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안양법당
삶에서 큰 변화, '알아차림'

남편과 함께 불교대학에 입학하여 눈길을 끌었던 안양희 님. 경전반 졸업까지 알찬 시간을 보냈다고 합니다. 그로 인해 전국에서 경전반 대표로 법륜스님께 상을 받는 영광스러운 기회도 맞이하였습니다. 안양법당의 안향희 님을 소개합니다.

안향희 님은 직장인으로서 경전반을 다니며 천일결사 모둠장과 담당을 맡아 입재식과 예비결사자의 날 등을 잘 진행해주었습니다. 평화시민대회와 한반도 평화를 위한 청원운동 시기에도 도반들과 함께 했습니다. 무엇보다도 경전반을 개근하면서, 경전반 교실 담당이 직장일로 수업시간을 맞추기 어려울 때 담당이 해야 할 역할과 수업준비를 하여 교실을 능동적으로 이끌었습니다. 통일정진, 불교대학 담당을 맡고, 새벽회의에도 빠지지 않고 참석하여 주인된 마음으로 일과 수행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지나고 보니 저는 복이 참 많은 사람이었습니다

저는 남들이 보면 정말 모든 것이 맘먹은 대로 척척 되어 가는 잘되는 집안이었습니다. 겉보기에는 사랑이 넘치고 부족함이 없는 가정이었지요. 남편과는 대학 때 만나 결혼했고, 첫 아이로 아들, 둘째아이로 딸을 낳고 오손도손 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현재에 만족하기 보다는 늘 부족하다는 생각에 사로잡혀서 조금 더 부유하길 원했고, 아이들과 남편이 더 잘하면 내가 행복할 수 있을 거라는 욕심을 부리며 살고 있었어요. 잠자는 시간을 빼고는 나를 위한 시간도 없이 가족을 위해 힘겹게 직장과 집에서 일하는데 누구도 알아주는 사람이 없다고 생각되어 모두가 원망스럽기도 했어요.
딸의 사춘기가 찾아오면서 갈등이 점점 깊어지며 대화는 이루어지지 않았고, 가족 모두가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며 얘기하고 있는 듯했습니다. 그 모든 것이 나는 열심히 살고 있는데 남편과 아이들이 나를 이해해주지 않아서 라고 생각되었습니다.
불교대학에서 공부를 하다 보니 저는 복이 참 많은 사람인데 감사할 줄 모르고 살았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뉘우쳤습니다. 아이도 남편도 더 잘했으면 하는 바람이 저의 욕심이었음을 깨달았지요.

안향희 님과 남편 분
▲ 안향희 님과 남편 분

남편은 수행을 함께 하는 소중한 도반이랍니다

남편과 나란히 불교대학에 입학하니 처음부터 눈길을 끌게 되더라구요. 불교대학과 경전반 공부를 남편과 같이 시작해서 졸업했습니다. 같이 공부하고 수행하는 도반이 되었지요. 아침 수행은 저보다 남편이 훨씬 더 열심히 합니다. 남편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수행을 해요.
저는 직장일로 워크숍에 가면 안하기도 하거든요. 남편과 같이 하니 힘들지만 아침수행도 하게 되고 경전반 수업도 개근까지 하게 되었어요. 그 덕분에 경전반 졸업생 대표로 스님에게 상도 받고 스님과 단둘이 찍은 사진도 갖게 되었답니다. 가문의 영광이죠. (웃음)
불교대학에 함께 입학하자고 제안해준 남편에게 많이 고마워요.

▲ "경전반 대표로 상 받았어요!" 경전반 졸업식에서 법륜스님과 함께

삶에서 배운 큰 변화, '알아차림'

“착한 사람이 더 무섭다”고 스님이 가끔 말씀하시죠. 남편과 저는 둘 다 교사에요. 저도 남편도 성실한 편이고 선하게 살려고 노력하지요.그래서 자기에게 잘못이 있다는 생각을 잘 못하고 미안하다는 말도 안하고 싶어하지요. <깨달음의장>에 가서도 ‘내가 더 깨달을 것이 뭐가 있을까’ 하며 내가 옳다는 자만심에 사로잡혀 있었어요.
그런데 내가 나만의 색안경을 끼고 있었음을 알게 된 것은 큰 변화의 시작이었어요. 제 아들과 딸이 얼마나 힘들었을지 비로소 알아차리게 되었습니다. 아이들한테 조차도 엄마가 아닌 교사로서 대했으니까요. 엄마 역할을 잘 하지 못했음을 깨달으니 아이들의 마음이 헤아려졌습니다. 그럼에도 잘 자라준 아이들이 정말 고마웠습니다. 나를 이해해주지 않는 사람들이라 여겼던 남편과 아이들이 가장 가까이에 있는 소중한 사람임을 깨닫고 나니, 남편과의 관계가 좋아지고 아이들과의 관계도 자연히 좋아졌습니다.
지금도 식구들을 대하면서 나의 모습을 알아차리며 돌이키고 있습니다. 이렇게 깨달았다고 해도 현실에서 내가 옳다는 생각을 내려놓기는 아주 어렵습니다. 아직도 수행 과제입니다.

도반들과 함께 동물옷을 빌려입고_왼쪽에서 네 번째 안향희 님
▲ 도반들과 함께 동물옷을 빌려입고_왼쪽에서 네 번째 안향희 님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하지요

교사로 일하다 보니 아이들과의 부딪힘이 수시로 생겨요. 내 마음대로 안 되면 화를 내고 아이들 혼내는 것을 주로 선택했다면, 지금은 화를 알아차리고 다르게 대처해 보지요. 문제 상황에 감정이입을 하지 않고, 나 자신을 객관화시켜 한 발짝 뒤로 물러서서 지켜보는 것이 아이들과의 관계에 큰 도움이 되요. 엄마로서도 내가 알고 있는 것이 다 옳다고 강요했다면, 이제는 그저 믿고 바라보려고 해요.
더 일찍 정토회를 알았다면 정말 좋았겠지요.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이 경전반까지 공부하고 <깨달음의장>에도 다녀와서 자기 자신을 잘 알게 되면 아이를 더 행복하게 키울 수 있을 것 같아요.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가 행복하다는 것은 분명 진리인 것 같습니다.
이제는 내 문제에 좀 더 집중하게 되었어요. 저에게 주어진 불교대학 담당 소임을 잘 해보고 싶습니다.

수업내용이 잘 이해되지 않을 때는 유튜브를 보고 또 보기를 반복했어요

처음 접하는 불교공부여서 수업내용이 잘 이해되지 않을 때는 유튜브를 보고 또 보기를 반복했어요. 법륜스님의 《반야심경》, 《금강경》 책을 따로 사서 보면서 공부했고 《인간붓다》, 《부처님의 발자취》라는 책도 보면서 이해를 넓히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개념적인 공부가 저의 삶에서 확인되니 배움이 즐겁고 실천하는 데에 힘이 더 생겼습니다.

예비입재자들과 함께
▲ 예비입재자들과 함께

앞으로 저의 바람은

정토회에 와서 부처님의 가피를 입고 많은 혜택을 얻었어요. 퇴직을 준비하고 있는데, 퇴직 후에는 봉사를 하면서 지내고 싶어요. 제가 입은 은혜를 갚는 길이기도 하구요. 저의 든든한 도반인 남편과 꾸준히 법회에 참여하면서 수행하고, 정토회와 인연의 끈을 계속 이어나가고 싶습니다. 그렇게 살 수 있다면 참 감사한 일이겠지요.

직장 일을 하면서 엄마로서 아내로서의 역할도 하는 안향희 님의 이야기가 평범한 우리들의 삶의 이야기여서 공감이 됩니다. 정토회에서 가르침으로 전해주는 내용들을 놓치지 않고 바로바로 흡수하시는 것은, 타고난 성실함 덕분인 것 같습니다. 그렇게 열심히 배운 내용들을 삶에서 실천해보고, 자기 것으로 만들려는 노력 또한 본받고 싶구요. 그렇게 배움을 내면화한 안향희 님의 이야기가 다른 사람들에게도 잘 전해지면 우리가 살고 있는 주변이 얼마나 밝아질까요!

“나는 행복한 수행자입니다”를 실천해가는 안향희 님의 삶을 늘 응원합니다.

글_박세영 희망리포터 (안양정토회 안양법당)
편집_ 한명수 (인천경기서부지부)

전체댓글 8

0/200

세명화

알아차림이 되시는 멋진 수행자 부부시네요ㆍ
두분의 잔잔한 웃음에서 클라스가 느껴집니다

2018-08-31 01:03:53

선광

한수 배워 갑니다.
알아차림
감사합니다.

2018-08-27 00:44:13

무량덕

부부 도반님 참 보기 좋아요. 저도 늦개라도 색안경을 끼고 있었음을 자각하게 되어 정말 감사해요. 나누기 감동 있게 읽었어요.

2018-08-23 15: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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