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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일 문경살이 만 배 소감문]

하기 싫을 때

하기 싫은 것을 할 수 있는 자유

      

신나영 (201731~ 424일 문경살이 12기 참여)

   

  문경에서 나를 찾다

  어떤 일이 하기 싫을 때 댈 수 있는 핑계는 정말 많다. 재미가 없어서, 힘들어서, 보상이 적어서, 같이 하는 사람이 싫어서 등등. 나는 하기 싫은 일이 정말 많았고, 하고 싶었던 일도 기분에 따라 하기 싫어지는 경우에는 하지 않는, 그래도 되는, 대체로 쉬운 인생을 살았다. 내가 왜 지금 이 모양인가 돌아봐도 이유를 몰랐는데 문경에 와서 그 이유를 비로소 알게 됐다. 하기 싫은 건 절대 안 하려고 피하고, 하고 싶은 건 쥐약을 집어 먹는 짓이라도 기필코 해버리면서 나는 지금의 내가 된 것이다.

  

  살면서 하기 싫은 일을, 꾸역꾸역할 수밖에 없었던 시절이 그래도 몇 번은 있었다. 그때마다 나는 하기 싫은 걸 심지어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 나 자신을 괴롭혔고, 성과가 안 나면 자신을 욕했다. 정말이지 그만한 스트레스가 없었다. 괴로움을 참으며 노력했는데도 행복해지지 않으니 이제 하고 싶은 것만 하자! 하기 싫은 건 최대한 피하자!” 결심도 해봤다. 하지만 그런다고 인생이 바로 자유롭고 행복해지지 않았다. 그래서 돌고 돌아 다시 문경에 왔다. 바뀌고 싶어서, 괴로움이 없는 사람, 자유로운 사람이 되어 행복해지고 싶어서.

 

만 배 도전하다

  만 배를 시작하기 전, 45일의 바라지장 동안 만 배에 대비해 300배 정진을 세 번 시도했다. 108 배는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었지만 300 배나, 그것도 갑자기 한다는 건 정말 싫은 일이었고, 결국 세 번 모두 시간 내 300 배를 다 하지 못했다. 마침 대웅전 한  켠에서 다른 일로 혼자 만 배를 시작한 법우님이 있었는데, 그의 뒷모습을 보며 절을 하다가 눈물을 쏟기도 했다. 만 배를 해 본 사람의 깨달음만 취하고, 고통은 맛보고 싶지 않은데 하나만 골라 갖는 건 불가능하다는 것을 너무 잘 알기에 속상했던 거다. 평소 몸 상태에 집착하고 과도한 관심으로 내 몸이 느끼는 아주 작은 고통도 두렵고 무섭다. 몸은 언제나 내가 어떤 일을 결정하는 데 있어서 제1 요인은 아니어도 제2, 3 요인쯤은 됐다.

 

  만 배라니, 첫날은 정말 너무 하기 싫어서 일단 스스로 작은 보상을 줘 가면서 억지로 했다. 먹을 게 물과 죽염뿐이라 힘들 때마다 조금씩 죽염을 집어 먹고, 물을 마시고, 햇볕을 쬈다. 숨은 그림 찾듯 대웅전 기둥에서 알파카, 도깨비, 새 등 무늬를 찾으며 몸의 고통이나 하기 싫은 마음을 외면도 했다. 그만둘 때 그만두더라도 3,000배는 한 번 해보고 그만두자 싶어서 그렇게 하루를 겨우 참았다.

 

  

▷ 49일 도반들과 (오른쪽 첫 번째가 글쓴이) 

 

  이틀째에는 진짜 그만두겠다 마음먹었지만, 도저히 내가 1번으로 그만둔다 할 수 없었다. 누구 한 명이 먼저 그만두면 49일 문경살이 입재를 함께 신청한 도반들도 기운이 빠져 피해를 볼까 싶어 일단 절을 계속했다. 그만둘 때 그만두더라도 2번으로 그만 두자 싶어서 간절한 마음으로 1번을 기다리며 절을 했다. 하지만 우리 도반 중 누구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하기 싫은 마음이 많이 누그러졌는지 그만두겠다는 마음을 포기하게 된 건지, 이틀째 오후부터 첫날보다 덜 쉬고, 몸에 덜 집착하며, 절을 더 많이 했다. 절하는 법도 모르고 꾸준히 하지도 않았는데, 더 쉽게 덜 아프게 절하는 방법을 알고 싶었다. 하지만 그런 방법으로 절을 한다고 해도 만 번을 한다면 아마 안 아플 수 없을 거다. 누구든 만 배를 하면 다 아플 거라 생각하니 아프기 싫다는 욕심을 조금 내려놓을 수 있었다.

 

  통증은 이곳, 저곳을 오가며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언제 다쳤는지도 모를 오래전에 다쳤던 곳까지 다 아팠다. 서러워서 울다가, 대학 시절 전공 공부가 너무 하기 싫어서 내 뺨을 때리면서 억지로 공부했던 일이 생각났다. 하기도 싫은 데 때리기까지 하다니, 나 자신에게 야박했고, 무엇보다 어리석었다. 내 뺨이니 내가 좀 때려도 된다고 착각했던 것을 참회했다. 참회하며 멈추지 않고 절을 했다. 평생 몸에 끌려다녔는데, 관음정근 박자에 맞춰 몸이 따라가는 걸 보니, 내가 뭐 저런 거에 끌려다녔나 싶어 허망하기도 했다. 잠 못 자면 죽을 거 같고, 아프면 다른 거 다 제쳐두고 몸부터 챙겼는데 죽을 거 같은 것과 진짜로 죽는 것은 엄연히 다른 것이었다. 절할 때는 여기저기가 다 아파 곧 죽을 것 같았지만 나는 죽지 않았고, 때 되면 100개가 넘는 계단을 내 발로 딛고 내려가서 밥 먹고 다시 대웅전에 올라 절을 했다.

 

  몸의 굴복을 한 번 보고 나니 그 상태가 계속되는지 더 시험해 보고 싶고 울다가, 웃다가, 그렇게 만 배를 마쳤다. 한 차례 굴복했다고는 하나 몸이 계속 내 마음대로 되는 것은 아니었다. 힘들면 의지와는 달리 팔, 다리가 저절로 멈췄고, 긴 한숨이 나왔다. 관세음보살 주문이 늘 통하는 것도 아니었다. 그렇다고 늘 몸에 종속되는 것 또한 아니었다. 그 경험은 내게 정말 큰 의미였다. 몇십 년 동안 몸이 나였고, 내 주인이었고, 모든 이유였고, 그래서 나는 많은 것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몸은 그냥 가장 그럴듯한 핑계였을지도 모르겠다. 하기 싫은 것들을 하지 않기 위한 가장 설득력 있는 핑계 말이다.

 

   

▷컨테이너 페인트칠 작업 중

 

  하기 싫어도 절하고, 아파도 절하고, 울면서도 절하고, 곧 죽을 거 같아도 절하면서 나는 하기 싫을 때, 하기 싫은 것을 할 수 있는 자유를 정말 마음껏 누렸다. 하기 싫어도 할 수 있구나. 죽을 거 같다고 정말 죽지는 않는구나. “하기 싫다는 마음이 내가 제일 무서워했던 몸의 고통보다 더 세구나. 지금 당장 아픈 것보다도 내일은 더 아프겠지?” 하는 걱정과 두려움이 자신을 더 제약하는구나. 계속해서 같은 동작을 할 뿐인데 어떻게 이런 것들을 보게 되는지 다시 생각해 봐도 참 신기하다.

 

자유를 얻다

  만 배 정진을 통해 하기 싫은 마음을 넘어서는 경험을 한 번 해보기는 했지만, 하기 싫은 음과 어떻게 대면해야 할지에 대해 작지만 소중한 힌트를 얻었다. 정말 하기 싫을 때, 하기 싫은 것을 해야만 한다면 "천천히, 힘들게" 그냥 하면 된다는 것. 하기 싫은 데 잘 하기까지 해야 한다고 자신을 닦달했기에, 싫은 게 더 싫었고 나 자신이 미웠는데 그럴 필요 없는 거다. 하기 싫은 건 하나씩 천천히, 힘들면 그냥 힘들게, ‘내가 지금 힘들구나, 하기 싫구나’, 공감하면서 그냥 계속하면 되는 거다. 그러다 보면 하기 싫은 마음이 어느 순간 유의미하게, 실감 나게 사라진다. 실은 나타났다, 사라졌다, 왔다, 갔다 한다. 그래도 왔다, 갔다 하는 게 어딘가. 그걸 내 몸 아파 가며 몸과 마음으로 알게 된 것만으로 충분하다.

 


 ▷12기 회향식 (왼쪽에서 두번째가 글쓴이)


  그만두고 싶을 때마다 옆에서 함께 절하는 도반들의 존재 그 자체가 내게는 무엇보다 큰 위로였다. 나처럼 아파하고, 나처럼 하기 싫은 마음을 넘어 서 보려고 분투하던, 나를 비추던 거울들. 끝내 포기하지 않은 도반들 감사하다. 그리고 나, 정말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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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D 댓글등록
이 글의 댓글 2개
  •  이지은 2017/08/23 15:59
    나영아 멋있다! 백출 끝나면 꼭 보자~ 남은 기간 화이팅 :)
  •  이 창제 2017/08/16 10:14
    백출 29일 남았네요
    살 도 빠지고 젤 덕을 많이 챙기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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