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정토맑은마음,좋은벗,깨끗한 땅을 실현하는 정토회


 

인도 둥게스와리에서는 JTS 활동가들이 희망의 씨앗을 뿌리고 있습니다. 척박한 땅에서 문맹 퇴치와 빈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애쓰는 정토행자의 이야기와 둥게스와리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봅니다.

                        

공동체가 얼마나 소중한가

 

   
  

                                                          

보광법사(인도JTS 사무국장)

     

요즘 수자타아카데미 화단에는 다알리아가 한창 예쁘게 피어 있다. 장미, 국화, 맨드라미, 금잔화가 학교 곳곳에 피어 있다. 어제는 시장에 가서 코스모스와 패랭이 등 여러 꽃모종을 사와 심었다. 뜨거운 인도에서 코스모스가 제대로 필지, 패랭이가 필지는 잘 모르겠다. 물만 주면 쉼 없이 피는 금잔화 같은 꽃과 시기를 타는 달리아도 심었다. 한해살이와 여러해살이, 그리고 꽃나무를 학교 이곳 저곳에 심어 우리 아이들이 1년 내내 아름다운 꽃들 속에서 학교에 다닐 수 있게 하고 어느 시기에 어떤 꽃이 예쁘게 피는지도 실험 중이다.

이렇게 하나하나 실험하고 살펴보면서 이곳 인도에 산 지 2년. 이제 겨우 우기와 건기를 구분하고 어느 시기가 가장 더운지, 어느 시기가 가장 습한지, 어느 시기가 가장 살기에 쾌적한지 몸으로 느껴가고 있다.

     

첫해 여름, 흡사 출구 없는 찜질방 같은 뜨거움에 숨이 막혀서 허덕대다가 더위를 겨우 넘겼고, 두 번째 여름은 한 번 지낸 경험 때문인지 조금은 여유 있게 보낼 수 있었다. 이제 곧 세 번째 더위가 다가오고 있다. 벌써 2년이란 세월이 흘러갔구나...참 빠르다.

 

   
  

▷ 동네에서 모내기 중(왼쪽이 글쓴이) 

 

첫해, 부처님이 고행하신 전정각산 아래에서 산다는 것만으로도 가슴 뛰고 행복했다. 그러나 부딪히는 인간관계 속에서 힘들게 보낸 한 해이기도 했다. 인도살이 1년을 마치고 잠시 한국에 들어갔을 때, 힘들었던 인간관계에 관해서 이야기를 들으신 유수스님께서 딱 한 말씀 해 주셨다. “그건 지도자의 분별심이 문제지, 다른 문제는 아니다.” 스님께서 정곡을 찌르셨다. 아파야 했을 텐데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었다. 스님께 소리 없는 감사함의 인사를 여러 번 머리 조아려 올리고는 다시 인도로 돌아왔다.

     

인도 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나. 실무진에서 분별해도 내가 분별하지 않으면 아무 문제도 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상대의 분별에 따라 나 또한 분별하며 끌려다녔기 때문에 힘들었던 것이다. 그 말씀이 얼마나 시원하던지...나는 내가 분별하고 있음을 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참회도 했지만, 사실은 마음 깊숙이 상대를 탓하는 마음이 더 컸던 것이다.

 


  동네에서모내기 중에(왼쪽 두 번째가 글쓴이)

 

“지도자의 분별심”이라는 기도문을 들고 한 해를 참 잘 살았다. 끊임없이 분별하는 내 업식을 보면서 나를 돌아보게 되고, 상대에게 일으켰던 분별이 내가 일으킨 분별임을 다시 돌아보고 나를 살피는 시간들. 그렇게 다시 1년을 보내고 지금 이 자리에 조용히 앉아 있다. 편안하고 좋다. 감사하다.

     

한국에서 성지순례차 온 분들이 종종 수자타아카데미를 방문하신다. 운문사 승가대 학인스님들은 매년 꼭 오시는데, 이번에도 오셔서 설명 듣고 학교와 병원을 한 바퀴 돌아보시고는 다들 감동하여서 아직 순례가 다 끝나지도 않았는데 가지고 온 김이며 밑반찬, 라면, 커피까지 있는 것들을 한 상자, 두 상자 가득 내놓고 가셨다. 그때 전체 책임을 맡으신 스님께서 내 얼굴을 보며 “이 얼굴 좀 보세요. 이곳에서 얼마나 고생을 했는지 그대로 쓰여 있잖아요. 정말 좋은 일 하십니다.”하셨다. 내 얼굴을 온통 뒤덮은 기미가 한 역할 했다.  

한국에 있을 때도 있던 내 얼굴의 기미는 인도의 뜨거운 햇살을 받아 신나게 퍼져 나가고 있다. 심지어 우리 인도인 스텝들도 걱정할 정도로 얼굴 가득하다. 그래도 이곳에선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어느 날 얼굴에 스킨과 로션을 바르는데 “얼굴이 하얀데 왜 화장품을 발라요?”하는 이야기까지 들었다. 모든 것은 상대적이다. 한국과는 다른 이런 상황들. 재미있다.

     

다람살라에서 정진하고 계신다는 비구니스님께서 도반스님과 함께 방문하셨다. 내가 현지인들과 힌디로 이야기하는 것을 보고는 막 웃으신다. “힌디 참 잘하네요? 그런데 힌디도 경상도 사투리로 하시네요?” 그 억양이 어디 가랴?

처음 와서 가장 어려웠던 것이 언어 문제였고, 지금도 소통의 문제는 그리 쉽지가 않다. 그러나 매일 10분이라도 힌디를 공부하겠다는 마음으로 꾸준히 공부한 결과, 이제는 생활 힌디가 많이 늘었다. 현지인들과 기본적인 소통이 가능하니 자신감도 많이 생겼다. 이렇게 하나씩 하나씩 해 나가는 것이구나. 힌디 쓰기, 읽기, 말하기를 혼자 그냥 해 나간다. 영어도 하루 30분씩 꾸준히 배워나가면서 언어의 장벽 앞에서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뎌 보고 있다. 나름 재미있는 시간이다.

     

어느 일요일 오전. 작은 가방에 물, 비스킷, 사과, 방석을 넣어 유영굴로 향한다. 천천히 길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나를 알아보는 몇몇 아이들이 양쪽 산으로 도망가기 바쁘다. 구걸하다가 지레 겁먹고 줄행랑을 친다. 우리 학교에 와서 짜르카(물레질)하며 돈을 버는 아줌마도 오늘은 구걸하러 길가에 나와 있다가 나를 보고는 부끄러워 얼른 사리로 얼굴을 가린다.

유영굴에 앉아 부처님을 생각하며 조용히 명상한다. 비스킷과 사과로 간단히 점심을 먹고 다시 명상하고 앉으면 참 좋다. 해가 뉘엿뉘엿 지는 것을 보며 천천히 다시 걸어 내려온다. 티베트 절 스님께서 인사를 하신다.

“안녕하시오?”

“나마스떼, 반떼지. 압 께쎄 해?”(안녕하세요, 스님. 어떻게 지내세요?)

반가운 이웃들과 인사를 나눈다.

     

매주 월요일 오후 2시. 사무실에 인드라짓지, 삼부지, 파완지가 노트북을 들고 테이블 앞에 앉는다. 팀장 회의 시간이다. 실무총괄을 맡은 쁘리앙카지가 회의를 진행한다. 인도JTS가 생긴 지 23년이 되었다. 그동안 한국인들이 중심이 되어 운영하던 체계를 작년부터 인도 현지인이 중심이 되어 운영하는 체계로 바꾸었다. 아직 컴퓨터 문서에 익숙하지 않은 병원팀장 삼부지는 회의 문서 만드는데 하루가 걸린다. 업무에 대한 자세한 기록을 하지 않은 마을개발파트 파완지는 오늘도 지적을 받는다. 유치원 1,000여명, 초중등 400명 아이들을 총괄하는 학교팀장 인드라짓지는 오늘도 보고서가 많다. 일에 대해 꼼꼼한 쁘리앙카지는 팀장들이 놓치는 부분을 정확히 잘 안다. 무엇 하나 놓치지 않고 지적하고 문제를 제기한다.

 


▷스태프 수련 중

책임을 덜 져도 되는 위치에 있던 인도인 스텝들이 책임자가 되어 힘들어하며 하소연한다. “시스터. 일이 너무 많아요.”“살이 3kg 빠졌어요.” 그러던 스텝들이 이제는 월례회의 때가 되면 매달 폼을 바꿔 가면서 PPT를 만들어서 업무 발표를 한다. 각 부서로 돌아가 부서별 회의를 운영하고, 업무 계획을 세워 보고한다. 학교 학생들 출석률은 갈수록 좋아지고 있고, 병원 환자 수도 작년 한 해 20% 이상이 늘었다. 유치원 커리큘럼에 대한 연구가 더 활발해졌고, 교사들의 분위기도 훨씬 좋아지고 학교도 나날이 깨끗해지고 있다.

 


 스태프 수련 중

 

2년 새 참 많이 달라졌다. 현지인 총괄인 쁘리앙카지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앞으로 해야 할 일들은 더 많다. 멀리서 보면 아름답게만 보이지만, 가까이 다가갈수록 있는 그대로의 현실이 보이듯이, 한 해가 지나고 한 해가 더 지나가니 이곳의 문제점들이 더 많이 더 깊이 보인다. 빈곤문제, 계급문제, 남녀문제, 교육문제, 공동체성, 마을개발...할 일이 참 많다. 더 많은 자원봉사자가 이곳에 와서 같이 머리 맞대고 의논하며 일해 나간다면 더없이 좋으리라.

     

사람들이 나에게 이렇게 이야기하곤 한다. “재밌어 보여요. 이곳이랑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어렵고 힘든 일도 있지만 재미있다. 즐거울 때가 더 많다. 그러나 무엇보다 좋은 것은, 이곳에서 활동하면서 부처님 법을 더 깊이 느끼게 되고 정진의 즐거움을 알게 되고, 스승님, 도반, 함께 하는 이 공동체가 얼마나 소중한가를 알게 된 것이 아닐까 싶다. 감사한 마음이다.

 

 

* 이 글은 월간정토 2017년 4월호에 게재된 글입니다.

정토회 소식을  '월간정토'로 매달 받아보세요.


 * 나는 행복한 수행자 입니다 *

 

게시판의 성격에 맞지 않는 글이나, 상업적 홍보글은 통보 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


CD 댓글등록
이 글의 댓글 6개
  •  박현수 2017/05/22 13:25
    보광 법사님, 반갑 습니다
    2017년 1월 8일 성지 순례 C팀 23조 박현수 입니다.
    글 씀씨도 좋지만 그렇고 제가 직접 만난 법사님은 영어 쏨씨도 좋았고 인도및 국내인들과도 친화력이 대단하십니다.
    계속 건강하게 지내시길 바랍니다. 그래야 언제 한번 다시 보겠지요.
  •  길상 2017/05/22 10:05
    보광법사님 !
    감사합니다.
    우리는 행복한 수행자 입니다.
  •  다나 2017/05/20 22:45
    아~! 보광법사님 글이 너무 좋습니다. 글 읽으면서 마치 제가 인도에 있는듯 생생하게 느끼게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많은 위로가 되었습니다 건강히 재밌게 잘지내세요^^
  •  ^^^^ 2017/05/20 17:41
    인도에서 고생이 많으세요..ㅜ
  •  김혜경 2017/05/17 08:34
    따뜻하게 읽었습니다. 고맙습니다.
  •  김수정 2017/05/16 07:20
    보광법사님~ 기미얘기 재밌게 잘읽었습니다 건강하세요
다음글 다시 찾은 인도, 달빛을 걷다 부처님을 만나다!
이전글 [49일문경살이]내 인생의 주인이 되어 살아갈 수 있는 용기를 얻다

정토회
패밀리사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