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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수련 공양주
그리고 바라지장



정구영 문경수련원 수련팀

삶의 전환점이 된 바라지장
3년 전 막연한 호기심에 참가하게 되었던 바라지장은 제 삶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바라지장 신청을 하고 나서‘과연 새벽 4시에 일어날 수 있을까? 또 수련원 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을까?’등 얼핏 보기에 무리라고 생각되는 새로운 경험을 앞두고 두려운 마음이 올라왔습니다. 하지만 도전해보자 하는 마음이 더 컸기에 참가하게 되었고, 이 바라지장은 저를 돌아보고 마음을 바꾸는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4박 5일 동안 수련생을 위해 정성스럽게 만든 공양물, 이해관계를 떠나 마음을 열고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과 마음을 나눈 동료 바라지들, 매사에 모범을 보이며 이끌어주셨던 바라지 팀장님,생각하지 못했던 감동 등이 마음에 큰 울림을 주었습니다. 특히 49일 문경살이 중인 바라지 팀장님을 통해 알게 된 백일출가는 제 인생에서 꼭 한번은 해봐야 할 버킷리스트가 되었습니다.


▶백일출가 24기 동기들과(왼쪽 첫 번째가 글쓴이)

한의원에서 다시 문경수련원으로
바라지장을 통한 정토회와의 인연은 법당 활동과 그다음 해 백일출가 24기 봄 기수에의 참가로 이어졌습니다. 백일출가로 저를 좀 알게 되는 계기가 되었지만, 수행자로서 부족한 점이 많았습니다. 백일출가 이후에 한의사로 돌아가 한의원을 개원하고, 원장으로 경영에 몰두하는 제 모습을 보면서‘아, 이게 아닌데!’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의원에서 돈만을 벌기 위해 환자를 진료하는 것보다, 이해관계를 떠나 아프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해 일해야겠다는 생각으로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은 수련원 상근자로 일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한의원을 정리했고 몇 달이 지나 법사님의 안내로 수련원 상근자로 재입재하게 되었습니다.

문경수련원 수련팀에 배정된 후 맡게 된 소임은 수련 공양주였습니다. 바라지로 참여해서 인연을 맺게 된 수련원에서 수련 공양간을 담당하는 소임을 맡게 된 것은 참으로 감사하고 영광스러운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부담도 되었습니다. 요리하는 것을 좋아하지만 전문적으로 해본 것이 아니고, 보통 80~100명의 공양을 내는 큰살림을 맡아서 한다는 것은 얼핏 보기에도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감사한 마음과 부담스러운 마음으로 시작한 수련 공양주 소임은 역시나 만만치 않았습니다. 수련 시작 전에 각종 재료를 준비하고, 바라지 접수하고, 바라지들에게 생활 안내를 하고, 공양팀장과 바라지들이 원활하게 공양을 낼 수 있도록 도와야 했습니다. 이렇게 4박 5일 진행되는 여러 가지 일은 순간순간이 버겁고 힘들었습니다. 특히 소임을 맡은지 한두 달 정도 되는때에‘단’단위를‘kg’로 변환하여 주문했던 시금치가 주문 목록에서 빠져 뒷수습해야 했던 일은 지금 생각해도 아찔합니다.


문경 바라지장에서(왼쪽 첫 번째가 글쓴이)

그 밖에 4박 5일 바라지장을 이끌어주는 바라지 팀장들이 갑작스럽게 못 오게 돼 그 역할을 도맡아야 했을 때 부담감은 지금도 크게 느껴집니다.‘ 수련 공양주 역할만 하면 되겠지’하고 시작한 일이 바라지팀장 역할도 하게 되고,‘ 아, 일이 커졌구나!’하는 당황스러운 마음과 갑작스럽게 못 오게 된 바라지 팀장에 대해 원망하는 마음에 이어‘까짓것 한번 해보지 뭐!’하고 도전하는 마음에서 바라지 팀장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또 힘든 생각이 올라올 때마다 법사님께서 정확히 상황을 짚어주시고 힘낼 수 있도록 응원해주셔서 부정적인 생각에 빠지지 않고 바라지 팀장소임을 해낼 수 있었습니다. 비록 실수와 시행착오가 있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일도 마음도 풍성해졌습니다.

소중하고 행복한 수련 공양주
수련 공양주 소임을 하면서 수많은 바라지와 만나고, 그분들이 살아온 삶과 느꼈던 마음에 대해 함께 나눈 것은 무엇보다 소중한 일입니다. 살아오면서 내 가족, 같은 고향, 같은 대학, 같은 직업의 사람을 주로 만났기에 그 좁은 시야로 세상을 보았고, 그것이 또다시 좁고 작은 마음을 갖게 했는데, 다양한 바라지의 다양한 인생을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하게 되니 삶에 대한 이해의 폭도넓어졌습니다.

또 어려움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살아온 삶을 통해 끈기와 인내를 배우고, 수련생들에게 공양을 올리며 설레고 뿌듯해하는 모습, 비록 1박 2일이지만 도반을 위해 멀리서 바라지 와준 법우들을 통해 따뜻한 사랑의 마음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수련 공양주와 바라지 팀장으로 일하면서 만나게 된 바라지 한분 한분이 소중하게 남아 있습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누군가에게 정성스럽게 만든 공양을 올려 그분의 마음을 열고 깨달음을 얻을 수 있도록 돕는다는 것은 그 어떤 일보다 소중하고 행복한 일입니다. 바라지장의“이 음식은 부처님께 올리는 공양입니다”라는 명심문처럼 수련생 한분 한분을 부처님으로 받드는 마음을 내고, 그 마음 내는 것을 통해 오히려 바라지 한분 한분이 행복해지는 시간이 된 것 같습니다. 문득 부처님 시대에 부처님께 공양을 올린 사람들의 마음과 수련생에게 공양 올리는 바라지들의 마음이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1년 가까운 기간 수련 공양주 생활은 힘들고 어려운 면도 있었지만 그것을 해결해 나아가고, 수련생이 깨달음을 얻도록 여러 바라지와 함께한 뜻깊고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이렇게 수련 공양주를 하면서 느꼈던 소중한 마음은 앞으로 제가 살아갈 삶에 길잡이가 될 등불입니다. 

 

 

 

 

* 이 글은 월간정토 2017년 12월호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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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D 댓글등록
이 글의 댓글 1개
  •  선명 2018/01/02 04:05
    정구영 법우님 인연이 닿아 또 아름다운 미소로 만나기를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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