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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갖고 싶다는 욕망에 사로잡혀 괴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을 때였습니다. 유일한 소통의 장인 불임 카페에서 회원의 소개로 법륜스님을 처음 알았습니다. 그 후로 법륜스님의 책과 즉문즉설 동영상을 보면서 많은 위로를 받았습니다. 그러던 중 제가 사는 일산에서 스님의 강연이 있어 찾아갔습니다. 강연장에서 뵌 법륜스님의 모습은 신선한 충격과 감동이었습니다. 그동안 저에게 스님은 인생 상담을 해주는 사람, 소위 점 봐주는 사람, 정도로 인식했었습니다. 종교에 대한 저의 무지와 편견이 여지없이 깨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아이와의 인연도, 남편과의 인연도, 모두 끊긴 채 상처투성이의 몸으로 어머니가 있는 광명시로 이사했습니다. 당시 저는 괴로움과 허전함을 잊기 위해 하루가 멀다고 술을 마셨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광명시에도 스님 강연이 있어 엄마와 함께 참석하였습니다. 강연 후 스님의 책을 선물로 받는 행운까지 얻었습니다.《새로운 100년》이라는 책이었는데, 그때는 '뭐 이런책을 줘? 재미있는 책이나 주지' 하며 책은 던져 두었습니다.
그런데 이후에 거짓말처럼 새로운 세상이 펼쳐졌습니다. 일산에서 정토불교대학 모집 현수막 본 것이 기억나 인터넷을 뒤졌습니다. 광명법당에서 불교대학 모집 중이기에 찾아갔습니다. 찾아간 법당은 너무 소박하여 '여기서 무슨 대학을 열어?' 하고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마치 자석에 이끌리듯 법당 사람들을 따라 법회도 보고 다니던 일도 정리하고 불교대학에 입학했습니다.
이곳에서 피폐해진 저를 되돌아보고 살아온 인생을 정리하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불교대학에 입학한 후 3개월 만에〈깨달음의 장〉수료, 다시 한달 후에〈나눔의 장〉, 다시 얼마 후에 인도성지순례, 통일의병, 불교대학 팀장, 서원행자, 지역의원, 지금의 지회장 소임까지 주어지는 소임을 모두 받았습니다.
잘하고 있는지 주위를 살펴볼 겨를도 없고 살필 줄도 몰랐습니다. 앞으로 직진만 했습니다. 지금 와서 돌아보니 정토회에 대한 믿음이 있었던 거 같습니다. 막연하지만 '불법 인연으로 내가 살 수 있겠구나' 하는 믿음. 그리고 또 한 가지 사람이 그리웠나 봅니다. 외롭고,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좋은 기억이 없는 저는 정토회에서 만나는 도반들과 일들이 참 재미있고 좋았습니다. 제가 만난 새로운 세상이었던 것입니다.
통일 특별위 활동을 하던 중 연천으로 이사를 하였습니다. 낯선 곳으로 이사와 아는 사람도, 지리도 잘 모르는 곳에서, 혼자 활동하며 많이 외롭고, 이 일이 버겁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그렇지만 포기하지 않고 온 것이 행운이었는지 남양주 지회, 지회장이라는 소임을 받았습니다.
지회장 임시기간에는 일을 잘하고 경험이 많은 도반의 도움으로 경험이 짧은 저는 배워가며 일을 편하게 할 수 있었습니다. 일 잘하는 도반에게 고마움도 있었지만, 시기심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정식 출범을 한 지회에서 지회장이 된 저는 임시 기간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분별심이 많아졌습니다. 일하기로 해 놓고 하지 않는 사람, 힘들다고 투덜대는 사람, 자기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고 짜증 내는 사람, 그럴 때마다 지회 상황에 대해 논의한다는 핑계로 법사님께 온갖 투정을 부렸습니다. 아마 “내가 옳다고 해주세요”라고 소리쳤던 것 같습니다.
어느 날 정진하던 중, 2015년 불교대학 입학 때부터 앞만 보고 달려왔던 7년 시간이 문득 스쳐 지나갔습니다. '아! 나는 정토회에서 수행을 하며 조금이라도 자유로워진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 내게 있던 자리 욕심, 명예욕을 여기서 채우고 있었구나! 사회에서는 그저 평범한 미용사였는데 정토회에 와서 일 잘한다고 칭찬듣고, 이일 저일 턱턱 맡겨주니 내가 잘나서 그런 거라고 생각했구나'라고 알아졌습니다.
내 자신에 대해 조금 알고 나니 참 놀랍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같이 살고 있는 남자친구에게 정진 중에 이런 걸 알았다고 말하니, 자기가 수없이 말해도 못 알아듣더니 이제 알았냐고 합니다. 그러면서, 그나마 정토회에서는 욕심대로 해도 좋은 일에 쓰일 수라도 있지만, 정토회 그만두면 어떻게 살지 뻔하다고 합니다.
욕심은 많은데 인생이 내 뜻대로 되지 않았고, 아버지처럼 술로 세월을 지내며 괴로워 하다 정토회를 만나 욕심의 씨앗이 싹을 틔웠던 것 같습니다. 허무하기도 하고 제가 안쓰럽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런데 조금이라도 저 자신에 대해 알고 나니 도반 대하는 것이 조금은 편해지는 것 같습니다. 도반들이 고맙고 귀하게 느껴집니다.
이렇게 깊은 내면의 저를 만나서 도반들과 화해했습니다. 알콜중독으로 가슴 아프게 세상을 떠난 아버지와, 초등학교 시절 저를 돌보지 않은 어머니와도 화해했습니다. 진심으로 그들을 이해하고 그들과 화해함으로써 행복이 찾아왔습니다. 마음을 나누고, 저를 지지해주는 남자친구가 있고, 저의 행복만을 바라는 어머니가 건강하게 있는 지금, 저는 행복합니다. 지금 저는 그대로지만 앞으로는 스스로 편안한 삶을 살고 싶습니다. 괴롭지 않고 자유로운 삶을 말입니다.
인터뷰 중 "지금까지 소임 하면서 어려웠던 점이나 소임을 내려놓고 싶은 때는 없었나요?" 라는 질문에 "지금요. 지금 지회장 소임이요." 라고 큰 소리로 말하며 웃었습니다. "포기하지 않고 직진할 힘은 어디에서 오는지 생각해 본 적이 있나요?"라는 질문에는 아마도 광명법당 시절 도반들과 함께했던 새벽 정진과 임진각 만 배 정진 힘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특히 만 배 정진하면서 소중한 경험을 했습니다. '내가 왜 여기서, 이 추운데 생고생하고 있어? 미쳤지!' 등등 수많은 생각이 지나가고 나니 어느 순간 고요함이 찾아왔습니다. 그 고요함 속에 잔잔한 마음의 순간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언젠가 제 마음에 고요가 다시 찾아오면 그동안 받은 많은 위로를 누군가에게 돌려주고 싶습니다. 불법과 불법을 전하는 그들로 인해 내가 행복해지듯이 다른 이들도 저를 통해 행복해질 수 있었으면 하는 것이 앞으로의 꿈입니다. 누군가 저로 인해 새로운 희망을 발견하고 행복을 찾아가길, 그런 역할을 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조희영님의 원을 듣다 보면 법사가 되는 길 같은데, 법사로의 꿈도 있는지요? 라는 질문에 "나같은 사람에게도 그런 역할이 주어진다면 대단한 영광으로 알고 받아야죠." 라고 시원하게 대답합니다. 역시 직진입니다. 유쾌하고 솔직한 주인공을 만나 이야기를 듣고 나니 부지런히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백조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비록 겉으로는 잘 보이지 않지만, 물속에서는 부지런히 움직이는 백조의 발처럼, 많은 분별과 어려움을 수행 삼아 직진해온 조희영 님을 응원합니다.
글_이삼월(남양주지회)
편집_서지영(수원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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