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정토맑은마음,좋은벗,깨끗한 땅을 실현하는 정토회


 

인생의 황혼기를

민다나오에서 살아보기

 

   
  

                                       서은실 필리핀 JTS 활동가 (행자대학원 12) 

     

현재 필리핀 민다나오 JTS센터에는 7명의 활동가가 살고 있습니다. 그 중 4개월간 단기봉사자를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가는 영주법당의 김수, 이정자 부부와 서초법당 남궁영임 님과 인터뷰를 했습니다. 세 분 활동가는 작년 11, 한국을 떠나 따뜻한 이곳 필리핀에서 올해 3월말까지 공동체 생활을 함께 했습니다. 칠십의 나이에도 젊은 활동가들 못지않게 열정적인 이 분들이 필리핀 민다나오에서 어떻게 지냈는지 들어봅니다.

 

필리핀에 오게 된 계기는?

이정자 : 저희 부부는 필리핀 JTS센터에서 지낸 게 작년에 이어 두 번째에요. 서원행자대회에서 스님이 은퇴한 서원행자들은 해외에서 한번 살아봐라, 누가 갈래?’ 하실 때, ‘아이고 내가 가야 겠구나하고 생각했어요. 서울에서 법당 다닐 땐 빈 그릇 운동과 환경 상품 개발을 했어요. 은퇴 후에 고향에 내려와 농사지으면서 집에서 열린 법회를 열었고 그 계기로 고향에 법당 여는 일을 도왔지요. 이제는 해외에서도 살 수 있게 되었네요. 스님 말씀 따라 해보길 참 잘 한 것 같아요. 9차 년도에는 한국과 필리핀을 오가며 쓰이겠다는 원을 세웠습니다. 여기에서 지내보니 이 생활이 내 인생을 정리 할 수 있는 시간이 되는 것 같아요.

     

해외 생활에 대한 부담은 없었나요?, 가족들 반응은 어땠나요?

이정자 : 제가 일 저지르기를 잘 해요. 일단 시작해요. 필리핀 가겠다고 결정하고 준비하고 있는데, 우리 거사님이 자꾸 안 가려고 빼더라고요. 아들이 예전에 필리핀 JTS센터에서 활동가로 일했어요. 그래서 아들한테 너희 아버지가 필리핀 가길 빼는 것 같다고 했더니 아들의 설득이 통했는지 거사님도 흔쾌히 와줬습니다. 그 덕에 저도 편안하게 지냈어요.

남궁영임 : 저는 이정자 님이 같이 가자고 해줘서 냉큼 ?아왔어요. 와보니 오길 정말 잘했다 싶어요. 두 분이 데리고 와준 덕에 제가 여기서 이런 호강을 다하잖아요. 제일 감사한 사람은 남편이에요. 4개월이나 한국을 떠나 필리핀에서 생활하는 걸 흔쾌히 승낙해줬어요. 사실 저는 예전에 남편하고 갈등이 많았어요. 지금도 제 과제가 남편한테 제대로 숙이는 거예요. 석 삼년을 수행하니 남편을 대하는 게 예전보단 좋아졌지만 아직도 탁 하고 숙여지진 않더라고요. 제 속마음을 살펴보면 거의 달라지지 않았어요. 여기 와서 그런 제 모습을 많이 본 것 같아요. 그럴수록 남편한테 감사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말과 대화하고 있는 낭궁영임 님

     

하루일과는 어떻게 보내셨어요?

김수 : 새벽 4시에 일어나서 430분에 예불과 천일결사 기도하고, 새벽소임으로 청소와 발우공양을 했어요. 공동체 일정대로 생활했지요. 발우공양을 마치고 나면 저는 알라원 원주민이 직접 키운 커피를 내렸습니다. 필리핀 JTS가 알라원에 학교를 지은 후에 마을 개발 차원으로 그곳에서 생산되는 커피 파는 일을 돕고 있거든요. 그런 인연 덕에 제가 필리핀에서 커피 내리는 법을 배웠지요. 필리핀 센터의 바리스타입니다. 이제 커피에 물을 탁 붓기만 하면 이게 맛이 어떨지 알 수 있어요. 그리고 화단에 물도 주고, 쓰레기 분리수거도 하고 사무실가서 사무도 돕고 했죠. 우리 보살님이 텃밭을 가꾸면 농사 보조도 해주고요.


▷ 공동운력 중인 김수 님 

 

이정자 : 오전에는 주로 풀 뽑고, 텃밭에 상추, 열무 같은 채소를 심고 가꿨어요. 공양주 소임을 맡겨줘서 틈나면 공양간에서 이것저것 했어요. 제가 올 때 금강경 소책자를 가져와서 야심차게 금강경 사경을 시작했어요. 법륜스님 책 <금강경 강의>를 같이 읽으며 하니까 이해도 잘 되고 좋더라고요. 그렇게 사경을 하다 보니 내가 금강경을 100번 정도 쓰면 지금 잡고 있는 것이 다 놔지겠구나.’싶더라고요. 사경을 하면 제 마음이 차분해져서 좋습니다.

 


▷농사 짓고 있는 이정자 님


남궁영임 : 제가 필리핀에 오기 전에 이정자 님이 무리해서 일하는 것 같으면 못하게 말려야  겠다이렇게 생각하고 왔어요. 근데 제가 끌려 다닌 것 같아요. 센터 주변에 취나물, 고사리가 많은데 그거 뜯으러 다니는 재미가 컸어요. 나물 뜯어 삶고 말리다 보면 하루가 훌쩍 지나가요. 커튼을 끼우다가 넘어져서 손을 좀 다쳤는데 손 다치고는 커피 볶기, 땅콩 볶기를 했어요. 손이 불편해도 쓰일 수 있다는 게 좋았고 건강이 서울에서보다 훨씬 좋아졌어요. 규칙적으로 먹고 많이 움직이니까 살도 빠지고 쉽게 지치지도 않았어요.  

     

필리핀 공동체 생활은 어땠나요?

남궁영임 : 죽기 전에 공동체 생활을 한 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그래서 문경에서 49일을 한 번 해볼까 했는데 내 체력으로는 무리다 싶어서 포기했지요. 묘수법사님이 필리핀은 생활하기에 괜찮을 거라고 하셔서 그 말에 힘을 얻어서 왔는데 여기 와서 제일 좋았던 게 공동체 생활을 해봤다는 거예요.

김수 : 여기에 계신 법우님과 행자님들이 우리한테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하는데 도움 받은 사람은 저에요. 그래서 같이 살아준 사람들이 참 고마워요. 젊은 행자들은 사시가 되면 딱 맞춰서 기도하고, 생활도 잘 챙기고요. 요즘 젊은 사람들 같지 않아서 보기가 좋았습니다. 오히려 우리가 괜히 물을 흐리지나 않을까 염려했지요. 처음에는 수행을 해야 된다거나 수행자라는 생각이 없었어요. 그런데 공동체 생활을 하다 보니 나도 이 공동체 일원으로 뭔가를 해야 되겠다, 수행자로 살아야 되겠다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아직도 배울 게 많다는 걸 느꼈고, 공동체 생활 하면서 나를 돌아볼 수 있게 된 게 가장 큰 수확이에요.  작년에 필리핀에 올 때 스님께서 필리핀 가거든 생활에 대해서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하지 말라고 하셨어요. ‘꼭 하고 싶으면 수첩에 적어뒀다가 돌아올 때 말해라그러셨어요. 그 말씀 잊지 않고 그대로 해보려고 했는데 중간에 쓸데없는 말을 한 것 같아요. 이 자리를 빌어서 같이 지낸 분들께 죄송하다고 말하고 싶네요.

 


교사연수 중  간식으로 호떡을  만드는 이정자 님(왼쪽)과 남궁영임 님


그래도 힘든 부분이 있었을 텐데요.

이정자 : 나이는 못 속인다는 게 절실히 와 닿았어요. 내 체력으로 6개월 이상 지내는 건 힘들겠구나 싶어요. 또 우리 거사가 피부 트러블이 났는데 한국이면 바로 병원을 갈 텐데, 여기서는 한 번 나가는 게 쉽지 않고 병원비가 이 나라 물가에 비해서 비싸다 보니 병원 가는 게 힘들었어요. 올해는 춥고 비가 좀 많이 와서 고생스럽기 보다는 불편함이 있었어요.

     

남궁 영임 보살님은 팔을 다치셨다고 했는데, 지내는데 불편하진 않으셨어요?

남궁영임 : 센터 강당에 커튼을 다는데 커튼이 좀 무겁더라고요. 커튼 달고 내려오는데 발이 겹쳐지면서 내 발에 내가 걸려 넘어졌어요. 그 순간 아 이거 아니다는 생각이 들면서 다쳤구나 생각이 들더라고요. 떨어진 직후에는 숨이 멎는 느낌이었어요. 아파서 꼼짝도 못하고 있었어요. ‘같이 사는 사람들에게 불편을 주겠구나, 폐 끼치겠구나.’ 그런 마음 때문에 힘들었죠. 그래도 오른손이 아니라 왼손을 다쳐서 다행이고, 살짝 금만 가서 다행이고, 한 손만 다쳐서 다행이고, 다리는 멀쩡해서 다행이고. 모든 게 다 감사한 일이더라고요. 다쳤다는 소식을 듣고 한국에서 귀국해야 되는 거 아니냐고 하셨어요. 근데 같이 사는 법우님이 한국에 들어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어요. 내가 이곳 생활을 다 마치고 갈 수 있겠다 싶어서 그 말이 참 고마웠어요. 지내는 동안 불편함은 있었지만 힘들진 않았어요. 지금은 팔도 회복됐고, 필리핀 생활도 무사히 마치고 갈 수 있어서 감사한 마음입니다.  

 

   

▷ 마을회의에 참석하며(오른쪽부터 이정자님, 남궁영임 님, 김수 님)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은?

김수 : 생활이 익숙해지니까 무료하게 느껴진 적이 있었어요. 그러다가 나는 지금 행복한가생각해 봤어요. 스님 법문에서 수행자는 내가 먼저 행복해야 한다고 하셨잖아요. 또 네 가지 우리가 바꾸지 못하는 카르마를 말씀하셨는데 그게 가족, 나의 경계심, , 명예였어요. 돈과 명예는 없어진 것 같아요. 나의 경계심은 생활하면서 가끔씩 일어나는데 걸려 넘어지면 다시 일어나는 연습을 했죠. 여기에서 4개월 살면서 그건 많이 좋아진 것 같아요. 가족 관계는 아직도 전과 똑같네요. ‘자식을 남 보듯이 하라는 말씀을 명심하면서 가다가 걸리면 일어나는 연습을 계속 해 나갈 생각입니다. 앞으로 제가 살아갈 날이 10년에서 길면 15년 정도 되겠지요. 필리핀에서 생활하면서 앞으로 살아갈 삶이 어디로 가야 될 지 그 방향을 조금은 잡게 되서 즐겁습니다.

남궁영임 : 저는 교사 연수에 함께 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필리핀의 티 없이 깨끗하고 청량한 하늘이 좋았고요. 여기서 맑은 공기, 맑은 물, 규칙적인 생활을 하다 보니 자연스레 건강이 좋아졌습니다. 필리핀에서 다양한 경험 하면서 인생 말년에 내가 해보고 싶었던 걸 모두 해본 것 같네요. 세상살이 자체가 감사해요. 필리핀에서 잊지 못할 소중한 기억 만들고 갑니다. 정말 모두에게 감사한 마음입니다

 

▷ 깔랑아난 교육물품 지원하는 날

 

* 이 글은 월간정토 2017년 6월호에 게재된 글입니다.

정토회 소식을  '월간정토'로 매달 받아보세요.


 

 * 나는 행복한 수행자 입니다 *

 

게시판의 성격에 맞지 않는 글이나, 상업적 홍보글은 통보 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


CD 댓글등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다음글 [법성게]본래 고요한 존재의 참모습
이전글 [백일출가] 특별한 도반을 만나다

정토회
패밀리사이트