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남양주지회
제 운명을 바꿨습니다

늘 가슴 속에 누르고 있던 화와 억울함이 다른 사람때문이 아니라 내 마음이 만들어낸 것임을 알고 모든 것이 가벼워진 오늘의 주인공을 만납니다. “아이를 키우는 게 힘들어 정토회 문을 두드렸습니다. 어려서의 고난과 고통은 조기교육이지요.” 아이들로 인해 불법을 만나고, 수행을 통해 운명을 바꾸었다는 남양주지회 불교대학 반담당 송경미 님의 수행담을 들어봅니다.

환영받지 못한 아이

오늘의 주인공, 송경미 님
▲ 오늘의 주인공, 송경미 님

저는 잉태되는 순간부터 환영받지 못했습니다. 저를 임신했을 때 어머니의 나이는 스물한 살. 심리적으로, 경제적으로 전혀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 주변의 걱정과 근심이 많았습니다. 이러한 상황과 시선에도 불구하고 한 생명을 포기하지 않은 어머니 덕분에 저는 이 세상에 태어났습니다. 아버지는 선하고 여려서 술에 의지해 삶의 어려움을 견디다 보니 가족들의 버팀목이 될 수 없었습니다. 사랑과 책임감만으로 아이를 키우기엔 녹록지 않은 현실. 결국 어머니는 다섯 살인 저와 두 살 아래인 동생을 데리고 이혼하고 외가로 왔습니다.

동생과 외가에서 3년을 지내고 초등학교 들어갈 무렵, 어머니는 재혼했고 몇 년 후에 어머니와 함께 살았습니다. 어머니와 같이 살게 되었다는 기쁨도 잠시, 어머니는 새아버지와의 다툼이 잦아졌습니다. 어느 날, 흉기를 들고 어머니를 위협하는 새아버지를 봤습니다. 유일한 의지처인 엄마를 잃을까 봐 두려움에 떨었습니다. 중학교 1학년 때 어머니는 두 번째 이혼을 했습니다.

JTS거리모금. 2018년 구리법당(오른쪽이 주인공)
▲ JTS거리모금. 2018년 구리법당(오른쪽이 주인공)

어머니는 강한 분이었습니다. 힘들게 집안 경제를 책임지고 많은 고생을 하면서도 저와 동생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그런 환경으로 인해 저는 일찍 철이 들었습니다. 어머니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공부도 열심히 하고 동생을 보살피며 흔히 말하는 착한 딸로 살았습니다. 그러면서 순간순간 ‘내가 없었으면 엄마 인생이 좀 더 편하지 않았을까?’ 엄마 인생이 가엾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어머니와 저는 서로를 의지하며 살아냈습니다. 어머니는 동대문에서 옷감을 끊어다 옷을 만드는 의상실을 했습니다. 시장에 가는 날이면 바나나 2개를 사 와서 저와 동생에게 주었습니다. 그때는 아무 생각 없이 맛있게 먹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돈을 조금이라도 아껴야 하기에 어머니는 안 먹고 저희만 주었을 생각에 눈물이 납니다. 그렇게 어머니는 저희 남매를 대학을 졸업시킬 만큼 잘 키웠습니다.

멋진 남자가 멋진 남편은 아니다

저도 나름 좋은 직장에 취직하고 동생도 공무원이 되어 '불행 끝 행복 시작'이라 생각할 무렵 어머니가 자궁경부암 진단을 받았습니다. 3년의 투병 끝에 어머니는 제 곁을 떠났습니다. 뭐라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슬펐습니다. 그때 제 나이 서른셋이었습니다. 무거운 슬픔을 동생과 의지하며 살던 중, 친구 소개로 남편을 만났습니다.

2017년 가족이 함께 참여한 평화대회
▲ 2017년 가족이 함께 참여한 평화대회

당시 남편은 자기의 부족한 면도 솔직하게 말하는 자기표현을 다하는 사람이었습니다. 모든 일에 자신 없고 자기방어를 못 한다고 생각하던 저와는 정반대였습니다. 한마디로 멋진 남자였습니다. 그런데 결혼하고 아이를 낳으니 그렇게 멋진 남편은 아니었습니다. 가족보다 부모를 더 생각하고 매달 60만 원을 어머니에게 주는 남편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지금은 이해할 수 있지만, 그 당시에는 60만 원이라는 큰 금액에 사로잡혀 제 자신을 괴롭히고 있었습니다.

다툼이 시작되고 그 화는 힘없는 아이들에게 돌아갔습니다. 누구보다도 자식을 잘 키우고 싶었는데, 생각과는 반대로 아이들에게 화만 내는 엄마였습니다. ‘왜 그럴까? 평소에 다른 사람에게 화를 자주 내는 성격도 아닌데 왜 아이들에게는 이렇게 화를 내는 걸까?’ 이유를 찾고자 이곳저곳을 헤매다, 어느 날 인터넷으로 즉문즉설을 접하고 정토회를 만났습니다.

어? 새엄마가 왔네!

<깨달음의 장>에 갔다 집으로 들어오는 저에게 초등학교 1학년인 딸이 “어 새엄마가 왔네.” 할 정도로 저는 정토회를 만나 완전히 다른 엄마가 되었습니다. 올라오는 감정을 참고, 자기표현 못 하고, 늘 억울해서 마음속에 화가 가득했습니다. 그 화를 힘없는 아이들에게 표출하고 있음을 알았습니다. 경제적으로 힘들어 돈을 많이 벌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으로 시댁에 정기적으로 돈을 주는 남편을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저도 보았습니다. 그동안 고생만 하며 살았다는 피해의식이 남편에게 보상받고 싶은 심리인 것도 알았습니다.

아이들 빈그릇운동 2014년
▲ 아이들 빈그릇운동 2014년

정토회를 만나 다시 태어났습니다. 이 작은 변화가 가족 모두를 행복하게 만들었습니다. 정말 한 생각 돌이키니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시댁에 경제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어 고맙습니다. 수련이나 봉사로 집을 비울 때면 시어머니 덕분에 편안하게 다녀올 수 있어서 고맙습니다. 엄마가 없는 저를 친딸처럼 아껴주시는 시어머니가 계셔서 고맙습니다. 아이들 또한 아무 문제 없이 잘 크니 고마운 일이 정말 많습니다. 그렇게 정토회는 제 운명을 바꾸었습니다.

행복을 선물하는 사람

백일기도 입재하며 삼백 배 정진을 시작했습니다. 아이들에게 화를 많이 낼 때는 천 배를 하고, 마음이 괴로운 어느 날은 삼천 배를 하기도 했습니다. 그러고 나면 왠지 가볍고 살아갈 에너지가 생겼습니다. 총무를 하며 ‘이제는 좀 줄여도 되지 않을까?’ 하고 잠깐 108배를 했는데 마음이 흔들렸습니다. 그래서 다시 300배 정진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불교대학 진행중인 주인공(윗줄 가운데)
▲ 불교대학 진행중인 주인공(윗줄 가운데)

불교대학을 다니면서 회계 담당으로 봉사를 시작했습니다. 남양주정토회 회계팀장 소임을 하다가 경기도 구리시로 이사하면서 강원경기동부지부 회계팀장 소임을 맡았습니다. 이후 구리법당 총무로 활동을 하다가 온라인 정토회 체제로 바뀌면서 지금은 남양주지회 불교대학 반담당으로 봉사하고 있습니다. JTS거리모금이나 빈그릇운동 등 정토회 활동을 아이들과 함께했습니다. 이런 활동을 통해 아이가 잘 성장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온라인 정토회로 전환되기 전 구리법당의 총무로 임명될 때는, 30년 넘게 의지하고 살았던 동생이 암 진단을 받고 투병 중이었습니다. 동생 간호와 소임을 두고 많이 갈등했습니다. 그러나 이것도 인연이다 싶어 소임을 받았습니다. 봉사하면서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그럴 때마다 도반의 도움과 정진, 법사님과 상담을 통해 포기하지 않고 소임을 계속할 수 있었습니다. 그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는 프로그램이 정토회에 있어 놀랐습니다. '숨고 싶고, 가능하면 나서고 싶지 않은데, 소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함으로써 내가 성장한 건 아닐까?'. 처음에는 망설였지만, 그간 받은 은혜 회향하며 잘 쓰이는 사람이 되길 발원하며 서원행자가 되었습니다.

남편을 미워하는 것이, 나와 남편만의 문제가 아니고 가족 모두 연결된다고 생각하니, 모든 것이 해결되는 느낌이었습니다. 내가 바르게 서면 아이들도 잘 성장할 거라는 믿음이 생기자 편안해졌습니다. 2년 전 암 투병 중이던 동생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예전의 저라면 괴로움에 주변 사람을 괴롭혔을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편안하고 행복합니다. 더 나아가 행복을 많은 이들에게 선물하고 싶습니다

환경지키미 보자기(에코랩) 사용하기 2020년 구리법당(왼쪽 두 번째 송경미 님)
▲ 환경지키미 보자기(에코랩) 사용하기 2020년 구리법당(왼쪽 두 번째 송경미 님)


불법을 단순한 지식이 아닌 삶에 적용하는 송경미 님과 화상으로 이야기를 나누면서 제 마음도 치유받았습니다. 조금 어렵다고 바로 활동가 소임을 내려놓은 것을 참회했습니다. 인터뷰의 감동을 글로 다 전달할 수 없어 무척 아쉽습니다. 어려움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는 주인공이야말로 진정한 수행자가 아닐까? 송경미 님의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이 어디까지일지 궁금합니다.

글_이삼월 희망리포터(강원경기동부지부 의정부지회)
편집_도경화(대구경북지부 구미지회)

전체댓글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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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서

이렇게 화면으로 만나게 되니 더욱 반갑습니다.
밝고 행복하게 그리고 쫄지 않아가는 경미님에게 박수를~^^

2022-05-20 10:57:58

김윤희

보살님~ 많은 고난이 지나고 지금 행복하셔서 고맙습니다 저도 게으름피우지 않고 해야겠네요

2022-05-18 08:35:49

권정아

송경미님~~~ 수행담 너무 감동입니다!!! 나누어주셔서 감사합니다^^

2022-05-17 09: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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