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정토맑은마음,좋은벗,깨끗한 땅을 실현하는 정토회


 

인도 둥게스와리에서는 JTS 활동가들이 희망의 씨앗을 뿌리고 있습니다. 척박한 땅에서 문맹 퇴치와 빈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애쓰는 정토행자와 둥게스와리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봅니다.

업식을 녹여 준 말

니깟 네히해: 아무 문제 없습니다.

  
   ▶현지 병원 책임자 삼부지와 함께(왼쪽이 글쓴이)   

 

이정미 인도 JTS 활동가

     

너 때문이라는 업식

20156월 백일출가를 했습니다. 100일이 지나면 내 인생의 주인이 되어 행복하게 살 줄 알았습니다. 법사님은 100일은 해봐야 비로소 자기 꼬라지를 알고 3년을 해봐야 자기 업식을 바꿀 수 있다고 하셨는데, 100일 동안 딱 집중해서 하면 3년 걸리는 거 100일에 끝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있었습니다.

수행이 뭔지 몰랐고 내 마음보는 줄도 잘 몰랐고 업식이 이렇게 무섭고 무겁고 다겁생래 지어져 순간순간 나를 지배하고 있는 줄도 몰랐습니다. 100일이 지나고 밖에 나가 세상 어지럽히지 말라는 말씀에 주춤했고, 1년간 자신에게 공들여 보라는 법사님 말씀이 저를 주저앉게 했습니다. ‘내가 내 맘을 보지 못 하는구나!’ 웅크리고 있는 나를, 내 마음을 위로하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1년을 하면 외면했던 업식을 바꾸고, 자유로워지고, 소심하고 자신 없어 하는 내가 무슨 일을 하든 당당해지는 꿈을 꾸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문경 정토수련원에 있는 행자원에서 상근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업식과 싸우며 업식 대로 살았습니다. 1년이 지나고 돌아보니 업식 대로 살고 있었습니다. ‘난 안되는구나!’ 좌절하고 그래도 여전히 외면하고 분별하고 결국은 너 때문이었습니다. 내가 일으킨 마음이지만 너 때문이었습니다. 회향을 고민하며 올 1월 인도 성지순례를 왔습니다.

     

법을 만날 수 있어 다행

성지순례에서 보살님들의 나누기는 신심이 가득하였습니다. 어떻게 저런 마음이 나지? 하면서 별 감흥 없이 따라 다니다 열반당에 갔을 때 이제 남은 일들은 저희가 하겠습니다.”라는 발원문을 들었을 때, 묘당법사님께 들은 기도문이 생각났습니다.

 

  

▶ 병원에서 함께 근무하고 있는 현지인들과(맨 왼쪽이 글쓴이) 

 

법사님들은 그런 마음이시구나.’ 감동이었습니다. 그리고 열반당에 들어갔을 때 울컥해지는 마음, 눈물이 났습니다. 감정을 주체 못 하고 통곡에 가깝게 우는 보살님이 이해 안 되는 마음은 여전했지만 감사함이 올라왔습니다. 듣는 것만으로도 걸려 했던 부처님 법 만나 감사합니다.’라는 말이 마음속에서 우러나왔습니다. ‘이렇게 법 만날 수 있어서 참 다행이고 이렇게 쉽게 공부할 수 있어서 참 감사하다싶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그것이 내가 처음으로 느낀 신심이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지금 저는 부처님께서 6년 고행하신 전정각산을 마주하고 있는 수자타 아카데미 법당 전정각사에 앉아 있습니다. 앉아만 있어도 땀이 나는 더위는 지나가고 우기로 접어들어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영어로 대화해 본 적 없고 인도 말이라고는 나마스테’(안녕하세요?)밖에 모르는데 무슨 배짱으로 왔을까 싶습니다. 그냥 문경 공동체에서 인도 공동체로 수행하러 간다는 생각만 했지 인도 스텝하고 소통하고 일을 해야 한다는 생각은 안 한 거 같습니다.

     

인도 생활에서 배운 나마스떼’, ‘디캇 네히에

저에게 지이바카병원에서 일하는 소임이 배정되었습니다. 병원에 처음 출근하고는 힌디어 공부한다고 사무실에 주로 있었습니다. 힌디어를 알아야 말을 하고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2주쯤 지났을 때 밖에 나와 보니 병원은 엄청 바쁘게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접수하는 곳, 약 주는 두 군데, 드레싱하고 소독하는 곳. 주사 맞고 누워있는 곳, 7명의 인도인 스텝들은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그 바쁨 속에서 그냥 기다려준 인도인들이 고마웠습니다. 완벽하지는 않아도 잘 하지는 못해도 그냥 하면 되는 거였습니다.

 

  

▶진료받고 있는 현지인들(왼쪽 두 번?가 글쓴이) 

 

일할 때는 계획을 세우고 일 나누기를 하고 같이 연구하면서 한다.’ 1년 동안 행자원에서 훈련받고 그렇게 해 왔습니다. 그런데 여기서는 그렇게 할 수가 없습니다. 말이 안 되니 같이 계획을 세울 수도 없고, 일 나누기를 할 수도 없고, 연구는 고사하고 내가 생각하는 방향을 제시할 수도 없습니다. 이런 일을 해야 한다는 말과 알겠다는 답변. 그런데 내가 생각하는 대로 안 되면 왜 이렇게 안 하지? 이렇게 해야 하는데라고 다시 말하면, 그들은 디깟 네히해합니다. ‘문제없다는 뜻입니다. 인도인들이 뭔가를 설명해주는데 저는 못 알아듣습니다. ‘이렇게 해야 하는데 왜 안 하는 걸까? 저번에도 이렇게 해서 문제가 있다고 들었다는데, 지금 해야 하지 않냐?’ 등등 생각이 일어나지만, 힌디어를 못해서 말을 못 합니다.

 

그런데 끝나고 나면 아무 문제없습니다. 이렇게 했으면 더 좋았겠지만 그래도 문제 없습니다. “디깟 네히해를 배웁니다. 잘 하지 못해도 됩니다. 빨리빨리 하지 않아도 됩니다. 완벽하게 하지 않아도 됩니다. 말이 잘 안 통해도 잘 안 통한다는 거지 원하는 바는 주고받을 수 있으니 문제없습니다.

 

  

▶약 조제실에서 함께 일하는 학생들과 (맨 왼쪽이 글쓴이) 

 

내가 실수를 해도 어떤 문제가 생겨서 당황해도 웃으면서 디깟 네히해해줍니다. 그런데 끝나고 나면 신기하게도 아무 문제 없습니다.

     

나마스테

내 안의 신이 그대 안의 신에게 인사합니다.

디깟 네히해

나는 지금 아무 문제없습니다..

     

이 얼마나 멋진 말인가요? 사람을 외면하는 업식이 있는 내게 더 크게 다가온 말입니다.

나마스테 시스터~” 하루에도 몇 번씩 듣는 인사말. 아침에 출근할 때, 점심 먹으러 가는 길에 하루에 두 번을 보든 세 번을 보든 나마스테를 합니다. 만났을 때 헤어질 때 웃으면서 나마스테를 합니다. 이 말이 참 좋습니다. 어린애들이 큰 소리로 건네주는 나마스테 시스터~” 이 말이 시스터를 행복하게 합니다.

나마스테, 시스터~”

디깟 네히에, 시스터~”

인도에 오기 전에 알았던 나마스테”, 그리고, 지금 내가 힌디어를 잘 몰라도, 영어를 잘 몰라도, 내 업식이 올라와도 아무 문제없음을 알게 해 준 말 디깟 네히해.”

저의 인도 생활은 나마스테”, “디깟 네히해.” 두 문장으로 이어집니다.


     ▶ 지바카 병원 앞에서 함께 일하는 인도 스텝들과( 맨 오른쪽이 글쓴이)

 

지금 나는 행복합니다. 지금 나는 아무 문제 없습니다.

 

 

 

* 이 글은 월간정토 2017년 10월호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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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는 행복한 수행자 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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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의 댓글 1개
  •  이기사 2017/11/06 16:08
    고맙습니다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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