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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경도 온성 사람 은실 씨가 

량강도 혜산 출신 친구를 찾습니다.

- 2017년 제14회 통일체육축전’, 남북이 하나 되다

     

                                                                이승숙(인천 강화법당)

 

   
  
▲북에 있는 가족이 보고 싶습니다. 함께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친구를 찾으려고 하는데요..."

빨간색 점퍼를 입은 젊은 여성이 '친구 찾기부스를 찾아왔습니다함경도 온성이 고향이라는 그녀는 량강도 혜산시 출신의 옥희(가명씨를 찾고 있었습니다량강도나 또 온성도 다 생소한 지명입니다두만강과 백두산을 끼고 있는 그곳은 북한 땅이고그녀들은 북쪽에서 내려온 새터민입니다.

     

함경북도 온성군의 담배농장에서 일했던 은실(가명씨는 그곳의 신발공장에 다녔던 친구를 만나고 싶어 했습니다남쪽으로 내려왔다는 이야기는 들었는데 어디에 있는지 알 길이 없다며 혹시 이곳에서 친구의 소식을 들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눈을 빛냈습니다그 말을 들은 '친구 찾기담당자가 책임감이 드는지 의자를 바싹 당겨 앉습니다.

 

  
▲ 새터민들이 조상님을 기리며 차례상에 잔을 올리고 있습니다.  

 

함경북도 온성은 두만강을 경계로 중국과 마주하고 있습니다그래서 바깥세상 소식을 다른 지역보다는 더 쉽게 접할 수 있을 겁니다옥희 씨의 고향인 량강도 혜산 역시 백두산과 가까운 곳이라 국경을 넘기가 수월할 것입니다그래서 이 두 지역에서 온 탈북자들이 많다고 합니다그래도 그렇지타국이나 다름없는 남한 땅에서 연락처도 모르는 고향 친구를 무슨 수로 만날 수 있을 것인가요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은실 씨가 친구를 찾는 것을 보니 낯선 남한 땅에 잘 적응했구나 하는 안도감도 들었습니다.

     

통일체육축전에 모인 새터민들  

     

추석을 앞두고 '통일체육축전'이 열렸습니다사단법인 '좋은벗들'에서 주최한 이 행사는 2003년에 시작되어 올해까지 14년째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새터민들과 그들을 돕는 자원봉사자들의 한마당 축제인 이 행사에는 약 천여 명의 사람들이 참가하여 잔치를 즐깁니다매번 다음 해에는 새터민의 고향에서 축전이 열릴 수 있기를 기원하지만그 바람은 늘 그다음 해로 넘어가곤 합니다올해 역시 간절한 마음으로 우리 민족의 평화와 통일을 빌었습니다.

  

 

현재 남한으로 온 탈북민은 약 4만 명에 이른다고 합니다전국 각지에 흩어져 사는 탈북민이 한자리에 모일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을 것입니다설이나 추석 같은 명절 때면 또 얼마나 고향이 그리울까요그러니 혹시라도 고향 사람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간절한 마음으로 통일축전에 왔을 것입니다.

     

서울시 양천구 신월동에 위치한 양강중학교 하늘 아래 만국기가 펄럭입니다벌써부터 마음이 들썩이는지 운동장으로 들어서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가볍습니다단상에는 정성 드린 추석 차례상이 차려져 있고빙 둘러 처져있는 차일 아래 하나둘 사람들이 모입니다. '백두'와 '한라그리고 '평화'와 '통일'로 나누어져 있는 각 응원단에는 뜨거운 기운이 넘쳐 오릅니다푸른 가을 하늘 아래 남한과 북한 출신 사람들이 공을 굴리고 줄다리기도 하며 한마음 한뜻으로 어울려 놉니다.

     

백두와 한라평화와 통일 응원단

     

  그런데 참 이상합니다분명 새터민이 많이 온다고 했는데누가 탈북한 사람인지 또 누가 남한 사람인지 통 알 수가 없습니다운동장에 있는 사람들이 다 비슷비슷해 보입니다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우리는 한 핏줄 한 형제이니 어찌 다르겠습니까피부색이 같고 머리카락 색깔도 같습니다체형생김새먹는 음식까지 같으니 구분을 할 수가 없습니다게다가 말도 같으니 한데 섞여 있으면 누가 누군지 구분이 안 갑니다새삼 우리가 한 핏줄임을 절감했습니다.  

 

  


▲ '백두'팀의 신나는 응원전이 벌어졌습니다. 

 

  운동장에서는 바야흐로 놀이판이 한창입니다체육대회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줄다리기를 합니다. "으? 으?구령에 맞춰 줄을 당깁니다팽팽하게 서로 대치합니다그러기를 한참 미세하게 힘의 균열이 생기나 싶더니 한순간에 무너집니다끌려가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써보지만 역부족입니다승패가 갈렸습니다이긴 쪽의 환성과 진 쪽의 탄성이 왁자합니다운동장에는 뽀얀 먼지가 가을 하늘로 피어오르고 사람들의 웃음소리도 함께 퍼져나갑니다.

 

   
  
▲ '나비장터'에서 새터민들이 물건을 고르고 있습니다. 

 

  장터 마당 구경을 갔습니다옷이며 신발가방에 장난감... 없는 게 없습니다그릇이며 냄비 같은 살림살이도 많습니다모두 새것이나 다름없습니다. '나누는 기쁨비우는 행복'이라는 이름의 '나비장터'는 판매 수익금을 남북화해와 협력평화통일을 앞당기는 데 쓴다고 합니다가격 또한 매우 저렴해서 마음껏 골라도 전혀 부담이 안 됩니다.

     

한마음 한뜻으로 뭉친 '통일 줄다리기'

     

  새터민들이 물건을 고르고 있습니다딸아이를 위해 지구본을 챙겨 드는 아빠아들에게 줄 장난감 자동차를 고른 엄마는 못내 흐뭇한지 보고 또 들여다봅니다겨울 외투를 만지작거리는 여성에게 옆에 있던 사람이 부추깁니다. "가볍고 따뜻해 보이네요한 번 입어 보세요." 여성이 그 말을 듣고 용기 내어 걸쳐봅니다맞춘 듯 몸에 딱 맞습니다한껏 기분 좋아진 여성이 웃으며 지갑을 엽니다.

 

  


▲  줄다리기만큼 사람을 하나로 묶는 게 있을까요.

 

  운동회가 끝나고 한바탕 노래자랑이 벌어졌습니다마이크를 잡자 가수가 따로 없습니다어쩌면 노래를 그렇게들 잘 부르는지 옛날부터 우리 민족은 춤추고 노래 부르며 놀기를 좋아했다고 하더니 그 유전자가 그대로 이어져 내려왔나 봅니다남북한 출신 가릴 것 없이 모두 정말 잘 부릅니다.

     

장마당 한쪽에는 북한 음식을 맛볼 수 있는 곳이 있었습니다두부밥은 들어봤지만 펑펑이떡과 인조고기는 또 어떤 음식일까요궁금해 들여다봤더니 두 여성이 손에 묻은 양념까지 쪽쪽 빨아가며 맛있게 음식을 먹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맛있어요나도 맛 좀 볼까요?"

그러자 여성들이 맛보라며 자리를 내줍니다고추기름 양념이 발갛게 묻은 그 음식은 한눈에 봐도 맵게 보입니다먹기에 바빠 대답할 틈도 없는 그녀들에게

"이거맵지 않아요무엇으로 만든 음식이에요?"

이것저것 묻자 먹기 바쁜 그녀들이 그럽니다.

"아유말 시키지 마세요먹느라 바빠 답할 시간 없어요흐흐흐"

 

   
▲고향음식 먹느라 말할 틈도 없다는 새터민 두 분은 단숨에 인조고기밥 대여섯개를 먹었습니다 

 

오랜만에 고향 음식을 만난 그녀들은 사나흘 굶은 사람처럼 허겁지겁 먹기 바쁩니다하도 맛있게 먹어서 지켜보는 우리까지 입맛이 돌았습니다우리에겐 익숙하지 않은 그 음식은 북한에서는 꽤 인기 있는 음식인가 봅니다고기가 귀한 북한에서 콩단백질을 이용하여 만든 음식으로 이름은 인조고기라고 한답니다.

     

북한의 동포들도 풍성한 한가위가 되길...

     

북한에는 콩이 많이 나는지 콩을 이용한 음식 재료들이 많았습니다북한 장마당의 인기 메뉴인 '두부밥'도 그렇고 오늘 이 여성들이 정신없이 먹던 인조고기도 그렇고 다 콩으로 만든 것입니다콩으로 만든 요리라면 두부 정도만 생각하는 우리에겐 듣도 보도 못한 음식들입니다.

     

어느 정도 고향 음식에 대한 갈증을 채웠는지 그 여성들은 다른 부스로 발길을 옮겼습니다옷을 입어보고 가방도 들어봅니다정답게 걸어가는 두 사람을 보니 고향 친구를 찾던 은실 씨는 어찌 되었나 궁금해졌습니다그녀는 친구를 만났을까요아니면 친구의 소식이라도 들었을까요?

  

함경도 온성과 량강도 혜산에서 온 은실 씨와 옥희 씨가 서로 만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아마도 곧 그렇게 되리라 믿습니다왜냐하면 '통일축전'은 전국에 있는 새터민들이 모이는 큰 규모의 행사이니반드시 친구 소식을 들을 수 있을 겁니다그렇게 되기를 기원하는 마음으로 운동장을 빠져나오는데 다음 축제를 기약하며 아쉬운 발길을 돌리는 새터민들오랜만에 고향 사람들과 보낸 시간이 즐거웠는지 표정이 밝습니다올 추석에는 그분들 모두 외롭지 않을 것입니다.  

     

 

 

 

 

 

* 이 글은 월간정토 2017년 11월호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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