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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지 소감문]

저는 부처님을 바라지하러 오신

여러분의 바라지입니다

    

신명섭 (구미정토회 상주법당)

     

20149월 깨달음의 장을 다녀왔습니다. 근 삼십여 년을 이 절 저 절, 이 종교 저 종교를 전전하며 찾아 헤매던 질문. '나는 누구인가'라는 물음에 대한 나름의 답을 깨닫게 해준 깨달음장의 은혜는 더없이 컸습니다. 나를 둘러싼 상황과 조건은 그대로였지만 그것을 받아들이는 내가 달라지니 모든 것이 달라졌습니다. 지금 이대로 행복한 줄 알고, 내가 가진 것을 나누고 공유하는 삶을 알게 되었습니다. 물론 머리로 이해한다고 삶이 완전히 달라지지는 않았지요. 관성과 업식의 틀은 워낙 공고해서 쉽게 벗어던질 수 있는 게 아니었습니다. 그 관성과 업식의 굴레에서 자유로워지는 것, 3년 동안 한 달에 한 번 45일간의 바라지장은 그 바람을 이루는 지름길이었습니다.

 

   
  
▲바라지들과 함께( 뒷줄 가운데가 글쓴이) 

 

처음에는 깨달음의장을 통해 받았던 은혜를 갚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했지요. 마침 깨달음의장을 마치고 난 그다음 주에 바라지 인원이 부족하다는 말을 듣고 바로 바라지장에 들어갔습니다. 그렇게 맺게 된 바라지장은 한 번 두 번 횟수를 거듭할수록 은혜를 갚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큰 은혜를 받고 있음을 알게 해주었습니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3년간 한 달에 한 번은 바라지를 하겠노라 원을 세웠습니다. 바라지장에 들어갈 때면 늘 아내와 함께했는데 제 서원 덕분에 아내도 계속 바라지장에 참여했습니다. 하지만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저는 일이 생기면 한 번씩 거르게 되었고 그 빈자리를 아내가 대신하게 되었습니다.

 


▲ 바라지들과 공양 중(오른쪽 첫 번째가 글쓴이)

 

그렇게 한 달에 한 번씩 바라지를 한 지 2년째 되던 작년 9, 9차 천일결사를 준비하면서 아내가 법당에서 부총무 대행직을 맡게 되었습니다. 수련원 공양 담당 법사님께 상의하니 법당일이 우선이라는 말씀에 아내는 바라지팀장 소임을 내려놓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갑자기 팀장 자리가 비게 되었고, 아내와 수련팀장님이 저에게 공양 팀장 소임을 제안했습니다.

 

'좋아. 어차피 내가 먼저 서원했던 일, 내가 마무리 짓지. ' 하는 마음으로 기꺼이 받아들였습니다팀장이 되니 일단 마음가짐이 달라졌습니다. 그동안은 특별한 책임의식 없이 주어지는 데로 일했기에 부담이 없었는데 이제는 전체적으로 챙겨야 했습니다. 2년 넘게 바라지를 해서 큰 어려움은 없었지만 매 순간 마음속은 긴장의 연속이었습니다. 바라지장에 오는 분들이 대부분 집에서 요리해 본 경험이 적거나 많은 양의 요리를 해본 경험이 없었습니다. 심지어는 아예 칼을 잡아보지도 않은 분도 있었습니다. 수련이 진행되는 동안 적게는 60인분에서 많게는 120인분의 공양을 준비해야 하는데, 요리뿐 아니라 재료를 손질하는 밑 작업에 시간이 오래 걸렸습니다.

     

"이 음식은 부처님께 올리는 공양입니다"

 

매번 시작할 때 세 번씩 마음에 새기는 이 명심문이 아니었다면 시간에 쫓겨 대충 손질하고 넘어갔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부처님께 올리는 공양을 대충 할 수는 없는 일, 어느 때보다 정성을 기울여야 할 공양이기에 밑 작업에 가장 공을 많이 들였습니다. 깨달음의장 수련 중에 공양을 드신 분들은 한결같이 맛있게 잘 먹었다고 하는데 그 비결은 바라지분들의 정성이라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정성을 다한다는 것은 식재료를 다듬는 밑 작업부터 출발합니다. 하나하나 다듬어서 깨끗이 씻고 또 닦아서 요리마다 요구하는 크기대로 밀리미터와 센티미터까지 맞추어 자르고 채를 써는 일이다 보니 밑 작업에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바라지 인원이 많으면 시간적인 여유가 있지만, 인원이 적을 때는 그야말로 모두 초집중 상태가 되어 그 긴장감이 공양간을 가득 채우는데, ! 그 느낌이란...


▲공양간에서 바라지들과 함께(왼쪽 첫 번째가 글쓴이)


그래서 바라지가 많으면 많은 대로 적으면 또 적은 대로 즐거움과 깨우침이 있습니다. 이런저런 우여곡절을 겪어가면서 매번 요리할 때마다 이렇게 해서 될까?’ 하며, 조바심과 호기심으로 하다 보면 신기하게도 시간에 맞추어 모든 요리가 완성되어 이제는 이런 확신이 생겼습니다.


'절에서는 절로 된다

     

서로 다른 환경과 습관을 지닌 이들이 만나 일을 함께 하다 보면 부딪침과 갈등이 생기는 건 당연할 것입니다. 하지만 팀장으로 여섯 번의 바라지장을 하면서 깨달은 것은 바라지들 역시 서로 배려하고 언제나 기꺼이 도와주려는 마음을 가진 부처님이라는 사실입니다. 바라지장을 시작할 때 팀장으로서 하는 인사가 있습니다.

 

"저는 부처님을 바라지하러 오신 여러분의 바라지입니다"

 

첫날의 어색함과 서먹서먹함에서 하루 이틀 지나면 일과 마음 나누기를 통해 서로를 알게 되고 십년지기 친구처럼 끈끈한 관계가 되어갑니다. 갈수록 몸은 지쳐도 마음은 점점 따뜻하고 편안해지지요. 바라지하러 오신 도반들과 이런 만남을 통해 여러 모습의 나를 보고 돌이키며 많은 깨우침을 얻었습니다.'수행의 길에 도반이 전부다'라는 말씀처럼 도반들과의 만남과 마음 나누기는 가장 큰 법문이었습니다. 그 깨우침을 나눌 수 있어서 팀장이라는 소임을 감사한 마음으로 하고 있습니다.


▲바라지장에서(첫째줄 오른쪽 두 번째가 글쓴이)

 

새벽 4시에 일어나서 밤 10시까지 이어지는 수련원의 대중 생활에 맞추어 지내는 일은 처음 오신 분들에게는 그리 쉽지 않은 일입니다. 특히 아침에 하는 발우공양 시간, 소심경 운율에 맞춰 척척 움직이는 행자님들이 뿜어내는 무게에 짓눌려 밥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모르게 먹다가 체하기도 합니다. 저 역시 첫 발우공양 시간에 겨우 밥 몇 술 먹고도 체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래도 익숙해지면 가장 그리워지는 광경이기도 합니다. 지금도 법복 입은 수련원 대중들이 소심경을 외우며 일사불란한 몸짓으로 대강당을 장엄함으로 가득 채우는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45일의 짧지도 길지도 않은 시간을 통해 부처님께 공양을 짓는 공덕도 쌓고, 내 업식과 현재의 모습을 확인해보는 경험인 바라지 장을 통해 또 다른 수행 경험을 해보시기를 기쁜 마음으로 권유합니다.

      

* 이 글은 월간정토 2017년 9월호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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