에 씌었는지 등산가려던 발길을 돌려 남의 집으로 성큼 들어갔습니다. 계획을 수정한 것이 내 인생 최고의 변곡점을 찍는 순간이라는 것을 어떻게 알았을까요? 지금도 그 순간을 운명같은 시간으로 기억합니다.
열린 법회라고 집에서 지인들과 함께 듣는 법회였습니다. 그날 처음으로 법륜스님 말씀을 접했습니다. 평소 이 절 저 절 기웃거리며 이미 다른 절에서 불교대학을 졸업한 상태였습니다. 성인의 말씀을 전달해주는 방법이야 그동안 들어왔던 것처럼 익숙할 것 같아 별다른 기대 없이 들어갔습니다. 이 생각이 얼마나 오만하고 건방진 생각이었는지 금방 깨달았습니다.
법륜스님은 여지껏 한번도 생각해 본 적도 없고, 그 어떤 책에서도 볼 수 없었던 관점에서 부처님의 말씀을 전해주셨고, 저는 갑자기 세상이 달라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법륜스님의 법문은 세상 어디에서도 경험해 보지 못한 관점을 제시해 주었습니다. 제가 얼마나 자기중심적으로 살아왔는지 돌아보게 해주었습니다. 지금까지도 그 순간의 인연을 가장 소중하게 여기고 있습니다. 그날의 신선한 충격과 환희심으로 지금까지 봉사를 이어 올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정토회와 인연을 맺기 전에는 제 일상에서 소비욕구가 많았습니다. 무언가를 사고 싶을 때 사지 못해서 괴로울 때가 종종 있었습니다. 소비욕구가 충족되지 못할 땐 나의 형편이나 남편을 탓하는 마음이 일기도 했습니다. 소득과 상관없이 많이 소비하는 것이 잘 사는 것인줄 착각하고 살았습니다. 생활을 편리하게 해주는 가전이나 물건들이 얼마나 환경에 피해를 끼치는지 생각해 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스님의 법문을 통해 소비에 대해 가지고 있었던 기준이나 관념이 모두 무너지고, 그 무너진 자리에 새로운 관점과 기준이 하나하나 자리를 차지해 가고 있습니다. '정토행자 18계본'은 검소함에 대해 기준을 잡을 수 있게 해 주었고, 일상에서 할 수 있는 환경실천을 제시해 주었습니다. 계본을 기준 삼아 정토회 환경실천 운동을 하면서 저의 소비욕구는 많이 줄었습니다. 당장 내 삶의 편리함보다 환경을 먼저 생각하고 실천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요즘은 흙퇴비화로 음식물 쓰레기가 예전에 비해 훨씬 줄어드는 것을 보면서, 저의 작은 불편함이 환경을 위한 것이라 생각하니 뿌듯한 마음도 듭니다.
※부산 위아자나눔장터 : 부산광역시, 부산광역시교육청, 중앙일보, JTBC가 공동주최하고, 아름다운가게가 주관하는 국내 최대 나눔장터. 서울과 부산에서 동시에 열리며 판매수입금은 저소득층 아동지원사업에 전액 기부함.
법륜스님 말씀을 듣기 전에는 늘 즐거움과 재미를 좇아 살았습니다. 아무런 일이 생기지 않으면 삶이 지루하게 느껴지고 기분이 좋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주위 사람들과 어울리고, 맛있는 것을 먹고, 좋은 곳을 찾아 다녔습니다. 좋은 집에 사는 것이, 남편이 내 뜻대로 따라주는 것이, 아이들이 내 말을 잘 듣는 것이 행복이고, 그것이 잘 사는 것인 줄 알았습니다.
남편과 아이들이 정토회로 인해 가장 큰 혜택을 받았다고 할 정도로 지금의 저는 정토회를 만나기 전과 너무도 달라져 있다고 생각합니다. 법륜스님의 말씀을 듣지 않고 살았더라면 남편과 아이들을 제 기준과 틀로 얼마나 들볶으며 괴롭혔을까 싶습니다. 정토회 활동을 하는 동안 몇 년까지는 남편의 저항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제 일정이 어떻게 되는지 늘 물어봐주고 제 활동을 이해해주는 편입니다. 아이들은 부모의 지나친 간섭때문에 힘들어하는 친구들에게 너희 부모님도 법륜스님의 말씀을 들어보게 하라고 권한다고 합니다. 아이들도 법륜스님의 가르침으로 엄마가 변화하고 자신들도 편해졌다는 걸 아나봅니다.
'모든 괴로움은 다 내 마음이 일으킨다. 모든 것은 나로부터 나아가 나에게 돌아옴을 알아 부지런히 수행정진 해야 함'을 여기서 깨닫고 있습니다. 매일 아침 수행문과 참회문을 읽으며 다른 곳에서 행복을 구하지 않고 오직 내 마음의 관점을 바로 잡는 데 집중하고자 합니다.
저는 소임을 맡으면 3년을 넘기는 경우가 별로 없었습니다. 정토회에서는 소임을 3년 맡아봐야 나를 돌아볼 수도 있고 그 일이 어느 정도 익어서 수월하게 해낼 수 있다고 하는데 저는 3년이 되기 전에 다른 소임들이 주어지는 바람에 3년을 채우지 못하고 다른 소임을 맡아서 하는 경우들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소임을 맡을 때마다 하기 싫은 마음이 매번 일어났습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나한테만 딱 맞는 일을 고집했기에 일어난 마음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주어지는 인연대로 가볍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나만의 업식이 깊숙이 뿌리내리고 있어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그런 저에게 법당 안 소임이 아닌 법당 밖에서 할 수 있는 소임이 주어졌습니다. 2011년 청춘콘서트 시설팀 소임을 맡은 그해 가을, 스님이 100강, 300강 강연으로 전국을 누비실 때 부산 행사팀장 소임도 맡았습니다.
2012년 부산 KBS홀 강연 때 5,000명이 넘는 인파가 강연장에 몰려 줄이 도로에도 넘쳐났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고 맡고 있는 소임에 대해 뿌듯함과 보람을 느꼈습니다. 특히 전쟁의 위기가 감돌던 2017년 부산 광복동과 서면에서 매주 평화 집회를 준비하면서도 내가 하는 소임이 이 나라의 평화를 지키는 데에 조금이나마 힘이 되고 있다는 생각에 힘든 줄 모르고 늦은 밤까지 거리 시위를 했던 기억이 납니다.
정토회에서의 굵직한 행사를 잘 치르고 나니 자동으로 집안 대소사의 일들도 손쉽게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그런 모습을 본 남편과 시댁식구들이 놀라워하며 제가 하는 일을 조금씩 인정하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현재는 국내 통일특별위원과 해외지회 소임을 맡아서 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그 어떤 소임이 주어져도 인연에 감사하고 가볍게 받아들이며 일을 하려고 합니다. 물론 넘어질 때도 있지만 예전처럼 허우적대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누가 뭐래도 정토회를 통해 매일 아침 기도하고 소임을 통해 수행하면서 나와 내 가족을 살렸다고 생각합니다. 그 중심에 당연히 스님의 가르침이 있었고, 함께 길을 가는 도반들이 있었습니다. 매 순간, 매일 하기 싫은 마음도 들고 게을러지는 마음이 들 때가 있지만, 수행의 끈을 놓지 않고 가고 있기에 그 순간을 이길 수 있습니다. 하루를 쉬어버리면 한 달이 힘들어지고 한 달을 쉬어버리면 1년이 힘들어짐을 알기에 단 한 순간도 수행은 끈을 놓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부지런히 수행정진하라, 낙숫물이 바위를 둟듯이'라는 부처님의 말씀을 새기며 나와 세상을 위한 삶을 살아가겠습니다.
한 사람의 말투, 행동, 몸짓, 눈빛을 보면 그 사람의 삶을 알 수 있다고 합니다. 양미영 님과의 인터뷰를 통해 가볍게 인연 따라 살지만, 어디에도 연연하지 않는 수행자의 자세를 그대로 볼 수 있었던 시간이어서 행복했습니다.
'모든 괴로움과 얽매임은 잘 살펴보면 다 내 마음이 일으킴을 알아' 진정으로 행복한 삶을 영위하는 멋진 정토 행자가 되시길 언제나 응원합니다!
글_이태기 희망리포터(부산울산지부 해운대지회)
편집_김난희 (강원경기동부지부 원주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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