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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토행자 통일상 중 첫 번째 해외 수상자는 2005년 5차 천일결사 때 워싱턴법당 김순영 님이었습니다. 2009년에 워싱턴법당 이철언 님이 두 번째 통일상을 받은 이후 십여 년간 한국에서 수상하던 통일상을 이번에 다시 해외 북미동부지구 워싱턴법당 김지현 님이 받게 되었습니다. 통일상의 주인공이 되기까지 김지현 님의 여정을 함께 따라 가보겠습니다.
2006년 1월 시민단체 모임에서 만난 김순영, 민덕홍 님의 소개로 워싱턴 정토회와 인연을 맺었습니다. 현재는 워싱턴정토회 총무와 국제국/좋은벗들 미국지부 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또한 회관 공동체에서는 지객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2009년 가을에는 좋은벗들 미국지부 간사 소임이 주어져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통일의 'ㅌ'자도 몰랐고 한반도 문제에도 별로 관심이 없었는데 소임이 주어져서 하다 보니 지금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좋은벗들에서 뉴스레터 담당을 맡았을 땐, 전 세계 수백 명의 사람에게 매주 이메일을 보낸다는 것 자체가 너무 긴장되어서 혹시 실수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느라 병까지 났습니다. 능력도 안 되는데 혼자서 붙잡고 번역하고 검토하느라 며칠이 지나는 줄도 몰랐습니다. 그렇게 컴퓨터 앞에 매달려 있다가 결국 병이 났던 기억이 납니다. 매주 발행되어야 하는 일정이라 학업과 병행하는 것이 버겁기도 했습니다.
스님이 방문하시는 기간에는 봉사자들과 함께 원고를 번역해 준비하고 행사까지 준비하느라 밤을 새우기도 했습니다. 그런 다음 날 운전하다 빨간 신호에서 대기 중에 깜빡 졸다가 사고가 날 뻔한 적도 있었습니다. 학교나 공항 주차장에 겨우 차를 세워두고 쪽잠을 자기도 했습니다.
2017년에는 미국 의회에서 장소를 빌려 행사를 했습니다. 당시 국장님이 한국에 계셔서 제가 혼자 준비하는 것은 처음이다 보니 홍보나 인원동원에 서툴러 손에 꼽을 만큼 사람이 왔습니다. 하지만 앞에 몇백 명이 있을 때와 마찬가지로 성심성의껏 발제 하시는 법륜스님의 모습에 숙연한 마음과 겸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국장님도 좋은 경험 했다고 격려해주셔서 감사했고 내 부족한 점을 점검하고 좀 더 책임감을 갖게 되는 좋은 기회가 되었습니다.
마지막 힘까지 쥐어짜 내서 겨우 박사가 되고 나니 몸과 마음이 많이 지쳐 있었습니다. 많은 고민 끝에 활동을 주로 하고 전공 분야를 부로 하는 쪽으로 일이 진행되었습니다. 몇 년 동안 시간과 에너지를 들여 학술 논문을 발표해도 그것이 수준급의 논문이 아니면 결국 10명도 안 읽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보다는 사람들에게 행복하고 자유로워지는 법을 전하는 일이 더 세상에 보탬이 되는 일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학계에서는 내가 하는 연구가 쓸모 있고 가치가 있다는 걸 끊임없이 증명하고 정당화해야 했습니다. 반면 정토회 활동은 증명할 필요 없는, 마땅히 세상에 도움이 되는 일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자원봉사 활동을 하면 내가 잘 쓰이고 보람이 느껴지고 경쟁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돈은 못 벌지만, 시간을 자유롭게 쓸 수 있고, 소박하게 적게 먹고 적게 자고 적게 입는 삶을 살아도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그동안 배우고 습득한 능력을 내 개인의 영달만이 아닌 세상을 이롭게 하는 일에 쓸 수 있으니 참 멋진 삶인 것 같습니다. 어릴 때부터 족보를 보여주시며 조상과 후손 사이의 역사적인 존재인 나를 생각하게 하고 임진왜란 때 의병장이셨던 선조를 말씀하시며 공익을 위해 사는 삶을 가르쳐주신 부모님 덕분입니다. "그냥 딸을 키운 게 아니라 수행자를 키우셨다, 큰 인물을 키우셨으니 자랑스럽게 생각하셔도 된다"고 제가 도리어 큰소리를 치고 있습니다. (웃음)
통일 특강, 통일정진 기도, 통일의병 교육, 정토행자들에게 ‘통일’이란 단어는 그리 낯설지 않은 단어입니다. 그런데 해외에선 과연 통일을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더 구체적인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해외에서 통일상을 수상한 배경이 궁금해 2018년 한 해 어떤 활동이 있었는지 물었습니다.
2017년,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 상태가 격화되면서 해외에서는 곧 전쟁이 일어날 것 같은 분위기였습니다. CNN을 비롯한 외신에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김정은과 트럼프의 사진을 띄워댔고 중동지역의 긴박한 상황과 마찬가지로 한반도 상황을 보도했습니다. 하지만 한국에 있는 가족과 지인들은 바깥 상황과 달리 크게 긴장하지 않는 듯했습니다.
저도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우리에게는 전쟁의 위험이 생활 속에 항상 있어왔기 때문에 애써 그것을 없는 것처럼 생각하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어쩌면 그것을 드러내어 이야기하면 그 공포를 걷잡을 수 없기 때문이기도, 또한 그렇게 하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생존을 위한 전략이기도 했다는 것을 도리어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주위에 있는 한반도 평화운동 단체들과 활동가들은 그런 우리들을 이해하지 못했고 안이하게 대처한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럴 때 ‘우리의 이야기는 우리가 할 수밖에 없구나’, ‘그들이 알아들을 수 있도록 우리를 설명하고 이해시키는 것도 우리가 할 수밖에 없구나’ 생각했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미약하지만, 지금까지처럼 국장님이 리드하는 대로 잘 따라가다 보면 무언가 또 일들이 되어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2017년 하반기에 북미 관계 긴장이 고조되면서 전쟁 위기를 막기 위해 백악관 앞을 비롯해 해외 각지에서 한반도 평화를 염원하고 전쟁을 반대하는 집회가 열렸습니다. 2018년 초, 북미 관계를 풀기 위해 미국에서 할 수 있는 행동을 고민하다가 좋은벗들 미국지부가 주축이 되어 민주평통 워싱턴협의회, 미주 희망연대와 함께 시작한 ‘한반도 평화를 위한 백악관 온라인 청원 10만인 서명 캠페인’은 해외 곳곳, 그리고 국내에서 뜨겁게 열기를 이어갔습니다.
중간선거를 앞두고 백악관과 미국 의회에 영향을 줄 수 있도록 트럼프 대통령과 상하원 의원들에게 한반도 평화를 촉구하는 편지쓰기 캠페인도 벌였습니다.
한 정당이 압도적 지지를 얻지 못해 경합을 벌이는 스윙주(swing state) 네 곳에서 통일 강연을 열어 편지쓰기 캠페인을 시작하기도 했습니다. 미국지역의 회원들이 적극적으로 동참해 주었습니다. 이 외에도 워싱턴 DC에서 평소 있었던 한반도 평화 및 반전단체들과의 연대활동, 공동선언문 발표 등의 활동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3월과 9월에 좋은벗들 이사장인 법륜스님께서 워싱턴 DC를 방문해 각종 미팅과 세미나 등을 하실 수 있도록 지원했습니다. 또한 11월 토론토 세계종교의회에서 한반도 평화관련 패널에서 스님께서 발표하실 수 있도록 지원했습니다.
워싱턴 DC에서는 늘 크고 작은 한반도 평화 관련 시위와 행사들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좋은벗들 미국지부에서는 평화운동, 전쟁반대운동을 펼치는 한인단체, 미국단체, 국제단체들과 함께 꾸준히 연대활동을 해왔습니다. ‘세상 누구와도 좋은벗이 되겠습니다’라는 좋은벗들의 모토를 따라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한 일이라면 종교, 인종, 국적에 상관없이 함께 하고 있습니다. 백악관 앞 시위, 워싱턴 DC 거리 행진, 각종 세미나와 심포지엄이 늘 있기 때문에 좋은벗들/평화재단 미국지부에서는 공동주최를 하고 회원들과 함께 참가하기도 합니다. 힘닿는 만큼 함께 하고 있습니다.
작년 여름에는 미 연합감리교단에서 한반도 평화를 위한 행진을 대규모로 기획해서 함께 참가했습니다.
대표적인 연대체로는 한반도 평화 네트워크 (KPN, Korea Peace Network) 가 있습니다. 여러 개인과 단체들이 모여있는 네트워크라서 공동선언문을 발표하거나 백악관과 미국 행정부에 공식서한을 보내기도 합니다. 그중에서도 퀘이커 단체인 AFSC가 주도해 미국 인도적 지원 단체들과 함께 서명한 인도적 지원 촉구 서한은 국내외 언론에 소개되기도 했습니다.
해외는 아니지만, 좋은벗들 미국지부에서 기획한 스님의 통일 관련 칼럼이 중앙일보 영자신문에 시리즈로 연재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영어로 된 자료는 해외에 스님을 알릴 때 중요한 자료가 됩니다.
제가 통일상을 수상하게 된 것은 제 개인의 활동보다는 좋은벗들 미국지부 자원봉사자들을 비롯해 해외 곳곳에서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해 힘쓰신 분들의 노고를 치하하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많은 사람이 2018년 한반도의 가장 큰 사건으로 4.27 남북정상회담을 손꼽습니다. 2월 북한 특사단의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 참석, 3월 한국 특사단의 북한 방문, 그리고 4월 27일 판문점에서 있었던 남북정상회담까지. 2017년까지 한반도 위기설이 수시로 나오고, 들어갔던 것을 떠올리면 이 갑작스러운 변화는 통일에 대한 기대감을 끌어올리기에 충분했습니다. 김지현 님의 여정을 함께하다 보니 작년 한 해 우리가 누렸던 놀라운 봄과 통일에 대한 높은 기대감이 그냥 저절로 생긴 것이 아님을 절감하게 됩니다. 오늘도 한반도 통일을 위해 경쾌한 발걸음을 옮기고 있을 김지현 님에게 감사와 뜨거운 응원을 보냅니다.
글_김지현
정리_김세경 희망리포터 담당 (런던법회), 김선태 희망리포터 (버지니아법회)
편집_박승희 희망리포터 (뉴저지법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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