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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민다나오에서는 JTS 활동가들과 마을 주민이 열악한 환경 속에서 함께 희망을 일구어내고 있습니다. JTS 활동가가 전하는 알라원, 까나안, 가가후만 마을의 자립 이야기를 들어보실래요?

 

지금은 나아가는 중

  
 ▲ JTS 센터 청소중인 활동가들(오른쪽 두 번째가 글쓴이)  

 

김상훈 (필리핀 JTS 활동가)

     

지금 여기는 필리핀

  지금 여기는 필리핀 민다나오섬에 위치한 해발 1060m 고지의 JTS 필리핀 센터. 이곳은 언제나 아름다운 풍경을 보여준다. 언제 어느 때 어디를 봐도 멋진 풍경들. 한국과는 확연히 다른 풍광을 바라보며 내가 이곳 필리핀에 와있구나비로소 실감한다.

     

  4년 전 문경에서 백일출가 중에 해외 활동을 하고 있는 활동가의 보고회를 봤다. 사실 해외 봉사활동은 중. 고등학교 시절부터 관심 두던 분야이다. 그 시절 인도에서 봉사활동을 하면서 만난 사람들에 관해서 쓴 어느 작가의 글을 감명 깊게 본적이 있다. 책에서 만난 사람들은 누가 봐도 대단하거나 특별한 사람이 아니고 단지 보람을 찾아 떠나온 평범한 사람의 이야기였다. 그 책을 통해서 나는 이런 활동은 특별한 사람들만 하는 게 아니구나’ ‘누구나 할 수 있구나’ ‘나도 할 수 있겠구나하는 생각에 설레었다. 하지만 그들의 자유로운 삶이 행복해 보이고 멋있어 보여 부러웠지만, 실제 내가 그들처럼 행동할 자신이 없었다. 내성적인 성격 탓에 사람들 앞에 서는 게 싫었고 걱정이 많은 탓에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마저 들었기 때문이다.

     

  해외 활동가의 보고회를 보고 전반적인 필리핀 활동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 사진에서 보이는 아름다운 풍경들, 해맑은 표정의 사람들 그리고 그 이면에 존재하는 여러 분쟁, 위험한 부분이 있다는 것도 알았다. 비록 위험한 부분이 있지만, 지금까지 살아온 환경이 아닌 전혀 다른 환경에서 새로운 일을 해 나간다는 것에 호기심이 일어 나도 저런 활동을 한번 해봤으면 좋겠다.’라는 마음이 들었지만 여전히 자신은 없었다.

     

백일출가 후 상근활동

  우연히 스님의 즉문즉설을 보게 되어 알게 된 법륜스님. 스님의 책을 읽어보고 백일출가까지 하게 되었다. 20대 중반까지 살아오면서 늘 나를 불편하게 했던 걱정과 불안, 자신감 문제, 늘 사람들 눈치를 보고 소외될까 두려워하는 마음 때문에 힘들었다. 백일출가를 하면 뭔가 달라질 수 있지 않을까? 좀 더 자신감 있게 걸림 없이 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있었다. 그러나 백일출가 회향 후에도 뭔가 미진함을 느꼈고 자연스레 문경수련원 상근활동으로 이어졌다.

 

   
  

▲ JTS가 지은 학교에 학용품지원하는 날, 필리핀 선생님들과(왼쪽 첫 번째가 글쓴이) 

 

  이후 3년 가까이 문경에서 공양주 소임으로 일했다. 처음 공양주 소임을 맡았을 때 심적으로 육체적으로 많이 힘들었다. 예상은 했으나 실제 부딪혀보니 만만치 않았다. 내가 자원해서 맡은 소임이었고 100일만 해보자는 생각이었기 때문에 선택에 큰 어려움은 없었는데, 본격적으로 공양주 소임을 시작하고 보니 문경수련원의 많은 대중의 공양을 챙긴다는 게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 처음 100일은 거의 공양간에서 살았다.

     

  메뉴는 뭐로 해야 하나? 양은 또 얼마나 해야 하나? 이런 고민과 미리 재료 준비를 하다 보니 공양간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또 많은 양의 공양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그에 따른 여러 사람과 함께 해야 한다. 그들을 인솔하고 안내하는 역할이 처음에는 많은 부담이 됐다. 공양 준비 전 모여서 메뉴를 안내하고 일 나누기하는 그 시간이 얼마나 긴장됐는지...

     

  초반에는 이것저것 사람들을 살피고 안내하기보다 나 역시 바삐 몸을 움직이며 같이 공양 준비를 했다. 점차 시간이 지나면서 여유가 생기고 사람들을 살필 수 있게 되었다. 그 과정이 힘들었지만, 하루하루 뭔가 모를 뿌듯함이 있었다.

 

   ‘지금 내가 시간을 허투루 보내지 않고 있구나. 크게 보면 누군가를 위해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있구나.’ 그리고 누군가를 위하는 게 나를 위하는 것이구나하는 생각에 몸은 힘들지만, 마음은 힘들지 않았다.

 

  그리고 그 시간 동안 나에 대해서도 많이 알게 되었고 인정하게 되었다. 이 모든 게 나는 이런 사람이야.’ 하고 스스로 자기만의 잣대를 만들고 거기에 미치지 못하는 자신을 인정하지 못했다. ‘저는 이대로 충분합니다.’ 그리고 저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길가에 있는 풀 한 포기와 같습니다.’는 기도문으로 기도했고 지금도 늘 마음속으로 되새긴다.

    

설렘과 긴장감 속에 시작된 필리핀 활동

  3년 가까이 문경에서 상근 활동을 하다 보니 해외 활동에 대한 마음이 더 커지고 그러다 보니 운 좋게 기회가 왔다. 생각보다 빨리 와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바라던 기회가 왔음에 감사했다. 사실 해외 활동에 내가 가진 조건은 좋지 않았다. 영어를 못하고 해외 경험도 없고, 가진 건 오로지 정토회 들어와서 상근 활동했다는 것 말고는 다른 특별한 게 없었다. ‘이러다 필리핀 가서 민폐만 끼치는 게 아닌가? 괜찮을까?’ 하는 고민을 가지고 필리핀에 왔다.

 

   
  

▲ 마라위 긴급구호 물품을 나눠주고 있는 글쓴이(왼쪽 첫 번째) 

 

  설렘과 긴장감 속에 시작된 필리핀 활동. 모든 게 낯설다. 그러나 그 낯섦이 꼭 불편하지만은 않다. 신기하고 재미도 있다. 가장 힘든 게 현지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인데 영어가 서투니 정확한 표현이 안 돼 늘 답답함을 느낀다. 10개월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어렵다. 하지만 벗어나고 싶을 만큼 힘든 건 아니다. 하루하루 내 영어 실력도 늘어가고 있으니 말이다.

     

  현재 센터 시설 정비, 학교 학용품 지원, 학교 보수 등등 여러 가지 업무를 맡아서 진행하고 있다. 아직도 서툰 영어로 일 처리가 좀 늦지만 하나하나 배워가는 과정이 싫지 않다. 그리고 필리핀 현지 사람 특유의 밝은 웃음이 좋고 가진 건 별로 없을지라도 그들의 여유로움이 좋다. 그들을 통해 늘 마음이 분주하고 여유 없는 내 모습을 돌아보게 된다.

     

  나는 지금 내가 있는 이 자리, 필리핀 민다나오섬에 위치한 해발 1060m 고지의 JTS 필리핀 센터가 좋다. 현재에 머무르지 않고 더욱 더 가볍고 행복하게 나아가는 중이다.

 

* 이 글은 월간정토 2017년 11월호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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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D 댓글등록
이 글의 댓글 2개
  •  선덕심 2017/12/12 05:18
    와, 상훈 법우님 반갑습니다. 공양간에서 몇 번 만난 적있고 맑은 인상을 받았었는데 여기서 다시 뵈니 기쁩니다.
  •  ㄱㄱㄱ 2017/12/11 20:24
    상훈법우님 보기 좋아요.
    응원할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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