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안양법당
연기법, 나를 이해하고 남편을 이해하는 공부

이유 없이 아침에 눈을 뜨고 싶지 않았다는 이난숙 님. 꾸준한 수행과 소임으로 자신을 되찾고, 아이들에게도 당당한 엄마가 되었습니다. 결국 모든 것이 다 연결되어 있다는 연기법을 확실하게 깨닫게 된 이난숙 님의 수행담을 소개합니다.

평범한 줄 알았던 삶을 돌아보게 된 기회

어느 날 지인이 법륜스님 책이 참 괜찮다며 잠들기 전에 조금씩 읽는다고 말했습니다. 저도 도서관에 가서 《즉문즉설》책을 찾아 읽어 보았습니다. 그 책을 만나기 전까지는 제가 괴로운 줄도 모르고 평범하게 산다고 생각했습니다. 시댁과 남편과의 갈등에 대한 부분을 읽으며 제 삶에 대해 처음 생각해보았습니다. ‘즉문즉설’ 시리즈 세 권을 쉬지 않고 읽었습니다.

20대 이후 그렇게 책을 읽은 적은 처음이었습니다. 그 후《기도 》 책을 사서 읽어 보고, 기도하는 방법을 배우고 싶어 문경수련원에 전화했다가 <깨달음의 장>1에 갔습니다. 그때까지 불교에 대해 잘 몰랐지만 <깨달음의 장>에서 느꼈던 여운이 지금도 남아있습니다.

의왕 불사 정진기도 (왼쪽에서 두 번째 이난숙 님 )
▲ 의왕 불사 정진기도 (왼쪽에서 두 번째 이난숙 님 )

불교대학에 입학해서는 ‘내가 필요한 공부만 하는 거지 의식이 뭐가 필요하냐.’라는 생각으로 인도 이야기가 나오면 졸고, 마음 이야기를 하면 좀 들었습니다. 하지만 경전반에서는 1강부터 끝까지 졸지 않고 들었고 점점 제가 반짝반짝해졌습니다. 특히 금강경에서 부처님이 탁발하고 공양 후에 선정에 드시는 부분은 저의 일상과 비교해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습니다. 그 부분 때문에 제가 지금까지 수행해오고 있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습니다.

평범하지 않았던 결혼생활

결혼하고 얼마 후부터 남편은 술만 마시면 폭언과 폭력을 했습니다. 남편이 취했을 때는 말을 해도 안 통했습니다. 술이 깼을 때 조곤조곤 말을 했지만 30년 가까이 말을 해도 남편은 술을 끊지 않았습니다. 평소엔 괜찮다가 술만 마시면 사람이 달라지고 생활비도 잘 주지 않았습니다. 제가 바라는 결혼생활이 아니었습니다.

남편이 술을 먹고 난리 친 다음 날 저는 사오십 명 앞에서 강의를 해야 했습니다. 혼자서도 될까 말까인데, 사람들 앞에 처진 기분으로 나서야 할 때면 비참하기도 했습니다. 다행히 불편했던 마음이 몸과 마음에 집중해 일하는 동안 사라지는 걸 느꼈습니다. 몸과 마음에 집중할 때의 효과를 느끼니 일을 할 수 있음이 고마웠고 저의 경제생활에도 도움이 되었습니다.

즉문즉설 홍보중 ( 오른쪽 첫번 째 이난숙 님 )
▲ 즉문즉설 홍보중 ( 오른쪽 첫번 째 이난숙 님 )

한번은 시어머니와 남편 사이가 틀어졌을 때, 애들과 시댁에 가서 김장하고 늦게 왔습니다. 술 마시고 들어오다 마주친 남편이 문을 잠가버렸습니다. 그날 밤 애들과 저는 밖에서 잠을 잤습니다. 자꾸 내쫓으니 어느 날은 아들이 아빠를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경찰이 왔다 간 후 “네가 나를 신고해!”라며 2년째 아들과 남편은 서로 말하지 않고 지냅니다.

아들에게 어릴 적 아빠의 폭력이 많은 상처를 주었나 봅니다. 직장 상사하고 마찰이 생기니 자기도 몰랐던 어릴 적 아빠의 폭력이 떠올라 너무 힘들어했습니다. 학교 다닐 땐 잘 안 드러났는데 잠도 못 잘 정도로 힘들어 직장생활이 어려웠습니다. 아들도 힘들고 저도 힘들었는데 기록에 남을까 봐 정신병원에 못 갔습니다. 아빠의 폭력 때문에 자기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아느냐고 말할 땐 저도 울고 아들도 울었습니다. 아들은 아빠한테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만 들으면 싹 없어질 것 같다고 하는데, 남편은 그걸 못하고 있습니다. 아들에게, 아빠가 물건을 부수고 던지고 하지만 사람을 때리진 않지 않냐고 말하기도 합니다. 물건 집어 던지고 맨발로 내쫓은 것뿐이고 주먹으로 때리거나 칼로 찌르지 않아서 너무 다행이라고 말할 여유가 지금은 생겼습니다.

 행복학교 홍보중 (오른쪽에서 세번 째 이난숙 님)
▲ 행복학교 홍보중 (오른쪽에서 세번 째 이난숙 님)

험난하지만, 가족과 함께 가는 가정법당

남편은 제가 뭘 배우러 가거나 밖에 나가는 걸 싫어했습니다. 직장에 일하러 가는 건 돈벌이가 되니까 별말 안 했지만, 정토회 활동은 돈이 되지 않고 매일 스님 말씀만 들으니 법당 가서 살라며 불평이 많았습니다. 작년에 코로나로 온라인 수업으로 바뀌면서 집에서 법문 들을 때면 전기차단기를 자주 내리고 정토회 활동하다 다섯 번쯤 쫓겨났습니다.

행복학교 진행할 때의 일입니다. 남편이 문 열고 소리 지르면 음소거 해서 넘어갔는데, 본 수업 때 또 문 열고 소리 지르고 코드를 뺄까 봐 긴장하기도 했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는데 이렇게까지 진행을 해야 하나 싶었습니다. 순간 남편 마음은 헤아리지 않고 다른 참가자의 피해만 생각하고 있는 저를 알아차리기도 했습니다. 제 남편이고 제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아이들의 아빠인데 말입니다. 남편은 제 남동생 형편이 어려울 때 기꺼이 집 담보대출을 받아 빌려주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집 법당을 이렇게 잘 쓸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인도성지 순례중 (앞줄 가운데 이난숙 님)
▲ 인도성지 순례중 (앞줄 가운데 이난숙 님)

법문 한번 들어볼래요?

남편에 대해 관점이 다르고 사고방식이 다르다고 인정 못 했으면 지금도 원망하며 살 것 같습니다. 경전반에서 연기법을 공부하고 실제로 살아보니 결국 우리 삶이 연기이고 우린 다 연결되어 있음을 알았습니다. 관계가 원만해지고 순리대로 살아가면 좋은데 원망하고 미워하는 쪽으로 산다는 건 어리석은 일임도 깨달았습니다. 이렇게 정리하면서 가볍고 기쁜 마음으로 가려고 합니다.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것도 스스로 칭찬해주고 싶은 부분입니다. 2년째 남편과 아들이 말을 안 하고 밥도 따로 먹어도 저는 행복합니다. 지금은 한 공간에 같이 있어도 불편하지 않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정토회 와서 공부 안 했다면 피하려고 애썼을 것입니다.

이제는 남편이 방문을 열고 들어오면 ‘법문 한번 들어볼래요?’라고 말합니다. 남편이 아직 한 번도 안 듣지만, 이제 남편에게 "내 옆에 한 번 앉아볼래요?"라고 말해봐야겠다고 연구해봤습니다. 처음엔 아이들도 아빠가 저렇게 싫어하니 엄마가 정토회 활동을 안 했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애들이 오며 가며 스님 말씀을 듣고 말씀에 놀라워하면서 좋아하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중심을 잡고 행복한 길로 가면 남편도 아들도 행복한 길로 갈 거라 믿습니다.

소임이 복이요 소임이 기쁨입니다

결국 소임이 저의 공부였습니다. 버겁긴 하지만 기쁜 저의 공부입니다. 저는 일 하느라 남들 앞에 서는 것도 싫었습니다. 행복학교 진행하는 것도 매뉴얼대로 진행하면 된다고 해서 시작했는데 저의 역량이 엄청 늘었고 성장했습니다. 제가 성장함으로써 아이들에게도 당당해지고 겸손의 의미도 알았습니다. 당당해지면 겸손이 같이 오고 지식으로만 알면 거만해지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전쟁반대 평화협상 집회 중 ( 맨앞 가운데 이난숙 님 )
▲ 전쟁반대 평화협상 집회 중 ( 맨앞 가운데 이난숙 님 )

홍보, 장소섭외, 장비 준비까지 자발적으로 하는 통일특위 활동이 저에게 잘 맞습니다. 통일특위 활동을 하면서 남한테도 잘해주는데, 애들 아빠고 남동생에게 돈까지 빌려준 남편에게 잘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통일의병 활동은 제 역량을 뛰어넘는 일입니다. 제가 지금 봉사를 하는 건 스님때문에도 아니고, 정토회를 위해서도 아니고, 저를 극복하기 위해서 하는 것입니다. 저를 위해 하다 보니 연결된 모든 걸 위해 하는 것임을 깨닫습니다. 결국 세상은 연기이니까요. 지금 맡은 소임은 행복학교 진행자이고 통일특위 활동가, 온라인 가을불교대학 진행자, 법당 통일의병 활동가 모둠장, 통일기도 모둠에서 통일기도 담당입니다. 소임이 복이요 소임이 기쁨입니다.

유산으로 물려주고 싶은 아침기도

지금까지는 사람들 앞에 저를 드러내는 것이 싫었습니다. 소임을 맡아야 할 때도 정말 할 사람이 없으면 말하라고 하며 먼저 나서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것도 고집이라 여기고 앞에서 손드는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정토행자의 하루’ 추천이 들어왔을 때도 안 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스스로 정리하는 좋은 기회가 되겠다는 생각에 마음을 냈습니다.

가끔은 힘든 지금 상황에서 저 자신한테 정토회 수행방법 말고 다른 방법이 있냐고 물어보곤 합니다. 하지만, 딱히 없습니다. 스님이 현대의 수행법에 맞춰서 만든 수행 프로그램들이 정말 잘 되어있습니다. 어렵고 힘들긴 하지만 이렇게 하지 않으면 제 업식은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예전엔 불행하다 생각은 없었어도 아침에 안 일어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지금은 기꺼이 기쁜 마음으로 살고 죽음이 들이닥쳐도 크게 문제 없겠다는 생각입니다. 삶에 대한 태도가 긍정으로 바뀌었습니다. '아침마다 기도하면 무의식에서 자신이 바뀐다는 말이 이거구나’ 알 것 같습니다. 돌아보면 기도를 시작할 때보다 제가 많이 바뀌었고 행복도도 올라갔습니다. 저는 애들한테 물려줄 돈이 없는데 꾸준히 아침마다 기도하는 것을 위대한 유산으로 물려주고 싶습니다.


관점과 사고방식이 다른 남편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기까지 수많은 아픔과 고통이 느껴집니다. 하지만 연기법을 깨닫고 진정한 자유와 행복에 이르려고 매일매일 성실하게 수행하는 이난숙 님의 수행담이 감동과 깨달음으로 다가옵니다. 수행과 소임을 통해 자기를 초월하여 극복하는 삶을 나눠준 것에 감사합니다. 앞으로의 삶에 응원과 지지를 보냅니다.

온라인 정토불교대학 모집중
▲ 온라인 정토불교대학 모집중

글_박세영 희망리포터 (안양 정토회 안양법당 )
편집_임도영 ( 광주 정토회 광주법당 )


  1. 깨달음의 장 4박 5일 기간의 정토회 수련 프로그램. 평생에 한 번만 참여할 수 있음. 

전체댓글 21

0/200

최정희

이난숙님의 수행담 넘 감사합니다. 당당해지면 겸손이 함께 따라오고 지식으로만 알면 거만해 진다는 말! 가슴에 큰 울림이 옵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응원합니다~♡

2021-08-30 09:34:45

자재왕

정토행자님들, 대단하십니다. 삶은 누구에게나 굴곡이 있고 아픔이 있습니다. 그 모든 것들을 행복으로 승화시킬 수 있는 가르침을 주시는 스승님 또한 위대하십니다. 그 길에 들어선 인연들에게 힘찬 응원을 보냅니다.

2021-02-20 07:00:48

무량심

진정한 자유로움이 저에게도 전달됩니다.
도반님 감사합니다.

2021-02-19 06:37:18

전체 댓글 보기

정토행자의 하루 ‘안양법당’의 다른 게시글

목록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