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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전강좌 법성게(6)

<법성게>는 신라 고승 의상 조사께서 화엄경을 요약해서 쓰신 글로 7자로 된 30구절총 210자로 이루어져 있습니다부처님의 가르침인 팔만대장경 중에서도 양이 가장 방대하고 내용이 깊다하는 <대방광불화엄경>에서 축약해서 그 진수를 뽑은 글입니다. <월간정토>는 정토회 지도법사 법륜스님의 법문으로 <법성게>를 연재합니다.

초발심이 곧 

정각(正覺)

   
  

     

법륜스님 본지 발행인        

 

시작과 끝은 둘이 아니다

  초발심시변정각

(初發心時便正覺)

처음 마음 발할 때 곧 정각을 이룬다

 

처음 발심한 그것이 변치 않고 그대로 있으면 곧 부처의 경지라는 말입니다예를 들면 여러분이 어린아이에게 느끼는 마음이 있지요어린 내 자식이 밥상에 올라와서 그릇을 엎고 옆에서 똥을 싸도 다칠까 염려되고 귀엽기만 합니다부모가 어린자식에게 갖는 그 마음이 모든 사람을 대할 때도 똑같다면 바로 보살입니다우리가 지금 여기 앉아서 어떤 병원에서 팔십이 된 누군가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으면 사람은 살다가 죽기 마련이지.’ 하고 담담하게 생각합니다그것이 내 어머니에게도 그대로 적용되면 도인입니다.

 

  마음에 일어난 것이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적용되고 모든 시간대에 같이 적용된다면 우리의 일어나는 마음이 곧 부처 마음입니다그런데 문제는 우리 생각이 일관성 없이 수시로 왔다 갔다 한다는 것이죠.

  어머니가 죽어서 울었어요.” 

왜 울어요?” 

사람이 죽었는데 슬프잖아요?” 

사람이 죽으면 슬퍼요?” 

슬프죠.” 

당신사람이 죽으면 항상 슬픕니까?” 

조금 차이는 있지만 그래도 슬픈 일이죠.” 

예전에 김일성이 죽었다 할 때는 어땠소?” 

기뻤죠.” 

사람이 죽었는데 기뻐요?”

 

  또 다른 측면에서 보면 초발심(初發心)이란 출발이고 정각은 끝이라 해서초발심시변정각이란 시작과 끝이 둘이 아니라는 말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많은 콩을 거두기 위해 콩 하나를 땅에 심습니다이 때 그 콩을 씨앗이라 하고후에 열매를 맺으면 이것을 열매라 불러요그러니까 씨앗은 시작이고 열매는 끝이라 할 수 있겠지요즉 같은 콩을 한 사람은 씨앗’ 이라 하고 한 사람은 열매라 합니다경계를 그으면 씨앗이 되고 열매가 되고 시작이 되고 끝이 되지만경계가 없으면 그건 씨앗도 열매도 아니고시작도 끝도 아닙니다이를 무시무종(無始無終)이라 하지요시작이니 끝이니 하는 것은 다 분별에서 나온 말입니다분별하지 않으면 시작이니 끝이니 창조니 종말이니 하는 것이 없으며부처니 중생이니 하는 것도 따로 없어요분별이 끊어진 세계에서 본 경계를 이야기 한 것이지요.

     

생사열반상공화

(生死涅槃相共化)

생사와 열반이 서로 조화를 이룬다는 것은 생사와 열반이 둘이 아니라는 말입니다이 생사의 중생세계와 열반의 부처세계는 정반대인데이것이 둘이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확대하자면 분별이 끊어지면번뇌와 보리가 둘이 아니고부처와 중생세간과 출세간이 둘이 아니며사바세계와 정토세계가 둘이 아니다 라고 말하는 겁니다.

     

화작걸림 없이 오가는 것

  이사명연무분별

(理事冥然無分別)

()와 사()의 경계가 사라져서 분별이 없다.

 

  법계(法界)라 하면 일체의 존재가 각각 그 역할을 지켜 서로 엇갈리거나 뒤섞임 없이 잡다한 가운데서도 질서 정연하게 조화를 유지하면서 서로 연관되어 있는 우주 만법의 세계를 가리키는 말이지요그래서 법계란 사실 하나여서 여러 개가 있을 수 없지만화엄경에는 이것을 네 가지로 분류했어요사법계(事法界), 이법계(理法界), 이사무애법계(理事無碍法界), 사사무애법계(事事無碍法界)인데이렇게 넷으로 구분해서 보는 것을 사법계관(四法界觀)이라 합니다.

 

  그럼 사법계(事法界)란 뭐냐차별현상계를 말합니다언뜻 보기에 같아 보이는 구더기 한 마리 한 마리도 자세히 보면 그 생긴 모양이 다 다르고강가에 있는 같은 모래가 수없이 많지만 다가가서 자세히 비교해보면 그 크기와 모양성분이 다 다르고밭에서 나는 같은 고추도 빛깔과 모양이 서로 다 다릅니다바다에 일어나는 수많은 파도도 하나하나 그 파도의 모양이 서로 다르고일어났다 사라지는 수명도 전부 서로 달라요그래서 만법(萬法)이라 하는데이런 세계를 사법계라 합니다.

 

  그런데 파도 하나하나를 볼 때는 각 파도가 수없이 생기고 사라지지만바다 전체를 보면 물이 그냥 출렁일 뿐파도가 생기고 사라지는 게 아닙니다또 아이들 눈에는 물이 얼음이 되었을 때얼음이 생긴 것처럼 보이지만사실은 물이 얼음으로 그 상태가 변했을 뿐이지거기에는 따로 얼음이 생긴 게 아니지요그러니까 이 삼라만상은 근원으로 돌아가 보면 다 한 가지 모양이에요그래서 만상(萬相)은 일상(一相)이고만법(萬法)은 일법(一法)이라고 하지요이 하나의 세계를 이()의 세계라 하는 겁니다근본으로 돌아가면 결국 이치는 하나다그러니까 사()의 세계가 허상인 속제(俗諦)라면()의 세계는 실상인 진제(眞諦)가 된다고 말할 수 있겠죠이런 세계를 이법계라 합니다.

 

  그런데 허상은 실상을 떠나 나타나는 게 아니지요고요한 바다에서 파도가 일고 파도가 가라앉으면 고요한 바다가 된다바다와 파도가 둘이 아니라는 말입니다즉 진제와 속제가 둘이 아니라는 뜻입니다나무의 근원을 따지면 나무뿌리에서 나뭇잎이 나온다고 말합니다하나의 나무뿌리에서 하나의 줄기에서 수많은 나뭇잎이 나와요그러나 사실은 나뭇잎 때문에 뿌리와 가지가 생성되는 것이라서 잎이 뿌리를 만든다고 볼 수도 있어요그러니까 이것은 엄밀히 말해서 둘이 아닙니다이런 것을 이사가 무애하다이와 사가 둘이 아니다 라고 말합니다차별 현상계를 ’ 이라 하고 그 본질의 세계를 이라 말하는데이 공과 색이 둘이 아닌 세계를즉 색즉시공의 세계를 이사무애법계라 합니다.

 

  그러면 사사무애법계란 뭐냐차별현상계 사이에서 걸림 없이 오가는 것을 말합니다본질에서 현상이 드러나고 현상에서 본질로 가는데 걸림이 없는 것을 이사무애라 하고 차별현상계에서 걸림 없이 오가는 것을 사사무애또는 화작이라고도 합니다.

 

  비유하면파도치는 바다에 배타고 놀러나갔다가 큰 파도와 풍랑으로 배가 뒤집혀서 물에 빠져 허우적대면서 살려달라고 아우성치는 것이 사법계에 있는 사람의 모습이라면 방파제를 단단하게 치고 고요한 호수에서 배타고 노는 것이 이법계에 있는 사람의 모습입니다.

 

  이사법계에 있는 사람은 넓은 바다에 나가서 바람과 파도를 이용해서 배를 타요바람을 피하지 않고 파도를 떠나지 않고 그 위에서 노는 겁니다사사무애법계에서는 어떠냐파도를 타고 즐기다가 어쩌다 물에 빠져요그러면 실수를 했느냐아닙니다물에 빠진 김에 물밑에 내려가서 진주조개를 주워옵니다사사무애법계에 있는 사람에게는 물에 안 빠져야 된다는 관념마저 없습니다물속에 빠지면 빠진대로물 위에 있으면 물 위에 있는 대로 언제나 좋은 일이 됩니다이사가 명연하여 분별없다는 것은 바로 이런 자유로운 세계를 말합니다

 

 

* 이 글은 월간정토 2017년 10월호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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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의 댓글 1개
  •  서정희 2017/11/06 09:53
    감사합니다.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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