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특집] 대중법사님 이야기
제향법사님 첫 번째 이야기
장발장을 꿈꾸던 선녀

오늘 소개하는 두 번째 법사님은 제향 법사님입니다. 오직 정진만이 답이라고 생각했던 법사님도 불법 만나기 전에는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늘 새장에 갇힌 새처럼 답답했습니다. 언제든 도망 갈 수 있게 아이도 한 명만 낳고, 항상 마음의 보따리를 쌌던 제향 법사님. 하지만 세상의 잣대, 도덕의 잣대로 이혼할 용기도 없었습니다. 차라리 빵이라도 훔쳐 감옥가는 상상을 했다는 법사님의 불법 만난 이야기, 지금 들어봅니다.

고현정도, 발 냄새도 이긴 열정

저는 홍제동에서 가구점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 가구점 옆 건물 2층이 홍제동 법당이었습니다. 당시 근처 큰 교회에서 오라고 할 때는 항상 시간이 없다고 돌려보냈는데 무슨 인연인지 홍제동 법당은 제 발로 올라가 보았습니다. 당시 아직 머리를 깎지 않고 법사로 활동하던 유수 스님이 있었습니다. 그 자리에서 절하는 법을 배웠는데 하필 그날 긴 치마를 입고 가는 바람에 절하면서 넘어질 뻔한 기억이 있습니다. 이것이 저와 정토회 첫 인연입니다.

법사 수계 받은 날, 법사님 인생에 제일 빛나는 날
▲ 법사 수계 받은 날, 법사님 인생에 제일 빛나는 날

그 이후 1991년 4월경에 반야심경 강의 홍보물을 보고 다시 법당을 찾았습니다. 낮에는 가게 일로 바빠서 저녁에 갔더니, 법륜스님이 직접 강의를 했습니다. 그 당시, 배우 고현정이 나오는 ‘모래시계’라는 드라마가 엄청난 인기라 그 시간에는 길거리가 한산할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그 드라마 하는 시간에 홍제동 작은 법당은 70여 명의 청년들로 빼곡했습니다. 낮에는 직장에서 일하고, 퇴근하고 좁은 곳에 모여 있으니, 사람들 땀 냄새와 발 냄새가 말도 못 하게 코를 찔렀습니다. 그러나 이 젊은 사람들이 세상 유혹도 많을 텐데, 어쩌면 이 시간에 여기 와서 법문을 듣고 있는지, 그 자체가 너무나 감동이었습니다.

우리 남편도 들었으면 좋겠다

법문을 한 번 듣고 두 번 들으니 환희심이 났습니다. 계속 스님 법문을 듣고, 법문이 끝나면 둘러앉아서 스님과 함께 나누기도 했습니다. 그때는 그게 진짜 복인 줄도 몰랐습니다. 제 차례에 “우리 남편도 들었으면 좋겠습니다." 라고 말하니, 나누기가 다 끝나고 스님이 “보살님은 저하고 면담을 좀 하세요.” 했습니다.

그때 생각으로 ‘스님과 면담을 하려면 뭐라도 좀 알아야 할 텐데, 이제 반야심경 듣기 시작해서 외우지도 못하고, 알지도 못하는데 어떻게 면담을 하나?’ 걱정부터 들었습니다. 반야심경부터 얼른 외워서 다 외워지면 그때 면담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입에 잘 붙지도 않는 무슨 말인지도 모르는 반야심경을 밤낮으로 화장실까지 들고 다니면서 외웠습니다. 한 달 만에 다 외우고, 묘덕 법사님에게 "면담을 할까요?"물었더니 "해보세요"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면담하기 싫었습니다. 뭔가 두려웠던 거 같습니다.

대신 법당은 밤낮으로 쫓아다녔습니다. 정말 법문에 빠졌습니다. 잠도 자기 싫고, 밥도 먹기 싫을 정도로 완전히 빠졌습니다. 스님 직강을 일주일에 네 번씩 듣고, 기도를 계속했습니다. 한 달 정도 지나니까 ‘아, 이래서 면담을 하자 하셨구나.’ 알아졌습니다. 조금 빨리 알아차린 것 같습니다.

지옥에서 탈출하고 싶어 시작한 기도

‘기도를 3년 하면 인연이 바뀐다.’라는 말에 인연이 바뀌어 이혼을 할 수 있겠구나 싶어서 기도를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인연이 바뀌어 잘살고 있습니다. 기도를 해보니 알게 되었습니다. 남편에게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내 문제라는 것을.

처음에는 4시 반에 기도하라는 말을 듣고 ‘아~ 끔찍하다. 죽는거 보다 힘들다.’ 싶었습니다. 하루는 스님이 머무는 방에 들어가 “6시에 기도를 하면 안 될까요?” 라고 물었더니, 스님이 딱 잘라서 “안돼요.” 했습니다. 지금 보는 금강경 강의 때보다 더 무서운 얼굴이었습니다. 하기는 해야겠고, 6시는 안 된다고 하니 어떻게 합니까? 그래서 법당에 나가서 4시 기도를 시작했습니다. 내 문제가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힘들고 괴로우니까 문제를 해결해야겠다는 생각이 간절했습니다.

그때는 남편과 관계도 안 좋을 때였습니다. 아내가 뭐 하는지도 모르는 곳에 새벽부터 나가니 탐탁지 않았을 겁니다. 그래서 전날 저녁에 기도복을 딱 준비해 놓고 자고, 밖에 나와서 옷을 갈아입고 법당에 갔습니다. 가끔은 도반들이 “보살님, 옷 거꾸로 입었어요."라고 말해줘서 다시 옷을 바로 입고 법당에 들어가곤 했습니다.

3년을 하려고 마음 먹었는데, 하다가 보니 '3년이 아니라 죽을 때까지 해야 하고, 다음 생이 있다면 또 해야 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밥숟가락 드는 것조차 힘들 정도로 무기력하고 우울했는데도, 정말 지옥에서 탈출하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했습니다. 새벽에 일어나는 게 처음엔 힘들었지만, 습관이 붙으니까 힘들지 않고, 절하는 것이 좋았습니다.

기도를 꾸준히 하다 보니 내 안에 어떤 힘이 생겼습니다. '이것도 못 하겠다, 저것도 못 하겠다' 하던 두려움도 없어지고, 힘이 생기니 밥도 잘 먹고, 몸에 기운도 생기고, 우울한 기분이 즐거움으로 바뀌었습니다. 시간이 날 때면 저녁에도 혼자 법당에 가서 기도했습니다. 일하면서 테이프도 듣고, 책도 봤습니다.

몽중일여, 오직 정진

아침저녁으로 기도하고, 스님 강의도 빠짐없이 듣고, 시간 날 때마다 강의 녹음 테이프도 돌려 듣고, 책도 보니 시간이 부족했습니다. 하루 2시간 자면 적게 자는 것이고, 4시간 자면 많이 잤다, 할 정도로 잠을 줄였습니다. 그런 중에도 눈만 감으면 신기하게 스님을 따라다니는 꿈을 매일 꿨습니다. 스님이 앉으면 같이 앉고, 스님이 서면 같이 서고, 스님이 저쪽으로 가면 따라가고, 눈만 감고 잠이 들었다 하면 그런 꿈을 꾸었습니다. 그 당시에는 꿈에 스님이 나오면 좋은 꿈이라 해서 '가구점 장사가 잘되려나? 돈이 잘 벌리려나?'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돌아보니 매일 스님 꿈을 꿀 정도로 제가 완전히 빠져있었습니다.

도반과 함께 (오른쪽 제향 법사님)
▲ 도반과 함께 (오른쪽 제향 법사님)

제가 부산사람이라 제사를 지내러 가끔 부산에 갑니다. 시간 맞춰 가서 딱 제사 지내고, 바로 기차 타고 서울역으로 왔습니다. 서울역에 도착하면 4시 반이라 조금 늦기는 하지만 택시 타고 바로 법당으로 가서 기도했습니다. 누가 뭐라 하든지 말든지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오직, 기도가 우선이었습니다. 5시 반쯤 기도가 끝난 후에 잠들면 못 일어나니 잠을 안 자려고 뒷동산에서 7시 반까지 운동하고, 9시가 되면 가게에 나왔습니다. 저도 모르게 몸을 너무 혹사했는지 몸이 바짝 마르고, 잇몸이 다 흔들렸습니다. 그렇게 몸은 힘들었지만 마음만은 하나도 힘들지 않았습니다.

택시를 타면 택시 기사님이 정말 감사하고, 콩나물을 사러 가면 콩나물이 고마웠습니다. 원망하고 미워하고 배신감 느끼던 것들이 싹 사라지면서 모든 것이 참으로 감사했습니다. 3년 기도를 그렇게 빠지지 않고 했습니다. 기도 안 하면 밥 안 먹는다는 철칙을 세워두고, 어떤 일이 생겨서 기도를 못 하면 밥을 안 먹었습니다. 3년 동안 기도를 못한 적이 두어 번밖에 없습니다. 지금도 그 힘으로 살고 있습니다.

대중 주체로 변화하던 시기의 정토회에서 도반들과 함께 강화도에서 단합대회 (오른쪽 끝)
▲ 대중 주체로 변화하던 시기의 정토회에서 도반들과 함께 강화도에서 단합대회 (오른쪽 끝)

나를 바로보다

남편한테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정토회 고문이었던 각해 보살님에게 받은 기도문입니다.

참 많이 고뇌하고 헤매면서 살았는데, 이 기도문을 받는 순간에 아! 하고 알아차렸습니다. 순간 눈물이 주르륵 흘렀습니다. 한 번도 그런 생각을 해보지 않고 원망만 하면서 살았는데, 매일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하면서 108배를 하다 보니 정말로 제가 죽을죄 지은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남편 가슴을 아프게 하고 남편의 심정을 살필 줄 몰랐습니다. 그게 가슴에 와 닿으면서 저절로 참회가 되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제가 약간 우울증이 있었는데 그것도 몰랐습니다. 비가 오면 비 오는 거 보고 울고, 바람 불면 바람 부는 거 보고 울고. 한 10년을 넘게 그렇게 울고 밤에 잠도 못 잤습니다. ‘이런 마누라하고 살려고 하니, 얼마나 힘들었겠나.’ 하고 남편의 마음이 알아졌습니다.

그렇게 기도하다 보니 문제는 '나에게 있음'이 명확하게 보였습니다. 저는 가만히 앉아서 남편이 제 입맛에 맞춰주도록 바랬던 것입니다. 남편은 성실하고 책임감 있는 좋은 사람인데, 저는 거기에 더해서 자상하고 배려 깊은 사람이기를 바라고 있었습니다. 스님 법문 중에 ‘기대심을 버려라.’ 이런 법문이 있었는데, '내가 남편한테 많은 기대심을 가지고 있구나' 알아지면서 탁 내려놓았습니다.

선유동 연수원에서 교육 중 쉬는 시간
▲ 선유동 연수원에서 교육 중 쉬는 시간


다음주 금요일 제향 법사님 두번째 이야기가 찾아옵니다

대중법사님 특집기사 발행일정표
▲ 대중법사님 특집기사 발행일정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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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 이미지를 누르면 텔레그램 '정토행자의 하루' 채널로 이동합니다.

인터뷰 진행_서지영
인터뷰 지원(영상, 녹화)_김혜경
글, 편집\ 서지영, 이삼월, 김난희
도움주신이_이정선, 백금록, 박우경, 김승희, 박정임, 권영숙, 전은정

전체댓글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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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영

기도 3년 하면 인연이 바뀌어 이혼할 수 있겠구나 하는 마음에 기도 시작했다는 문장에서 빵 하고 웃음이 났습니다 솔직하고 인간적인 수행담 감동입니다. 감사합니다

2024-02-25 07:37:59

박은지

3년동안 식사를 두번 거르셨음 두번 약속을 어기신거네요?
정말 존경합니다
다음 이야기 가. 기다려 집니다

2022-04-17 16:07:18

박윤정

감동적입니다.감사합니다 🙏

2022-04-12 08:3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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