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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불자로 살면서 인도에 꼭 가고 싶은 간절한 원이 있었습니다. 부처님이 태어난 곳, 법을 설한 곳 등 부처님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부처님을 느끼고 싶었습니다. 그러던 중 친구 소개로 2015년 정토회를 알게 되었습니다.
유튜브로 즉문즉설을 듣고, 홈페이지에서 '스님의 하루'를 읽곤 했는데, 어느 날 인도성지순례 참가자 모집 광고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법륜스님 법문을 들으니 마음에 많이 와닿고 삶에도 도움이 되었기에, 성지순례를 간다면 꼭 법륜스님과 함께 가고 싶은 마음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정토회에 전화를 걸어 성지순례에 가고 싶다고 하니 불교대학에 입학하면 갈 수 있다고 해서 정토불교대학에 입학하게 되었습니다.
부처님 발자취를 좇아가는 순례를 법륜스님과 함께 다녀온 후 인생에 전환점을 맞았습니다. 인도에서 본 법륜스님은 붓다의 삶을 실천하는 듯했습니다. 스님을 보니 저도 부처가 되는 길을 갈 수 있겠다는 용기가 생겼습니다. 그래서 남은 인생은 온전히 부처님의 말씀대로 살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그때의 큰 감동과 경험이 매우 소중해서 오래오래 간직하고 싶어 스케치북을 사서 스크랩을 해두었습니다.
새벽에 일어나 정진하고, 날이 밝기 전 논과 밭으로 나가는 스님. 명상 기간이라 감자 한 알 드셨다는 스님이 법문하는 목소리가 평소보다 작아 눈물이 펑펑 났습니다. 이런 스님은 제 삶의 등대가 되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역사 이야기를 들으니 아주 어렸을 때 아버지가 말씀하신 이야기가 문득 떠올랐습니다. 용성조사가 만주에서 농사지으며 독립운동가들을 키우다, 땅도 빼앗기고 쫓겨나게 되어 기차로 탈출했는데 그 때 아버지도 함께했다고 합니다. 그 이야기는 내내 잊어버리고 살았는데 스님의 법비로 싹이 텄습니다. 아버지 이야기가 무엇이었는지 스님을 통해서 이해하게 되고, 우리 역사를 알게 되어 매우 기쁩니다. 아시아의 역사를 더 알기 위해 동북아역사기행도 꼭 가고 싶습니다. 평화통일이 되면 아버지가 다녔던 유라시아 길을 갈 생각에 통일은 지금 저의 가장 큰 원이 되었습니다.
해운대 법당을 다니다가 올해 초 안양법당으로 왔습니다. 해운대 법당에서 사시예불 봉사를 했는데 도반과 함께 수행하는 것이 정말 행복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 시대가 되면서 법당에 가지 못해, 각자 집을 법당으로 하니 개인 법당이 생겼습니다. 직접 꾸미고 만든 저만의 법당에서 매일 아침 수행하고, 수행일지 쓰고, 스님 법문 듣는 것이 최고의 즐거움입니다. 수행 불전함도 만들고 혼자 기도하지만, 보시금도 매일 꼬박꼬박 내고 있습니다. 한 달에 한 번 꺼내서 은행에 저금하러 갑니다.
메모하는 것을 좋아해서 공책이 여러 권 있습니다. 하나는 수행일지, 법륜스님 법문 중에서 좋았던 내용을 적어두는 공책, 천일결사 독송 경전을 쓰는 사경 공책 등을 마련해 놓고 수시로 적고 다시 읽어보곤 합니다. 기차 타고 멀리 여행할 때도 이 공책들을 챙겨서 내내 읽으며 갑니다. 다시 읽을 때마다 새로운 깨달음이 와서 좋습니다. 같이 사는 손녀가 할머니는 매일 뭘 자꾸 적냐고 궁금한 표정으로 물어봅니다. 최근에 수행일지 쓴 내용을 하나 소개합니다.
2020년 10월 2일 한가위 아침
집 법당에서 부처님 전에 정안수와 과일 올리고 천일결사 기도를 올렸습니다.
부모님 사랑으로 이 아름다운 세상에 소풍 와서 불법 만나고, 정토회 만나고, 법륜스님 만나고, 고맙게도 자식들의 효심이 가득하니 부모님 생각이 더욱 납니다.
나는 행복을 전하는 수행자입니다.
현재에 고마워하고 늘 만족하며 살려고 합니다.
젊어 남편을 잃고, 시어머니 모시며 고생스럽게 네 남매를 키웠습니다. 자식들이 저에게, 삶이 괴롭고 슬펐을 텐데도 그런 내색 없이 자기들을 키웠다고 말할 때, 저의 사랑과 희생을 알아주는 것 같아 더 바랄 것 없이 마음이 꽉 찹니다.
생각해보면 어머니의 삶이 저의 교훈이 되었습니다. 어머니는 동네에서 신사임당으로 불릴 정도로 불평이나 남 탓을 하지 않았습니다. 아버지에게 늘 갓 지은 따뜻한 밥을 차려주고, 장독대에 정안수 떠 놓고 두 손을 모았습니다. 그 모습을 보고 저도 남편에게 따뜻한 밥을 해주어서 헤어져도 후회가 남지 않았습니다. 지금도 아기자기하고 곰살궂게 생활할 수 있는 것은 어머니 덕분입니다. 지금 제게는 어머니 모습이 많습니다. 좋은 보물을 물려주신 부모님 생각이 많이 납니다.
정토회를 만나, 괴로운 일도 얼른 놓이고, 걸리는 것이 있으면 걸림돌인 줄 알고 넘어지지 않으려 휘청거리다 피해 가는 지혜를 배웠습니다. 나이가 들면서도 지난 삶을 후회하지 않고, 저를 소중히 여기며 지혜롭게 살아가는 방법을 제시해주는 스승님을 만나서 고맙고 행복합니다. 저는 행복한 수행자입니다.
말과 표정이 너무나 곱고 아름다운, 어머니뻘인 김현돌 님 이야기를 들으며, 어쩜 이렇게나 열정이 가득하고 긍정의 에너지가 넘치는지 놀라울 따름이었습니다. 인터뷰한다고 커피와 맛있는 간식들도 꺼내주는 따스한 배려가 참 고맙습니다.
매일 적는 수행일지와 새기고 싶은 법문들, 또 천일결사 독송집 사경. 하루하루를 알차게 꽉 채우고, 주변을 아름답게 가꾸는 향기로운 삶이 부처 같습니다. 부모님에게 교훈을 얻었다는 말에 부모 역할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보는 도움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글_박세영 희망리포터 (안양법당)
편집_도경화(달서정토회 구미법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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