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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륜스님과 함께 하는 여름 명상수련 바라지 소감문

 

나를 위한 바라지

 

 

                  장춘희(2017624~ 813, 177~179차 명상수련 바라지 참가)

     

나의 두 마음

병으로 인한 체력의 한계로 1월 초 회사를 그만두었다. 그리고 바로 인도 성지순례와 나눔의장을 다녀온 후, 23년 만에 매우 편하게 노는 일에 서서히 마약에 빠져들 듯 중독되었다. 지금 경제적 걱정 없이 살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며 살아가면 되는 거지 생각했는데 마음도 몸도 서서히 무균상태가 되어갔다. 대학병원 의사 선생님이 하는 말에 간이 콩알만 해져서 종전과 달리 걱정하는 내 모습을 보니 회사라는 수행처를 떠난 후 마음의 면역력이 떨어진 듯했다. 오랫동안 다니던 회사를 건강상의 이유로 그만둔 것에 대해서 겉으로 드러난 확신과 다르게 속으로는 나를 자책하고 다가올 미래에 대해 불안해하는 밑 마음이 보였다.

     

2011년부터 회사 여름휴가를 910일 여름 명상수련에 참여했는데, 그때 보게 된 명상수련 바라지에 대한 막연한 동경과 호기심이 있었고, 나태해진 몸과 마음을 다잡는데도 좋을 것 같았던... 누구를 위해서라기보다 순전히 나만을 위한 최초 바라지 신청을 했다. 624일부터 시작된 40일 동안, 바라지 도반들과 3일간 3000배와 매일 300배 정진, 사전바라지 기간 동안 수로정비와 모래주머니 만들기 등의 일 수행, 매일 저녁 법문 후 나누기 등으로 사전준비를 하고 본격적으로 대강당 사무팀장 소임을 맡으면서 두려움과 불안한 마음의 뿌리가 들고 일어나서, 맡은 소임을 해내느라 애쓰고 나를 닦달하며 괴롭히는 내 업식과 마주했다.

     

경험해 보지 않은 일에는 두려워하고 물러서는 마음이 올라오면 피했고, 다른 사람을 보좌하고, 혼자서 묵묵히 일하는 것은 자신이 있었지만, 팀장이 되어 팀원들에게 일을 분담해주며 협조를 요청하는 것을 어려워하는 내 업식, 이 소임을 하며 제대로 보는 것이 참으로 힘들었다. 처음 접하는 일이었고, 실수하고 싶지 않다는 집착으로 여러 사람을 힘들게 했다. 그 많은 일을 혼자 해낼 수 없어 작은 일도 팀원들과 의논하여 나누는 연습을 했다. 9101차 수련 바라지 기간에 내 마음 상태는 어떤지, 오늘 날짜가 어떻게 되는지 무슨 요일인지도 모른 채 매 순간 긴장 속에 시간은 광풍 불듯이 휙 지나갔다. 다음날 수련준비 외에는 어떤 것에도 마음을 줄 수 없었다. 바라지를 시작한 첫날부터 집에 가고 싶었지만, 그래도 가지 않았다. 내 안의 모순과 싸우고 있었고, 어찌 됐든 나의 바라지의 최종 목표는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마무리하고 돌아가는 것이었고, 씩씩거리며 다시는 명상수련 바라지하러 오지 않겠다고 여러 번 다짐하곤 했다.

 


 

AS센터 직원

수련생들에게 엄마의 마음을 내어 아이 돌보듯이 바라지를 해야 하는데 나는 쌓이는 각종 민원을 처리하는 AS센터 직원으로 일했다. 그러나 수련생들은 확실히 아이가 맞다. 매일 이거 해달라 저거 해달라고 어찌나 보채고 칭얼거리는지 정신이 없었다. 나의 본업은 간호사이고, 전문분야는 산업보건 관리자이다. 그런데 나는 환자 보는 것을 무서워하고 두려워하는 일명 환자 앞에서 경기 일으키는 간호사였다. 안 그래도 두려워하는 업식도 있는데 수련생 중 환자가 발생하면 내 앞으로 직행하거나 내가 갔어야 했다. 두려운 마음이 일어나도 이 소임을 해야 했다. 다들 나만 찾고 불렀다. 그럴 때마다 내 마음은 수련생을 탓했다. 아이에게 왜 아프냐, 칭얼거리느냐 말해도 소용없듯이, 수련생에게 병이 있고 아픈데 왜 명상 수련하러 와서 나를 이렇게 시험에 빠지게 하냐고, 그리고 생활 질문지를 왜 이렇게 많이 써내느냐고 분별해도 소용없는 일이었다.

     

관점을 바꾸니

그때부터 나는 이 명상바라지를 고난과 역경을 견뎌내는 수련과정으로 받아들였다. 건강하지 못한 내 체력과 마음의 한계를 극복하고 싶었다. 1910일 수련 바라지를 끝내고 나니 일의 돌아가는 과정이 눈에 보인다. 소임의 역할을 익히게 되니 두려움과 불안한 마음이 다소 사라지고 여유가 생기고 바라지 도반들의 모습도 눈에 들어온다. 내가 두려워하고 불안해할 때마다 알게 모르게 뒤에서 지원해주고 몇 배로 뛰어주고, 나의 예민한 업식도 아무 말 없이 맞춰준 도반들,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이 올라왔다.

 


     

내게 23년 만에 6개월이라는 휴식이 준 게으름의 달콤함에 다시는 일하기 어려울 것 같다는 두려움이 적지 않았다. 그런데 1, 2, 3차 수련이 끝나가는 과정에서 다시 사회에 나가도 누군가에게 맞추며, 이일 저일 잘하며 살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생겼다. 괴로워하며 집에 가고 싶다고 몸부림을 치던 나와의 싸움에서도 이겨냈다. 그리고 수련생들이 다 자는 밤에 대웅전 마당에서 밤하늘을 빼곡하게 수놓은 별들과 떨어지는 별똥별을 바라보며 바라지 도반과 숨죽여 행복해하던 순간도 선물이다. 또 매일 저녁 스님의 법문을 통해 불안해하고 두려워하면서도 바라지 소임을 해내고 있는 나를 보며, 불안과 두려움도 자산이 될 수 있음을 알고, 그러한 나도 그리고 같이한 도반들, 수련생 모두가 소중한 존재임을 깨달았다. 대부분이 명상수련 바라지가 처음이었지만 성실하게 맡은 소임에 최선을 다해준 바라지 도반들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우고 인연 맺게 되어 감사하다.

     

지금 마음은

처음 수련원 바라지 왔을 때 대웅전 오르내리는 게 힘이 들어 헉헉거렸는데, 이제는 가뿐한 심폐기능과 체력도 얻었다. 병으로 인한 체력의 한계와 나 자신과 싸움에서 이겨낸 나를 격려해주고 싶다. 지금 마음은 홀가분하고 행복하다.

 

* 이 글은 월간정토 2017년 10월호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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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는 행복한 수행자 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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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의 댓글 1개
  •  김혜경 2017/11/19 04:18
    잘 읽었습니다. 축하드려요.^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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