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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을 만지다가 ‘잘해주겠다는 마음을 가지면 길 가는 사람 아무나 붙잡고 결혼해도 행복하게 살 수 있다.’란 글귀를 보게 되었습니다. 도대체 누가 이런 말을 하나 싶었는데 바로 법륜스님이었습니다. 또 ‘힐링캠프’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법륜스님을 본 적이 있었습니다. 2013년 어느 날 운동을 갔다 오다가 ‘정토회 개원’이라고 적힌 현수막을 보고 그다음 주 수요일 수행법회부터 참석하였습니다. 수행법회에서 듣는 ‘즉문즉설’은 정말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같은 질문에도 사람마다 각기 다른 답을 하니 ‘역시 법륜스님은 다르다’고 생각하며 정토회에 대한 믿음이 커졌습니다. 다닐수록 정토회와 관련된 여러 활동이 가치관과 잘 맞았습니다.
2014년 봄, 정식으로 정토불교대학에 입학하였습니다. 정토불교대학 강의는 체계적이고 깊으면서도 알기 쉬워서 들을수록 재미있었습니다. 장사를 하고 있어서 며칠씩 자리를 비우기가 어려워 <깨달음의 장>은 쉰 살이 넘어 활동에 걸림이 없을 때 가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남편이 의외로 쉽게 갔다 오라고 하여 기분 좋게 다녀왔습니다. 다음 해 경전 주간반이 인원이 차지 않아 개설되지 못해 3년 가까이 수행법회만 다녔습니다. 드디어 작년(2018년)에 경전반이 열리게 되어 수행법회와 병행해서 빠지지 않고 다녔습니다.
몇 년을 다녀도 장사 하느라 시간 제약이 많다는 이유로 봉사에 크게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꾸준함의 가피를 받은 듯이 사시기도를 하는 도반, 수행법회 담당 도반과 친해지면서 봉사활동을 눈여겨보게 되었습니다. 날마다 혼자 사시기도 하는 도반을 보니 함께 하고 싶었습니다. 오전 시간이 여유가 있어 계속 함께하다가 어느 순간부터 조금씩 따라 하게 되었습니다.
사시기도를 맡아 하던 도반이 작년 여름쯤에 운을 띄웠습니다. 10월이 되자 개인 사정으로 내년 1월부터는 못하게 된다고 정식으로 전했습니다. 그런데 그 시간에 편하게 나와서 기도할 수 있는 사람이 나 말고는 딱히 없는데도 선뜻 하겠다는 말은 하지 않았습니다. 그때까지 사시기도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몰라 물었습니다. 부처님께 공양을 올리는 기도라 했습니다. 그제야 ‘지심정례 공양~’이라는 글귀가 보이면서 사시기도에 대한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12월이 되어서야 겨우 해보겠다고 했습니다. 토요일 새벽 정진을 마친 어느 날, 김순옥 도반이 목탁을 쥐여주며 쳐보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기본자세만 잡고 무조건 쳐봤습니다. 그러면서 1시간을 연습했습니다. 연습이 끝나니 목탁이 나를 보며 미소 짓는 것 같은 묘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목탁에 대한 거부감이 없어짐과 동시에, ‘이럴 줄 알았으면 진작 연습할걸’ 하는 후회가 밀려왔습니다. 집에서 악보를 보며 나름대로 연습을 열심히 했습니다. 도마질할 때도 목탁 리듬이 생각 날 정도였습니다. 사시기도는 마음 놓고 봉사할 수 있는 시간으로 딱 좋았습니다. 은근히 잘됐다고 생각했습니다.
당장 지부 목탁교육은 받기 어려운 상황이라 마음이 급해진 김선덕 도반은, 우선 기본을 알려준다며 따로 시간을 내자 하였습니다. 나름대로 혼자 연습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가볍게 삼십 여분 정도 눈여겨볼 요량이었습니다. 그러나 웬걸! 평소 매사 완벽한 김선덕 도반은 기본자세부터 시작해서 그 뒤로 세 시간 동안 교육했습니다. 너무 재미있어서 세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몰랐습니다. 그 후 집에서도 자세부터 음률까지 신경 쓰며 연습했습니다. 수행법회 때마다 점검을 받고 또 배웠습니다. 연습은 배신하지 않는다고, 김선덕 도반 앞에서 연습한 대로 했더니 그제야 그 도반도 한시름을 놓는 듯하였습니다.
다가오는 주말이 성도재일이었습니다. 부총무가 그날 사시기도를 해보라고 했습니다. 성도재일은 법당의 큰 행사입니다. 아직 정식교육도 받지 않은 제가 벌써 행사에 투입되는 것이 부담스러웠습니다. ‘이것 외에 다른 것은 시키지 마세요.’라는 말을 목구멍 뒤로 삼키며 시간이 정 나지 않을 때는 할 수 없지만 노는 입에 염불한다고 시간이 되는 한 하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에 해보겠다고 말했습니다.
정토회에 간다고 하면 “오늘도 목탁 치러 가냐?“ 하던 남편의 우스갯소리가 현실이 되었습니다. 법복을 갖춰 입고 목탁 치는 선배도반을 볼 때 ‘도대체 공부를 얼마나 해야 저런 자리까지 오르나?’ 싶었는데, 지금 제가 그 자리에 있으니 정말 마음이 벅찹니다. 처음 목탁을 치라고 했을 때 법당의 모든 행사를 다 맡아 해야 하나 싶어 미리 걱정했습니다.
지금은 나이 들수록 그런 행사를 맡을 기회가 오면, 복 짓는 기회가 주어져 고맙고 복 짓는 기술을 배울 수 있어서 좋습니다. 그리고 점점 나아지는 제 모습을 보니 행복합니다. 도반들이 열심히 한다고 칭찬하면 "목탁 소임은 일단 시작을 하면 끝을 봐야 하는 임무라 청룡열차를 탄 것처럼 중간에 내릴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누구든지 맡으면 이렇게 할 수밖에 없습니다"라고 대답합니다.
재미가 있으려면 잘해야 할 것 같아 부담감이 있지만 그래도 앞으로 계속해나가겠다는 긍정적인 김태복 님. 봉사할까 말까 망설이는 사람이 이 글을 읽고 선뜻 할 수 있다면 좋겠고, 지부 목탁교육이 있을 때 1인 1 목탁이 되도록 누구나 교육을 받으면 더 좋겠다고 합니다. 도반들에게서 배울 것이 많은 정토회, 사시기도를 하기 위해 꾸준히 오게 된다면 그것도 괜찮은 일이라며 밝게 웃습니다.
글_정수옥 희망리포터(경주정토회 영천법당)
편집_강현아(대구경북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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