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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상선 암 수술로 몸이 많이 약해졌습니다. 건강에 대한 염려와 불안으로 힘들어 할 때 큰언니가 정토회 불교대학을 적극적으로 추천해 주었고 그 길로 저는 바로 해운대법당 불교대학에 입학했습니다. 교사인 큰언니는 우리집의 버팀목이자 저에게 큰 신뢰와 믿음을 주었던 터라 언니가 시키는대로 불교공부만 하면 저의 불안을 자연스럽게 없앨 수 있을거라는 믿음으로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기대와는 다르게 싫증나기도 하고 고등학생이었던 아들에게 더 큰 신경을 쓰면서 불교대학 과정에 조금 소홀했습니다. 미루고 미루었던 <깨달음의 장> 수련은 경전반 졸업할 즈음에 마지 못해 다녀왔습니다. 내가 아니면 누가 아들을 챙기고 보살펴줄까 하는 걱정이 제 마음을 살펴보는 것보다 우선이었던 것 같습니다.
내가 아니면 집안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을 거라는 걱정을 안고, <깨달음의 장>으로 4박5일을 집을 비우고 돌아왔습니다. 집은 예전과 똑같이 잘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제가 없어도 잘 돌아가고 있는 것이 신기했고, 그동안 가지고 있던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이전에는 항상 '남편이 죽으면 큰일이다, 아들이 사라지면 어쩌지, 내 옆에 있는 소중한 존재들이 없어지면 어떻게 하지?'라는 불안과 걱정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스스로 집을 떠나보고 정토회 봉사 활동이나 행사에 참석하면서 이러한 걱정과 집착들이 조금씩 사라졌습니다. 이후로 불교공부와 수행에 더욱더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대중 앞에 나서기를 싫어했던 저는 <깨달음의 장>에서 배운 “예, 하고 합니다“라는 법문을 되새기며 가볍게 첫 소임으로 불교대학 모둠장을 맡았습니다. 이것을 시작으로 불교대학 담당을 연이어 맡았습니다. 걱정도 많고 대중 앞에 나서서 말하기 싫어했던 제가 무언가 할 수 있다는 사실이 믿겨지지 않았습니다. 걱정은 걱정일 뿐이구나! 라는 깨달음이 다시 저의 뇌리를 치는 순간이었습니다.
저는 꾸준히 하는 것을 잘 못하는 사람이었습니다. 공부도 잘하고 집안에서의 존재감이 남달랐던 큰언니가 늘 저의 롤 모델이었습니다. 반면 저는 7남매의 여섯째로 무엇을 해도 꾸준한 것이 없었고 하다가 중간에 포기하는 일들이 일상이었습니다. 결혼해서도 제가 못했던 것들을 아들에게, 남편에게 집착하고 강요하고 잘되기를 바랬는지도 모릅니다.
수행을 하면서 집착하지 않고 내가 이루지 못한 것을 상대에게 전가하며 강요하는 부모는 되지 말아야 겠다는 다짐을 하였습니다. 수행 맛보기를 통해 매일같이 108배 기도를 시작 했습니다. '이것도 하다가 중간에 포기하면 어떻게 하지?' 라는 불안과 걱정이 엄습해 왔지만, 오늘만 한다는 마음으로 하다 보니 매일 매일 거르지 않고 새벽기도를 할 수 있었습니다.
어느 날 남편이 저에게 “여보, 당신 정말 대단하다!” 라는 말을 하는 것을 보며 남편도 나를 인정해 준다는 생각에 자신감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끈기없이 포기를 잘하던 옛날의 나에게서,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하고 사랑하는 나로 서서히 변하며 기도를 매일같이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불교대학을 다니면서 총무도반이 소임을 나에게 줄까봐 겁부터 먹었습니다. 소임을 주면 정토회를 안다닌다고 할 정도로 자신감이 없었고 자존감 또한 낮았습니다. <깨달음의 장> 이후 소임을 맡으면서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 했습니다. 환경이 나를 만든다고 했듯이 밴드 기도대문을 매일같이 열면서 저도 일찍 일어나고 나누기도 먼저 올렸습니다. 남보다 먼저 실천한다는 것이 처음에는 힘들었지만 매일 같이 하다 보니 일상이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소임이 저를 새롭게 거듭나게 만들고 감사함에 이르렀습니다. 맡기 싫었던 소임을 저에게 주었던, 불교대학 담당 팀장이었던 허영순 님은 그때는 정말 밉고 싫었지만 지금은 제 수행의 큰 힘이 되어 준 고마운 도반입니다.
어릴적 3남4녀 중 여섯째로 태어나 존재감도 없다 느끼며 우울했던 시절들이 부처님의 법문을 공부하면서 자기 자신을 등불을 삼고 자기를 의지하고 있습니다. 진리의 말씀을 등불로 삼으라는 자등명 법등명의 법문이 제 수행의 가장 큰 과제입니다.
인터뷰 하는 내내 '저는 내세울 것이 없는데 어쩌죠?', '많은 분들이 기사를 보실건데 저의 수행담이 무슨 도움이 되겠습니까?' 라는말로 걱정을 앞세우던 주인공은 인터뷰 말미에는 자기 자신을 등불삼고 있다는 말로 맺으며 눈을 반짝였습니다.
석경희 님은 해운대지회 좌1 모둠장으로 가을 온라인 불교대학 홍보를 어찌나 열심히 했는지 목표치에 근접한 큰 성과를 냈습니다. 스스로 만족해 하는 모습에서 무엇이든 가볍게 해 보이는 것이 석경희 님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닌가 느껴졌습니다.
앞으로도 자신을 사랑하고 격려하며 오직 법에 의지해서 오랫동안 수행자로 함께 머물기를 응원합니다!
글_이태기 희망리포터(해운대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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