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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남 3녀 중 막내로 태어난 저는 자식들을 보듬고 살아가는 어머니와 가난한 살림에 술과 폭력을 일삼는 아버지 밑에서 자랐습니다. 다행히 막내라 보호는 받았으나 주눅이 들어 자신감 없는 허약한 아이로 자랐습니다. 형제들이 많지만 정작 힘들 때 의지할 곳 없어 원망과 외로움이 깊었습니다. 또한 아버지 유언을 따르지 않고 부모 재산을 독차지한 형에게 섭섭함과 배신감이 컸습니다.
그러한 가운데 정말 싫어하던 아버지의 폭력을 따라 하는 저를 보았습니다.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나도 그 길을 가겠구나.’ 누구의 도움을 받을 수 없고 스스로 일어서야 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러나 마음 먹은 대로 현실은 따라주지 않았고 방법도 몰라서 막막해 할때 불법을 만났습니다.
물려받은 재산이나 기술도 없다 보니 이 일, 저 일 기웃거리다 대학 앞에서 분식 포장마차를 했습니다. 가끔 와서 말없이 설거지와 궂은 일을 도와준 아내를 만났습니다. 잠시 헤어질 위기가 있었지만, 복인 줄 알고 지혜롭게 넘겼습니다. 처가댁에서는 포장마차 하는 사윗감을 못마땅해했습니다. 장인,장모의 면박에 정신이 아득했고 자존심이 상했습니다. 그런 제 옆에서 직업에 귀천 없다며 당당하게 제 편을 들어준 아내와 결혼 했고 지금까지 저의 보살이 되어 같이 살고 있습니다. 제가 흔들리고 휘청거릴 때마다 아내는 든든한 중심이 되어 저를 잡아줍니다.
저는 회사와 개인의 이익을 내야 하는 영업직입니다. 수행자의 관점과 저의 현실에서 느끼는 괴리감으로 고민이 많았습니다. 상대를 설득하기 위해 때론 포장하고 다소 과하게 소개할 때는 일이 끝나면 자괴감에 빠질 때도 있었습니다. 현실을 떠날 수 없고 수행자로서만 살 수도 없었습니다. 수행자로서 최선의 청정함을 유지하고 가장으로써 가정을 유지하려면 ‘수행하면서 떳떳할 수 있을 만큼만 하자.’ 마음먹었습니다. 돈은 적게 벌지만, 수행과 가정을 유지할 수 있어서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듯 가벼워졌습니다.
그러나 저의 업무와 상반된 봉사는 항상 걸렸습니다. 정해진 시간에 지속해서 참여해야 하는 봉사와 달리 저는 언제든 고객의 부름에 바로 응해야 합니다. 많은 어려움 속에 도반에게 눈치 보이고 마음에 갈등도 생겼습니다. 그래서 시간 선택이 자유로운 희망리포터를 시작했고, 8년째 정관법당의 도반들 수행담을 전하고 있습니다.
이벤트 업체를 운영할 때 생긴 노하우로 도반을 통해 간접 경험 하면서 현재 자신을 비춰볼 수 있는 봉사가 참 고맙습니다. 글을 잘 써야한다는 부담도 있었지만 진솔하게 도반의 경험과 수행담을 기록해왔고, 여러 도반과 어울릴 기회가 됩니다. 마음 한편에 이제는 내려놓고 싶다는 생각도 있지만 할 수 있을 때까지 해보겠습니다. 그 외에도 시간 날 때마다 사진 봉사와 행사 진행 등 저의 경험을 살린 봉사에 시간 날 때마다 참여하고 쓰일 수 있는 곳에 함께 하겠습니다.
부모님은 저에게 언제 어디서 어떤 일이든 혼자 극복하고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고 했습니다. 압박 때문인지 작은 일에도 크게 걱정하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별것 아닌 일에도 날벼락이 온 것처럼 확대 해석하고 고민합니다. 매달 채워야 하는 영업 목표치에 도달하지 못하면 스스로 괴롭히는 스트레스로 편두통이 심했습니다. 뇌 검사까지 했는데 〈깨달음의 장〉1을 다녀와서 달라졌습니다.
제게 일어난 일을 다른 각도로 바라보는 방법을 알게 되니 한결 편해지고 원망의 대상을 이해했습니다. 꽁꽁 묶여있던 매듭이 풀려 부모 형제들에 대한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갈등의 원인이었던 부모 형제는 저를 단련시킨 보살이라 생각하니 고마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마음이 긍정적으로 바뀌니 영업 목표치에 도달하지 못해도 안달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문제가 생길 때마다 ‘아, 내가 또 놓쳤네.’ 하고 알게 된 것이 참으로 다행입니다.
모든 것은 다 내 마음이 일으킨다는 수행문은 분별심이 올라올 때 상대를 탓하기보다 ‘내 마음이 그렇구나.’ 하고 돌이키게 됩니다. 오랜 습관을 바꾸기에 부족하지만, 꾸준히 수행하면 낙숫물이 바위를 뚫듯이 한 단계씩 변화를 가져올 것입니다. 인정받기 위해 남 앞에 나서고 싶으면서도 또한 두려워하는 내면의 나를 다독이며 잘하고 못한다는 저의 기준으로 흔들리지 않고 꾸준히 수행하는 수행자로 살아가겠습니다.
허심탄회하게 지나온 얘기를 내놓으며 듣는 이를 편안하게 해주신 이태기 님. 낙숫물이 바위를 뚫듯이 수행하고 봉사하는 삶을 이어갈 앞으로가 기대됩니다. 언제 어디서든 유쾌한 웃음이 주변을 밝게 하리라 생각합니다.
글_희망리포터 조영희(부산울산지부 해운대지회)
편집_임명자(광주전라지부 서광주지회)
깨달음의 장 4박 5일 기간의 정토회 수련 프로그램. 평생에 한 번만 참여할 수 있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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